기획ㆍ특집

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2) 춤 비평가들의 일성(一聲)

갈림길: 자멸(自滅) 당할 것인가, 안에서부터 혁신할 것인가

- 공공 무용단 여론조사 이후(1)


김채현_춤비평가


 지난달 국내 공공 무용단의 위기를 공공 무용단 운영자 스스로 반성하는 발언이 공개리에 있었다. 한국춤비평가협회가 4월 23일 개최한 2015 신춘 포럼 현장에서다. ‘한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이번 신춘 포럼 끝무렵에 그런 자성의 발언이 표출된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 후반부에 진행된 토론(공공 무용단 관계자 중심의 집단 토론: 대한민국 공공 무용단의 현재와 미래)에서 돌출한 그 자성의 진단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토론의 소재로 더 연장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공 무용단 운영에서의 애로를 토로하는 발언이 주류를 이룬 포럼 후반부의 좀 엇나간 분위기 속에서 그 자성의 목소리는 요즘 공공 무용단 운영자에게서 기대됨직한 최소한의 양식(良識)을 보여주었다. 아마 그 목소리마저 없었다면, 마치 국내 공공 무용단의 단체장이나 운영자들이 모두 예산과 단원 복지 그리고 몇몇 부수적 개선점만 보완되면 공공 무용단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과연 국내 공공 무용단의 미래는 그렇게 낙관해도 좋을까?
 
 포럼 전반부에서 먼저 소개되었다시피,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주최 측은 공공 무용단 운영 실태에 관해 지난 3월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해당 발제문 및 관련 기사 참조). 더러 경험하는 사회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여론조사도 익명으로 진행되었다. 공공 무용단의 전현직 단원 94명, 일반 무용인 74명, 모두 168명이 응답한 이번 여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가 대개 1천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 견주어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터에 선례가 없어서 그 결과를 풀이해내는 데 있어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는 전현직 단원을 대상으로 13개 문항, 일반 무용인을 대상으로 8개 문항을 물었다. 그중 6개 문항이 동일하였다. 이들 6개 문항 가운데 일례로 다음의 응답 결과는 우리 공공 무용단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위기에 들어섰거나 위기를 앞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무용단의 예술 작품 및 레퍼토리를 만족스럽게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①매우 그렇다(전현직 단원 5명, 일반 무용인 1명) ②그렇다(19명, 5명) ③보통이다(32명, 35명) ④그렇지 않다(30명, 26명) ⑤매우 그렇지 않다(7명, 7명)]를 주목해보기 바란다.

 이 문항에서 ③보통이다 그리고 ④와 ⑤를 택한 응답이 137명인 사실은 전체 168명 가운데 81.5%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세분하면, 전현직 단원 쪽에서는 75.5%, 일반 무용인 쪽에서는 92%가 탐탁지 않게 여긴다. 어느 쪽의 응답이든, 이 만한 결과에서 위기의 징후를 감지해야 옳다. 이 문항에서 눈여겨볼 것은 응답 척도 ②그렇다와 ③보통이다 간의 차이점이다. 그렇다, 보통이다는 각각 그 자체로 독립해 있을 경우에는 유사한 평가치를 내포하겠지만, 이들 두 개의 응답 척도가 ①번의 적극 긍정에서 시작하여 ⑤번의 적극 부정으로 나아가는 맥락에서 나란히 배열되면 그 차이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보통이다’는 ‘그저 그렇다’ 또는 영어식으로 얼버무리듯 하는 ‘낫배드(not bad)’처럼 긍정적 평가를 유보하는 그 만큼 부정적 평가를 나타낸다.

 이보다 긍정적인 응답 경향을 보여준 문항을 하나 더 주목해보자. “단체장(= 예술감독)은 무용예술의 역량(안무와 예술적 식견 등)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매우 그렇다(전현직 단원 13명, 일반 무용인 3명) ②그렇다(33명, 24명) ③보통이다(30명, 37명) ④그렇지 않다(12명, 9명) ⑤매우 그렇지 않다(6명, 1명). ③보통이다와 ④와 ⑤를 택한 응답의 비율은 57%이다(전현직 단원 51%, 일반 무용인 64%). 이 응답의 경향은 공공 무용단의 예술 작품 및 레퍼토리에 관한 만족도에 비해서는 긍정적이긴 하나, 그 자체로서는 긍정적 평가 정도가 높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단체장으로서는 항간에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낫배드 유의 인식이 상당하다는 점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공 무용단에서 내놓을 ‘창작’ 레퍼토리가 적거나 희소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이번 포럼 집단 토론에서도 잠시 지적되었다. 더욱 결정적으로는 이번 여론 조사 결과 앞서 소개된 대로 일반 무용인의 92%가 공공 무용단의 예술 작품 및 레퍼토리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 사실은 공공 무용단의 기획 경영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 무용단 공연의 1차 소비자 또는 관객이 일반 무용인인지 아니면 일반인인지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 무용인 거의 모두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공연을 일반인에게 관람을 과연 얼마나 권유할까. 이번 여론조사는, 공공 무용단이 기획 경영 활동에서 우군(友軍)이어야 할 춤계의 신뢰부터 받고 있지 못하다고 증언한다.

 공공 무용단, 민간 무용단을 막론하고 춤 공연예술 단체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양질의 공연(춤 작품과 레퍼토리)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예술 작품 및 레퍼토리 개발에서 절대적 권한과 책임을 짊어진 쪽은 특히 공공 무용단들에서는 단체장(= 예술감독)인 것이 상례이다. 이에 비추어, 이번 여론조사에서 일단 단체장의 역량 면에서 긍정적 평가 정도가 높지 않고 작품 및 레퍼토리에서는 부정적 평가 정도가 우세한 것이 뚜렷하다. 그동안 공공 무용단을 둘러싸고 춤계에서 비공식적으로 나돌던 부정적 지적들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이번 여론조사는 실증(實證)하였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 무용단에 대한 항간의 부정적 지적을 여전히 춤계 일각의 주관적인 부정적 세평(世評)으로 뭉개고 이전처럼 얼버무릴 것인가? 혹은, 공공 무용단 전반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 여론조사는 우리 무용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위할 것인가? 다소 신중한 풀이를 요할지라도, 이번처럼 객관적인 조사치를 눈앞에 두고서도 공공 무용단이 변신은커녕 체질화된 무사안일을 거듭한다면 스스로 위기 곧 자멸을 불러들이는 거나 다름없다.

 이번 여론 조사는 전현직 단원과 일반 무용인을 구분해서 단체장 선임과 단원 채용 등 인사관리, 공연 활동, 그리고 운영 체제에 대해 물었다. 양쪽 공통 항목의 응답 결과를 보면, 전현직 단원과 일반 무용인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단체장(예술감독 직책) 선임 절차, 단체장의 역량, 단원 채용 절차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고, 연간 예술 공연 횟수, 예술 작품 및 레퍼토리, 운영 현황 또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여기서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도 ‘보통이다’ 평가치를 긍정적인 것으로 분류한 때문인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보통이다’ 배후의 ‘그저 그렇다’나 ‘낫배드’ 측면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정도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럼 발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단체 구성 절차 등이 비교적 투명하게 진행되는 반면에 실제 예술 활동과 운영 측면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공공 무용단은 1962년 국립무용단 설립 이래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는다. 물론 대부분의 시도립 무용단은 70년대 중후반이나 80년대에 설립되었고 10년 정도 역사를 가진 곳도 있다. 유구한 역사는 아니라 해도 그동안 공공 무용단은 나름 틀을 갖추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하우도 축적해왔었다. 단체장 선임, 단원 채용 등 단체 구성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응답이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세기 이상의, 또는 70년대 중후반 이후의 수십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예술 활동과 운영 면에서 공공 무용단 안팎으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최근 10년 사이 공공 무용단의 예술 활동을 저해하거나 운영을 오도한 외부 요인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있었다면 단체장의 선임에서 작용할 법한 상급 기관이나 외부의 입김 또는 오판(誤判) 정도일 것인데, 그런 파행적 행태는 내부에서 문제 삼지 않는 한 외부에서 공론화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다시 말해, 공공 무용단의 예술 활동과 운영을 둘러싼 안팎의 부정적 여론은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라 길게는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여론으로 새삼 재인식되어야 한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공공 무용단은 단체장의 역량에 좌우되는 바가 크다. 극단, 교향악단, 오페라단들도 이와 유사하다. 그래서 몇몇 공공 무용단의 경우 예술적 성취에서 기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아, 이번 여론조사가 말해주듯이, 공공 무용단은 예술 활동과 운영 면에서 춤계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취를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용단은 예술 단체이다. 특히 공공 예술 단체가 예술적 성취에서 부실할 경우 그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은 ‘공적(公的)으로’ 당연하다. 말하자면, 예술 활동은 공공 무용단의 핵심적이며 거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술 활동이 저조할수록 공공 무용단은 존폐(存廢)의 위기에 몰리기 십상이다. 물론 국립이 아닌 시도립의 무용단에 대해 국립과는 동일하지 않은 시도립 차원의 예술 활동을 고려할 수 있다. 그래도, 저조한 예술 활동을 이유로 공공 무용단이 폐지된 적은 없었다. 공공성 차원에서 순수예술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논리나 국내 공연예술이 나름의 방법론을 구축하려면 좀 더 기다려 줘야 한다는 관용적 기대감 같은 것이 작용하였던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감지되듯이 이제는 이와 같은 당위성의 논리와 관용적 기대감이 앞으로 언제까지 발휘되어야 하는지 물을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그런 논리와 기대감이 도리어 공공 무용단의 예술 활동과 운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물을 필요도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공공 무용단이 핵심 예술 과제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을 전해주었다. 매우 당연한 말로 들릴지 몰라도, 이 여론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핵심 예술 과제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공공 무용단은 우선 존재 이유가 미약해서 공적 자금을 투여할 명분도 약해진다. 복지 전쟁, 구조조정이 보편화하고 있는 시대 추세 속에서 공공 무용단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스스로 길러야 할 것이다. 게다가, 만약 공공 무용단 한 단체에 투여되는 연간 예산을 일반 춤 공연 지원금으로 전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상상해 보는 것은 과연 무의미한 일일까?

 아무튼, 공공 무용단이 핵심 예술 과제를 수행할 능력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까? 이번 여론조사에서 일반 무용인 절반 이상이 공공 무용단 단체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하였다. 공공 무용단의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단체장을 제대로 선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이 핵심 예술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추진하는지 여기에 대해 공공 무용단은 명시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명시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예술 과제를 단체장이나 일부 소수의 편의에 의해 주관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체장이나 단체에 대해 예술적 비전을 묻기 힘들며 단체의 정체성은 아마도 부수적 과제로 치부될 가능성마저 높다. 이런 우려는 이번 여론조사의 전현직 단원을 대상으로 한 주관식 문항에서 집중적으로 표출되었다.

 지금은 2020년을 저만치 앞두고 있다. 우리는 매우 오래 21세기를 살아왔다. 그럼에도 공공 무용단을 둘러싼 담론 또는 지적은 20세기 후반의 것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춤계에서 가장 안정되면서 인프라를 고르게 갖춘 집단은 공공 무용단이라고들 하는데, 공공 무용단의 실상은 매우 낙후해 있고 핵심 예술 과제에 대해 인식도 흐린 것 같다. 지금 상태로는, 공공 무용단은 뜻하지 않게 자멸할지 모른다. 그런 원치 않는 비극을 물리치려면 안으로부터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하고, 공론을 통해 춤계 우군을 모으는 것이 상책으로 보인다. 이런 뜻에서 필자는 이번 여론조사를 토대로 본 지면에서 공공 무용단을 몇 차례 진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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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단 고유의 레퍼토리 확보가 중요하다

 


김영희_춤이론가


 발레단이나 현대무용단에서 대중강습이나 교육, 체험활동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국공립무용단의 공공성 제고에서 부차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무용단들이 좋은 작품, 명작을 만들어 대중에게 예술적 감흥, 감동을 주고, 예술을 통해 삶의 활력과 길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역할이라고 본다.
 명작 즉 고전을 만들어내는 것, 고전은 세월을 이겨낸 작품이다. 춤 작품이 세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계속 관객에게 선보이고 다시 다듬어 회자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각 무용단들은 레퍼토리를 축적하고 있지 않다. 예술감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있는데 한 번 공연으로 명작을 만들 수는 없다. 초연 이후 평가하고 선별하여 재공연하면서 무용단 고유의 레퍼토리를 확대해야 한다.
 레퍼토리 확보에 대한 지적은 누누이 있어왔다. 그렇게 진행되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는 예술감독이 국공립무용단들의 공공성이나 역사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임 기간 동안 자신의 작품을 풀어내는 작업도 하겠지만, 무용단이 만든 예술적 성과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과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춤계 전반에 그리고 춤계가 관계 맺고 있는 기관 단체들도 새로운 작품만이 활동성과라고 보는 시각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단체들의 예술적 성과들을 돌아볼 줄 안다면 국공립무용단의 정체성도 선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각 무용단들이 행정이나 기획에 있어서 보다 나은 시스템을 계속 계발하고자 하는데, 그러한 시스템이나 테크닉 뿐만이 아니라 행정가나 기획자들에 있어서 예술 흐름이나 사조에 대한 이해를 동반해야 한다. 기관의 행정가나 기획자들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매우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예술적 이해를 갖추거나 춤에 대한 이해를 갖춘 극장장이나 기획자에 의해 춤 공연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주도 사업으로 진행된 사례들을 보아왔다. 이런 활동가들을 춤계가 기다리지 말고 성장하도록 보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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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선임, 더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김혜라_춤비평가


 먼저, 예술감독 임용에 있어서 발제자 장광열이 해외무용단 사례를 통해서 논의했듯이, 적어도 국립단체 예술감독을 선정하는 기준과 시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우선 임용 시기는 적어도 1년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임용기준으로는 감독이 이끌어갈 단체의 향 후 예술적 스타일과 방향성에 대한 로드맵을 제출해서 각기 성격이 다른 국공립 무용단의 성격과 목표를 어느 정도 감독이 제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이 각 국립단체 공연들에서 '정체성'을 찾기가 어렵다.
 현재 국립단체들의 유사한 기획적 방향으로 관객들에게 ‘차별적인 작업’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통의 현대화, 신예안무가 양성, 해외 안무가전, 퓨전적인 색채, 무차별한 협업 등 내용보다는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국립단체의 경우는 이제는 단체의 방향성이 무르익어 온전한 레퍼토리가 구축되어야 한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유통에 치중하여 국공립 단체들이 홍보자체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유통이전에 작품의 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공연의 양적 확산보다는 한 작품이라도 재수정의 과정을 거쳐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간 창작된 좋은 작품이나 조금 부족한 작품까지도 바로 사장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비용과 노력에 비해 빨리 파기되는 작품은 결국 국가적으로나 안무가 무용수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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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실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공 들여라

 


이만주_춤비평가


 어떤 공공 무용단의 경우, 대극장 공연을 일년 내내 한번도 안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공공 무용단으로서 일종의 직무유기다. 제대로 된 직업무용단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한국의 공공무용단은 춤 예술의 수준 제고와 발전에 기여해야할 사명이 있다. 무용의 대중화라는 막연한 목표로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며 어설픈 공연을 하는 것은 오히려 춤 예술에 대한 실망을 준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해당 지역의 공연은 제도의 보완으로 공공무용단 이외의 무용단과 무용가의 몫이 되게 해야 한다.
 무용의 대중화라는 목적에 기여하려 한다면, 차라리 일반인들을 끌어들여 춤의 워크숍을 한다든가 커뮤니티 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단원들도 보장된 평생직장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예술혼에 입각해 춤 예술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작품과 연습에 임해야 되리라고 본다.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세계 춤 예술의 경향을 아는 실력 있고, 사명감과 철학이 확고한 단장(예술감독)의 선임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단장의 선임이 배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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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작품이 해결의 열쇠다

 


방희망_춤비평가


 모든 것을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 부치면서 최소한의 윤리도덕도 없이 시민들을 피로하게 만드는 자본의 파괴성 때문에 유행처럼 등장한 ‘사회 공공성 강화’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느낌인데, ‘공공(公共)’을 이미 담지해야 할 ‘사회(社會)’가 그 구실을 못하니 구태여 ‘공공성’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신춘 포럼 주제를 선정할 때 선배 비평가 선생님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감지하면서 의아했는데, 난상토론 시간을 지켜보면서 결국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끝없이 반복해서 ‘공공성’을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공공 무용단’을 논하는 자리에서 그 ‘공공(公共)’이라는 단어의 무게감, 책임감을 인식하고 있는 단체는 별로 없었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 눈치와 본능만 잔뜩 키워진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어쩌면 ‘공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원점에서부터 재고해야 할 것 같다.
 공공 무용단에게 요구되는 공공성이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작품’에 대한 논의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춤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서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레퍼토리를 어떻게 보유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고, 민간 무용단이 쉽게 개발하기 힘든 춤 자원을 마련하는데 앞장서는 일도 생각할 수 있겠다. 여기서 춤 자원이라면, 작년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춘향> 리뷰를 쓰면서 절실히 그 필요성을 느꼈던 한국무용과 발레를 결합한 메소드 같은 예를 들 수가 있겠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도 그 효용가치를 다 뽑아 쓰지 못하는 무대 세트나 조명, 의상 등의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프라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그것들을 공공재(公共財)처럼 관리하여 쓰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공공 무용단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시민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겠지만, 그 방안으로 꼭 문턱 없는 다양한 장소에서 염가에 가까운 공연을 자주 하라는 것을 내세울 수는 없다.
 작품 개발과 관련한 무형·유형의 에너지를 공공재로 만드는 것 자체가 공공무용단의 역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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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감독 선임이 가장 중요하다

 


권옥희_춤비평가


 무엇보다 안무능력과 예술적 안목이 없는 예술감독이 무용단에 임용, 재임용되면서 일으키는 폐해는 심각하다 못해 무용단의 존폐여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역량과 자질이 없는 예술감독은 무용수들의 기량과 작품의 질을 떨어뜨림은 물론 무용관객들을 극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술감독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사사로운 인맥과 일부 무용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력없는 감독으로 인한 폐해는 상당하다. 무용수들을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게 만듦은 물론 예술감독이라는 자리를 사회적 처신만 잘하면 아무나 하는 것으로 오인, 서로 적당히 처신만 잘하자는 우스운 생각으로 무용단을 꾸려간다.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당연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더불어 무용수들은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은커녕 직장인으로 변신, 처세술만 배운다. 쓰레기작품에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열심히 춤만 추는 젊은 무용가들을 좌절케 하고 급기야 무대를 떠나게 만든다는 것.
 예로, 역량이 없는 감독과 안일하게 무용단 생활을 해오던 이들이 타이트한 일정과 연습량이 늘어나면 무용수로서의 본분을 망각, 새로운 예술감독과의 힘겨루기를 일삼으며 물의를 일으키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 이 모든 일이 단체장(예술감독) 한 사람을 잘 못 선정하여 입게 되는 폐해다. 이로 인해 무용단의 정체성 혼란은 물론 무용단이 누구를 위한 단체인가를 의심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여 국공립단체의 예술감독직은 투명하게 검증을 거친 실력 있는 이들을 선정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임기는 무용단과의 조화 적응하는 기간과 작품을 구상, 숙성시킨 새로운 작품을 서너 편 발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간, 즉 3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후 엄정한 평가에 의해 2년마다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좋을 듯하다. 예술인들의 종신제도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감독이든 무용가든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도덕성의 기준을 좀 더 높여 요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가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성숙된 인성 또한 갖춰야 한다는 무용계의 분위기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 잘못은 덮을 일이 아니라 자꾸 드러내고 자성하는 과정도 거듭 거쳐야 한다.
 무용수들의 정년은 외국무용의 경우 40세 정도로 정하고 해마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일 듯. 다만 한국무용의 경우 정년이 좀 늘어나도 상관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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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1) 포럼 지상중계
ㆍ집중기획_ 공공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3) 포럼 발제문 

2015.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