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빨래〉가 탄생하던 때

남정호_안무가

2024. 8.

작품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그렇다. 〈빨래〉라는 작품의 탄생은 90년도 동경에서 발표한 솔로 작품 〈외출〉과 평소 눈여겨보았던 신윤복, 김홍도, 박수근등의 그림들에서 씨가 뿌려졌다고 말하고 싶다. 당시 안식년을 맞아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본토에서 익히기로 작정하고 동경에서 반년을 살았는데 방문자로서가 아닌 거주자로서 ...

홀로 추는 춤의 속사정

남정호_안무가

2024. 7.

혼자 춤추면 외롭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하게 된다. 왜냐면 그 질문에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나 자신을 드러내어야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무용가로 살아오면서 많은 무용수들과 작업하면서 누군가를 위한 집을 짓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하는 자세로 작업을 해왔다면 혼자서 춤을 출 때는 내가 살기 위한 집을...

나의 춤을 기억한다 - 유희하는 대학교수

남정호_안무가

2024. 6.

부산은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예민한 사춘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유학을 가기 전에 모교에서 4년 동안 무용 교사직을 하였으니 첫 직장이 있은 곳이다. 결혼도 출산도 이 도시에서 그리고 퇴임할 때까지 안 맞는 옷을 입은 듯이 쭉 어색했던 대학교수의 신분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이 도시는 활달하고 정겹고 박력이...

나의 춤을 기억한다(4)
귀국 공연 3편, 앞날들의 전주곡

남정호_안무가

2024. 5.

Don’t look back, 뒤 돌아보지 마! 밥 딜란의 다큐 영화제목이다. 대중음악인인 밥 딜란이 201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후렴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그의 음악들의 노랫말을 찾기 시작했다. 좀 부끄럽다. 이 ‘시보다 더 시’ 같은 내용들을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마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르...

나의 춤을 기억한다(3)
가르치며 배우다

남정호_안무가

2024. 4.

국제선 비행기를 타면 출 입국서류를 작성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퇴직하고 나니 직업을 기입할 때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명함에 박힌 대로 명예교수를 적기는 좀 따분하고,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을 영어로 댄서-dancer라고 기입했다가 공항 보안대에서 진이 빠지게 된 옛 제자들의 경험담도 떠오르고. 출입국 창구에서 빨리 수속을 끝내기 위하여 아니면 골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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