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전통춤, 현장과 진단 2
전통춤, 선택도 지속도 열악한 환경
  • 일    시
    2022년 4월 21일 10:30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사    회
    김영희
  • 참석자
    이보름 최진영 강윤주



ⓒ춤웹진




김영희(전통춤이론가, 춤비협 회원): 지난달 전통춤 관련 좌담 이후 “이런 자리가 더 빨리 마련됐어야 했다”, “앞으로 시리즈로 진행될 좌담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 좌담은 젊은 세대로서 전통춤계에서 경험하거나 고민한 바나 생각한 대안이 무엇인지 의견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 분씩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보름(이동안-박정임 춤 보존회 상임이사):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석·박사를 받았고요. 지금은 이동안류 춤을 주종목으로 공연도 하며, 수학 중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한국 문묘일무의 연원과 역사적 변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최진영(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예술강사): 저는 우석대학교에서 석사 수료 중이고, 현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예술강사이며 호남산조춤보존회에서 춤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강윤주(강윤주춤랑무용단 대표): 저는 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경희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쳤습니다. 박사논문은 무용학이 60년간 어떤 주제들을 연구했는지, 무용학의 새로운 분야와 발전 방향을 분석한 「토픽 모델링과 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한 국내 무용학 연구 분야 탐색」이었어요. 현재 전통춤과 창작춤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영희: 세 분의 공연 활동 이야기도 해주시겠어요? 강윤주님은 30대 후반으로 개인 공연이 쉽지 않을 텐데, 작년에 예악당 공연을 하셨네요. 어떠셨어요?

강윤주: 작년 3월 코로나로 인해 관객 동원이 쉽지 않았고, 준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서 무대를 함께 꾸리는 분들이 힘들어하셨죠. 예악당에서 공연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첫 개인 공연이어서 제가 기획, 연출, 출연까지 하다 보니 일 분배를 제대로 못 했습니다. 앞으로 춤에 더 집중하려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올 하반기에 소극장에서 아늑하게 개인 공연을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강윤주 강윤주춤랑무용단 대표 ©춤웹진




김영희: 코로나 상황 외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큰 무대여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을 텐데요.

강윤주: 솔직히 말씀드려 빚을 내서 공연했죠. 처음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진행하려고 지원금을 신청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어요.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한다는 마음에 무리하게 준비했죠. 공연 준비하면서 ‘이렇게 큰 돈을 들이면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동안 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으니, 금전적 여유가 없어도 첫 무대를 잘 해보자는 마음으로 진행했어요. 왜 전통예술, 특히 전통춤에 대한 지원금이 적을지 의문이 듭니다. 국악과 전통춤은 전통예술 분야에서 지원금을 받습니다. 제가 올해 선정 결과들을 봤는데 전통춤의 지원금이 유독 적더군요. 그런데 면밀하게 따져보면, 국악보다 전통춤 공연에 인력이 더 투입됩니다. 전통춤은 종합예술이어서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 지원금이 차이가 크게 나요.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잠시 후 지원제도를 언급할 때 더 말씀해주세요. 최진영 님 근황은 어떠신가요?

최진영: 저는 지금 임신 중이어서 공연 계획은 없고요. 예술강사 수업만 하고 있어요. 작년에 우석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완주풍류’라는 상설공연에 쭉 참여했고, 창무예술원에서 주최하는 ‘전통과 창작의 만남’ 무대에서 〈호남산조춤〉 〈호남교방무〉를 추었고, 8월에 호남산조춤보존회 정기공연에 참가했어요. 올해 출산하고 잘 회복해서 내년 공연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육아하느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년부터 실력을 더 다듬어서 내후년에는 전통춤 레퍼토리를 새롭게 구상해서 개인공연도 올려보고 싶어요.

김영희: 이보름님은 올해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이보름: 올해 초 1~3월까지 월 2회씩 제가 소속된 이동안-박정임춤보존회에서 ‘이동안 춤 이어가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진행했는데 장점은 대관료가 저렴해요. 대신 스태프들을 스스로 섭외해야 합니다. 보존회 선생님과 단원들이 함께 무대, 음향 등 필요한 부분들을 서로 도와가며 공연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의 ‘수요춤전’과 같은 맥락인 국립부산국악원의 기획공연 ‘수요공감’에 선정되어, 4월 6일 부산에서 개인 공연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는 협회들에서 기획하는 전통춤 공연에 출연이 계획되어있습니다.




이보름 이동안-박정임 춤 보존회 상임이사 ©춤웹진




김영희: 부산국악원 수요공감 공연은 지원금을 받은 거죠?

이보름: 네. 사실 국립부산국악원 공연은 선정될 거라 기대하지 않았어요. 영남 지역 예술가를 우선 선발하는데, 그동안 활동했던 수상 이력, 공연 경력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운도 따랐던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은 이동안류 춤으로 구성했고, 부산 지역 관객에게 이동안류 춤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진쇠춤〉 〈살풀이춤〉 등을 선보였고, 김기화 선생님께서 〈태평무〉, 그리고 발탈보유자 박정임 선생님의 구음과 장단에 맞춰 김기화 선생님과 함께 〈기본춤〉을 추었습니다. 박정임 선생님은 이동안 선생님께 어릴 때부터 수학하셔서 이동안 선생님 춤에 대한 기억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김기화 선생님이 박정임 선생님으로부터 사사한 춤을 저에게 전수해주셨어요.

김영희: 세 분이 신진 무용인임에도 크고 작은 무대 공연을 하셨네요. 30대와 40대 초반 세대 무용인들은 전통춤 공연을 준비할 때 무엇을 가장 힘들어 하는지요? 스승과의 관계도 있을 것이고, 스태프진과 무대를 꾸리는 것, 공연의 컨셉을 정하고 관객을 동원하는 것 등등 여러 어려움이 따를 텐데요.

최진영: 가장 어려운 건 금전적인 부분이지 않을까요. 지원금을 받아도 제대로 갖추어서 무대에 올리려면 부족하지요. 그리고 올리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작품마다 훈련이 제대로 되어야하고. 그러려면 선생님께 충분히 공부를 해야 하는데 작품비며 레슨비, 의상비 그 외 많은 비용이 들어요. 그렇다고 티켓비로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결국 자기 경력을 쌓고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투자는 필요하겠죠.

이보름: 제 주변에 전통춤을 추는 동기와 선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적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전통춤을 공연할 때 녹음 음악을 사용하거나 생음악을 준비해야 하는데 고민스럽죠. 또 종목마다 의상을 잘 갖춰 입어야 하고, 분장 등 수반되는 재정 부담이 큽니다. 그리고 내가 이 춤을 바르게 추고 있는지,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스승에게 배우고 조언을 들으면서 나만의 춤 양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단독으로 활동하는 분들은 고민될 것 같아요. 창작춤이면 안무자 마음대로 하면 되지만, 전통춤은 그렇지 않잖아요.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해서 자기만의 철학과 이론이 확실히 있어야 무대에 섰을 때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강윤주: 제 생각에도 순수예술 중에서 전통춤이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살풀이춤〉 의상을 5번 이상 착용하면 색이 바래고 때가 좀 탑니다. 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통춤 의상이 한 벌당 250~300만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영상, 조명, 무대 등 스태프와 작업할 때 전통 분야 무대 경험이 적은 경우 소통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작년 예악당 공연 때 영상 감독과 소통이 되지 않아서, 1주일 전에 경험 많은 감독으로 교체했었어요. 또 한 가지를 꼽자면, 교육적인 부분과 연계될 수 있는데요. 제 독무 외에 게스트로 군무를 할 경우 대학 졸업생들을 섭외하는데, 전통춤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이 2개월 동안 〈설장구춤〉을 배우고 작품을 올렸지만 완전히 습득되지 않았어요. 전통춤은 꾸준히 춰야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 역시 전통을 배우고 싶어도 어디에서 배워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김영희: 창작의 경우, 안무자의 의도대로 춤꾼들이 추면 되지만, 전통춤은 안무자가 춤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연배가 충분해야 의도대로 진행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연배가 비슷하거나 예술적 공감대가 없으면 시간이 필요하죠. 전통춤에서 유파가 있잖아요. 유파만의 공감대나 춤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어려움이 있겠지요. 작업할 때 혼란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강윤주: 제자 중에서 전통춤을 꾸준히 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게 억지로 시킬 수는 없어요. 그들은 창작을 더욱 원하고, 전통을 꾸준하게 배우려는 마인드가 미약한 것 같습니다. 춤을 배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이걸 해서 뭐하지?’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전통춤을 하고 싶은데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혼란도 이야기합니다. 사실 여러 춤을 습득하고 본인 것을 찾아야 겠지요.

김영희: 지금 핵심적인 문제를 제기해주셨습니다. 중년 이상의 선생님들은 이전부터 전통춤을 하셨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런데 신진 춤꾼들은 왜 전통춤을 추려고 하지 않을까요?

최진영: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거나 무용과를 나왔다면 전통춤은 다 경험을 하죠. 저의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창작춤은 의상도 화려하고 음악도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통춤은 재미없고 지루해서 싫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의 반강제로 살풀이춤을 작품으로 배우면서 그때부터 저는 전통춤이 좋아졌어요. 이건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대학에서는 전통춤 작품순서를 다 마스터하면 끝나잖아요. 하지만 전통춤은 오랜 기간 숙련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따로 공부해야 하는데 사실상 여러 어려움이 따르지요. 그래서 정말 전통춤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추기 힘든 구조인 것 같아요.

이보름: 어린 친구들이 하지 않으려는 것보단, 창작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듯합니다. 전통춤 외에 창작춤, 현대춤 등 감성적으로 호소력 있는 춤들이 많이 있고, 음악적 비트나 시각적으로 동작이 강한 춤을 봤을 때 현혹될 수밖에 없어요. 전통춤과 창작을 병행하면 좋은데, 교육적 부분에 있어서 두 가지를 병행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20대 때는 저도 창작이 좋았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며 작품 소재나 양식 측면에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창작춤을 하려면, 전통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전 어릴 때부터 전통춤을 춰서 중학교 3학년 때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창작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전통을 공부해야겠다는 시기가 다시 오더라고요. 강 선생님 말씀대로, 젊었을 때 창작춤만 하다가 전통춤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느닷없이 모르는 선생님에게 가서 자신을 받아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전 다행히 은사이셨던 선생님을 찾아 작업하면서 전통춤의 맥을 이어갔지만, 30~40대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살풀이춤〉 하나라도 제대로 추고 싶은데,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김영희: 이야기를 모아보면 젊은 춤꾼들이 전통춤을 배울 수 있는 경로가 없는 상황이네요. 어릴 때 학원에서 전통춤을 조금 배우다가 대학에 진학해 창작춤으로 20~30대 초반까지 활동하고, 그 이후에는 전통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거죠? 물론 한예종 전통원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대학 무용과 내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거네요. 그리고 각 춤의 보존회가 있지만, 10~20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맛보기 수업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기회가 별로 없고, 기존 회원 중심으로 이수자 수업에 치중하고 있지요. 또 어릴 적부터 악가무를 아우르는 전통춤의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각 춤들을 배울 경로가 없다는 거죠. 무용학원은 입시에 맞춰있고, 학교 전통춤 교육 역시 피상적이고 한정적입니다. 학교 특강 때 〈살풀이춤〉을 배웠다 해도, 그대로 무대에 올릴 수는 없겠지요. 현재는 올곧게 전통춤을 지속적으로 교습하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할 수 있겠군요.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춤비협 회원 ©춤웹진




강윤주: 영재학교가 있잖아요. 무용원이나 리틀엔젤스, 또 요즘은 예술고등학교에 영재학교가 있어요. 영재학교에서 학생을 뽑는데 무용 분야만 없는 곳이 많아요. 예전에 TV에 춤 신동으로 소개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춤을 하지 않아요. 또 어릴 때부터 언론에 노출되었지만, 예고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전통춤을 꾸준히 습득할 환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문성을 지향하는 시대에 어린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에서 가치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춤출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김영희: 국립국악고등학교는 이왕직아악부 아학생양성소, 국악사양성소 후신으로 설립되었지요. 그래서 학교에서 궁중무, 일무, 음악 교육까지 합니다. 지금 국악고등학교 무용과에서 궁중무나 일무를 어떻게 가르치나요?

강윤주: 지금은 일무를 하지 않아요. 아악일무보존회가 맡아서 하고 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국악고등학교에서 일무를 하지 않고 무용만 수업합니다.

김영희: 궁중무는 가르칩니까?

강윤주: 네, 학교 강사들이 가르칩니다. 궁중무를 꾸준히 추었고, 지식을 갖춘 강사가 가르치면 좋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선배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걱정하더라고요. 다른 예고와 달리 국고만의 메리트가 있잖아요. 전통 교육을 위해 국립국악고등학교가 있는 건데 체계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보름: 입시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대학 졸업 후 예고에 출강했는데 전통춤을 수업하긴 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입시 위주의 교육입니다. 고등학교는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는 게 목표잖아요. 어떤 예고든 간에 입시 작품 위주로 가르치고 있어요.

김영희: 입시를 위해 각종 콩쿠르에 내보내느라 바쁘죠?

이보름: 맞습니다. 입시와 콩쿠르에 치중합니다. 그나마 고등학교 1~2학년 때 학과 발표회 등을 위해 여러 작품을 배우기도 하지만, 전통춤과 신무용 레퍼토리 작품을 습득합니다.

강윤주: 저는 고교에서 일무를 비롯한 여러 춤을 배웠어요. 그때는 용어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몸에 자연스럽게 익었습니다. 대학에 가서야 일무의 이론적 배경을 알게 되었고 그 가치를 알게 되어 일무를 이수하고자 했죠. 일무를 이수하러 온 분들이 많은데, 음악이 까다롭고 동작이 유사하다보니 많이 어려워 하세요. 일무의 경우 이수자 중에 국립국악고 출신들이 많습니다. 결국 문제는 입시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배운 춤이 평생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가장 열심히 추고 에너지를 쏟고 선생님의 지시대로 움직이죠.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면 잡아주는 선생님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방황하게 됩니다. 결국 학교에 자신의 선생님이 없다면, 실력 있는 학생도 꾸준히 춤을 추긴 힘들어요. 후배나 제자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김영희: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어린이를 위한 스쿨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과정이 있지요. 결국 발레단에 들어가 군무진, 솔리스트, 프리마돈나로 나아가며 예술성을 심화하는데 우리 전통춤계는 어린 춤꾼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이런 체계나 과정이 부재하네요. 운 좋게 스승을 잘 만나면 길을 잡을 수 있지만, 대체로 자기가 알아서 길을 찾아가야 하고. 그리고 무용원이나 전통원 무용과가 일반 대학에서 하지 않는 교육을 하려 했지만 원래 의도대로 잘 운영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러한 현상을 멈추기 위한, 청소년기의 전통춤 경험을 쭉 이어갈 대안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안으로 각 보존회의 활성화가 떠오릅니다. 이전에 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에서 전수생 제도가 있었어요. 1년에 한두명 정도 선정해서 소정의 지원을 해줬습니다. 성인 대상 사업뿐 아니라 청소년 대상 사업을 해서 보존회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그와 별도로, 지역의 종목을 지역의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지정학교가 있어요. 보존회와 지역 학교, 지자체가 결합해서 전통춤 교육을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강윤주: 저 역시 보존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수 받은 분 중에서 보존회 활동을 하지 않는 분이 많아요. 이수자 배출은 많지만 보존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힘든거 같습니다. 단체 종목의 경우는 사명감을 갖고 협조해서 활동해야 유지가 될수 있고요.

최진영: 보존회에서 매년 강습회를 열고 매주 수업도 하지만 결국은 다 사비를 들여 해야 하므로 다양한 지원제도나 사업이 있어야 활성화될 것 같네요.

김영희: 이제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입시 콩쿠르를 비롯해 군 면제 혜택을 위한 콩쿠르, 각종 콩쿠르가 있습니다. 전통춤 종목이 7,8분 10분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3분 정도로 축약해서 경연합니다. 이러한 콩쿠르가 전통춤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보름: 짧은 시간이어도 학생들이 전통춤을 한 번쯤 배우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전체 작품을 배우긴 합니다. 그래서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강윤주: 저 역시 콩쿠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도전·목표 의식이 생기고 콩쿠르를 준비하며 춤 기량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병역 문제에 관해선 문제의 소지를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김영희: 콩쿠르의 문제점은 종목이 고정돼 있다는 겁니다. 특히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을 중심으로 경연하게 합니다. 콩쿠르는 새로운 예인, 새로운 기량과 작품이나 해석을 발굴하는 중요한 창구인데, 종목을 지정해 놓으니 특정 종목만 학습합니다. 콩쿠르에서 배제된 종목들이 있다는 점은 큰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종목을 지정함으로써 새로운 종목이 등장할 기회가 없게 됩니다. 콩쿠르에서 몇몇 종목만 한정해서 똑같이 추는 춤을 보면 물건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 같아요. 이는 우리 전통춤 유산과 영역을 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라 봅니다. 이런 점에 대해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보름: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종목을 다양하게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여러 종목을 접하고 교육하며 다양하게 전승될 수 있죠.

최진영: 호남산조춤보존회가 주관한 ‘대한민국무형문화재 춤제전’에서는 문화재 지정, 비지정 부문으로 나누어서 4년 정도 대회를 운영했어요. 비지정작품들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고 지정작품들과 따로 나누어서 심사하니 공정하기도 하고요. 취지가 좋은 대회였으나 코로나 여파도 있고 막 생긴 대회여서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여러 이유로 2년째 대회가 중단되고 있어요. 명성 있는 국악대회나 대학교 콩클에서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비지정 종목들도 참가는 가능하나 큰 상을 받기가 어렵거든요.

김영희: 무형문화재의 타이틀을 건 춤제전을 개최했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재 종목 쏠림 현상을 다시 볼수 있네요. 근데 그러한 제전에서 문화재 비지정 종목 경연을 따로 했다니 약간 아이러니하네요. 어쨌든 새 예술가와 새 작품을 탄생시키는 콩쿠르가 일종의 자격증을 주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1970년대에 콩쿠르에 나가면 별의별 작품들이 나왔어요. 신무용 스타일이 많긴 했지만요. 지금은 전통 기반의 창작춤 부문 역시 출품작품들이 스타일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작품비나 콩쿠르에 나가기 위한 비용도 굉장히 부담될 것 같아요. 또 콩쿠르가 너무 많아서 수상의 무게감이 가벼워 지고 있어요. 전통춤계 전체를 실질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관점으로 콩쿠르의 경연 분야나 종목 설정 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근래 ‘신전통춤’이라는 용어와 함께, 전통춤을 토대로 재구성한 작품이나 전통춤에 없는 주제와 소재를 뽑아서 만든 새로운 전통춤 작품들이 꽤 공연되고 있어요.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윤주: 우선 ‘신전통춤’이라는 용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울 신(新)이잖아요. ‘신전통춤 후에 나오는 춤은 그러면 새로운 게 아닌가?’ 또 ‘재구성한 건 전통이 아닌가?’, ‘3~5인으로 구성한 것도 신전통춤이라면 그냥 군무로 만든 건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신전통춤에 포함되는 춤이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떤 콩쿠르에서는 명작무로 구분되었다가 또 다른 콩쿠르에서는 신전통춤이고.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요.

이보름: 신전통춤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문화재 지정 춤 외에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춤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춤꾼들이 설 수 있는 무대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전통춤협회에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전통춤판을 기획하거나 한국춤협회에서 기획하는 ‘춤&판’ 등 30~40대 젊은 전통춤꾼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옛날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선생님 공연에서 구석이라도 한 번 서보려고 노력했지만, 근래에 젊은 전통춤꾼들이 단독으로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어요.

김영희: 신전통춤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기존 전통춤을 동선이나 인원 구성 등에서 약간 변형하거나, 새로운 주제와 소재를 전통춤의 기법으로 추는 작품들을 말합니다. 지난 좌담에서 이런 춤들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된 춤만 출 수는 없고, 50대가 넘으면 본인의 관점과 예술적 특징을 구축해서 자기 춤을 춰야 한다는 거지요. 30~40대 세대는 재구성된 새로운 전통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그러니까 지정된 춤만 춰야 하고, 옛날에 내려온 춤만 춰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최진영: 전통춤이 기본적으로 학습되고 잘 다져진 다음에 신전통춤도 출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본도 없고 뿌리도 없는 창작을 신전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작년까지 4년 동안 저희 모교의 국악과, 무용과 졸업생들로 이루어진 팀이 문화시설을 위탁운영해서 상설공연을 올렸는데 제가 주로 문화재 종목 춤들 위주로 무대에 올리니 국악과 교수님께서 이제 제 춤을 만들어서 춰보라고 자주 얘기하셨어요. 대학원 때 이론교수님도 몇 번 언급하셨고요. 그때는 내 춤을 만들어서 춘다는 게 어린 나이에 감히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윗세대 선생님들께서 그런 부분을 인정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면 충분히 새로운 감각의 신전통춤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범위까지 재구성되는 게 신전통춤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에요.

강윤주: 새로운 춤이 나오는 건 좋다고 봅니다. 이 시대 사람들의 예술 감각을 반영한 춤이 탄생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고, 양쪽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승된 춤들은 올바로 계속 이어지고, 그 틀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통을 새 방향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춤을 만드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두 흐름이 전통춤계에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희: 전통춤 종목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분들이 그 춤을 새롭게 재구성해서 추는 건 안 되나요? 문화재로 지정된 분은 그 춤만 계속 추시고 또 어떤 분은 전통춤을 변형해서 추시고, 즉 두 부분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강윤주: 아니요. 한 분이 전통춤을 그대로 추기도 하고 변형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성향상 새로운 걸 추구하지 않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런 분은 전통춤을 계속 추면 되는 거죠. 저는 전통을 너무 새롭게만 바라보려고 하면, 전통의 진가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염려가 됩니다. 두 가지가 균형이 잘 맞아야 합니다.

김영희: 한국춤은 기본이므로, 컨템퍼러리댄스든 발레든 전통을 다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춤은 우리 춤, 우리 정서, 우리 철학을 기본적으로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기본을 알아야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명작무가 전통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한국무용협회에서 신무용 작품을 중심으로 명작무로 지정했습니다. 의상, 음악, 소품 등 외형적으로는 전통춤과 비슷합니다.

이보름: 제가 어릴 때 신무용을 전통이 아닌 ‘신무용’이라는 용어로 인식했는데, 지금은 전통 춤에 포함하는 흐름입니다. 지금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신무용을 전통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만큼 세대가 지났으니까요. 〈산조춤〉도 사실 신무용인데 지금 전통춤으로 생각하잖아요.

김영희: 예. 〈산조춤〉은 신무용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통춤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죠. 신무용의 동력이 거의 사라졌고, 전통음악 산조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춤의 기법으로 산조춤들을 새롭게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신무용 스타일로 추는 산조춤과 전통춤 스타일로 추는 산조춤이 다르다는 점을 교육 과정에서 분명하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명작무로 칭하는 작품들은 신무용이 활발히 전개됐던 1950~80년대 초반까지 전통의 여러 소재들을 신무용 스타일로 만든 춤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전통춤 영역이 아니지요. 어떤 춤이든 그 춤이 가진 맥락과 배경을 교육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배제하거나 간과해버리고 춤의 외형적인 유사성으로 춤을 판단하지요. 수박 겉핥기가 되고 있습니다. 학원이든 학교든 전통춤 생성 배경이나 전통춤과 신무용의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요?

강윤주: 아닌 것 같아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춤을 배울 때는 선생님께서 그 춤의 역사성과 특징을 설명해주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동작이나 테크닉 위주로 지도합니다. 그래서 춤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 것 같아요. 이론과 실기가 병행되어야 춤의 가치를 깨달을 텐데, 움직임만 습득하다 보니 결국 자신이 갈 길을 못 찾는 것 같아요.

김영희: 지난 좌담에서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춤의 인문학적 이해와 학습의 필요성을 언급했어요. 이런 이해가 부족하니 전통춤 종목의 특성을 표현하는게 무뎌지고, 확대시키지 못한다고요. 참으로 암담한 전통춤 교육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통춤의 젊은 춤꾼들은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최진영 선생님은 예술강사로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으시지요? 두 분 선생님의 취업 상황도 말씀해주세요.

최진영: 저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예술강사 활동을 했어요. 그 외 4학년 때부터 교수님의 추천으로 어린이예술단, 바우처사업, 어린이집, 학원 등에서 꾸준하게 수업을 해 와서 크게 취업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지역에서 선후배, 동기들도 예술강사로 활동을 많이 해요. 무용인들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전공별로도 좀 다른 것 같은데, 발레는 유아발레, 취미발레가 활성화되면서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지방은 발레강사가 귀해서 한국무용전공자도 취미발레 수업을 많이 해요. 그리고 국립이나 시립무용단에 들어가는 것은 문턱이 많이 높지요. 또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어도 무용협회, 대학교 조교,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할 것이냐는 많은 고민들을 하고, 졸업 후 다른 길로 전향을 많이 하는 점이 안타까워요. 대학에서 좀 더 폭넓게 전망을 가질수 있도록 세분화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심도 있게 다뤄서 그것이 취업과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보름: 저는 박사 졸업 후에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국내연수나 시간강사 연구지원을 받았어요.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데, 전통을 하든 창작을 하든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제 관심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자극이 됩니다.

김영희: 이보름 선생님의 사례는 드문 경우가 아닐까요. 박사까지 하셨고 연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또 그런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닐테구요.

이보름: 대학 동기 14명 중에 무용하는 친구는 2명밖에 없어요. 예고 동기는 거의 없고요. 경제적인 문제든 개인적인 문제든 스튜어디스, 코디네이터 등 춤과 무관한 직업을 갖는 친구들이 많아요.

강윤주: 대학 졸업하고 무용단에 입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길이 대학원밖에 없습니다. 지도교수와 맥을 이어야 활동 영역이 생기잖아요. 제 동기들을 보면 무용단에 있는 친구를 포함해서 한 5명 정도만 춤을 계속하고 있어요. 은행원, 스튜어디스를 하거나 분장, 조명, 기획 쪽으로 전향합니다. 저 역시 박사를 마치고 막막했습니다. 예고에 출강했지만 실질적 수입이 되지 않았어요. 차라리 개인 레슨을 하는 것이 나아요. 또 예고에서 매년 학생들 입시 치루고 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제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이 들면서 강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인 활동에 매진하고자 했죠. 지금은 다른 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춤은 정말 제가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김영희: 예고 출강 강사들이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지만 결국 제자가 남는 것도 아니고, 작품이 남는 것도 아니니 지속성이 없겠지요. 보수가 충분하지도 않고요.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동료나 선후배들은 만족하나요?

강윤주: 처음에는 만족했는데요. 요즘 이야기해보면 퇴단해야 할지 말지 고민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보름: 무용단에서 애매한 나이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고, 움직임은 젊은 친구들을 따라 가기 어려우니 딜레마에 빠지죠. 무용단이든 개인 활동이든 중간에 끼어 있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김영희: 무용단에서 예술성이 높거나 창작적 욕구를 채워주면 꾸준히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것들이 자신의 성향과 다를 수 있고, 공연 횟수를 채워야 하기에 노동처럼 느껴질 수 있죠. 단체에 속해 있든 않든 중간에 끼어서 이리 갈지 저리 갈지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최진영 선생님은 이길주무용단에 계시는데, 개인 무용단에 속한 경우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최진영: 사단법인 호남산조춤보존회 회원으로 8년째 춤공부를 하고 있고 2018년도에 이수했어요. 제일 아쉬운 건 제 또래 회원이 많이 없어요. 전통춤 위주로 활동하는 단체이기도 하고 지방에 있다는 게 큰 이유인 거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무대에 올리는 레파토리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지방은 더 심각하거든요. 무용과도 거의 없어졌쟎아요. 그래서 공부하기 위해선 오롯이 다 개인 투자이기 때문에 마냥 춤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길에 놓여있죠. 매년 정기공연을 올리는데 지원을 받지만 부족한 예산을 회원들이 부담하기도 합니다. 새 레파토리가 추가되면 그 부담은 더 커지고요. 그런데 개인 무용단의 이러한 상황이나 고민은 어느 단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스승님에 대한 존경과 춤에 대한 애정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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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취업이나 진로 문제는 무용계 전체가 미래지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계 문제 때문에 인재들을 차곡차곡 성장시키지 못하니, 무용계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큰 셈이지요. 그러면 지원제도는 어떤가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전통을 갖고 창작하는 지원사업 공모 결과를 보면 전통춤 분야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연희나 국악, 판소리를 하는 분들이 선정됩니다. 이 결과는 무용과 출신 예술가들이 작품의 콘티를 짤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술적 고민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또는 전통공연예술의 여러 자산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참 안타깝습니다. 춤 교육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악가무의 기능뿐 아니라 춤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안목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야가,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보름: 저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사업을 봤는데 만40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이 있더군요. 그 사업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제 나이가 딱 걸렸어요. 대학 때 창작을 했고 지금은 전통을 하고 있어 관심이 있었거든요. 저는 전통의 재창작인데, 왜 연령 제한이 있는지 의아하더라고요. 정말 낀 세대입니다. 위 선생님들 사업에도 나이 제한이 있잖아요.

김영희: 나이 제한을 없애고 중간 세대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으면 좋겠군요.

이보름: 제가 국립부산국악원 ‘수요공감’ 기획에 지원했을 때 나이 제한은 없었지만, 전통공연이다 보니 연배 있으신 선생님들 위주로 선정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3월에는 연배 높으신 선생님이 했다면, 4월 프로그램은 30~40대 무용가들이 포진하고 있더라고요. 지역은 중간 세대로 많이 내려온 것 같아요. 지원제도에서 세대별로 차별이 있을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희: 사실은 가장 왕성하고 어느 정도 성취에 이르고 있는 중간 세대에 대한 지원이 가장 약하죠. 신진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오히려 다양하고 60대 원로 지원사업도 있거든요. 40대~50대 무용가들은 정말 중간에 끼어 있습니다.

강윤주: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전통춤 교육이 활성화되어서 전통춤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창작물들은 사라질 수 있지만 전통춤은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 보존 제도가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영희: 자칫하면 전통춤 중 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만 보존되길 바란다는 말로 들릴 수 있겠어요.

강윤주: 그건 아닙니다. 전통춤 관련한 여러 제도가 잘 마련되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래야 다양한 시도도 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존회 안에서 지원제도가 마련된다면 영재 교육뿐 아니라 이수자들이 춤의 소양을 쌓을 수 있잖아요. 또 이 춤을 춘다고 다른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제도를 잘 마련해서 사람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영희: 오늘 좌담에서 전통춤의 신진 무용가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말씀하셨어요. 오늘 제기하신 문제들은 이 세대가 단독으로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전통춤계의 여러 현안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전통춤의 백년대계를 위해 앞으로 각 세대별로 좀더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겠고요. 전승이나 공연, 교육 등의 해결할 과제들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해야 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참석하신 세 분을 비롯해 젊은 춤꾼들이 굳건히 또 다양하게 전통춤을 전승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좌담 날 이른 아침 최진영님은 급한 사정으로 좌담에 참석치 못하였고 부득이 서면 발언으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였음을 밝혀 둔다. - 편집자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를 책임편집하고 공동저술했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검무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검무전(劍舞展)’을 5년째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

2022. 5.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