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기숙 『연구로서의 공연』
춤 창작과 연구의 연계
이만주_춤비평가

 소극장이 논문요약발표, 공연, 연구, 연구로서의 공연, 창작, 시적 영감, 몸, 몸학, 몰입 등 실로 많은 키워드(Key word)와 이벤트로 가득 찼다. 또한 관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2012년 10월 5일(오후 8시), 신촌 포스트극장에서 있은 조기숙(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의 『연구로서의 공연․Practice as Research』행사는 예술창작과 연구, 예술교육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면서 많은 것을 생각게 했다.
 얼마 전까지도 동양에선 “기능어도(技能於道): 기량이 무르익다보면 도의 경지에 이른다”는 생각에 예기(藝技)도 마찬가지로 생각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술과 예술교육에 있어서는 도제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겼다. 옛날의 예술가들은 현대적 교육 방식이나 연구 방법 없이도 그들 나름대로 예술의 최고 경지를 이루었다.
 유럽의 예술교육은 대학에서가 아니라 컨서버토리(Conservatory, Conservatoire)에서 실기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현대로 들어서면서 대학에서 예술교육을 하게 되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예술을 하려면 석사나 박사의 학위과정까지 마쳐야 하게 되었다. 즉 예술을 하는데 학문으로서 이론도 연구하고 논문도 써야 하는 것이다. 감성에 의존하는 예술이 이성에 입각한 아카데미즘과 주지주의로 흐른다면 예술의 본질은 실종되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예술에 대한 많은 연구논문이 사회과학의 과학화를 위해 도입된 자연과학의 연구방법론인 실증연구(계량분석)에 의해 씌어진다. 예술은 결국 창작이며 실기인데 춤예술을 연구함에도 실증연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조기숙이 우리 예술 교육과 연구의 현실을 감안하면서 위와 같은 수많은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 내놓은 것이 이번 행사이다. 그녀는 “실기를 하는 것이 바로 연구로 연결되는 것을 일컫고 또한 그 연구는 창작현장에 기반을 두어 현장을 심도 깊게 밝혀내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나아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연구함으로 자신의 작품을 철학적이고 사회적으로 규명해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유럽에서 일고 있는 『연구로서의 공연』 방식이 예술과 아카데미즘을 연결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예술 창작과 연구, 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사는 I, II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I부에서는 발레리나로서 현재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세 명이 나와 『연구로서의 공연』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먼저 세 사람이 차례로 연구논문을 요약발표하고 그에 상응한 짧은 발레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기숙은 무용가로서 몸과 몸학(Somatics)에 유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이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세 명이 모두 몸학적 접근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몰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시적 영감에 입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음성언어를 사용치 않는 춤의 세계는 그 특성상, 절제된 언어의 세계인 시와 공통점이 있다. 발레는 더욱 간결하고 정제된 시적 이미지를 갖는다.
 첫 번째로 등장한 정이와는 『무용작품 <매듭처럼 맺히는 외침>에서의 몰입체험에 관한 몸학적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요약해서 발표했다. 이어 왼손에 촛불 같은 작은 전등을 들고 나와 몰입은 춤예술에 있어 필연이며, 몰입이 생각과 춤의 일체화를 이루게 함을 자신의 창작발레로 시연했다.
 두 번째로 나온 장지혜는 『‘오딜’을 재해석한 무용작품 <나에게 스며들다>의 창작과정에 관한 연구-몸학적 접근을 기반으로』를 갖고 연구와 실기를 발표했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인 흑조, 오딜의 춤은 요염하면서 나르시시즘에 빠진 화려한 춤이어야 한다. 어떻게 그런 역할에 몰입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세 번째 조정희는 『‘춤추는 몸’의 인식에 관한 연구-무용작품 의 체험분석을 통하여』를 발표했다. 흔히 발레리나 하면 피나는 연습으로 변형된 발을 떠올린다. 조정희는 뒤로 돌아 웃통을 벗은 뒤 등의 근육을 보여주기도 하고 수영복 같은 복장으로 갈아 입고 다양한 발레의 동작들을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는 고된 노력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는 발레리나의 몸을 보여주었다. 또한 춤을 살리는 이미지와 즉흥이라는 것도 꾸준한 연습과 연구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인 그녀에게 학구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이외였다.
 II부는 논문 발표 없이 중국 고대 신화 상의 인물인 염제 신농의 딸의 이야기를 두 편의 춤 작품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신화란 상상의 세계이며 판타지이고, 판타지에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다.
 첫 번째는 홍세희가 안무하고 출연한 『요희(瑤姬)』라는 작품이 공연되었다. 요희는 염제 신농의 셋째 딸로 보석처럼 예쁜 소녀였으나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고 한다. 넓고 긴 천을 감고 나와 펼쳐 삶의 영역인 자연을 상징적으로 만든 후, 춤으로 요희의 꽃 같은 아름다움과 사랑, 죽음을 표현했다.
 두 번째 작품 요화(瑤花)는 조기숙이 안무한 작품이었다. 그녀 스스로 출연하여 요화가 부활하며 꽃으로 다시 소생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기와 춤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제자들인 여섯 명이 나와 아름다운 요희의 이미지를 표현하며 무한한 사랑의 세계를 그렸다.
 몰입과 즉흥이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조정희와 정이와, 홍세희와 김미레, 한혜주와 장지혜가 앙상블을 이루니 화려한 꽃밭이 되었다가 조기숙을 위시한 모두는 하나의 꽃이 되었다. 직접 출연하여 춤을 춘 조기숙의 열정이 대단했다.

 

 


 이번 행사는 “지성이 예술행위를 객관적,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도록 인도하기에 예술가들이 감성의 차원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성의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는 조기숙의 생각과 “지성의 작업으로 연구텍스트가 나올 때 춤 공연은 역사화되고 사회화되어서 우리는 춤 공연의 허무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앞선 시도는 앞으로 춤예술의 발전과 예술교육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기숙은 얼마 전, 국악과 발레의 통섭을 시도하고 이번에 『연구로서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어느덧 중국 고대 신화의 세계로 가 있다. 뉴발레, 통섭, 몸학, 연구로서의 공연, 그녀의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은 뚜렷한 개성 없는 우리 예술학계에서 하나의 학파(School)를 형성하는 것 같아 바람직해 보인다.

2012.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