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양한 설정으로 펼쳐지는 18쟁이들의 ‘팔도풍물굿 굿쟁이전’

 ‘팔도풍물굿 굿쟁이전’이 5월 1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혜화동 성균소극장에서 매주 수요일에 열리고 있다. 풍물굿은 큰 범주의 의미로 풍물, 의식, 놀이, 축제, 음악, 춤, 연희 등을 모두 아우른다. 그러므로 풍물굿에서 볼 수 있는 춤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춤의 외연에 있는 풍물굿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춤의 자산, 춤의 모티브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들 18인이 전국에서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대중을 상대로 활동하면서, 기존 무대나 농악판과는 다른 차별적인 풍물판을 벌리고 있으니, 그 면면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5월 1일 첫 번째 ‘최용의 문굿’은 영광을 중심으로 한 신청걸궁의 문굿을 재연하면서 ‘팔도풍물굿 굿쟁이전’의 판을 열었고, 두 번째 풍물굿의 주인공인 박희정은 농악을 치기 시작하면서 만난 스승들과 사람들을 소개하는 컨셉으로 진행했다. 세 번째 판인 ‘정화수 의례굿’은 정화수 의례를 풍물굿 안에 녹여내서 뭇 생명을 치유하는 굿으로 벌렸고, 네 번째 박영희의 풍물굿은 ‘안 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로 풍물의 장단과 전래 놀이를 결합하여 아이와 어른 모두의 놀이판을 만들었다. 다섯 번째 판은 ‘하애정의 달소고’라는 제목 하에 그녀가 만난 소고춤들과 소고춤에 대한 고민들을 풍물판으로 전개했다. 여섯 번째는 김용철의 ‘2013 광대 그리고 물, 불, 바람, 흙’로 광대로서 자신의 고민을 물, 불, 바람, 흙과 풍물 각 악기 연주와 춤으로 엮어냈다. 일곱 번째 이명훈의 ‘사랑하다’는 고창농악의 여러 장면들과 자신의 농악인생이야기로 진행되었다. 매 회의 풍물굿 공연이 각각 다른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고, 단일한 기준으로 비교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흥미로웠다.
 앞으로 전개될 나머지 풍물굿판들도 기대하며, 기획 측의 굿연구소 소장 박흥주, 전통연희연구소 소장 박희정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팔도풍물굿 굿쟁이전’이 열리게 된 과정을 살펴보고, 6회까지 진행된 굿판들을 돌아보았다.

 

 

 



김영희
: ‘팔도풍물굿 굿쟁이전’이 지난 주로 3분의 1이 끝났고, 오늘은 전라도 광주의 김태훈 굿쟁이가 “사이 숨”이란 제목으로 판을 벌리는데요. 공연이 매주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네요. 이번 ‘팔도풍물굿 굿쟁이전’을 하게 된 과정을 말씀해주시지요.
박흥주: 2, 3년 전부터 이런 판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적으로는 지난 겨울 굿연구소의 8회 굿학교가 있었어요. 7회까지는 풍물연행에 있어서 필요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를 초빙해서 했는데, 이번 굿학교에서는 전국 현장에서 풍물 활동을 하는 중견 활동가들이 모여 성과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되었어요. 이제는 모두 전문가들이었고, 논의를 해보니 내공이 만만치 않았어요. 이야기마당에서 나름대로 각자의 활동을 평가해보니 성과들이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그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 고민과 성과들을 대개가 굿쟁이들이니까 각자의 판을 열어보자고 해서, 처음에는 조그맣게 목동 굿연구소 공간에서 소박하게 하려했었죠. 그런데 성균소극장 이철진 극장장에게 제안하니 상호 윈윈 할 수 있다고 해서 4개월간 18굿쟁이들의 풍물굿판을 하게 된 거지요.

김영희: 열여덟 멤버가 굿학교 이야기마당에 모두 참가했나요?
박흥주: 아니요. 3분의 2 가량이 참가했지요. 그래서 각자가 고민한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공연을 하기로 해서, 지역을 팔도로 설정하고 지역 안배를 했지요. 그리고 연배를 대략 50세 전후, 즉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학번을 중심으로 잡고, 다양한 경로로 풍물 활동을 하면서 현재도 그 기저를 유지하고 있는 풍물쟁이들로 18인을 꼽았어요. 연배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건 다음 단계에서 하기로 하고. 이 18인이 서로의 활동을 느끼고, 서로 힘을 주고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를 공감하면서 이 판이 가능했어요.

김영희: 전체 팜플렛을 보니 출연자의 3분의 2가 다 탈춤반 출신이네요.
박흥주: 그 시절은 다 탈춤반 출신들이 풍물을 쳤어요. 농악반의 경우 고대 농악반, 서울대 농악반이 있었는데, 서울대 농악반은 졸업생들이 ‘터울림’으로 갔고. 건대 농악반도 있었어요. 나이를 40대로 내리면 풍물반 출신들이 많아질 거에요. 1980년대 중반부터 대학에 풍물패가 많이 생겼으니까.

김영희: 전체 일정 중에 3분의 1을 했는데, 첫 번째 판이었던 영광에서 올라온 최용(무형문화재 17호 우도농악보존회 회장)의 문굿부터 이후의 여섯 판들이 다 다르고 매우 재밋습니다. 고민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각 공연이 다른 거 자체가 흥미롭고, 그게 다 풍물 안에서 나왔다는 것도 재밋어요.
박흥주: 사실 이번 출연진들이 서로 최근의 활동을 자세히는 몰라요. 부분적으로 교류가 있었지만 각자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다보니까 전체적으로는 교류가 충분치 않아서 세세히는 알지 못해요. 이번 판은 다양하게 구상들을 해서 다르게 나왔지요.
박희정: 전부들 자기 마당이나 지역에서 놀 때는 개인이 잘 보이지 않는데, 소극장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하니까 많이 달라지지요. 또 집단이 아니라 개인 중심이니까, 개성이 들어가는 걸로 봐야죠.
박흥주: 쟁이중심으로 하니까 개인의 결산이지만, 그 연배의 쟁이들이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게 되서 전체의 결산도 되겠지요. 현재는 대부분 개인 결산을 하고 있어요. 박희정 선생의 경우도 본인이 탈춤으로 시작해서 풍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선생님들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기예를 풀어냈죠.

김영희: 극장 공간이 작아서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자기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소극장이라 아쉬운 것도 있지만, 자기 개인의 가장 핵심이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박희정: 풍물놀이가 집단중심으로 하니까 개인에 집중이 안 되는데, 이번 굿쟁이전은 참가자들에게 소중한 경험이에요. 같이 있을 때는 나한테 집중해달라고 못하거든. 그런데 적어도 1시간 이상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게 부담도 되지만,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봐요.
박흥주: 좋은 굿판에서는 개인과 전체가 같이 보이죠. 굿판에서 난장이 개인과 전체가 공유됐던 구조에요. 난장에서는 잘 하는 사람에게 돈이 계속 꽂히잖습니까. 심한 경우에는 잘하는 사람을 앞으로 끌어내지요. 개인에 대한 평가가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난장에서 이루어지지만, 극장 구조 속에서는 그렇지 않지요. 짜여져 있으니까.
 이렇게 굿쟁이전 형식에 들어와 보니, 많은 이야기와 형식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지 못한 큰 자산들이라고 봐요. 그래서 극장 구조에 맞냐 안 맞냐 이런 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연출적 측면은 따로 얘기해야겠지요. 기획적 측면에서도 소극장 공연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극장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공연하는 것도 모색해야 하겠어요. 기존에 해왔던 마당판에서 하는 작업들도 그대로 해야지요. 많이 나오고 있죠?
박희정: 그렇죠. 여기 나온 사람들의 역량에 놀랬는데, 20살 넘어서 시작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기량이 높아졌고, 더 당당하고 다양하게 펼치고 있어요.

 

 



김영희
: 인상 깊은 판이 어떤 판이었나요?
박흥주: 그걸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풍물굿으로 설정한 컨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원래 기획적 측면에서 각자 색깔이 나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기대이상으로 갖고 나오고 있고, 다 의미가 있어요. 소극장 무대에 맞냐 안 맞냐 이렇게 볼 수도 있고. 개인 기량이 어떻냐 그 외 여러 측면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했던 6회의 판들이 예상했던 거보다 색깔들이 많이 나왔어요.
박희정: 지금까지는 약간 의도적인 부분이 있어요. 처음에 최용(우도농악보존회)의 ‘문굿’이 있었구, 박희정(전통연희연구소)의 ‘사람, 사람 지상의 선물’, 김원호(풍물연구가)의 ‘정화수 의례굿’, 박영희(놀이학교)의 ‘놀이굿’이 있었고, 하애정(자유풍물가)의 ‘달소고’, 김용철(우리문화연구회 소리노리)의 ‘2013광대 그리고 물 불 바람 흙’,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의 ‘사랑하다’가 진행됐는데. 동일한 시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판들이고 설정이 다 다릅니다. 개인 연주 중심도 있고, 하애정은 소고를 주제로 했고. 김용철은 가무악을 다 갖고 오고. 오늘은 전라도 광주에서 오로지 꽹가리만 치는 김태훈(우리문화연구원)이 할 예정이고.
박흥주: 이명훈의 고창굿판은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한 집단이 무얼 지향하는가를 보여주었고, 김태훈은 도시에서 마을을 기반으로 설정하고 보고대회처럼 할 것이니, 무대 개념으로 보면 얘기가 좁아질 수 있어요. 어떤 생각과 관점으로 작업을 해왔다를 봐야지요. 다음 주에 할 이성호(풍물굿패 삶터)도 공단지역에서 해왔던 것이 자연스럽게 나오겠죠.

김영희: 이번에 경상도 지역 굿쟁이가 많지 않네요?
박희정: 그래요. 이상하게 경상도 지역 풍물패가 약화되었어요. 상설공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못 나오고 시각이 고정되더라구요. 그런데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와서 봐요.
박흥주: 40대 초반이나 30대나 풍물치는 후배들이 이번 공연을 와서 봐야 하는데 다들 바뻐서 그런지 많이 안 보여요. 현장에서 보는 거하고 얘기 듣는 거하고 다를텐데.

김영희: 지금까지 굿쟁이전의 풍물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지금 또 다른 갈림길에 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제도권을 아울러서 당당하게 예술활동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풍물이 갖고 있는 예술적 기획적 연출적으로 다양한 장치들, 특징들이 전혀 새로운 연행 형태로 꽃 필 수 있는 길로 갈 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갈림길에 있다고 봐요. 앞으로 남은 굿쟁이전의 판들도 매우 흥미진진하리라 기대합니다. 9월 초까지 긴 호흡으로 살펴봐야 겠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2013.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