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춤의 도시 뉴욕, 무용 프로듀서로 10년 살기 6
뉴욕의 여름은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박신애_코리아댄스어브로드 대표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중 하나인 뉴욕 맨해튼은 거대한 빌딩 숲과 자연을 함께 품은 독특함이 있는 도시이다. 바쁜 일상만큼이나 도심 속 쉼의 공간과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뉴요커에게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과 광장들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 미드타운(Midtown) 정중앙에 위치하여 뉴요커들은 물론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뉴욕대(NYU)와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 The New School For Design) 등 대학가로 많은 이들의 영원한 약속장소이자 크고 작은 스트릿마켓이 수시로 열리는 유니언 스퀘어 파크(Union Square Park),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에 자리한 ‘젊음’의 아이콘인 워싱턴 스퀘어 파크(Washington Square Park)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배터리 파크(Battery Park) 등 크고 작은 공원들과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여 뉴요커들의 일상이 된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이 된 공원이나 광장에서는 다양한 야외행사나 공연 및 이벤트들도 끊임없이 이뤄지는데, 특히 여름에는 음악, 연극, 음식, 영화, 디자인, 예술, 건축, 환경을 위한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주목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는 뉴욕의 대표적인 여름 야외공연축제(Ourdoor Festival)를 소개하고자 한다.

“썸머 스테이지(Summer Stage)가 없으면 뉴욕은 여름이 아닙니다”라 할 만큼 썸머 스테이지(Summer Stage)는 뉴욕에서 가장 큰 무료 야외공연이다. 매년 여름 6~8월 사이 열리는데, 대부분 무료이나 썸머 스테이지 기금을 마련하는 베네핏(Benefit) 콘서트는 유료다. 매년 뉴욕 5개 보로(자치구) 전체의 15~18개의 공원을 통해 약 100개의 공연을 제공한다. 썸머 스테이지는 35년 전 시작되었고, 2010년부터는 센트럴 파크에서 주 무대를 꾸며왔다. 주로 음악공연이 많지만, 연극, 무용 등 야외공연이 가능한 다 장르프로그램이 포함되기도 한다.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The River to River Festival) @nycavantgarde.files.wordpress.com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가 후원하는 뉴욕시 최대 규모의 무료 예술축제이자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강변 축제인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The River to River Festival)도 있다. 배터리 파크와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를 비롯하여 맨하탄 남단 강가에서 콘서트, 퍼포먼스, 무용 등 500여개에 달하는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이 축제는 9·11 테러 발생 후 침체한 로워맨해튼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2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하였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뉴요커들이 예술작품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마음의 휴식을 얻어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매년 100여만 명이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은 퍼레이드를 포함하여 재능 있는 꿈나무 연주자들의 무대인 ‘서머 스타’ 클래식 콘서트와 시 낭독회, 재즈 콘서트, 해변축제와 와인 시음회, 자동차쇼 심지어 자전거 선수들이 캐널 스트릿부터 강변을 돌며 자전거 춤을 추는 등 풍성한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특히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는 강가 부두에 자리 잡고 있고 경치가 빼어나 여름 야외 이벤트 장소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시포트 뮤직 페스티벌의 장소이기도 하다.




링컨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Out of Doors) ⓒnycgo.com




썸머 엣 링컨센터(Summer at Lincoln Center) 역시 뉴욕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 중의 하나인데 여름 내내, 매년 반복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은 약간 다른 주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가족 친화적인 미드썸머 나잇 스윙(Midsummer Night Swing),간단한 댄스 레슨을 받은 후 별 아래서 음악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음으로는 아웃 오브 도어스(Out of Doors)가 있는데, 링컨센터의 대표적인 무료 야외공연 축제로 링컨센터 내 댐로쉬 파크(Damrosch Park)에서 음악, 댄스 및 다양한 작품을 무료로 선보인다.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Battery Dance Festival) ⓒdanceinforma.com




국제적인 다양화가 많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뉴욕을 무용계의 수도로 생각한다. 뉴욕에서의 춤은 도시의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여름 축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무용이 주가 되는 여름 야외 공연축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댄스 페스티벌(Battery Dance Festival)이다. 최근 40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한인 안무가 정재우의 〈무인도>가 초청되어 온라인 상영을 한 바 있는 이 축제는 뉴욕시에서 가장 오래 운영되는 무료 댄스 페스티벌로 매년 12,000명 이상의 직접 관객을 보유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35,000명 이상의 온라인 관객을 보유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맨눈으로 보이는 맨해튼 최남단, Lower Manhattan에 기반을 둔 배터리 댄스는 설립자이자 예술 감독인 Jonathan Hollander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지난 40년 동안 뉴욕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또 하나, 뉴욕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야외공연은 뉴욕 필하모닉이 아닐까 한다. 뉴욕 필하모닉 역시 해마다 여름에 뉴욕시 공원에서 무료 공연을 여는데 뉴욕 필하모닉 무료 공연은 1965년 8월 처음으로 센트럴파크에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7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코로나19 이전기준). 평소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의 높은 티켓 금액을 생각한다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필하모닉의 음악을 자연과 함께 야외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로 즐길 생각을 하면 그토록 오랜 인기를 누리는 것이 이해된다. 참고로 연주가 끝난 뒤에는 불꽃놀이를 한다. 연인들의 중요 어트랙션이 되는 이유이기도.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Broadway in Bryant Park) ⓒ박신애




뉴욕에는 브로드웨이(Broadway)가 있고 뮤지컬의 메카인 만큼 뮤지컬을 주제로 하는 야외 공연축제도 있는데 바로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Broadway in Bryant Park)이다. 매년 여름 브로드웨이 안팎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들이 공원에서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을 공연한다. 잔디밭에서 수백 명의 팬과 함께 즐겨보는 브로드웨이 음악을 즐겨보시라. 일찍 도착해서 리허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오페라 팬들을 위해 2009년에 시작한 무료 오페라 공연도 있다. 메트 오페라 여름 콘서트(Free Met(The Metropolitan Opera) Summer Concerts)가 바로 그것. 뉴욕시 공원에서 여름 동안 열리는 이 공연에서는 와인과 칵테일과 맥주 마시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뉴요커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뉴욕에 거창한 예술축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념일마다 다양한 테마의 퍼레이드로 인해 도시 곳곳이 통행 제한되기도 하고, 한여름엔 지하철, 공원, 골목마다 예술이 묻어난다. 지하철에서 노래하고 있는 아카펠라 할아버지들의 공연이나 지하철 손잡이를 이용한 흑인들의 기가 막힌 아크로바틱 댄스 등은 언제 어디서나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기회가 되면 독자들이 한여름의 뉴욕을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하겠다.


본 에세이는 Catherin Tharin님의 자문을 참조해서 작성되었다. 에릭호킨스무용단의 단원이자 아이오와 대학의 무용과 수석 겸임교수였던 캐서린 타린은 근래까지 뉴욕 92번가 Y에서 춤과 공연의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겸 프로그래머를 15년간 역임한 후 현재 독립 무용 큐레이터, 안무가, 교사, 작가, 무용가로 뉴욕에서 활동중이다. 

​박신애

민간무용단체의 해외진출을 돕는 비영리기관인 코리아댄스어브로드의 박신애 대표는 무용 국제교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제프로듀서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뉴욕92Y 하크니스 댄스센터에서 아시아/코리아 릴레이티드 프로그램의 게스트 큐레이터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국제 솔로 페스티벌 모노탄츠서울의 예술감독, 프랑스 파리 SOUM 페스티벌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2021.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