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 (8)
공동저작물, 결합저작물, 업무상저작물의 구분
이예희_변호사

무용수의 사상 또는 감정이 그의 움직임으로 표현된 ‘안무’ 자체와 달리 그 안무와 무용에 사용된 음악, 조명, 무대장치 등이 결합된 무용극의 경우,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 작성된 종합예술에 해당한다. 이러한 복수의 저작자가 참여하여 하나의 저작물이 탄생한 경우, 창작에 관여한 복수의 저작자들이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공동저작물이 되기도 하고 결합저작물이 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의 기획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해당할 경우에는 업무상저작물이 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실제 분쟁 사례를 통하여 각 개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사례]
A는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는 자이고 B는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는 자이다. A는 B를 찾아가 함께 발레 작품의 안무를 담당하고 무용수를 지도하는 등 발레 작품의 공연 준비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였고, B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을 하였다.

한편 공연을 제작한 후 A는 B의 동의 없이 이 사건 발레 작품을 무단으로 공연하였다. 이에 B는 A에게 이 사건 발레 작품을 저작권자인 B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공연하여 B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하였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사건 발레 작품에 관한 저작권 등록을 신청하여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그러자 A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발레 작품에 관한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저작권등록에 대한 말소등록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였다.

(주장1) A는 이 사건 발레 작품 전체를 총괄하여 기획, 연출하는 예술총감독인 원고가 안무가인 B에게 안무 의도 및 표현 형식을 알려주고 이에 따라 B가 안무가의 지위에서 창작한바 A는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저작자이거나 적어도 공동저작자이다.

(주장2) A는 설령 이 사건 발레 작품 중 무용 부분의 저작자가 A가 아닌 B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발레 작품은 B가 A의 피고용인으로서 업무상 저작한 것으로서 저작권법 제9조에서 정한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그 저작권은 A에게 귀속된다.

A의 주장은 타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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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의 해설]

●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성격: 결합저작물

공동저작물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따라서 저작물의 창작에 복수의 사람이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각 사람의 창작활동의 성과를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동저작물이 아니라 이른바 결합저작물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0. 4.자 2004마639 결정 참조).

이 사건 발레 작품과 같은 무용극은 일반적으로 무용수의 움직임과 무용에 사용된 음악, 의상, 조명, 무대장치 등이 결합되어 있는 종합예술의 장르에 속하고,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이기는 하나, 그 창작에 관여한 복수의 저작자들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동저작물이 아닌 단독 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이른바 ‘결합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발레를 구성하는 저작물의 각 저작자는 각자 분담 부분에 대하여 개별적인 저작자로 취급됨이 타당하다.

● A가 공연제작자로서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
한편 영상저작물의 경우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 그러나 발레 자체는 연극저작물의 일종으로서 영상저작물과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하기 때문에 영상제작자에 관한 저작권법상의 특례규정이 발레 제작자에게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5. 10. 4.자 2004마639 결정 참조). 따라서 발레의 제작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제작자라도 그가 발레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고, 다만 발레를 구성하는 개별 저작물이 모두 그의 기획 하에 그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서 저작권법 제9조 소정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거나, 개별 저작권자들로부터 별도로 그 각각의 저작권을 양도받는 경우에 한하여 발레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사례의 경우, A가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제작을 기획하여 제작과정 및 공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조율과 지휘ㆍ감독을 하였더라도, 무용 부분을 창작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발레 작품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A가 연출자로서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실연 자체에 대한 복제권 및 방송권 등 저작인접권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이 사건 발레 작품에 관한 저작권까지 보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A가 공동안무가로서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제2조 제1호), 저작자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하며(제2조 제2호),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한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도112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동저작물이라 함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어떤 저작물이 공동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의 복수의 사람이 모두 창작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한 정신적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저작물을 작성함에 창작적 행위를 행한 사람들 사이에 공동으로 저작물을 작성하려고 하는 공통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저작물의 작성에 2인 이상의 복수의 사람이 관여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중에서 한 사람만이 창작적인 요소에 관한 작업을 담당하고 다른 사람은 보조적인 작업을 행한 것에 불과하거나 다른 사람은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함에 그친 때에는 그 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고,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도7181 판결 참조).

사례의 바탕이 되는 판례에서는 비록 B가 A가 제시한 아이디어에 따라 이 사건 발레 작품의 안무를 담당하고 A는 B가 담당한 안무에 대한 의견 등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구체적인 안무를 담당하고 출연 무용수들에게 무용 연습을 시킨 것은 B였으며, 공연 브로셔에도 B를 예술감독 및 안무가로 표시하였을 뿐 A를 안무가 또는 공동안무가로 표시하지 아니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A는 창작적 표현 형식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없는바, 공동안무가라고 인정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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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 발레 작품이 A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 그 저작자에게 발생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등")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인 업무상저작물이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경우 그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9조에서 규정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법인등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하였을 것, ② 저작물이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업무범위 내에서 작성될 것, ③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될 것, ④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서 다른 정함이 없을 것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때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하였을 것과 관련하여, 기획이란 법인 등 사용자가 아이디어를 제시해 방침을 세울 뿐만 아니라 저작물 작성행위 전체를 지휘ㆍ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저작물 작성에 관한 종업원 등의 능력에 비추어 법인 등이 저작물 작성의 방법과 수단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현실적으로 그러한 통제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저작물 작성과정에 수정이나 보완 등을 요구하는 경우에 성립된다. 또한 저작물이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업무범위 내에서 작성될 것이 요구되며, 이를 위하여는 고용관계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위 사례의 바탕이 되는 판결에서는 A가 B에 대하여 4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i) A가 B에게 안무 작업이나 공연 연습을 지시한 적이 없던 점, (ii) A는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안무를 하고 공연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B는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에서 무용수들을 지도한 점, (iii) B가 A와의 고용기간 중에도 이 사건 발레 작품에 대한 안무 및 공연 연습 이외의 대외 업무를 해온 점, (iv) A와 B 사이에 고용관계가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는 근로계약서 등이 작성된 바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B가 A의 피용자로서 A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에 따라 이 사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안무를 담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되어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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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사례는 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6나2020914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이다. 실제 판결 및 유사한 사례의 구체적인 쟁점 및 사실 관계에 따라 본 칼럼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음을 밝힌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 변호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각 연극과 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현재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IP와 관련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2023. 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