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춤웹진 관객평가단 평가소견
2022 모다페
작성인: 김지우 맹영지 최유나(가나다 순)

〈춤웹진〉은 다액의 공공지원금으로 열리는 주요 춤제전 행사에 대해 일반 관객의 객관적이며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수렴하여 여론화함으로써 춤제전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공공지원금이 효율성을 진작하도록 자극을 가하는 취지로 관객평가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평가단 공모 공고를 시작하여 4월 평가단 선정 작업을 거쳐 구성된 2022 관객평가단은 올해 연말까지 운영된다. 〈춤웹진〉은 해당 행사에 관한 관객평가단의 소견을 원고로 모아 원고 작성인의 개별 이름은 밝히지 않으며 해당 행사 평가단의 공동 작성 명의로 게재 공개한다. 춤제전들의 진지한 기획과 춤창작자들의 열성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


견 I
국제현대무용제 〈MODAFE〉에 방문하였다. 필자는 현대무용 공연을 깊이 있게 관람한 경험이 전무하다. 따라서 무용이 생소하며 무용 지식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경험에 기대감과 설렘을 한껏 안고 모다페를 관람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한 공연은 개막식과 6월 7일 모다페 컬렉션 #1이다.

개막작 〈Chapter 3: The Brutal Journey of the Heart〉의 5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이루어진 끊임 없는 춤이 마치 인간의 정서와 같이 느껴졌다. 한 편의 이야기 혹은 감정의 여행을 본 듯했다. 감각의 단편들, 파편처럼 흩어진 감정들, 그 감정들의 혼란을 보여준다. 감정은 암흑과 공포 속에서도 흐른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겨냄과 같은 것 또한 읽을 수 있었다. 혼란에 못 이겨 부서질 것만 같을 때도 다시 움직인다. 움직임의 힘은 어딘가로 흐른다. 감정들의 종착지는 사랑인 것 같았다. 결국 사랑으로 귀결하는 이야기. 누군가 해설해 주지 않음에도 이야기 전개가 흐르는 듯했다. 무용음악과 무용수들의 안무가 완벽한 조응을 이뤄냈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의 음악과 춤의 어울림이 깊이 스몄다. 그 부분이었던 피터 앤드리의 〈Mysterious Girl〉을 편곡한 무용음악과 움직임의 조화 속에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재미도 있었다. 무용은 인간을 보여주는 훌륭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용수들에게 무수한 박수갈채가 터졌던 기억이 난다. 등장하는 것은 움직임뿐이지만 상당한 작품이었다.

모다페 컬렉션 #1, 〈소소한 혁명〉은 ‘나’의 자유를 춤으로 말했다. 내가 아니면 나의 춤을 출 수 없으며 아무도 나의 춤을 대신해서 출 수 없다는 메시징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무대 위에서 원을 그리는 움직임은 마치 나를 찾아가는 방황과 혁명의 씨앗과 같이 보였다. 자유를 외치는 춤들이 겹겹이 쌓여 큰 목소리를 만들어 냈다. 〈춘몽 2〉은 국악을 사용하여 춤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차원에서 차원으로 구성을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신뢰가 형성하는 춤이라고도 느껴졌다. 무용수 서로가 손을 잡고 믿음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협력, 연대를 표했다. 동시에 탄탄한 짜임새가 갖추어졌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희망의 목소리〉는 순간을 되살려 지금에 재현했다. 잊을 수 없는, 잊으면 안 되는 우리 역사와 사람들을 다양한 메시지로 전달했다. 마무리까지 움직임을 꽉 채우며 여운을 남겼다. 옷깃을 스치는 소리, 감정을 터트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와 무용수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잘 와닿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말하는 작품이 계속 배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세 팀의 춤은 모두 함께하지 않으면 출 수 없는 춤이었다. 춤을 춘다는 것, ‘춤을’ 목적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춤’ 동사도 존재할 수 없다. 있는 힘껏 추는 그들은 온전한 춤을 추며 내재한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아쉬운 점으로는 관람객 자세 가이드가 부족했다는 것이 들어진다. 공연 중간중간 휴대전화로 다른 것을 보는 관람객으로 인해 휴대전화 빛이 새어 나와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특히 무용 공연이었기에 관람객 태도에 관해서 가이드와 조치가 더 잘 이루어졌으면 했다. 다른 관람객이 어떤 행동을 하든 공연에 집중이 잘 되는 편인데, 상기한 것과 같은 행동으로 인해 공연의 흐름이 깨지는 경험했다. 이번 모다페를 통해 무용은 흐름의 예술이라는 것 또한 절감했다. 표현하는 이야기와 몸짓, 음악이 만들어 내는 흐름에 집중해야 깊은 관람이 가능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촬영 금지 가이드도 분명했으면 한다. 규칙을 입장 시 상기시켜주지만, 특히 개막식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고픈 마음도 이해하지만 박수와 표현을 통해 무용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

4개의 작품 모두 안무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품을 끌어갔기 때문에 문외한이라도 공연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작품에 큰 아쉬움은 없어 모다페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관객과 무용의 만남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겠다. 무용과 인연이 없는 사람도 모다페 매직을 경험할 수 있다면 한다. 하반기에도 사람과 삶, 이야기를 표현하는 많은 움직임이 더욱 펼쳐지기를 바란다.


소견 II

1. 6월 9일
다양한 소재를 다룬 공연을 보게 되는 만큼이나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직군에서 자리를 함께 해준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보러온 학부모님들이 많이 왔었다. 지난 어느 제전에서는 주로 공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인들과 전공 학생들이 많이 왔었던 것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를 하는 것이 매우 보기 좋았다. 대극장 전체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었고 공연은 정시에 시작했다.

이날 본 공연에서 아쉬운 감정들이 매우 컸다.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매우 훌륭한 기술과 기량을 가진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매우 놀랐으나, 무용수들을 돋보이지 못하게 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연출이 매우 아쉬웠다.

이번 공연을 보고나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오늘 봤던 공연에 한정된 것일 수 있지만 왜 현대무용 작품은 무조건 심도가 있고 진지한 소재여야 하고, 어두운 분위기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권효원 앤 크리에이터스 〈노동무〉(Labor Move)
이 공연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음향이 매우 좋았다. 효과음이 전체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앞뒤, 왼쪽, 오른쪽, 중앙에서 자유롭게 들리니 공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 무용수들의 합이 매우 좋았다. 단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모든 무용수들의 군무는 정말 잘 맞았다. 그것을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음향과 무용수들의 합을 통해서 단시간에 작품에 매료 될 수 있었다.

군무 동작이 매우 단순한 걷기, 뛰기 등 일상에서 쉽게 하는 것들인데 그것이 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용에 지식이 적은 관객의 입장에서 매우 신선했었다. 매우 단순한 동작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를 시켰다가 또 잠재우기도 했다. 이것은 정말로 무용수들의 합이 잘 맞았다는 것을 의미를 하는 것이기에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의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느껴져서 괜히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무용수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첫인상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음악과 조명이 매우 아쉬웠다. 음악은 처음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으나 기승전결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절정에 다다르는 느낌이 없었다. 30분 이상이 넘는 시간 동안 동일한 음악과 동일한 리듬이 반복이 되니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명의 경우는 후반에 군무와 무용수들의 솔로 부분을 살리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 군무의 에너지가 매우 높다 보니 솔로 부분이 그 에너지를 따라 잡지 못하여 공간의 에너지가 매우 불균형하다는 느낌이었다. 만약에 군무를 추는 쪽의 조명을 살짝 낮추고 솔로 부분의 조명을 강조했다면 전체적인 에너지가 동등한 느낌이 아닐까하는 권유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프로그램북에 적혀 있던 매우 좋은 메시지를 움직임으로는 완벽히 전달을 받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했던 것이다. 음악에서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와 공업 용품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주제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메시지와 의미를 프로그램 북에서야 전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무용수들의 단합과 메시지에서는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북을 통해서 동작의 의미를 보게 되었을 때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공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The Park Dance 〈The Moment, Death and Life〉
무용수들의 독특한 움직임은 안무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동성에 있어서는 매우 탁월한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봐왔던 정갈한 현대무용의 움직임이 아니고 약간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이라 매우 신선했다. 그리고 처음 시작 무용수들의 구도를 통해서 사람의 허망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첫 장면부터 단번에 공연에 대한 감이 오게 하는 것이 전달력에 강점이 있는 작품이라는 긍정적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공허함과 불안 이를 극복하기 위함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도 매우 잘 전달이 되었다. 또 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여자 댄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다. 그래서 공연에 몰입하기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것들이 몇 가지 존재했다. 첫 장면에서 댄서들이 넓을 범위에서 펼쳐져 동시 다발적으로 춤을 춰서 어디에 눈을 둬야 하는지 정신이 없었다. 사람은 한 곳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한데 동시에 많은 것들을 봐야 했다. 그런데 조명이 모든 댄서에게 동일하게 혹은 별 차이 없는 강도로 비추다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핀 조명을 천천히 페이드아웃 시키면서 강조할 데 하고 배경으로 쓸 곳은 확실하게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더욱 보기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중반에 한 댄서가 무대의 뒤쪽에서 옷을 벗고 잠시 서 있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그 장면은 작품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장면이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벗은 몸을 본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 같다. 그래서 작품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장면으로 바뀌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공연을 보면서 크게 놀란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또 마지막 단체 군무에서는 작품 초반에 입었던 옷을 서로 바꿔 입어 군무를 추었다. 작품의 앞부분에는 모든 댄서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됐기 때문에 괜찮지만 뒷부분에서는 모두가 같이 합을 맞추는데 너무나도 다른 재질과 색감의 옷을 입고 군무를 추니 에너지가 모이는 느낌이 아니라 분산되는 느낌이라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현대 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관객의 입장에서 신선한 느낌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는 것과 첫 장면부터 의미의 전달이 분명하게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 〈당신의 징후〉(Your Symptoms)
이날 제일 재미있게 본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의 이름에 대해서는 더러 들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나니 그 명성이 정말 사실이었다는 것들 깨달았다. 크게 두 장면으로 나뉘는데 밝고 가벼운 느낌의 전반부와 어둡고 깊은 느낌의 후반부로 나뉘었다.

전반부에는 마치 중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웠던 완전 탄성 충돌 실험을 보는 것 같다. 충돌이 일어나면 반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완전히 붙어 버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댄서들의 표정 연기도 매우 일품이었다. 이 부분이 공연의 재미와 집중을 높이는 매우 좋은 요소였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연의 필수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용기도 멋있었다. 관객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객석의 조명을 끄고 관람을 하지만 전반부에서는 용기 있게 관객석의 조명도 켰다. 덕분에 시트콤을 보듯이, 대학로 연극을 보듯이 리액션도 자유롭게 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다른 현대무용 작품을 보면 심도 있는 주제로 인해서 나도 머리를 굴리며 보다보니 머리가 아파지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 공연은 머리 아프지 않게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전반부에서는 노란색의 조명을 사용해서 따뜻한 느낌을 냈다. 댄서들의 의상도 무대 의상이라기보다는 일상복에 가까웠다. 이 점 역시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또 일반적인 현대무용의 움직임이라기 보단 비보잉의 움직임에 가까웠다. 비보잉을 극장에서 보는 것도 매우 신선한 조합 같았다. 전반부에서는 일반적인 공연에 대한 상식을 깬 작품이라 매우 좋았다.

또 후반부에서는 관객석의 조명을 끄고 파란 조명을 사용해서 차가운 느낌을 냈다. 전반부에서 즐겁게 군무를 했던 한 댄서가 남아 기괴한 움직임의 안무를 했다. 전반부도 매우 즐거웠지만 후반부를 통해서 안무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전반부에서 즐겁게 서로 어울리며 춤을 췄지만 혼자 남아서 고독하게 춤을 추는 것을 통해서 힘든 내면, 우울감에 대해서 느껴졌다. 또 조명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조명 색의 차이를 통해서 분위기의 차이가 단번에 드러나서 정말 이해하기 좋았다.

이 전 두 작품이 매우 심오한 주제였기에 이해가 어려웠지만 마지막 작품을 가볍고 즐겁고 편하게 관람하고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2. 6월 11일(토) 
이날 공연은 시작 전에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 비 매너를 목격했다. 무용 관련자들이 많이 왔고 특히 학생들 단체 관람이 많았다. 티켓을 수령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무리를 지어 하는 이동이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 공연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행을 기다리는 등 불편하게 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공연 시작 시간이 3-5분 정도 지연이 되어 시작이 되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약간의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늦어서 늦은 입장은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단체로 입장을 늦게 해서 공연을 지연시킬 정도로 매너 없는 행동은 지양해줬으면 한다.

12H Dance x Tzavara x Ziepert 〈Grenzland KOREA〉
공연의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나레이션과 미디어를 활용한 조형물을 이용했다는 것이 작품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또 주제도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흔한 주제가 아니라서 매우 좋았다. 다양한 영상자료를 활용해서 댄서들의 움직임 이외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다. 또 나레이션과 잔잔한 음악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영상 자료로는 이주민들이 겪는 한국에서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 또 보고 싶은 가족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이를 통해서 내 주변에 있는 이주민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좋은 주제이고 소재였다. 그러나 결국에 우리는 무용 공연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엔 댄서들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이들의 움직임만으로 과연 주제가 표현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든다.

그리고 댄서들의 움직임은 매우 반복을 많이 사용해서 흐름이 너무 단순해져서 루즈해지기도 했다. 잔잔한 음악과 반복의 움직임, 그리고 나긋나긋한 나래이션의 합으로 기승전결 없이 계속 절정 없이 전개만 지속되는 느낌을 매우 많이 받아 아쉽다.

그렇지만 미디어북에서 본 자료를 토대로 이러한 주제는 이 작품의 안무가와 외국인 댄서들을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전달의 방법 특히 이들의 움직임은 매우 아쉽다는 생각은 든다.


소견 III

1. 6월 13일(월)
‘Traditional Research of Contemporary’를 기반으로 공연한 네 작품을 관람했다. 공연장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 조치에 따라 이전보다 활기를 띠었다. 한편 무용 관련 종사자 혹은 몇몇 지인들이 주를 이룬 객석과 인터넷 또는 공연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공연 정보는 아쉬움이 남았다. 계속 제기되는 무용 관객층의 다양성 확대 방안을 여러 시각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요컨대 우수 작품 선정, 적극적인 공연 홍보 및 관객의 편의 증진을 위한 세심한 노력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정보경댄스프로덕션 〈각시-Let’s Feel the 각시 magic〉
막이 올라가고 두 줄로 가지런히 놓인 청사초롱이 등장했다. 주로 혼례에 사용된 청사초롱은 무용수 양쪽 볼을 붉게 물들인 연지곤지 및 머리끝에 달린 댕기와 함께 시집가는 여성의 삶을 나타냈다.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소품 및 장식은 관객의 이해를 도왔고 작품 몰입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부채를 들고 현대적인 몸짓에 한국 춤의 호흡을 곁들인 춤사위는 유머러스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자유로우면서도 유쾌한 무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음악의 흥겨운 가락도 쾌활한 분위기를 더했다. 작품 후반부에서는 무용수가 댕기를 풀어 머리를 올림과 동시에 동적인 분위기가 정적으로 전화되었다. 고정적 역할이 부여된 결혼한 여성의 감정선과 그에 따른 움직임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씁쓸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 작품은 제목과 함축적인 서사가 조화롭게 맞물려 작품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 없이 수용되었다.

Maholra Company 〈짓〉
무대 중앙 뒤쪽에 한 그루의 나무가 옆으로 뉘어져 있었다. 하수 앞쪽에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차례로 연주하는 한 분이 있었고 무대 앞쪽에서 무용수 한 사람이 춤을 추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함이 주를 이루어 답답하게 느껴졌다. 무대 앞을 오가는 무용수의 다소 지루한 구성과 난해한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표현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안무가의 내적, 외적 갈등을 시각적 이미지와 몸짓에 비유하여 암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기재된 해설을 봐도 그 의미는 허공에 떠도는 듯했다. 알맹이는 없이 뒹구는 듯한,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에만 집중하게 됐던 작품이라 아쉬움이 컸다. ‘은유적이고 알레고리적 표현 방식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주제 의식과 세밀한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뿌리 뽑힌 상태로 놓인 무대 뒤 나무처럼, 자칫 생동할 수 없는 무료한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원 〈달의 빛금〉
이 작품에는 긴 노란 천을 들고 움직이는 한 여성과 군무가 등장한다. 천을 이용한 천편일률적인 동작은 아쉬움이 남았으나, 원시적이고 밀도 높은 에너지가 담긴 군무의 춤사위는 강렬함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특히 하수 뒤쪽에서 상수 앞쪽으로 어기적거리면서도 민첩하게 이동하는 장면은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태생적인 삶의 굴레를 표현한 듯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목에서 드러난 달의 빛금은 무대 위에서 ‘빛금’으로 연출되어 한정된 공간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한 듯 보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달한 결과물로서 빗을 넘나드는 인간 ‘빛금’을 완성한 듯했다. 구도와 춤사위가 여러 차례 중복되고 여성 독무의 감정 전달이 모호해서 다소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군무가 행한 반복성은 에너지를 증폭시켜 무대를 확장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몰입도를 높였다. 전체적으로 주제 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작품을 수용하는 데 부담은 없었다.

나연무용단 〈꽃의 변주- 달을 그리며 꾸는 꿈〉
첫 장면에서 나타난 조명은 우주를 표현한 듯했다. 인간의 영원성을 다룬 본 작품은 주제 및 내용이 추측 가능한 정도였으나 표현 수준 자체는 순진했다. 의미 없는 동작 나열을 비롯해 무용수의 움직임은 어색했고 ‘꽃의 색채로 상징적 의미를 채운’ 듯한 무대는 보기 민망했다. 뜬금없이 공연 후반부에 빨간 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추는 장면은 작품 흐름을 방해했다. 전체적으로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고 무게만 잡은 듯한 느낌이 강했다.

위 네 작품은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소품, 음악, 춤사위, 의상, 연출 등에 적용해서 작품을 구성했던 무대였다. 한국적 멋이 세련되게 표현된 작품도 있었던 반면 모호하거나 유치한 수준으로 전락한 작품도 있었다. 전통적 소재를 활용할 때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를 구성할 때 의미 없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보다 무엇을, 어떻게 담아내어 예술적 깊이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2. 6월 18일(토)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개성있게 풀어냈다. 특히 무대 위 응축된 강렬한 움직임과 몰입감을 높이는 시각 이미지는 관객 입장에서 보는 재미와 즐거움을 더했다.

정석순 〈Prayer〉
9명 무용수가 한 줄로 등장하여 객석을 향해 절을 했다. 무엇을 위해 절을 하는지는 불분명했지만,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태평소 소리와 묘하게 어울리며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원시적이고 제의적인 움직임은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춤사위로 변모해 무대를 이끌어갔다. 공연 중간중간에 솔로의 춤사위가 이어지며 역동성을 더하기도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움직임은 마치 트라우마에 의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자연이 깃든 음악은 불타는 듯한 소리가 더해져 최근 발생했던 밀양 산불을 연상케 했다. 작품 마지막에 절규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지른 민망한 연출 장면만 제외하면, 주제 전달이 명확하고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박관정 〈신도시〉
하얀 비닐로 제작된 막이 겹겹이 놓여 있고 그 앞에서 한 남자가 팬티만 입은 채 춤을 췄다. 기이한 생물체 같은 느낌으로 움직이다 막이 올라가며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신세계, 즉 신도시가 출현한 듯했다. 막춤을 연상케 하는 무용수들의 동작은 두 명씩 짝을 이루어 ‘나와 또 다른 나라는 존재와의 만남’을 상기시켰다. 메타도시의 진화 과정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참신한 주제만큼이나 무대 구성 및 의도 전달이 확실했던 것 같다. 특히 무용수들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어 박진감 넘치는 무대였다.

이동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
이 작품은 무대 연출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사람 눈이 그려진 상자 위에서 조각상이 움직이듯 독특한 동작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끌었다. 무대 뒤 분홍색 문과 애벌레 낙서가 그려진 벽, 그리고 텐트는 상상에 기반한 특정 세계를 연출한 듯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위에서 내려온 조각상을 애지중지하며 품다가 한 사람씩 차례로 깨부수는 장면이었다. 또한 무대 뒷문에서 무용수가 아닌 일반인이 쏟아져 나와 연기하는데 낯설면서도 새 연출에 신선함을 느꼈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점은 인상적이었으나, 아쉬웠던 점은 작품 제목이 모호해 의미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위 작품들은 비슷한 현대무용 동작을 구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표현법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던 점이 흥미로웠다. 마찬가지로 현재와 그 너머의 상상계에서 구현될 법한 이미지를 다양하게 차용한 점 또한 특별하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깊고 과감한 사유의 과정을 통해 다채로운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길 기대한다.

2022. 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