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코로나19 사태 / 한국
중단된 춤공연, 불투명한 고용보험
김인아_〈춤웹진〉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다시 중단된 춤공연

국내에서 4월말부터 5월초까지 황금연휴기간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연쇄 감염이 5월 17일부터 5월 30일까지 약 2주간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부천 물류센터 등 집단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신규 확진 환자는 1일 평균 28.9명으로 이전 2주간의 18.4명에 비해 다소 증가해 전반적인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의료체계의 감당 가능 범위인 50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됨에 따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 비율은 7.4%로 상승했고 방역망 내 환자 발생 비율은 80%대 미만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부터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00일 넘게 휴관했던 공연장들은 거리두기 객석제 등 공연장 방역 지침을 지키며 4월 말부터 부분적으로 공연을 재개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국공립공연장 및 관련 단체들의 일정이 또다시 취소되고 있다. 이들은 대면 공연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한편 예정된 오프라인 행사도 취소하기로 했다. 오랜 휴관을 마치고 관람객을 다시 받아들이던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도 다시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국공립 공연단체와 미술관의 공연 및 개관 중단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문체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5월 28일 중대본은 수도권에 한해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수도권 공공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 권고’를 발표했다. 이튿날 문체부는 5월 29일부터 국립공연기관과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9개 박물관·미술관·도서관,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등 4개 국립공연기관,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개관 및 공연을 6월 14일까지 중단한다. 다만 수도권 이외 지역의 국립문화예술시설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휴관 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국립발레단은 6월 10~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2020년 시즌 첫 정기공연 〈지젤〉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단원휴업, 4월 재택근무로 코로나19에 대응해온 국립발레단은 5월 초 방역 대책이 ‘생활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6월 공연을 결정하고 연습에 들어간 상태였다. 원래 계획했던 신작 〈해적〉 공연을 단원들의 연습일정, 의상 및 무대세트 제작과 운송 일정 등의 이유로 잠정 연기하고 〈지젤〉을 대체 공연하기로 했었으나 이마저도 취소된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2020년 상반기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활력을 되찾고 관객과 다시 만날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해 왔기에 공연 잠정연기 결정은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지금은 온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 되어야하는 시기인 만큼 정부의 조치에 적극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립무용단 〈제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국립무용단은 6월 5~7일 LG아트센터에서 예정된 공연을 취소했다. ⓒ국립극장




 국립무용단도 6월 5~7일 LG아트센터에 올리려던 〈제의〉 공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시대와 사상을 대표하는 의식무용을 담은 〈제의〉는 윤성주 안무의 2015년 초연작으로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특히 국립무용단의 전 무용수 47명이 출연해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군무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었다. 국립무용단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춤의 제전, 〈제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수도권 방역 강화 지침에 따라 부득이하게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완화된 생활 방역 속 5월의 온·오프라인 공연

코로나19의 진정세,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에 따라 4월말부터 기지개를 켰던 공연계는 5월 중 조심스럽게 재개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5월 공연 매출은 112억 8028만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의 47억1078만원에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잠정 중단됐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의 공연 재개에 따른 결과로, 총매출의 85%가 뮤지컬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무용의 경우, 5월 매출은 3547만원으로 4월 240만원에 14배 높아졌지만 전년동기 5억 8250만원에 비해 6%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5월, 공연 장르별 매출액 집계 그래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그런 중에서도 국제현대무용제(MODAFE)는 온·오프라인 공연을 주도하며 위축됐던 춤계에 모처럼 활기를 더했다. 올해 39회를 맞이한 모다페는 5월 14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 아르코예술극장(서울 동숭동)에서 개최됐다. 정부 방역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된 기간에 애당초 일정이 잡힌 덕분에 전체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모다페 폐막일에 다시 수도권 코로나 감염이 비상시국에 접어들면서 여러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이므로 축제의 성료가 더욱 뜻깊다. 올해 축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초청공연을 모두 취소하고 국내팀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해 국내 32개 현대무용가 및 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올해 모다페 모든 공연이 거리두기 객석제 등 공연장 방역을 준수한 현장관람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공연 현장관람이 매진된 가운데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은 6천~1만여 건의 조회를 기록했다. 600석의 아르코 대극장, 110석의 소극장 규모를 감안하면 객석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몇 배에 달하는 관객이 동시 관람한 셈이다. 모다페의 안방 관객들은 ‘모다페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어 감사하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편히 관람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동료 출연진과 안무가를 응원하는 실시간 댓글을 남겼다. 한편 생중계 영상에 대해 ‘실제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무용수 클로즈업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클로즈업 촬영과 과도한 편집으로 인해 현장에서처럼 작품 전체를 관람하기는 어려웠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었다.




네이버TV에서 실시간 생중계된 국제현대무용제(MODAFE). 모바일로 본 공연 영상 대기화면




 4월에 이어 5월에도 랜선 공연의 활약이 지속됐다. 주로 레퍼토리 춤영상을 송출하는 것으로 국공립무용단과 공연장, 나아가 민간단체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봄의 제전〉(4월 20~21일)을 시작으로 5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마다 〈철저하게 처절하게〉, 〈혼합〉, 〈0g〉, 〈두 점 사잉의 가장 긴 거리〉를 순차적으로 상영했다. 또한 무용수 25인 셀프영상 프로젝트 〈혼자 추는 춤〉, 온라인 홈트레이닝 시리즈 〈유연한 하루〉, 예술 교양 강의 〈춤추는 강의실〉 등 현대무용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4월〈허난설헌-수월경화〉〈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5월 〈호두까기인형〉(3, 5일)과 클래식 발레 대작 〈라 바야데르〉(16~17일)를 상영했다. 뿐만 아니라 2015~2019년 진행한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nt Series’ 중 3개의 작품을 선별하여 제작 영상을 5월 8일부터 제공하고 있다.
 LG아트센터는 앞서 초청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취소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대표작과 국내외 수준 높은 작품을 랜선 공연으로 소개하고 있다. 매튜 본의〈백조의 호수〉(5월15일), 크리스탈 파이트가 안무하고 연출한 〈베트로펜하이트〉(6월26일)를 비롯해 알렉산더 에크만이 연출한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의〈백조의 호수〉(6월5일), 아크람 칸〈지젤〉(5월22일)과 〈초토 데쉬〉(6월12일),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함부르크 발레단의〈니진스키〉(7월3일) 등 걸출한 상영작들이 안방 관객과 함께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랜선 공연에 독보적 활약으로 돋보인 민간단체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다. 앰비규어스는 〈피버〉와 〈breathe〉를 각각 4월 19일, 5월 10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자본과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창작단체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 단계부터 랜선 공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앰비규어스의 영상은 고무적인 작업이자 민간 주도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breathe〉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유튜브 채널




 한편, 공연계에서는 관객과 만나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이색적인 대안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아트 트레일러(이동식 무대 차량)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밀폐된 실내 공간이 아닌 개방된 야외에서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5~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하며 기획공연 3회를 포함해 광주 곳곳에서 총 10회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5월 27일 빛고을시민문화관 야외 광장에서의 첫 공연은 발레와 재즈, 국악이 협업한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전통연희와 콘서트 등이 성황리에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인 콘서트, 즉 차량 이동형 방식으로 공연을 열었다. 대형 무대앞 주차장에 300대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해 무대를 보고 음악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차량 스피커를 통해 듣는 방식이다. 5월 22일 K-pop 콘서트를 시작으로, 23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갈라쇼, 24일 지휘자 금난새,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로 구성됐다. 수많은 차량들이 환호와 박수 대신 전조등을 켰다 끄며 장관을 연출했고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생활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됐다.


첫 발 내딛을 예술인고용보험, 보완책 지적 여론 비등

코로나19의 돌파구로 제시된 랜선 공연, 언택트 공연이 정작 공연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현실을 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공연계의 뿌리인 소규모 창작단체, 스태프, 소극장 등이 생계위협을 받으며 쓰러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국공립극장(단체), 대형기획사가 주도하는 랜선 공연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당한 거리감,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한다.
 예술계 긴급지원책으로 융자지원이 있었으나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는 예술인 융자지원은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현장의 지적이 많았다. 이밖에도 창작지원의 성격으로 진행되는 지원사업, 작은 규모에 결국 서로 간의 경쟁으로 지원받게 되는 지자체 시행 사업 등은 지금 당장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더 큰 갈증을 느끼게 했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지원이었다. 코로나19로 절감하게 된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며, 예술인을 직업으로 보고 이들의 평균 임금, 구직 등 노동 조건을 면밀히 살펴 고용노동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임병덕 CN협동조합 이사는 “대한민국은 노동을 존중하는 나라다. 그렇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도 마련하고 4대보험이라는 국가 안전망도 제공한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국민인 예술인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보호받을 제도가 없었다. 예술인의 생업은 예술이자 노동이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예술인이라는 직업군으로 코로나19 같은 위기에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8 예술인 실태조사_ 예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19로 고용 형태와 수입이 불안정한 예술인 생계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2011년부터 논의된 예술인고용보험법이 추진력을 얻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1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헤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법안의 국회통과가 유력해졌다. 곧이어 5월 20일,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예술인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6개월 뒤인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예술 분야 종사자가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생활 안정과 조기 재취업에 필요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예술인과 용역계약을 맺는 사업주는 고용보험 가입 신고를 해야 한다. 예술인이 출산 또는 유산·사산을 이유로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출산 전후급여 등을 지급해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도 담겼다.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대상은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활동증명서를 발급받고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자유계약(프리랜서) 예술인(1개월 미만의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단기예술인 포함)이다. 다만, 65세 이상 및 일정 소득 미만인 예술인은 가입이 제한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24개월 중 피보험단위기간 9개월 이상을 충족해야 하고, 임금 근로자와 동일하게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한 해고, 피보험자의 자발적 이직 등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의 지급 수준은 기초일액(이직 전 12개월간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된 보수총액을 해당기간의 일수로 나눈 금액)의 60%이며, 하한액은 고용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 보수의 60%가 실질적인 하한액으로 적용된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피보험기간과 연령에 따라 120~270일로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고, 근로자의 출산전후 휴가급여에 준하는 출산전후급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개정안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하기 직전 2년 동안 9개월 이상 일하며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예술인은 극소수다. 대다수 예술인들은 다수의 사업주와 일하면서 초단기 계약 형태로 보수를 받거나 매달 지급방식이 아닌 공연 후 한꺼번에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직 주기가 잦은 편이므로 실업 상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또한 현행 고용보험 시스템에서 예술인들이 일반 회사원들처럼 사업주와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고용보험은 일정한 사업장에 근무하며 고정된 보수를 받는 근로자에 맞춰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술계 특성상 사업장은 유동적이며 계약이 여러 단계에 거쳐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험료 절반을 내야할 사업주가 불분명하다. 보수를 제공하는 측과 예술인들이 보험료를 절반씩 분담할 구체적인 시행령이 뒤따라야만 한다.
 노동 구조가 나름대로 특수한 예술계의 노동 조건을 파악하고 충분한 논의 끝에 기준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20대 국회는 일단 법만 통과시키고 구체적인 기준은 모두 시행령으로 미뤄놓았다. 예술계 현실을 반영한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용보험법의 혜택을 받는 예술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20. 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