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산조예찬〉 〈보이는 소리, 들리는 춤〉
새롭지 않은 새로운 시도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이 2015년 3월부터 연말까지 상설공연으로 의욕적인 무대를 기획했다. 2013년 개관한 풍류사랑방을 거점으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요춤전' ‧ '목요풍류'
‧ '금요공감' ‧ '토요정담'이란 타이틀의 공연을 마련한 것이 그것이다. 이 같은 요일별 기획을 통해 장르 특성을 극대화하거나 장르간 콜라보 작업을 시도하여 국악 전 분야를 관객들이 다양하게 즐기도록 할 뿐만 아니라, 국립국악원 내 연주단인 무용단, 정악단, 민속악단, 창작악단의 공연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 기획의 목적이다.
 그 첫 공연이 3월 4일 ‘수요춤전’의 ‘산조예찬’으로 올려졌다. 산조춤 5편을 선보인 이날 공연에는 원필녀(최현우리춤원 고문)의 최현류 산조춤, 황희연(생태문화나눔 대표)의 배명균류 산조춤, 홍승욱(홍승욱무용단 대표)의 송범류 산조춤 <황혼>, 최은희(경성대 교수)의 황무봉류 산조춤, 정은혜(충남대 교수)의 김백봉류 산조춤 <청명심수>가 차례로 추어졌다.
 산조춤은 산조 음악을 반주로 추는 춤으로, 산조의 다양한 악곡에 대한 이해와 선택, 이에 대한 자신의 해석 내지는 설정으로 추는 춤이다. 그러므로 춤을 끌어가는 내적 구조나 이야기, 춤사위의 기법, 의상 컨셉트 등에서 안무자마다 다른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 산조춤에 별도의 제목을 붙이는 것도 안무자의 의도를 반영시키는 일환인 셈이다.
 산조는 음악 자체만 들어도 여러 감흥이 일어나는데, 비구상(非具象)의 음악 언어에서 감상자들은 여러 상상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산조음악에 춤을 얹으면 때에 따라 비구상 또는 구상의 이미지들이 형성되고, 춤꾼의 표현력에 따라 관객에게 그 정조와 흥취를 던져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춤이 때로는 산조 곡조에 구체적인 상상을 일으켜 음악적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산조 음악은 춤꾼의 춤사위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춤의 정조와 감흥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날 공연된 레퍼토리들은 주로 신무용 계통의 안무자들이 구성한 산조춤들이었다. 최현류 산조춤은 김일륜(중앙대 교수)의 가야금 산조에 맞추어 추어졌다. 원필녀는 부채를 들고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등장했다. 중중모리에서 분위기가 전환되었지만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지 않았다.
 황희연은 변종혁(관현맹인 전통예술단 예술감독)이 연주한 김영재류 해금산조를 바탕으로 춤추었다. 이 춤의 첫 인상은 청아하다. 치마저고리는 담백한 분홍색으로 장식도 유별나지 않고 춤은 평안하게 시작되었다. 춤사위는 부드러운 듯하지만 이따금 맥이 있었고, 해금의 불규칙하게 비워내는 소리와 농현 사이에서 춤을 빚어내는 대목이 볼만했다.




 송범류 산조춤인 <황혼>은 김귀자의 철현금으로 홍승욱이 추었다. 비교적 밝고 화사하게 춤추다가 마지막에 슬픈 정조로 반전했다. <황혼>을 춤추었던 다른 춤꾼의 정조와는 사뭇 달랐다.
 최은희의 황무봉류 산조춤은 이선화(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거문고로 추어졌다. 머물렀다 기운을 모아 다른 춤사위로 넘어가는 기법은 스승 김매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조금 힘이 들어간 듯했는데, 마지막 굿거리에서 길어올리는 듯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김백봉류 산조춤인 <청명심수>는 정은혜가 성금련류 가야금산조에 춤추었다. 음악은 전북 무형문화재 40호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지성자가 반주했다. <청명심수>의 전곡은 진양부터 자진모리 휘몰이까지 약 30분이 넘는데, 정은혜는 이중 전반부와 후반 자진모리 휘몰이를 춤추었다. 꽃분홍 치마저고리에 붉은 꽃을 머리에 꽂고 앉아서 시작하는 진양 부분은 언제 보아도 꽃봉오리가 막 피어나는 모습이다. 슈즈를 신고 춘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쭉 뽑아내는 팔사위는 김백봉 선생의 춤사위 그대로이다. 특히 후반 휘몰이 부분은 잘 추어지지 않는 대목인데, 이번 공연에서 볼 수 있었다. 허리에 끈을 매고, 춤사위를 상쾌하게 풀어냈으며, 밝고 명랑하게 관객과 눈을 맞추었다. 김백봉 선생의 춤에 이런 정조와 춤 개념이 있었음은 뜻밖이었고, 정은혜는 휘몰이에 대한 스승의 설정을 적절히 풀어내 공연의 말미를 장식했다.




 이번 ‘산조예찬‘의 산조춤들은 모두 스승의 산조춤을 재연했거나 오래 전에 스승에게 안무 받은 작품들이다. 중견을 넘긴 연륜 있는 춤꾼들이므로 스승의 산조춤을 앞으로 어떻게 소화하고 해석할지 자못 궁금하다.
 국악에서 장르간 또는 국악과 양악 등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금요공감’의 세 번째 공연인 ‘보이는 소리, 들리는 춤’ 3월 20일 공연은 드러머 남궁연과 타악 연주자 민영치가 2인으로 결합한 ‘K비트 앙상블’의 타악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다양한 장단이나 리듬을 결합하여 새로운 리듬, 새로운 소리를 탐색하는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고, 춤과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프로그램상으로는 이주리(국립국악원 무용단)가 드럼과 장구 장단으로 추는 <산조춤>, 장혜림(Ninety Art Company 대표)이 창작춤으로 결합한 <춤의 소리>, 남궁연과 민영치가 연주한 <소리의 그림자> 뿐이었지만, 오프닝에 해당하는 짤막한 프롤로그가 있었고, 후반에는 이주리의 즉흥이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드럼과 장구는 상호 맞물리며 때론 절묘하게 박이 맞아떨어졌고, 때론 장단을 주고 받았으나, 국악의 삼분박이 주는 꿀렁거림(?), 눌렀다 튕겨짐은 크게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드럼이 리드했다고 보며, 타악으로만 반주한 이주리의 즉흥춤은 타악 사이에서 춤의 포인트를 적절히 찾아들어가 춤 움직임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음악적 형식 또는 소리 찾기에 주력한 퍼포먼스였으며, 그러한 특성 때문일까 춤 또한 춤 움직임의 시나위에 주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5. 04.
사진제공_국립국악원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