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유경무용단 〈푸너리 1.5〉
음악과 조형의 어기찬 협업, 그러나 미진한 굿춤
채희완_춤비평가

 장유경 안무의 <푸너리 1.5>(2월 24-25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은 음악과 무대미술과 연출이 장단의 호흡을 잘 맞춘 한판 춤굿이었다.
 마음을 풀어 헤치며 다가와서는 가슴과 손발을 긁으며 거침없이 온몸을 휘젓게 하는 그 장단은 마침 푸너리 장단이었다. 푸너리 장단은 동해안 별신굿에서 무무-무가-무무-무가로 이어지는 가운데 춤장단 중의 하나다.
 한 가지 장단으로 여러 박자를 종합 편성하는 분장형 장단의 특성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한 호흡이 막히도록 가슴을 꽉 차오르게 한다.
 동해안 별신굿이 어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라면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인 현재에 중심을 두고, 안무자는 현재를 풀어내 살고 죽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자 했다고 한다. 지나간 시간과 여전히 걸어야 할 앞으로의 걸음 사이에 한 매듭을 짓는 ‘시간의 걸음’이라 하였다.
 그리고 보면 이 작품의 발상의 근원은 동해안 별신굿이 아니라 동해안 오구굿인 듯싶다. 어촌 어부의 생사문제도 담겨 있으나 풍농과 풍어, 마을의 안녕을 비는 축전으로서는 동해안 별신굿이고, 죽은이의 혼령을 모셔드는 위령굿이 동해안 오구굿이기 때문이다.




 막이 열리면 사람의 거친 숨소리보다 더 삭막한 목소리와 기계음이 음향처럼 무대를 엄습한다. 이와 못지않게 검은 장막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뜨려져 있다. 죽음의 연속인가, 무겁게 짓누른다.
 온통 검은 빛깔로 온 몸을 감싼 한 사제가 있어 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질식할 것 같은 숨소리, 검은 장막, 검은 환영을 풀어헤쳐, 죽음을 밟고 죽음을 거두고 죽음을 지나 삶의 길을 헤쳐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진행방향이 될 것이다.
 붉은 색의 봉을 머리에 올린 보조 사제들이 하늘과 땅을 잇는 새처럼 5방을 짜기도 하고, 홍살문을 세우기도하고 여러 형상구조로 죽음의 세계를 관장하는 사제의 땅임을 구현한다. 무등을 탄 여인네에게서 접이 부채가 허공에 던져져 이들이 신의 기운을 담지한 새가 되어 신명을 흩뿌린다. 귀기가 땅에 임하고 신바람을 일으켜 절정에 이른다.




 이윽고 집채만한 흰 꽃 고깔이 내려앉고 그 속에 사제가 있어 하늘과 땅을, 먼 과거와 오랜 미래를, 죽음과 삶을, 어둠과 빛을 잇는다. 그 절정에 그 사제는 붉은 봉 끝에 찔려 끝내 오케스트라 박스에 떨어져 사라진다. 꽹쇠와 장구와 바라지 소리로 구성진 동해안굿 음악이 이 작품에선 피리선율과 갖은 타악으로 분위기를 역전시킨다. 이 대목이야 말로 동해안별신굿의 명인 김석출선생의 ‘태평조산조’ 가락을 울컥 연상시킨다.
 음악으로서 고무진신판이다. 대나무대열의 장벽이 무너진다. 여러 군무 대목 안에는 창부타령 같은 민요가락도 얽혀있다. 춤으로 고무진신하기까진 멀었으나 그래도 유감없이 펼쳐지는 군무형상에서 이승세계로 이행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선 허공엔 커다란 입체의 형상이 내걸린다. 바닷물에 휩쓸려 떠다니는 해조류의 뭉텅이인지, 아니면 바닷물속 어패류나 물고기의 이승 허물인지, 세 가지 오브제가 과거 현재 미래를 뭉친 것 같고, 천지인 3재를, 하늘 땅 지하를 버무린 듯하다. 현재 세상에 되돌아왔으니 이로써 한판 굿은 끝났는가.
 음악적으로 거친 숨소리가 푸너리 장단을 타고 주제음의 악기 바라지 소리로 대응하면서 모티브를 점증시켜 춤을 이끌어냈다. 이리해서 현재 삶의 디딤이 저승길의 가파른 골목길을 걷는 것이라는 은유로서 끝이 났는가.




 한숨 돌리는 종결감과 씻김의 잔잔한 여운보다는 아직은 좀 먹먹한 것이어서, 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튼튼한 극적 구성과 음악진행과 무대 조형감과 구성진 군무에도 아직 기분이 덜 풀리는 것은 아마도 춤의 사제로 나온 박수무당역의 김용철의 춤이 몸이 덜 풀린 채 무대 위에 올려졌기 때문인 듯하다. 개성있고 강렬하여 그 멋진 김용철의 춤이 이 무대에선 왜 그랬을까. 장단을 타고 흐르는 춤사제로서 몸의 반응 대신 너무 딴 멋을 내려고 한 탓일까.

 2013년 서울 첫무대에 이어 대구에서 한 차례 더 올리고 세 번째인 이 공연이어서 극적 짜임새와 군무의 활기가 더한 듯하나 배역춤 한 부분이 시원찮아 속시원한 애련함도 그에 따라 덜 풀리는 게 아닌가 싶다.

2015. 04.
사진제공_김주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