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베트남 춤의 현장(3)
춤, 통제를 벗어난 자유의 공간
임선영_Imdance10 대표

베트남에서 지내는 동안 나에게 춤은 곧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으며 춤을 순수하게 즐기는 놀이로 전환할 수 있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놀이터로 나가 친구를 찾듯 나는 무용실을 가서 무용수 즉, 나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주 관심사였다. 사실 호치민 도시에서 나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길 만한 것들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곳에서 춤은 낯선 환경의 두려움이나 어떤 구속도 필요 없는 일종의 유희였던 것이다. 그 춤 만남에 즐거움을 갖기 시작하면서 내 친구, 무용수들은 우리들의 창조적인 놀이, 춤작업을 바탕으로 무엇을 잘하기 위한 가식적인 것을 버리고 타고난 능력 그대로를 보이며 서로 알아갔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좋은 제안을 받고 고양국제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생존기계〉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친구 Linh에게 베트남 무용수 두 명을 소개받아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자무용수 Nhung와 남자무용수 Minh은 소위 우리가 말하는 기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무용수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몸으로부터 나오는 거친 움직임과 에너지에 매력을 느껴 작업을 함께 하기로 했었다.




임선영 〈생존기계〉 Nhung, Minh 출연




어느 날, Nhung이 자신은 다른 무용수들보다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지 않고, 춤 테크닉이 부족하지만 안무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잘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반문을 했다. “춤의 테크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춤추는 무용수의 아름다운 몸이란 무엇이지? 내가 생각하는 춤의 테크닉이란 무용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춤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해. 춤의 테크닉이란 다리를 잘 들고, 점프를 얼마나 높게 뛰는가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야. 꼭 유연하고 팔다리가 우아한 무용수만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그 개념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보는 게 어때?” 그때, 나는 Nhung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테크닉의 부재에 관한 주변 평가들이 Nhung 춤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의 구속으로부터 그녀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고 함께 춤, 그 움직임 자체의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몸과 춤에 대한 가식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장점을 찾아내며 춤을 만드는 작업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도달하는 춤길을 만들고 싶었다. 자신이 지닌 약점까지도 유리한 요소로 바꿀 수 있도록 우리는 춤과 몸에 집중해야 했다.

무용수는 어떤 춤을 추는지에 따라 몸의 움직임 형식이 달라지고, 몸이 느끼는 춤의 감정도 달라진다. 어느 책에서 읽은 문장이 기억난다. “예술…. 표면을 녹여 숨겨졌던 무한을 드러낸다.” 나는 이 멋진 문장을 되뇌며, 무용수의 몸을 넘어 표현되어지는 움직임의 감각과 무용수만의 독특한 몸짓을 찾아내고 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 우리 사이에 방해물(Nhung이 말한 테크닉과 몸에 관한 이야기)처럼 놓여있는 불편한 생각들을 지워야 했다. 움직임과 침묵의 사이에서 요동치는 몸의 형태를 따라 가라앉다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춤을 찾아내며 웃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춤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리며, 자기 자신의 고유성과 위대함에 대한 삶의 힘을 갖고 연습실 안의 자유로운 작업을 통해 우리는 함께 춤이 되어갔다.




  

베트남의 연극 극장




사실, 한국과 베트남을 비교했을 때 베트남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물리적인 환경은 한국에서 누리는 모든 조건이 사치스러울 만큼 열악하고 어렵다. 뉴스 매체와 경제, 학교 교육, 출판 및 예술분야까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정부의 힘이 강하게 존재한다. 모든 예술 공연은 반드시 정부의 검열을 받아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나는 호치민국립연극대학에서 개최한 영화제의 오프닝 행사로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 공연준비 과정에서 공연 작품을 검열 당했으며, 만약 공연을 하고 싶다면 작품 안에 사용되는 영어 내레이션 대신 베트남어를 사용하라는 명령에 대한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검열제도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공연 당일 이루어지는 그들의 행동방식은 매우 충격적이었으며, 무섭기까지 했다.

작품에 출연한 무용수 Nhung과 Minh은 그러한 상황에 매우 태연하게 대처하며, 이러한 일은 베트남에서 흔한 일이며, 자신들은 하노이(베트남 수도)에 갔다가 검열 받고 공연을 못하고 내려온 적도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예술검열이 있기에 그들의 춤은 아직 마음껏 표현할 수 없다. 정부로부터 어떤 불편한 모습, 불편한 소리, 불편한 주제는 허가되지 않는다. Nhung과 Minh이 한국무대에서 보여주었던 몸짓, 춤의 열정, 어떤 시선으로 벗어난 자유, 이 모든 것이 녹여져 마음과 몸 그리고 춤으로 전이되어져 타인과 만나는 춤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춤과 함께 한 만남은 누군가를 통제하려는 마음도,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마음껏 인정해주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는 사람으로 서로 존재한다. 지난 시간 함께 춤을 갈망하고, 생각하고, 마음껏 춤으로 놀며 그들과 만들었던 춤에너지의 기쁨은 여전히 나의 마음 속 깊이 남아있다.

임선영

2018년 국제예술교류 예술가로 선정베트남과 한국 교류 작업을 진행하였다춤의 본질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춤확장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2021. 11.
사진제공_임선영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