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 (3) 어디로 가야하나
전 국민이 함께 하는 축제를 향한 새로운 도약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화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춤 환경은 이즈음 들어서도 더욱 빠른 속도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발레 장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 사이 한국 발레계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 양상은 창작작업 증가, 발레축제 태동, 컨템포러리발레 확산, 직업발레단과 전문발레단의 활성화, 특정 관객층을 위한 타깃형 작품 제작 증가, 성인발레 등 대중들과의 소통기회 확대, 발레 관객층 확산, 해외무용수들의 국내교류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창작발레의 확산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창작발레의 활성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창작산실, 대한민국발레축제와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하는 K월드발레(전신은 발레 EXPO) 등 발레 축제, 그리고 이원국발레단ㆍ와이즈발레단 등 공연장 상주단체로 지정된 전문발레단과 해외 직업발레단 출신으로 안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허용순 주재만 김용걸 조주현 전은선 등의 활약, 임혜경 한칠 등 국내 직업발레단 출신의 무용수들과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무용단ㆍ댄스시어터샤하르ㆍ유회웅리버티홀 등 발레전문 무용단을 중심으로 한 젊은 안무가들의 왕성한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강수진 감독 부임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국립발레단이 지난해부터 단원들에게 창작기회를 부여하는 새로운 기획공연을 통해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용걸 조주현 조현상 유회웅 등 발레 안무가들의 창작발레 작업은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작품상 수상 등 예술적인 완성도나 앙상블의 구축 면에서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다. 컨템포러리발레의 확산은 소품 공연의 경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과 발레 축제, 중편 이상의 공연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레퍼토리 확충 과정에 힘입은 바 크다.
 스타급 무용수였던 강수진, 문훈숙, 김인희의 직업발레단 수장으로서의 괄목할만한 활동과 강예나 김주원 등이 방송과 교육, 그리고 무대를 넘나들면서 보여주고 있는 전방위 활동도 일반 대중들에게 발레가 친숙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여기에 김세현 강효정 서희 한서혜 권세현 최영철 김기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상과 크고 작은 무대를 통해 국내 무대에 설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발레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한국무용제전’이 올해로 30회째, 현대무용축제인 ‘Modafe’가 35회째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발레계에서는 이렇다할만한 축제가 없었다. 박인자 교수가 (사)발레협회장을 맡으면서 2008년에 출범시킨 ‘Ballet EXPO’와 6년 전 시작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그 지향점이 다소 다르긴 했지만 그만큼 큰 기대가 모아졌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이 두 축제는 공공지원금을 받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운영면에서나 프로그램 구성면에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두 축제 모두 (사)한국발레협회가 관여하고 있으나 모호한 성격과 중첩되는 프로그래밍, 그리고 공공성을 향한 프로그램에서 특히 그랬다.
 예술의전당과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의 공동주최로 5월 17일부터 29일까지 계속된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우선 프로그램구성 면에서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새로운 조직위원장이 부임하고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과 조직위원들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술의전당의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야외무대까지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데다, 어린이들부터 가족동반 관객 등 일반 대중들을 향한 눈높이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짜여졌다. 발레전문무용수들과 발레마니아들을 배려한 프로그래밍도 눈에 띄었다.
 국립발레단이 스페셜 갈라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 중에는 명장 존 크랑코 안무의 〈오마주 더 볼쇼이(Hommage à Bolshoi)〉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고, 〈발레 101〉과 같은 독창적인 안무가의 색깔이 묻어난 작품들이 여럿 포함되었다. 신진 중견 안무가들의 신작 무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안무가의 작품을 볼 기회를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재독안무가 허용순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발레 EXPO‘ ’K 월드발레‘ 등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국내 무대에 선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럽과 미국의 직업발레단을 위해 안무했던 최근 작품들을 소개했다. 발레안무가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한국안무가의 작품을 국내에 유통시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여기에 국내를 대표하는 3개의 직업발레단이 모두 참여했고, 우수작품의 재공연을 통한 유통확대와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 책정 등은 공공성을 담보한 시도란 점에서 칭찬받을 만했다.
 다만 지역무용계에 대한 배려와 발레를 통한 국제교류의 기회가 빠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예술감독을 선임, 조직위원회와 긴밀한 관계 설정을 통해 프로그래밍과 운영 체계를 강화하여 전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발레축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날 문화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국민을 더 이상 문화소비자가 아닌 문화생산자 혹은 창작의 주체로 보는 흐름은 순수예술의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러 춤 장르 중에서 가장 대중들과 가까운 발레는 그런 점에서 축제를 통한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발레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아우르는 축제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의 발레인들과 국민들의 축제로, 그리고 발레를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의 중요한 창구로 성장되어야 한다. 

2016.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