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제1회 제주국제즉흥춤축제(Jimpro)
춤과 만나 살아 숨 쉰 제주의 자연
홍민아_공연기획자

 “당신은 즉흥적인 사람이로군요!”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긍정적인 표현으로 들리지 않는다. 즉흥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생각 없이, 정성을 들이지 않은, 상황에 임기응변하는 식의 약간은 부정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즉흥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다. ‘즉흥’이 예술과 만나게 되면 그 범위와 가능성은 상당하다. ‘식상하지 않은, 살아 숨쉬는, 밀도 있는, 번뜩이는 가장 짜릿한 순간!’ 이틀간의 ‘제주국제즉흥춤축제’(4월 7-8일, 제주돌문화공원 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격이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몸과 영혼을 저절로 춤추게 하는 제주에서의 그 시작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벽했다.
 제주가 아름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많은 이들이 자연에 매료되고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는 삶을 택하는 이곳 제주는 즉흥적인 삶이 실천되는 곳이다. 감각을 열어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기대며, 자신을 향한 물음을 갖는다. 자신의 삶에 대해 건강한 고민을 하는 젊은 가슴들은 춤추기를, 노래하기를 원하며 삶의 질이 더 풍요롭기를 원한다.
 제주의 바다, 한라산, 오름, 곶자왈, 돌, 하늘, 구름과 바람, 작은 들풀까지. 나열하기도 벅찬 제주는 우리를 춤추게 만들며 제주 안의 신화와 역사들은 보물처럼 묻혀있다. 그것들을 춤과 예술로 풀어내 삶으로 연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목적이며 정체성이 아닐까. 여전히 물질이 최고의 가치로 세상을 지배하는 듯 하지만 우리에게 더 큰 명제는 ‘인간’이며 즉흥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자연답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와 제주돌문화공원이 함께 마련한(협력: 아트프로젝트그룹 더파란  박연술ㆍ홍민아) ‘제주국제즉흥춤축제’는 이틀 내내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4월 6일 첫날 즉흥 워크샵은 제주 시내에 있는 탱고 올레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강사는 프랑스의 안무가 Marie-Pierre GÉNARD. 그녀의 워크숍에는 <살아있는 풍경>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근접성과 특이성에 관한 연습과 구성들에 대해 경험해보는 워크샵으로 고유한 표현으로서의 솔로, 관계의 증거로서 만나는 듀엣,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뒷받침하게 되는 트리오 등의 구조들을 통해 근접성과 특이성을 탐구하는 내용이었다.
 수강생들의 열기와 만족도는 대단했다. 워크숍 내내 꽤나 진지했던 참가자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워크숍 후 2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마련하여 함께 연구하고 춤을 추기 위한 “즉흥춤 모임”을 갖기로 했다.

 

 



 둘째 날인 4월 7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오후 3시 제주 돌문화공원에 있는 5개 에어리어에서 있었던 프랑스 Emmanuel Grivet 컴퍼니의 6명 아티스트와 3명의 한국 아티스트들의 야외공연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제주의 대표적 상징물인 ‘돌’을 예술로 승화시켜 놓은 돌문화공원의 모든 오브제와 자연은 무용수들과 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어 오후 7시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에서의 즉흥공연은 좋은 질의 공연과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제주의 관객들을 깨어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8명의 무용수(Chloé Caillat, Marianne Masson, Marie-Pierre Genard, Olivier Nevejans, Emmanuel Grivet, Celine Bacque, 박성율, 손인영)와 2명의 연주자(Jean-Remy Guédon, 유태선)가 참여한 라이브 연주와 즉흥 춤 공연은 솔로 듀엣 그리고 군무 등 다양한 형태의 즉흥춤으로 변주되면서 1시간 동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메인 공연을 전후로 있었던 Emmanuel Grivet 컴퍼니와 함께 하는 즉흥잼과 관객과 함께하는 즉흥파티는 그야말로 “제라진”(제주어: 제대로 된) 축제였다. 그대로 밤늦도록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그 분위기를 행사의 흐름상 멈추어야 했던 것이 오히려 아쉬울 따름이었다.
 제주국제즉흥춤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장광열은 “제주국제즉흥춤축제는 부산과 대구, 서울에서 열리는 즉흥춤 축제와는 다르게 생태춤이 중심이 되는 즉흥 축제로 차별화 할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무용의 불모지로 알려져 있는 제주 무용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무용을 중심으로 국제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과 접목된 새로운 환경춤을 표방해 문화관광 지역으로서 제주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축제를 뒤돌아보며 그 흥분과 설렘이 다시 차오른다. 앞으로 즉흥춤에 대한 무한한 기대와 제주에서의 그 행보를 꿈꾸며 제주국제즉흥춤축제가 관객과 소통하면서 제주의 춤 문화를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축제로 반짝이기를 응원한다. 

2016.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