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송년기획_ 2015 Key Word ‘예술검열’ 직격 인터뷰 안무가 정영두
“예술검열은 폭력입니다”

장광열 정영두씨가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에서 하기로 예정되었던 공연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 그리고 그 공연에서 정영두씨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정영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32번째 만남. 〈SOLO RITES : SEVEN BREATHS〉 (2015. 10. 30(금) 오후 8시)란 제목이 붙은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Jen Shyu라는 미국 음악가의 일곱개의 호흡 이라는 공연을 중심으로 1부, 2부가 나누어져 공연될 예정이었습니다. Jen Shyu는 미국의 실험적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또 대만·중국·동티모르의 전통음악에 대한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한국에서도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한국무용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와의 인연은 2년 전 미국에서 그녀가 레지던시 장소를 방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부는 Jen Shyu 혼자 솔로로 진행되는 공연이었고, 저는 2부 즉흥 트리오에 Jen Shyu,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선생님과 함께 참가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술검열에 항의하며 공연을 거부하게 되었고, 결국 Jen Shyu 혼자서 1부 공연을 늘려서 하게 되었습니다.




정영두씨의 출연 제안은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나?

9월 5일, 젠 슈로부터 함께 공연 하자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출연하지 않겠다는 것은 누구에게 알렸나? 예술감독인가 아니면 Jen Shyu인가?
먼저, 젠 슈와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선생님에게 출연거부 이유와 의사를 밝혔고, 이후 김서령 전 예술 감독을 통해 국립국악원에 전달했습니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씨는 예정된 공연에 출연했나?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셋이 함께 하기로 했던 공연이었기에 두 사람만 하는 건 공연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셔서 결국 젠 슈 혼자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출연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함께 출연하기로 되어 있던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먼저 출연 거부에 대해 사과를 했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예술검열에 항의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젠 슈, 허윤정 선생님 모두 이해와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공연을 하기로 한 예술가가 스스로 공연을 거부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공연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연을 거부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연을 2주 앞두고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동료 예술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연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1월 6일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프로그램은 <소월산천>이라는 제목으로 앙상블시나위, 기타리스트 정재일, 그리고 박근형 연출에 배우 3명이 출연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공연을 2주 앞두고 국립국악원은 앙상블시나위 쪽에 연락을 해서 연극적인 요소를 빼고 앙상블시나위와 정재일의 연주만으로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이유는 “풍류사랑방이 연극과 콜라보레이션이 어울리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에 리스크가 크다“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프로그램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요일에는 국악과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현대무용, 연극,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콜라보레이션의 무대 금요공감이 연출된다." (세계일보 발췌)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모두 같은 내용으로 금요공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위 언론들의 기사 내용들은 국립국악원측의 언론홍보용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국립국악원측의 연극적인 요소를 빼달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전혀 타당성이 없습니다. 박근형 연출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고, 이 때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지원 사업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건을 겪기도 했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연출의 연극을 배제함으로써 혹시나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껄끄러운 일들을 미리 예방하고자 국립국악원이 알아서 자체 검열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예술검열입니다. 자신들이 섭외하고 준비하는 프로그램인데, 공연을 2주 앞두고 연극적인 요소를 빼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고 규제입니다. 게다가 <소월산천>은 김소월의 시를 소재로 다른 곳에서도 공연되었던 작품이고 정치적인 작품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 금요공감에서 이전에 연극적인 요소의 작품들이 아무 문제없이 공연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박근형 연출을 겨냥한 정치적 검열인 것입니다.
무대를 빌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을 무대에서 쫓아내는 것은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예술가가 쫓겨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제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고, 국립국악원의 비겁한 태도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공연을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국립국악원이 잘못한 점은 무엇인가?
국립국악원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존립 자체의 목적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국립 문화예술기관은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예술발전을 위한 기관입니다. 예술검열, 예술가 탄압을 위한 기관이 아닙니다. 국립기관은 그러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들어 예술가를 탄압했습니다. 탄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거짓 해명과 변명뿐이었고 그 누구도 자신의 직책을 걸고 사태에 책임을 지거나 해명하는 책임자가 없었습니다.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예술감독이 사퇴하고 네 개의 공연이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따른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국립국악원이라는 이름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직책은 국민들과 예술가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입니다. 그 권한을 예술가들을 탄압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직권남용이고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라도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지난 잘못을 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취소된 네 개의 공연은 어떤 것인가?
일곱개의 호흡, 즉흥트리오(젠 슈, 허윤정, 정영두) / 소월산천(앙상블시나위 + 정재일 + 박근형) / 여향(차진엽, 권송희, 심은용) / Right Right(무용집단 무버)입니다.

국립국악원에 어떤 것을 요구했는가?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고 예술검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립국악원의 누구를 만났는가?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나서 직접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았는가?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가?
출연거부와 항의를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당연히 공연을 하고 싶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쪽에 여러 채널을 통해 <소월산천> 공연에서 박근형 연출가가 배제된다면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전달했습니다. 심지어 출연 거부의사가 담긴 글을 국악원 쪽에 미리 전달하기도 했지만, 국악원 입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입장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공개적으로 출연거부를 밝힌 것입니다.

국립국악원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는가?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만에 해명하는 글을 내 놓았는데, 국립국악원측에서 박근형 연출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거짓해명과 여전히 아무도 동의할 수 없는 변명만 가득한 해명이었습니다. 재차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자 국립국악원은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인터넷 게시판을 갑자기 폐쇄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풍류사랑방 금요공감의 객원 예술감독이었던 김서령 예술감독이 사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국립국악원은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관광체육부에는 어떤 것을 요구했나?
예술검열 중단을 호소했고,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 국립국악원 원장 김해숙,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용호성, 세 분에게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문화관광체육부의 누군가를 만났는가?
만나지 못했습니다. 출국 당일 아침에 출근 시간에 맞춰 세종시에 있는 문광부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예술검열의 부당함을 알리는 목적이었고, 곧장 출국을 해야 했기에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는가?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일정으로 1인 시위 이후 곧장 일본으로 건너올 수밖에 없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답변을 요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국악계나 무용계 연극계 등에서 보여준 반응 혹은 무반응 혹은 반응의 정도에 대한 정영두씨의 생각을 듣고 싶다.
먼저 비슷한 시기에 연극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주관한는 팝업 씨어터 <이 아이>의 공연을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켜서 공연을 방해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은 사건입니다. 많은 연극인들이 릴레이 시위를 비롯해 예술검열 중단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예술검열 사건도 박근형 연출가라는 연극인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극계의 저항은 다른 예술계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장르를 떠나서 예술에 가해지는 모든 검열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형태의 행사를 통해 예술가들이 예술검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용계는 몇몇 지인들의 지지와 염려가 있었습니다. 또 같은 금요공감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던 동료 무용가들이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그다지 별다른 반응은 없었습니다. 국악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무용계와 국악계의 예술가 분들이 계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 관한 예술계의 반응에 크게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항의할 수 없는 개인적인 상황들도 있었고 언어를 사용하는 연극이 사회적인 요소를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비언어 예술인 무용이나 음악은 개인적인 요소를 다루는 작업들이 많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는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여러 장르의 반응을 경험하면서 예술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검열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예술가들이 생각보다 두려워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두려움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시간을 두고 쫓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의 예술검열과 관련한 라운드 테이블은 누가 제안해 열린 것인가?

일본의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라는 분의 주최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일본 쪽에서는 오카다 토시키, 타다 준노스케 두 분의 연출가가 참여를 했고 한국에서는 저와 안산 순례길 예술검열을 경험한 독립기획자 고주영씨가 참여했습니다.

행사 후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한국의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여서 이야기가 깊게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 나라에서 검열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이유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예술가에게 검열이 자행되고 있는 자세히 듣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의 노골적인 검열 사태에 대해 놀라워했고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점검해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일본인이 아니고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많은 일본의 예술가들도 일본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검열이 노골적인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면, 일본의 검열은 일상화, 내면화의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예술검열에 관한 것을 내용으로 한 행사를 외국에서 하는 것은 국내에서 하는 것과는 다르다. 국익 차원에서 그 파장을 생각하고 참여를 결정한 것인가?
먼저 예술검열에 관한 행사를 주최한 것은 일본 예술가들 입니다. 저에게 좌담회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기꺼이 참가했던 것입니다. 옆 나라의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관심과 검열에 항의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사를 주최한 일본의 예술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동시대의 예술가들에게 한국의 예술검열 사태를 알리고 일본의 예술검열 사태의 사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기 때문에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예술가인 본인에게 어떤 불이익이 닥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음,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어떤 불이익이 온다면 그것은 제가 선택한 행동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고 사안에 따른 대응 방법을 모색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국가기관의 행위는 곧 국가의 행위이기 떄문에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국립국악원의 상부기관 책임자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 단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예술감독이 사퇴하고 네 개의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지거나 해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한을 행사하기만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나 국가기관의 수장들의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조금 다른 의미로 결국 최종적으로는 예술가들이 책임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예술가들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쉽게 회유당하고,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적 예술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예술가들을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예술검열을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술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면, 예술검열이 일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술가 스스로 작업의 지향점을 결정할 수 없게 됩니다. 정치권력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간섭은 더 심해질 것이고 표현의 한계는 점점 더 많아 질 것입니다. 예술검열은 폭력입니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의 예술검열이 중단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슬프게도 금방 중단될 거 같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한 분야가 아니라 문화예술전반에 걸쳐 예술검열 사태가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분간 어떤 형태로든 예술검열은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의 예술검열을 경험한 예술가들이 창작과정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기보다는 스스로 표현을 제한하는 자기 검열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문화예술계 현장에서는 이번 국립국악원 사태는 국악원 관계자가 아닌 더 높은 곳으로부터의 지침에 의한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국가기관의 최고 상부기관인 현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 단장의 결정과 책임이 따르는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2015.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