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W스테이지의 〈1503 액션 스테이지〉
관객과 아티스트, 더 가까이서 공감하는 문화운동
이보휘_<춤웹진> 기자

 

 

 

 3월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 있는 W스테이지_서소문에서 〈1503 액션 스테이지〉란 제목의 쇼케이스 성격의 공연이 있었다. 우리에겐 W스테이지_서소문이라는 공간도, 〈1503 액션 스테이지〉라는 제목의 행사도 아직은 낯설다.
 W스테이지_서소문은 월드컬쳐오픈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연, 전시, 세미나 등이 가능한 공간이다. 시청역 10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도심 속에 자리잡고 있다.
 〈1503 액션 스테이지〉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만드는 라이브 콜라보레이션 무브먼트로 지난 2014년 12월 1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이다. 두 번째 무대를 만든 아티스트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 싱어송라이터 박소윤, 발레리나 김미소, 현대무용가 윤성은 등 각자의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W스테이지_서소문은 연습실과 같이 오픈된 공간에 ㄷ자 모양으로 50여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 오면서 관객들은 하나 둘 좌석을 채웠지만, 빈 좌석도 남겨둔 채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자신을 컬쳐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김효정씨의 “원래는 전문 사회자를 섭외하려고 했었으나 〈1503 액션 스테이지〉가 공연이 아닌 하나의 문화운동으로서 전문 사회자를 쓰는 것은 저희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제가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되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1503 액션 스테이지〉는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과 관객이 좀 더 편한 분위기에서 교류를 해나가는 하나의 문화운동인 셈이다.
 첫 번째 순서는 발레리나 김미소의 춤으로 펼쳐졌다. 새하얀 의상을 입고 등장한 발레리나의 모습에 한 관객은 “와!”라는 탄성을 보냈다.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발레리나의 손끝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었고, 무용수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져 관객들은 그녀의 움직임에 시종 눈을 떼지 못했다.
 두 번째는 싱어송라이터 박소윤의 무대.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첫 곡으로 <햇살처럼>을 들려줬다. 꽃무늬가 프린트된 원피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르는 박소윤의 노래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비치는 한 줄기의 따뜻한 햇살 같은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 노래는 조금 더 밝은 리듬을 가진 〈Fly High〉.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무대는 현대무용가 윤성은이 이어갔다.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검은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윤성은은 음악에 맞춘 테크닉컬한 움직임이 아닌 관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춤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어떠한 움직임도 춤이 될 수 있으니 두려움을 갖지 말고 춤을 추라는 것이었다.
 윤성은은 한 관객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자연스럽게 무대로 나와 그녀와 춤을 추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대로 나와 춤을 추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준비된 관객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순수하게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그 관객은 “처음 춤을 춰봤는데 어색하지 않게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저도 그 아름다움에 섞여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대로 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와 싱어송라이터 박소윤과 발레리나 김미소의 콜라보 무대가 펼쳐졌다. 송준서는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줬고, 피아노에 집중하는 그의 표정까지도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박소윤은 <봄바람이 살랑>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김미소가 꽃을 들고 나와 춤을 췄다. 정말 봄기운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김미소는 객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과도 춤을 췄다. 2부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이야기 시간에 밝힌 바로는 그녀의 남자친구였고, 무용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함께 무대에 서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와 무용가 윤성은이 콜라보로 준비한 즉흥 무대도 이어졌다.조명이 밝아졌을 때 윤성은은 피아노 아래 누워있었고, 송준서가 무대로 걸어 나와 낮은 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무용수를 보면서 연주를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와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의 공연을 보면서 누가 리드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묻는 질문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와 발레리나 김미소의 무대. 파란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김미소는 피아노 선율에 맞춰 하늘거리는 움직임을, 붉은 조명 아래서는 강렬하고 발랄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10분간의 휴식 후 모두가 함께하는 콜라보 무대가 펼쳐졌다. 모든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하는 순서였다. 싱어송라이터 박소윤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고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김미소와 윤성은은 관객들을 리드하며 춤을 추었다. 조금은 어색해 하는 관객들에게 풍선을 나눠줬고 너도 나도 풍선 던지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대로 나왔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하는 풍선 던지기는 그대로 춤이 되었고 관객 모두가 함께 하나의 공연을 만들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 한 두 명의 예술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만 있다면 그 무리 전체가 행복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 자체가 <액션 스테이지>가 하고자 하는 문화 운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가와 예술가의 교류, 예술가와 관객과의 교류가 한 사회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보았다.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고, 관객들은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궁금한 점을 아티스트와 공유했다. 한 관객은 암전이 너무 많아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친구의 공연 보러가자는 한 마디에 따라 나섰다는 김현진(31세)씨는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었고 다음에 또 보러 올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고, 최세진(35세)씨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요즘 음악 쪽으로는 콜라보를 많이 하는데 발레리나와 현대무용수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이 될지 궁금했다. 이제 막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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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니 인터뷰_ 기획자 김효정



이보휘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간의 교류를 염두에 둔 기획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 궁합니다.
김효정 기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인들이 모여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월드컬쳐오픈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월드컬쳐오픈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컬쳐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어서 <액션 스테이지>도 그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 인류학적으로 봤을 때 모든 예술은 장르의 구분 없이 결국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가 장르의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며 교류, 화합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기획했고, 또한 무대가 필요한 아티스트 분들에게 외부의 개입 없이 자신의 예술을 가감 없이 마음껏 표현하고 관객과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공연이 무료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가 강조하는 것이 이것은 공연이 아니다. 다 같이 화합하고자 하는 문화운동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유료로 하기 보다는 마음 맞는 분들이 오셔서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받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사실 힘이 납니다. 여러 아티스트 분들이 저희 취지에 공감을 해주시고 더 열심히 참여해 주실 때 힘이 납니다. 그렇지만 다들 바쁘게 활동하는 분들이라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시작한 것이어서 바라는 것은 <액션 스테이지>가 이 공간에서 우리만 개최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운동입니다. 예술가와 관객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이것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용하셔서 여러 곳에서 개최되길 바랍니다.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04.
사진제공_월드컬쳐오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