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해외 한국 무용수 연속 인터뷰(2) 함부르크발레단 박윤수
명장 존 노이마이어와의 행복한 작업




장광열
유명 발레단의 단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으면서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점이 안타까웠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습니다. 함부르크발레단에 입단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박윤수 2007년도에 입단했으니 이제 9년차인가요.

함부르크발레단은 존 노이마이어라는 당대 최정상급 발레 안무가가 40년 넘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발레단이지요. 입단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함부르크발레학교에 있을 때 학생들 몇 명을 뽑아서 발레단과 공연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마다 항상 뽑혀서 같이 공연을 했었고, 학교 공연이 있을 때 항상 솔로를 맡거나 비중 있는 역할들을 했었는데 그 때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실기시험 때 안무작을 보기도 하는데 그때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면서 전체적으로 무용단 색깔이랑 맞는 것 같다고 하셔서 입단하게 되었어요.

윤수씨는 무용수 외에도 안무적인 감각도 있나보네요? (웃음)
(웃음) 아무래도 저희 감독님이 유명 안무가이시다 보니까 여러 가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메이저 발레단에 있는 예술감독들의 경우 안무를 안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함부르크발레단의 존 노이마이어는 지금도 대작을 안무하는 몇 안 되는 안무가이지요. 발레단에서 단원들에게 안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잖아요. 윤수씨는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안무를 해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아직은 없습니다. 저희가 이번에는 작은 공연장에서 했었는데 전에는 항상 큰 공연장에서 해서 부담감 때문에 아직 시도는 못해봤어요.




발레학교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함부르크발레학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로잔 콩쿨에 나갔다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본선진출은 못했었는데 오픈 오디션을 봤었어요. 그 때 여러 학교에서 연락이 왔었지만 그 중 함부르크발레학교를 선택했습니다. 한국인이 없다는 것과 존 노이마이어의 이름에 끌려서 그쪽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로잔 콩쿨이 다른 국제 콩쿨과 다른 점이 굉장히 교육적이란 점이지요. 꼭 파이널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예선, 준결승에서 탈락한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좋은 클래스를 마련해주고, 왜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지요. 반드시 결승에 진출하지 않은 무용수들에게도 직업 발레단과 발레학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그렇구요. 그럼 발레학교에서 2년 공부하고, 발레단 제의받아서 입단한 거군요. 지금 발레단 단원은 몇 명 정도인가요?
네. 60명 정도에요.

직업 발레단에 등급이 있잖아요. 윤수씨는 지금 어느 클래스에 있나요?
저희 발레단은 등급이 세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프린스펄, 솔리스트, 코르드 발레로 나뉘는데 전 아직 코르드 발레에 있어요.

 



2000년대 후반 함부르크에서 윤수씨가 출연하는 공연을 본적이 있지요. 이후 노이마이어 작품은 일본 투어 등을 통해 <오디세이> 등 대작들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군무 무용수로 있긴 하지만 솔로나 주인공 역할에 캐스팅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었나요?

거의 노이마이어 작품이었고, 〈Messiah〉의 Maria 역, 〈Prelude CV〉에서 Laura 역, <호두까기>에서는 파라오의 딸 역할을 했었고요. 이번에 가면 <신데렐라>에서 공주 역할 하고요. 그리고 이름 없이 스토리에 맞게 주어진 역할을 맡았던 적도 여러번 있었어요.

<까멜리아 레이디>에서 마르그리트의 도우미인 Nanina 역할로 캐스팅 된 적도 있지요?
Nanina는 카멜리아 레이디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입니다. 캐스팅은 되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춰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다른 매력적인 역할을 받았을 때는 내가 무용수로서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요.

60명 단원 중에 동양인 단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한국인은 저 한명이고요, 일본인 3명, 중국인 2명이 있어요.

외국의 발레단 어디든 일본 무용수들이 많지요. 함부르크발레단에도 해당되는지 모르겠지만 컴퍼니에서 전략적으로 일본 무용수를 단원으로 뽑는 경우도 있어요. 재정적인 프로모션 때문이지요. 일본 무용수가 있으면 일본 기업의 스폰서나 공연 초청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함부르크발레단은 공연료가 비싸 사실 해외 투어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일본에는 자주 가는 것 같아요.
내년 2월에도 가게 되는데 이번에 가면 3번째에요. 갈 때 마다 느낀 것이 시스템이 굉장히 잘되어있다는 거예요. 불편함 없이 지원해 주고요. 관객도 항상 꽉 찼었고요. 이번엔 도쿄에서만 공연 하는데 보통 가면 4~5개 도시를 돌았어요. 안 그래도 단장님과 이야기하는 중 한번은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예전에 홍콩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죠? 그 때 한국 투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너무 비싸서 성사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곧 함부르크발레단의 한국 공연도 가능해 지겠지요.
네. 그 때 한국공연이 왜 무산되었는지 궁금해 하셨는데 그 때 상황을 잘 몰라서 답을 드릴수가 없었어요. 꼭 고국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발레단 분위기는 어떤가요? 단원들 사이의 경쟁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아니요. 저희는 오히려 가족적이에요. 제가 주역급 역할로 출연하게 되면 주역들이 와서 도와주고 그래요. 처음 캐스팅 나올 때 경쟁심리가 있긴 하는데 심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투어를 많이 다니다 보니까 저희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1년에 공연은 몇 회나 하나요? 해외 투어는?
120회 정도인 것 같아요. 많이 했을 때는 130회까지 했었고요. 투어는 매번 다른 4-5개 도시를 가는데 이번 시즌에는 독일의 바덴바덴, 모스크바, 도쿄 그리고 시카고를 가요. 작년에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다녀왔구요. 주로 큰 작품들이 가게 되구요, 가끔 짧은 작품 3개 정도를 붙여서 가기도 해요.

윤수씨가 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는 어떤 사람인가요?
굉장히 감성적이세요. 여린 부분이 있으신데 일을 할 때는 굉장히 냉철하세요. 본인이 원하는 게 확고하셔서 스텝분들이 안된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으면 “왜 안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냐고 되게 만들어야지”라고 하세요. 본인이 생각한 그림은 어떻게든 만들어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무대가 만들어 지면 “아 그래서 그렇게 원하셨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많으신 것 같아요.

외국에서 어떤 안무가들이 객원으로 초청되었나요?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Balanchine, Jerome Robbins, John Cranko, Vaslaw Nijinsky의 trust 분들이 와서 리허설을 해 주셨어요. 4년에 한번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에요. 아무래도 본인이 매년 신작을 올리시기 때문인 거 같아요.

노이마이어는 기존 작품을 다시 올릴 때 수정 과정을 거치나요?
네. 그런데 저희는 감독님이 안무하시면 다 받아 적으시는 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원작이 훼손되지는 않아요.

제가 알기로는 다른 컴퍼니에 있는 무용수들이 노이 마이어의 작품을 춤추고 싶다 고 하면 허락을 받기도 어렵지만 허락을 받더라도 그 작품을 연습한 후 직접 노이마이어에게 보여주고 허락이 떨어져야 공연이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외부의 무용수들이 노이마이어의 허락을 받으러 온 모습을 본적이 있나요?
네. Roberto Bolle, Diana Vishneva, Alina Cojocaru 등이 왔었어요.

함부르크 발레단의 갈라 공연은 특히 유명하지요. 갈라 공연을 시즌 중에 하나요? 크리스마스 때 하나요?
저희는 시즌 마지막 날에 해요. 6시간 정도요. 오후 6시에 시작해서 거의 11시반 정도에 끝나요. 올해는 7월 21일에 했어요. 단원들과 게스트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데 항상 몇 개월 전부터 매진이 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또 저희가 워크숍 공연을 해요. 단원들이 무대에서 바 클래스 하는 것도 공개하고 테마에 맞춰서 공연 설명도 해주고 하는데 설명은 예술 감독님이 직접 하세요. 이 공연도 항상 매진이라서 티켓 구하기 힘들어요.

 



9년 동안 한 컴퍼니에 있으면서 내가 이 발레단을 선택하길 잘했다 생각할 때가 있을 텐데 언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나요?

발레단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아무래도 세계적인 안무가인 존과 항상 작품을 올리고 리허설을 하면서 다른 발레단과 달리 특별한 개성이 모든 단원들에게서 나오는 점과 매 작품과 공연마다 관객들이 항상 찾아와주고 보내주는 박수소리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 발레단을 선택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9년차 됐는데 윤수씨가 생각한 앞으로의 미래는요?
저는 제가 춤추고 싶은 역이 많거든요. 그 역할을 다 해보고 싶고, 그리고 다른 발레단으로 간다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발레단으로 가고 싶어요.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고, 저희도 항상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일년 공연 작품 중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발레의 레퍼토리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기본이 클래식이니까요. 함부르크 발레단이 클래식을 한다고 하면 다른 형식의 공연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무대 세트나 의상이 조금 틀릴 뿐이지 메인은 똑같아요.

아까 다른 컴퍼니 얘기가 나왔었는데 혹시 가보고 싶은 컴퍼니가 있나요?
저 몬테카를로요. 몬테카를로발레단이 왔을 때 공연을 봤는데 매력이 있더라고요.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요?
전 둘 다 좋아요. 스타일이 변했을 때 양 쪽 다 할 수 있는 무용수이고 싶구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신체적으로 봤을 때 외국 무용수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표현력이요. 그 부분은 저희 감독님도 인정하신 부분이에요. 제가 12월 달에 팔을 좀 다쳐서 공연을 못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저한테 “네 스타일의 움직임이 그립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뭘 하든 변화가 가능한 것이 제 강점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본인의 약점은요?
약점은 딱히....(웃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여가 시간엔 뭐하고 보내는지요?
친구들하고 홈파티 많이 해요.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으니까 서로 나라 요리해주고 날씨 좋으면 바비큐해서 먹고. 아니면 집에서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요. 생각하는 거 좋아하고. 책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한 달 정도 한국에 머문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마사지 받으러 다니고, 틀어진 자세 교정하고. 필라테스도 받으러 다니고요. 초기에는 클래스도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맡는 역도 많고 힘들어지다보니까 푹 쉬다 돌아가요.

어떤 스타일의 작품이 본인한테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드라마틱한 작품도 잘 맞고, 서정적인 것도 잘 맞고요.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작품도 맞고요. 딱히 구애를 받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꼭 해보고 싶은 역은 무엇인가요?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는 데 그 중에서 하나만 뽑으라면 Marguerite(마그리트) 역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처음 함부르크에서 본 공연이 〈Lady of Camellias(카멜리아 레이디)〉였어요. 지금은 은퇴한 Heather Jurgensen의 공연은 어떤 발레리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언젠가 박윤수에게 춤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발레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며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춤을 추는 것이 매우 행복하고 재미있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나는 아직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고 배울 것이 많아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구요. 앞으로 더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