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2013 심포지엄 현장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어떻게 도울 것인가?
김인아 본지 기자

 지난 9월 10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무용계가 안고 있는 여러 고민들 가운데 하나인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문제를 드러내는 자리로, 예술분야 종사자에 중에서도 비교적 은퇴시기가 빠른 무용인의 현재를 점검하고 보다 나은 복지환경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장승헌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장인주 무용평론가, 폴 브롱코스트(Paul Bronkhorst) 전문 무용수의 직업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 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the Transition of Professional Dancers, 이하 IOTPD) 회장, 서양범 서울예대 방송영상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신동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매니지먼트 분야 교수,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종호 SIDance 예술감독, 장선희 세종대학교 무용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박인자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심포지엄은 이세웅 국립발레단 명예이사장의 기조연설로 이어졌다. 이세웅은 “예술과 사회,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21세기 초부터의 국내 무용계 흐름을 되짚고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문무용수들의 직업전환 지원 사례를 언급했다. 특히 설립 7년째를 맞은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향후 보다 질 높은 사업 수행을 위해 실천해야 할 과제로 △국제적인 네트워킹 강화 △사업운용의 질 향상 △안정된 재원 확보 △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강조하며 넓은 시각으로 센터의 운영방향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무용인의 직업창출과 직업전환”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이끌었다. 2008년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 그는 당시 제시했던 구체적인 방안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무용인의 직업창출이라는 큰 뜻 안에서 직업전환을 재조명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규정한 사업 대상자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무용수의 삶’을 그래프화하여 무용수가 어떤 시점에 직업전환을 고민하는지를 제시했다. 또한 2007년과 올해 시행된 2013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대상인력 및 경로를 분석했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전문무용수 직업전환 대상인력은 여성이 75.9%, 20대 이하가 총 59.2%로 무용수 가운데 ‘젊은 인력의 여성’이 직업전환 대상자의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전환의 경로는 피고용자가 되느냐 혹은 자영업자가 되느냐에 따라 ‘재취업’과 ‘창업’으로 나뉘며 각각은 무용계내, 무용계외의 경로로 분류됐다. 2013년 실태조사 결과 직업전환 경로에 대해 대상자 중 50.5%가 무용전공과의 연관성을 고려, 무용계 내의 재취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직업전환을 도울 것인가. 그가 제안하는 단계별 지원사업의 과제는 △컨설팅과 취업정보 지원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창업지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조성이다. 장인주 발제자는 국고, 지자체, 문화분야 기금, 저작권료의 재분배, 분담금, 수익사업 등으로 재원 조성이 가능하지만 현재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경우 국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임을 지적했다. 다른 부분에서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하며, 나아가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자생력이 길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함에 따라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IOTPD와 같은 직업전환지원기구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 비공식적으로 1만 5천여명이라 추산되는 무용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인식하고 보다 구체적인 직업전환정책을 통해 무용인의 직업창출을 이끌어낼 것을 주장했다.

 

 



 폴 브롱코스트 IOTPD 회장은 “네덜란드 전문무용수를 위한 직업전환 지원 프로그램 사례”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어어갔다. 무용수의 재교육 기관인 네덜란드의 옴스홀링스레글링(Omscholingsregeling)의 사례를 들어 무용수의 직업전환에 대한 선진적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옴스홀링스레글링은 네덜란드 문화부와 무용단, 무용수의 기금 1백만 플로린(네덜란드 화폐단위, 한화 약 14억 원)을 바탕으로 1986년 설립됐다. 무용수가 노동 시장에 재입문하기까지 전 과정을 안내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직업전환은 2년 가량 소요되고 있다. 춤의 장르와 무용수의 구분없이 지원 가능하며 개인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을 돕는다. 구체적으로는 상담 서비스와 재정 지원을 통해 무용수의 직업전환을 지원하고 있는데 상담에는 비용과 조건이 없는 것에 반해 재정 지원의 경우 해당 무용수의 일정 기간 이상의 공연 경력, 일정 금액 이상의 기금 납부가 있어야만 지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납부해야할 기금은 무용수 총 월급의 4%(고용주 부담분 3%와 무용수 부담분 1%)로 책정돼있다.
 재정 지원은 ①연구 비용 지원 프로그램, ②연구비와 기초 생활 수당 지원 프로그램, 해외 이주 시 일회성 지원금 지급으로 세분화된다. ①연구 비용을 지원 받으려면 최소 5년 이상 경력의 무용수로서 활동기간 동안 최소 48회 이상 기금을 납부해야하며 최대 지원금액은 10,000유로(한화 약 1,500만원)이다. 10년 이상 경력 기간 중 72회 이상 기금을 납부한 무용수라면 ②기초 생활 수당과 연구비용, 사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 생활 수당에 대한 지원은 점차 줄어드는 실업 급여를 충당해 지원하는 지원금과 실업 급여가 끝난 후 지급되는 급여 대체금이 있으며, 급여 대체금은 무용수로서 받은 가장 최근 급여의 70%까지 지원하고 있다. 교육, 문화 과학기술부의 제도적 지원금이 연간 60만 유로(한화 약 10억 원), 무용수·무용단 납부지원금이 연간 35만 유로이며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해마다 약 10명의 무용수를 재정 지원한다.
 상담 서비스와 재정 지원이라는 2개의 핵심요소로 무용수의 직업전환을 안내하는 네덜란드의 옴스홀링스레글링은 무용수들의 독립과 직업전환에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구체적·체계적인 사례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박호빈 댄스시어터 까두 예술감독의 “전문무용수의 직업전환 환경개선을 위한 제언 -2013 전문무용수 실태조사를 중심으로”가 발제됐다. 무용계의 교육환경 및 공연현장의 실태에서 빚어진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무용인 스스로 직업전환에 대한 냉철한 고찰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또한 의외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직업전환과 관련한 재교육 프로그램, 사회교육 시스템과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의 직업전환 환경을 개선할 대안으로는 △일률천편적인 대학교육에서 벗어나 특성화·전문화된 교육 커리큘럼을 구축해 다양한 직종을 창출할 것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직업전환 프로그램으로 재교육 지원을 마련할 것 △진로 적성검사를 비롯한 종합적인 직업상담을 수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진로전환 상담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의 자리에서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40세를 전후한 모든 이들이 직업전환을 이슈로 삼고 있는 고령화시대, 무용인들도 각자의 인생을 장기적으로 설계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투자하여 미래의 직업전환에 대비하고, 자신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성공적인 직업전환을 이룰 것”이라면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이 모든 과정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문무용수예술센터 이사장을 역임했던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현재 직업무용수로 활동중인 무용인들이 직업전환에 대한 편협한 사고와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직업전환에 대한 무용수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최우선 과제는 무용수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컨설팅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공립단체의 경우 조기 퇴직의 무용수들에 한해 직업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일정한 준비기간을 확보해 그동안 급여의 80%정도를 지원하고, 센터에서는 컨설팅을 통한 교육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술단체, 예술감독, 지원센터의 적극적인 협업이 요구된다고 했다.
 장선희 세종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과학·의학과 접목된 움직임 연구가 무용과 접목되어 나타나는 사례를 들어 무용예술과 타 분야간의 협업 가능성과 틈새 공략을 통한 직업창출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무용연구가 대학기관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무용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전문무용수지원센터와 대학기관의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종호 SIDance 예술감독은 무용계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제안하고 실천적 과제를 언급했다. 무용교육 사업에서는 최근 트렌드에 발맞춘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무용공연 현장에서는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연구를 제안했다. 또한 대중화·국제화를 고려한 안무 및 연출력을 강조하면서 이같은 무용작품이 제작, 기획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이 무용계 안에서 양성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 진행 과정에서 2013년 4억 원에 그쳤던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국고 지원 예산이 내년 10억 원으로 증액 확정됐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회원 2,590명의 무용수 가운데 1,500여명이 참여한 ‘2013년 전문무용수 실태조사’를 오는 12월 발간한다. 또한 전문 무용수의 직업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 기구 ‘IOTPD 총회’가 2014년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이어, 오는 2015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13.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