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슈투트가르트 발레 〈오네긴〉 - 정열의 변주곡
Udo Klebes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강수진과 강효정이 10월 27일과 28일,  이 발 레단의 간판 레퍼토리인 〈오네긴〉에서 주인공 타니아나로 출연했다.  강효정은 발레단 입단 이후 처음으로 〈오네긴〉의 여주인공인 타티아나 역에 전격 캐스팅 되어파트너 애반 멕키(Evan Mckie)와 호흡을 맞추었다. 강수진은  새로운 파트너 필립 바랑키예비츠 (Filip Barankiewicz)와 함께 출연했다. 슈투트가르트의 일간지 『Der neue Merker』는 두 무용수에 초점을 맞춘 리뷰를 게재했다. -편집자 주-


 그녀의 고향인 한국의 유니버셜 발레단에서의 타티아나로 데뷔한 바로 이듬해에, 컴퍼니의 최연소 수석 솔리스트인 강효정은 곧바로 크랑코의 천재적인 푸쉬킨 발레를 통해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초연을 장식할 수 있었다. 적은 배역경험을 고려할 때, 이제는 주목할 가치가 있는 정교한 배역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훌륭한 무대에서 보이는 타티아나의 그레미나 1인자로의 성장과 과거에 실현되지 못했던 사랑과 다시 만남으로써 비롯되는 갈등은 아주 경탄할만하다. 
 그녀의 영혼 속 어느 한 영상처럼, 내면의 충돌하는 감정들이 그녀의 얼굴에서 뜨겁게 타오르며 드러난다. 그것은 연정과 애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의 너울거림이다. 또한 반대로 젊은 타티아나로서의 그녀는 꿈꾸는 듯한 우유부단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수줍음과 솔직 담백 사이, 혹은 진지함과 명랑함 그 사이의 미묘한 세분화를 표정과 몸짓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첫 번째 동작에서 아주 인상적인 시적인 내용이 나타나는 것은 틀림없다. 마치 가벼운 깃털로 그녀의 표현의지를 선으로 그려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이반 매키(Evan McKie)로부터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반 매키는 그녀의 한국 데뷔 때에 그녀 옆에 있어주었고, 그 7월 여름에 있었던 공연 이래로 다시 한 번 더 오네긴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찰한 바 있다.
 내적인 오만함을 명백하게 드러내며 시작하는 대신에, 오히려 낯선 이에 대한 매혹을 내세우며 공연은 시작된다. 이미 그 낯선 이의 외모, 몸가짐, 행동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타티아나는 그의 마법 같은 매력을 그녀가 마치 실제로 느낀 것인 양 착각할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의 크고 늘씬한 외형, 긴 다리, 말할 것도 없는 우아한 고귀함은 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표현을 위한 이상적인 전제조건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그 조건들은 작은 제스처, 움직임의 뉘앙스, 머리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이나 심지어는 눈빛까지도 포함한다. 눈빛은 그중에서도 특히, 제2막의 축제 장면에서 온전하게 관찰되어지는 순간들, 계속해서 잘 다듬어져가는 그들의 발전 양상을 끝없이 비춰준다. 
 이반 매키의 〈오네긴〉은, 몇 년간의 불안한 방황 이후에 무도회에서 그레민 공작이 나타났을 때, 그 집의 여주인과 조우한다. 그의 행운은 완전히 무너져버린 채 끝나버리고 말지만, 그의 중상류층 배경과 안무의 정확함 만큼은 여전히 유지된다. 기술적인 정밀함에 대한 전제가 있으므로, 우리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역할 해석이 더 나아가는 발전 모습에 주목해보아도 좋겠다.

 


 피날레에서의 양쪽 모두의 폭발적인 격정은 더욱 정교하고, 끝나지 않은 미결의 상태로 머무른다. 전날 저녁에는 더욱 드라마틱한 폭발력을 자랑하는 강수진과 필립 바랑키예비츠 (Filip Barankiewicz) 의 등장으로 인해, 물리적 극단적 상태가 계속해서 무대 위에 존재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최초로 슈투트가르트에서 같은 게스트로 출연한 후 타티아나와 오네긴을 대중들 앞에 선보였던 바 있다. 그들은 정교하게 잘 짜인 안무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즉흥성을 투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끝에 찾아온 타티아나의 꿈에 그리던 오네긴의 출현은 다시 유혹의 불꽃을 피어오르게 하고, 무대 위의 파드되를 돋보이게 한다. 이는 단순히 느낌으로 느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에서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필립 바랑키예비츠는 그의 매력적인 외모로 매순간 기대고 싶은 지배적인 매력, 그러나 절대로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 멋을 보여준다. 
 발레리나로서 강수진은 약간 나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훨씬 어린 여성이 할 수 있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을 선보였다. 극 중에서 소녀 같은 타티아나의 모습으로 첫 두 막을 완벽히 장악한 점은, 그녀가 어느 특정 역할에 고정되는 것을 거부하게 만든다. 
 공연이 상영되는 양일 저녁 모두, 엘리자베스 메이슨(Eilzabeth Mason)과 알렉산더 자이제프(Alexander Zaitsev)가 각각 올가와 렌스키 역을 연기한다. 그들은 꾸밈없는 유쾌함과 부드럽고 우아한 피크와 노련한 점프로 황홀하게 한다. 흠잡을 데 없는 기술, 말하자면 느리고 모범적인 파드 뒤와 비범한 긴장감 넘치는 뚜렷한 동작구현으로 완벽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이 요소들은 그들에게 과거의 기쁨으로 가득 찬 때를 회상시키며, 늘 염원하던 깊은 감동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선사한다. 무의미함과 생성의지 사이의 불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저 깊은 심연으로부터 계속해서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생동하는 공시적 요소는 다시금 이 발레단을 탁월하게 만드는 요소다.

*2012. 10. 28  『Der neue Merker』  Udo Klebes 

2012.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