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통춤이 변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은 새롭게 탄생한 법률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2015)과 「국가유산기본법」(2023)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전통의 변화이다. 몸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각종 기능과 예능은 형체가 없는 무형의 유산으로, 전달의 과정 속에서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반세기 넘게 지속된 보전의 제1원칙 원형유지(原形維持)는 폐기되었고, 전통의 당대적 활용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전통의 변화와 활용이 강조되면 될수록 되돌아오는 질문은,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서 다음 세대로 계승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이다. 새롭게 등장한 법률은 이것을 전형(典型)이라고 한다. 또 ‘무형유산의 가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특징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ㆍ유지되고 구현되어야 하는 고유한 기법, 형식 및 지식’1)이라고 규정한다. 학계와 현장은 전형 개념의 모호성, 전형 도출의 체계적 방법론 부재 등을 지적할 뿐, 춤을 비롯한 여타 종목의 전형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 속에서 전통춤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국립부산국악원의 영남춤축제(7월24일-8월8일)는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전통춤을 소재로 한다. 전체 윤곽을 살피면, 서두와 말미에 개막작 〈접(蝶): 삶이 춤이로다〉와 폐막작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있다. 그 사이에 서른 편의 솔로 작품을 5회에 걸쳐 소개하는 전통춤판이 배치된다. 그리고 지역과 관련된 여러 기획전도 마련하여, 〈동해안별신굿〉과 〈동래학춤〉, 영남에 뿌리를 두고 변이된 춤들을 소개했으며, 대구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 장유경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통춤 창작 방법론과 관련된 기획전과 R&D발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거리공연, 강습회, 학술대회 등등이 국악원 곳곳에서 펼쳐졌다.
축제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전통춤판에 주목하면,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국가나 시도무형유산종목은 대폭 줄어들고, 한 시대를 풍미한 원로나 중진 그리고 신진의 작품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매방의 〈한량무〉, 엄옥자의 〈산조춤〉, 박재희의 〈가인여옥〉, 김진홍의 〈지전춤〉, 권명화의 〈소고춤〉, 최희선의 〈달구벌 입춤〉, 김경란의 〈논개별곡〉, 최종실의 〈소고춤〉, 배정혜의 〈풍류장고〉, 김성수의 〈울산학춤〉, 진유림의 〈대신무〉, 주연희의 〈태평춤本〉, 성윤선의 〈설장고춤〉, 문진수의 〈광대소고춤〉, 구지연의 〈영남외북춤〉, 이동준의 〈한량무〉가 그것이다.
이들 레퍼토리는 전통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 3세대 이상 전승되어 역사성이나 공동체성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전통춤에 기초하여 창작한 작품들이다. 아직 전통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이들이 춤판에 대거 유입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제도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춤은 변화하며 전승되는 가변적인 것으로, 당대적 맥락에서 변이될 수밖에 없고, 변이된 형태(작품)를 배제하면 활발한 전승이 어렵기 때문에 전통춤판에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분명 올해 전통춤판은 예년에 비해 다채로워졌고, 젊고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과의 연관성을 도통 찾을 수 없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하고 변용한 사례도 있었다. 주연희, 지영숙, 김동후, 김은희, 정미숙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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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희 〈태평춤本〉,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
주연희의 〈태평춤本〉은 故이애주의 〈태평춤〉을 바탕으로 한다. 2010년 이후 창작되어 솔로나 군무로 공연되었던 〈태평춤〉은 두 가지 춤을 혼합한 것이다. 하나는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의 〈태평무〉이고, 다른 하나는 87년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바람맞이〉이다. 이중 전자인 〈태평무〉는 이애주의 개인공연 「한영숙류 이애주 춤」(1983)에서 발표된 바가 있는 것으로, 서두에 가야금연주가 없고, 오직 경기도당굿 장단만으로만 22분가량 진행된다. 주연희는 이것을 〈태평무〉의 고형(古形)으로 보고, 오래된 제자 몇몇만이 가지고 있던 영상을 살펴 〈태평춤本〉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가 재구성한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기도당굿 장단을 타고 놀며 좌중을 몰입시킨다는 것이다. 낙궁에서 시작하여 부정놀이, 진쇠, 진쇠몰이, 엇모리, 터벌림, 겹마치기, 올림채, 사방치기, 도살풀이, 도살풀이몰이, 자즌굿거리, 당악, 도살풀이로 이어지는 장단들은 혼합박자(混合拍子)가 많고, 장단리듬패턴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지 않아 한 장단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헤아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주연희는 법도 있는 디딤새로 장단을 넘나들며 좌중의 시선을 거머쥐고, 이윽고 두 팔을 들어 환희의 춤을 춘다. 몰아치던 당악장단이 도살풀이로 넘어가면서 춤은 마무리되고, 관중은 알 수 없는 몰입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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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숙 〈지전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
지영숙은 김진홍의 〈지전춤〉을 추었다. 동해안 지역 굿을 담당하던 세습무 김계향에게 사사한 춤(꽃맞이춤, 바람춤, 반야용선)을 바탕으로 창작한 것으로, 1979년 이후 무대화되었다. 특이하게 진도씻김굿의 장단과 노래를 사용하며, ‘노리칼’이라고도 하는 지전(紙錢)을 사용한다. 평생을 김진홍과 동행한 제자 지영숙은 선생의 작품을 온전히 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체취를 입힌다.
애절한 무가(巫歌)가 시작되고, 무녀로 분한 그녀 앞에 지전이 놓여있다. 무심히 지전을 울러 메고, 사방을 치기도 하고 휘젓거나 흔들며 무대를 감싸 돈다. 그러다 문득문득 지전을 움켜진다. 움켜진 커다란 지전 속으로 춤꾼의 모습이 사라지고, 부르르 떨리는 지전만이 오롯이 부각된다. 흡사 무당이 죽은 이로 빙의하여 못다 한 말을 하는 듯하다. 이후 자진굿거리장단으로 넘어가면서 걸음은 굼실굼실 흥겨워지고, 휘날리는 지전은 슬픔을 뚫고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지영숙은 걷고 ‧ 서고 ‧ 앉고 ‧ 부여잡고 ‧ 휘젓는 지극히 일상적 몸짓에 리듬을 부여하고 의미를 만든다.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춤이 정서적 파문을 일으키는 까닭은, 작위적이지 않는 그의 몸짓이 내 어머니나 이웃의 고단한 삶의 몸짓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예술의 목적이 삶을 논하는 것이라면, 춤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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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후 〈설장고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
김동후, 김은희, 정미숙은 악기춤을 선보였다. 이중 젊은 춤꾼 김동후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량으로 평가받았던 故김병섭의 설장구에 기초하여 성윤선이 창작한 〈설장고춤〉을 추었다. 제비처럼 날아들어 겅중겅중 뛰어다니거나, 살랑살랑 걸으며 능수능란하게 장구를 친다. 몰아쳐 긴장을 만들기도 하고 이완시키기도 한다. 중간 중간 꽹과리나 징, 태평소나 구음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은 장구이다. 악기를 둘러메고, 현란한 장단을 치며 끊임없이 춤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시늉만 할 뿐, 실질적으로 장구를 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의 싱그러운 해석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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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소고춤〉, 정미숙 〈소고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
김은희는 사물놀이패 원년 멤버 최종실의 〈소고춤〉을 선보였다. 진주 ‧ 삼천포 농악의 벅구(소고)놀이를 새롭게 창작한 작품으로, 앞서의 경우와 달리 사물놀이연주와 태평소 반주가 춤을 이끌어간다. 소고를 든 김은희는 막힘없이 유창하게 춤을 이어가고, 때때로 지수거나 어깨춤을 추어 민속놀이판의 흥취를 표현한다. 그런데 너무나도 잘 정제된 동작과 리듬 때문일까? 지역적 특수성이나 민중적 정서를 고스란히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정미숙은 영남 기방 춤과 민속춤을 혼합하여 창작한 권명화의 〈소고춤〉을 추었다. 이매방류 〈승무〉와 〈살풀이춤〉 이수자이기도 한 그는 솟구치는 감정을 지그시 누르며 기방 춤의 묘미를 살리는가 하면, 중간 중간 들녘을 누비듯 턱턱 내려 밟는 걸음과 흥겨운 어깨춤과 엉덩이짓으로 영남의 정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전통춤판의 주연희, 지영숙, 김동후, 김은희, 정미숙은 앞선 세대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저마다의 개성과 해석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의 인자는 새로운 작품으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고, 오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통춤의 핵심은 무엇인가, 계승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단 창작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학계는 물론이고 기획자와 평론가 모두에게 필요한 고민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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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별신굿〉,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동해안별신굿보존회 |
2017년 시작된 〈영남춤축제〉는 지역춤판 활성화를 위해 마련되었다. 이후 정례화 되면서 지역은 물론이고, 이 땅 모든 전통춤을 포섭하는 축제로 변모했다. 그 속에서 의도치 않게 제도 변화를 겪었고 고군분투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여전히 희망적인 것은,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계승하는 작가들이 있었다. 또 노령에도 〈동해안별신굿〉의 춤과 노래를 간직한 무녀들(김동연, 김동언)이 기획춤판에 올랐으며, 지역민의 흥취를 자극하는 〈동래학춤〉이, 젊은 춤꾼들의 거리공연들이, 깊이 있는 춤 강습회(석봉스님, 음대진, 김영숙, 박종숙)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면밀한 자기검증과 비판을 통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획은 과감히 개선하고, 보다 진전된 내년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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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형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2항. 「무형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1항.
송성아
춤이론가. 무용학과 미학을 전공하였고, 한국전통춤 형식의 체계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저서로 『한국전통춤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한국전통춤 구조의 체계적 범주와 그 예시』(2016)가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겸임교수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