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케이댄스 〈샤마〉
경청하겠다는 ‘합창’의 울림
이지현_춤비평가

근래에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오독은 기본이고, 읽기나 한 걸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소통의 문제를 겪었다. 그 무례(능)함에 놀라 당혹감을 느낀 것은 개인 감정적인 것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임 구성원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불쾌해지는 것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였다(개인 감정이 상한 것이 별일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심지어 구성원 전체의 흐름을 깨는 손실까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자라면 앞선 내용을 잘 읽고 상대의 뜻이 읽혔을 때, 답 문자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말이라면 상대의 말을 들은 후(능력이 된다면 맥락이나 비언어 요소까지 느낀 후), 감지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 순리다. 최근에 소통의 기본과정이 안되는 것을 목도하며 원인이 뭘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고민 중이다.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샤마〉(안무‧연출 이경은/ 2026. 3. 28-29. 대학로 대극장)는 “히브리어로 ‘듣는다’를 뜻하는 단어이고 (고어가 갖고 있는 특징인) 듣는다를 넘어 귀를 기울고 그 내용을 받아들여 행동한다는 뜻까지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샤마’의 의미를 넘어 상대를 온전히 수용하고, 존재와의 직접적인 공존을 지향하는데 까지 가보려 한다고 밝힌다.

리케이댄스는 ‘듣는다’를 위해 로비 한쪽에 관객의 말을 녹음할 수 있는 장치를 하고, 공연 전 관객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고, 그것을 기본 데이터로 AI에게 음악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음악은 공연의 중간에 쓰인다. 상대에게 듣기 위해 그들이 던진 질문은 “안녕, 하지 못한 말을 해줘”1)였다. 공연이 시작되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인 듯 “음… 내가 하지 못한 말은 ...이야” 라는 말들이 열린 무대에 떠돌아다닌다.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어두운 무대에 검은 짧은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나온다. 무대 전면 중앙엔 사각 방석이 쌓여있고 한 명씩 등장해 각자의 방석을 들고 춤을 추며 흩어지는 동안 열 명쯤 되는 무용수들이 등장해 무대를 채운다. 팸플릿에 의하면 첫 장면은 “파트1의 하나, 말들이 모여든다”이다. 대나무 숲에 밤에 상상의 카메라를 들이댄다면 못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이런 모양으로 서로 메아리치며 조금은 억울한 몸짓을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음악이 사라지면 이들은 손은 뒷짐을 진채 다리만으로 서로 대화한다. 얽히고 설킨다. 이 장면은 어두운 분위기 그러나 다리만 사용하는 움직임 때문에 ‘인간이 아닌 어떤 것으로 화’하여 왠지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하는데 그 말들이 사실은 성능 좋은 발만 있었나 보다. 어쩐지….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파트1의 둘, 귀를 기울이면”에서 고인 말들의 상처에 대해, 거기에 묻어 있는 감정들에 대해 얘기하는 순서이고, 그 다음이 “셋, 공존의 축제인데 공존의 축제는 톤 다운시킨 무지개 롱셔츠를 각자 꺼내 입는 부분에서 ’색의 변화‘로 공존의 느낌을 주었다. 되짚어 보니 아쉬운 것은 ​둘, 귀 기울이면 부분이었던 듯싶다. 사실 이 부분이 전 장면과 그리 뚜렷하게 구획 지어지지 않았는데, 내용상으로 보면 뭔가 질적인 굴곡을 만들어 냈어야 공존까지 가는 것이 힘을 받았을 텐데 그걸 보여주지 못해 전반부로 인식되는 부분이 길게 느껴졌던 이유가 됐던 거 같다.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저속으로, 저음으로 말하는 ’몸의 노래‘

파트2 하나, 場의 변화​, 이미 파트1에서 상처 묻은 말들을 받아 안았기에 그 말은 내가 되었고, 내 몸속으로 들어왔으며 그래서 춤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존이 가능해졌다. 파트2가 되면 그 말들이 가라앉는다… 들리지 않는 소리가 되면서 확장된다​ 그 장의 변화는 무용수들이 백스테이지로 물러서면, 나트륨등 6개가 들어오며 무대 분위기가 확 바뀐다(조명디자인 류백희). 공존의 무지개 의상뿐 아니라 홀로 남은 무지개 조명의 여운도 강했는데 그 후에 나트륨등으로 바뀐 분위기는 강렬했다. 은은하면서도 깊고, 깊으면서도 (조명의 강도가 올라갈수록) 명료해졌으며, 어떤 정서에 가닿을 정도로 촉촉해졌다.


난 그 떠돌던 말들이 빛으로 된 것은 아닐까하고 느꼈다. 아니면 조명이 말에 묻은 상처를 감싸주고 싶었던 한 출연자가 돼서 무대에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 침묵과 촉촉한 공기 속에 회색 정장을 입은 이경은이 나온다. 그 전환은 상투적이긴 했으나 꽤 섬세했고, 관객의 정서를 쓸어 주듯이 느려서 위로가 되었다.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이미 이경은의 존재, 몸, 움직임은 눈에 보이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말들이 파트1에서 경청을 통해, 듣고자 하는 마음을 통해,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까지 도달하여 이미 내 몸에 스몄다. 그리고 그것이 들어 온 몸이 움직이는 것이다. 앞서 녹음된 관객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음악은 이 부분에서 어떤 사운드가 되어 들린다. 앞의 조용한 분위기를 절대 흩트리지 않는 와중에 이경은의 움직임 또한 조도도 한껏 낮춘 채 모든 것이 융합된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행히 조금은 아쉽게 그녀가 무대를 내려와 객석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리케이댄스 〈샤마〉 ⓒleekdance · Sang Hoon Ok



사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이경은 솔로의 정리와 정돈에 힘입어 ​파트2 셋, 비가시 존재들이 된다. ​이제 경계는 사라진다. 가시-비가시 가청-비가청 그리하겨 공즉색 색즉공 백스테이지에 있던 가능한 한 스킨으로 보이고자 최소한을 입은 몸들이 앞으로 전진하는데 사람의 몸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한 체험을 했다. 이미 그 몸도 이전의 몸이 아니고 무한성으로 확장되어 가는 중인 몸이라면 그런 느낌이었을까?


하여튼 그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앞으로 나오며 얼굴이 보이기 시작함에도 그들은 몸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귀에 갖다 댄 손이 수화처럼 읽혀서 아주 깊은 저음으로
하지 못한 말, 들리지 못한 말에 귀 기울리겠다는 합창을 하는 몸의 정령들이 부르는 노래로 들렸고 그 합창의 힘은 강했다.



유랑을 하면서-다 들어주며-죽어가는 것들을-소생시키겠다

이 작품은 작년부터 창작주체 중장기 지원 프로젝트 
소생하는 유랑무용단의 〈히야〉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히야〉가 지역이든 인간이든 소멸되어 가는 것들을 소생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작품이라면, 이번 〈샤마〉는 ’공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자신을 지키는 경계를 확실히 하며 함께하는 것도 하겠다는 공존보다는 실제로는 서로 섞여보겠다, 경계를 없애보겠다에 더 기울어져 있다. 훨씬 더 깊은 얘기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과하게 추상화된 측면도 있다.


어디서도 보기 드물었던 마지막 장면의 독특한 느낌과 분위기는 다소 길게 느껴졌던 하나와 둘을 넘어, 무지개 색으로 공존의 축제로 잘 넘어오면서 쌓인 축적의 힘임과 동시에 무지개가 나트륨등으로 넘어가며 만들어진 ’빛과 호흡, 속도와 느낌의 종합적 스며듬‘으로 잘 빚어졌다.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힐 만한 장면이다.

이경은은 굵직한 중진 안무가이다. 거의 활동을 멈춘 적이 없었을 정도로, 특별함보다는 꾸준함을 힘으로 갖춘, 그러면서도 부지런해 보이는 안무가이다. 3년간의 프로젝트를 하며 조금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끌고 갈 수 있어서 좋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작품을 다시 읽으며 이 친구를 꾸준하게 하는 것은 이런 순수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부를 보면서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이 80년대 내가 익숙하게 보던 현대무용이어서 조금 놀랐다. 군무 중심으로 힘을 드러내는 것, 그러다 군무의 흥으로 넘어가면 흥에 취해 주제를 잊어 버리는 것, 그러다 보면 작품 진행의 논리마저 유야무야되면서 춤은 이런 거 아닌가하고 슬쩍 비켜 서버리는 것… 바로 그 시절 풀어가는 방식의 한계가
파트1의 둘, 귀를 기울이면의 감정의 생채기를 그려내는 부분에서 약점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경은의 역사에 새겨진 그 시절의 흔적이 드러난 것이 역설적이게도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소중한 것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자기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아 좋았지만, 그것을 조금 더 의식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함부로 버리지 않으면서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것, 그래야 그 시절의 양분과 가치를 품으면서 내 것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은이 그것을 고민한다면 그건 앞 시대와 뒷 시대의 경계를 본인 앞에서 허물고 본인의 길을 내는 일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진 무용가들 앞의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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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객을 위한 설명 글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말이 춤이 됩니다, 하지 못한 말을 들려주세요, 로비에서 당신이 꺼낸 말은 AI를 통해 소리가 되고 무용수의 몸을 통해 춤이 됩니다.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온몸으로 대답합니다”

이지현

1999년 춤전문지의 공모를 통해 등단했다. 2011년 춤비평가협회 회원이 되었으며, 비평집 『춤에 대하여 Ⅰ, Ⅱ』를 출간했다. 현장 춤비평가로서 왕성한 비평작업과 함께 한예종 무용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아르코극장 운영위원과 국립현대무용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6. 4.
사진제공_리케이댄스, 옥상훈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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