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희범음회 ‘2026 공양무’
춤계에 선보인 유발 제자들의 첫 공연
김영희_전통춤이론가

사단법인 동희범음회가 주최한 ‘2026 공양무(供養舞)’가 3월 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있었다. 동희범음회는 조계종 어장 벽심(碧心) 한동희(韓東熙) 스님을 중심으로 불교의식에서 행하는 범패와 작법무를 전승하기 위해 2005년에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스님들 뿐만이 아니라 유발 제자들도 수련하는데, 유발(有髮) 제자란 머리카락이 있는 제자 즉 속가(俗家)의 출가하지 않은 제자를 말한다. 이번 공연은 유발 제자들만의 첫 공연으로, 이들은 대학에서 무용 전공 후 이미 여러 종목을 이수한 무용가들이다.

‘공양무’라는 타이틀로는 2018년 첫 공연 후 네 번째 공연이라는데, 이 제목에서 공양(供養)은 알다시피 음식을 이바지한다는 의미로, 불가(佛家)에서는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나 죽은 이의 영혼에게 음식이나 꽃 등을 바치는 일을 말한다. 이 과정은 수륙재, 영산재, 예수재 등의 불교의 재회(齋會)에서 행해지며, 소리하는 범패(梵唄)와 바라춤, 착복춤(나비춤), 법고 등을 함께 연행하게 된다. 이러한 연행이 음식을 이바지하듯이 범패와 작법무를 올린다는 의미에서 ‘공양무’라 칭했을 것이다.

무대에는 전물상(奠物床, 부처나 신에게 올리는 음식이나 재물을 차려 놓은 상)을 차리지 않고 간결하게 불화(佛畫)를 영상으로 띄워 놓았고, 어장 동희스님이 게송(偈頌)을 하는 자리가 하수 윗쪽에, 반주자들이 상수 아래에 자리했다. 이지현 사회자의 인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장 동희스님,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명발〉,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첫 프로그램은 〈명발(鳴鈸)〉로 어장 동희스님이 태징을 치시고, 백재화(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 장혜수(도살풀이 이수자), 조연채(일무 전수자), 김리혜(승무 살풀이춤 이수자), 권영심(승무 살풀이춤 이수자), 김지연(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이 바라를 들고 춤추었다. 고요한 바라의 울림으로 일체유정에게 법회의 시작을 알리는 바라무로서 특히 몸가짐과 주위을 엄숙하게 하는 엄정(嚴淨)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한 회전하거나 직선 사선으로 이동하는 동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법계의 두루함과 원만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6인이 추었으며, 2인씩 대무(對舞)하는 대열(隊列)이 무대 앞쪽으로 좌우에 2대, 중앙 뒤쪽에 1대를 배치했고, 바라의 양쪽 끝을 살짝 겹쳐서 잔잔하게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바라춤을 추었다.



〈도량게작법〉,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도량게작법(道揚偈作法)〉은 도량을 깨끗이 해놓고 삼보(三寶)님과 천룡(天龍)을 모시는 게송에 맞추어 행해지는 춤이다. 앞서 춤춘 6인에 차명희(승전무 이수자)까지 7인이 나비춤을 추었고, 어장 동희스님이 ‘도량게’를 소리하셨다. 도량게의 가사는 “도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 아금지송묘진언(我今持誦妙眞言) 원사자비밀가호(願賜慈悲密加護)”로, 그 의미는 ‘온 도량이 청정하여 티끌 없으니 / 삼보천룡이 도량에 강림하시네 / 제가 이제 묘한 진언 외우옵나니 / 대자대비 베푸시어 가호하소서’이다. 이러한 뜻으로 불교의식의 과정으로서 춤추었다. 다른 공연에서는 화사하게 분장했을 출연진들이 분장 없이 맑은 얼굴로 고깔을 쓴채 시선을 낮추고 춤추었다.



〈복청계〉,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다음은 〈복청계(伏請偈)〉였다. 동희스님께 사사한 임지현(경기민요 이수자)이 손을 모아 합장하고 좌창으로 소리하였고, 정영범(율목당 대표)이 한 자리 뒤에서 비파를 연주했다. 불교의식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 연행하기에 앞서 복청게를 부른다고 하는데, ‘엎드려 청하옵나니 대중께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동음으로 불러주소서.’라는 내용이다. 청량한 비파 소리를 반주로 게(偈)를 따로 들으니 신비감이 들었다.





〈천수바라〉,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이어서 〈천수바라〉는 6인의 천수바라무로 추어졌다. 원의 형태인 바라는 불교의 원융(圓融)사상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 울림을 통해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신묘장구대다라니’에 맞춰 행해지는 바라무는 단순 동작 속에 절제된 자유로움과 바라의 돌림으로 나타나는 반짝거림은 번개와 같은 경외감과 북돋움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먹장삼에 가사를 두르지 않고 붉은 고름을 맨 복식으로 춤추었다. 반주는 어장 동희스님의 홑소리와 이길영의 태평소, 4인으로 구성된 취타대인 조복현의 용고, 조두환의 나각, 장동민의 나팔, 김현우의 바라로 장엄하게 연주되었다.



〈향화게작법〉,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다음은 백명국의 대금 산조로 잠시 분위기를 전환했고, 불교의식에서 삼보에게 향기로운 꽃을 공양하며 불도성취(佛道成就)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향화게작법(香花偈作法)〉이 추어졌다. 이 춤의 작품설명에는 ‘불전에 올리려는 향과 꽃과 효선(肴膳)의 질적 양적 변화를 염원하였고, 다시 자신의 변화까지도 발원하여 급기야 모든 중생을 성불케하려는 대승적 대원으로 향과 꽃의 의미를 승화시켜 찬탄하는 의식이다.’라고 하였다. 착복춤(나비춤)으로 추는 〈향화게작법〉에는 팔 벌리기, 연꽃 치기, 손 모아 상하로 어르기, 손목 돌리기, 앉으면서 어르기, 앉아서 연꽃 치기, 앉아서 손 흔들기 등의 동작들이 있다. 이러한 동작들을 대무로 춤추며 자리를 교체하는 과정, 몸의 방향을 2인이 반대로 하여 춤추는 장면 등이 향화게작법을 화려하면서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춤꾼들이 무릎으로 앉아서 꽃을 든 양 팔을 벌려 모두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엎드리는 동작에서는 춤으로 공양한다, 춤으로 이바지한다는 향화게작법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전달되었다. 이 춤은 화려하면서 고요하고, 장엄하면서 평안하기도 했다.



〈법고〉, 동희범음회 제공 ⓒ정광진



마지막 프로그램은 〈법고〉였다. 무대 뒤 쪽, 중앙, 무대 앞 좌우측에 법고가 4개 놓여졌고, 마무리 프로그램이었으니 출연자 7인이 춤추었다. 관현악과 취타대의 반주를 모두 갖추었고, 어장 동희스님은 태징을 치시며 유발제자들의 춤사위를 지켜보고 계셨다. 북의 테를 북채로 돌려서 두르르르 소리를 내면서 춤이 시작되었다. 한 손의 북채를 북에 대고 바깥 쪽 다리를 들었다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뒤걸음하는 동작을 하였고, 북채로 북을 치지 않고 북을 어르며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기도 하였다. 수행의 환희와 구도의 서원을 표현한다는 법고무(法鼓舞)였다.

무용 전공자들이 춤계에 불교의식무를 단독으로 공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한정된 인원으로 공연을 치루었기에 불교의식에서 과정 전반의 춤을 다 보여준다기보다 중요한 작법무들을 선보였다고 하겠다. 불교의식무에서 같이 진행하는 가(歌) 무(舞) 악(樂) 뿐만이 아니라, 각 분야를 특화하여 프로그래밍했다는 점에서 연출 의도가 돋보였다. 다만 작법무 중 4인 구성으로 추는 바라춤이나 착복춤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어장 동희스님은 ‘2026 공양무’ 공연에 오신 관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하시며, 처음에는 유발제자들에게 절로 찾아와서 작법무를 배우라 하셨다고 했다. 설마 절까지 와서 수련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으나, 그들은 꾸준히 학습과 수련을 이어갔고, 부족하지만 이번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고 하셨다.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앞으로 그 춤들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불교의식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은 제자들의 몫이 되었다.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등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  『검무 연구』를 공동저술했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검무전(劍舞展)I~IV’시리즈를 기획했고, '소고小鼓 놀음'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

2026. 4.
사진제공_동희범음회, 정광진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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