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동시대 춤의 수용과 창작방식4
팬데믹은 전통춤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 매체를 만난 전통춤의 변화와 가능성
유화정_무용학자

동시대 춤의 무대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스마트폰 화면, 디지털 아카이브, 그리고 초연결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소비되고 확장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댄스&미디어연구소와 〈춤웹진〉이 공동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춤이 마주한 예술적, 사회적, 제도적 쟁점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춤은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창작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유화정 무용학자는 지난 팬데믹 시기 전통춤과 디지털 매체의 만남을 살펴봅니다. 온라인 생중계, 댄스 챌린지, 증강현실(AR) 콘텐츠 사례를 통해 전통춤의 향유 공간과 관객의 역할, 전승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짚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매체가 전통춤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극장의 현장성과 춤 공유의 방식에 질문을 던집니다. -편집자 주


팬데믹, 전통춤에 균열을 일으키다

2019년 말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감염병 위기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인류의 삶에 유례없는 위협을 가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폐쇄와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종교·교육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 체제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 대응 방식은 문화권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지만, 기존의 활동 방식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공통적이었다.

공연예술은 무대와 객석, 연행자와 관객이 일정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조건 위에서 성립해 왔다는 점에서 팬데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극장은 문을 닫거나 객석을 축소했고, 예정되었던 공연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공연을 구성해 온 사람의 신체와 공간, 그리고 현장의 공동 경험이 감염의 위험과 연결되면서 공연예술은 자신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통춤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전통춤은 춤에 삶이 반영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신체 전승을 중요하게 여기며, 고정된 움직임의 형태뿐 아니라 공간과의 상호작용, 호흡과 장단, 움직임의 내적 질감을 중시해 왔다. 따라서 전통춤계에서는 오랫동안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정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에 관한 의구심이 존재했다. 전통춤과 디지털 매체의 만남이 기록과 아카이브, 교육의 보조 수단을 중심으로 비교적 조심스럽게 이루어져 온 이유도 이러한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팬데믹은 전통춤이 매체와 맺어 온 기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극장에서의 공연은 제한되었고,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이루어지던 교육과 전승 활동 역시 정상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동시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문화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비대면 공연과 온라인 콘텐츠 개발, 디지털 플랫폼의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과 예산이 마련되면서 전통춤은 더 이상 매체를 부차적인 기록 도구로만 다룰 수 없게 되었다.

공연을 촬영하여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SNS를 통해 춤의 학습과 참여를 유도하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춤추는 신체를 일상의 공간에 구현하는 시도들이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춤과 매체의 융합이 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히 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기록을 위해 사용되던 매체는 공연을 지속하기 위한 무대가 되었고, 교육을 보조하던 영상은 새로운 학습과 참여의 공간이 되었으며, 기술은 전통춤을 재현하는 수단을 넘어 춤이 존재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을 견디기 위한 일시적인 대안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이 만들어 낸 경험까지 일시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팬데믹 이후 극장이 다시 문을 열고 대면 공연과 교육이 재개되었음에도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고, 기록을 공유하며, 춤의 일부를 직접 학습하고 체험하는 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제한된 환경에서 자신의 본질과 활동 방식을 다시 인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탐색했던 경험은 기존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해서 곧바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춤을 둘러싼 새로운 조건이자 감각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팬데믹 시기 나타난 전통춤과 매체의 만남을 모두 긍정적인 진보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온라인 공연은 극장의 현장성과 신체적 공동 경험을 충분히 대체할 수 없었으며, 영상 안에서 전통춤의 움직임과 정서가 평면화되거나 촬영과 편집의 문법에 종속될 가능성도 안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과 제작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관과 그렇지 못한 개인 및 민간 단체 사이의 격차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첨단 기술과의 융합이 전통춤의 예술적 의미를 확장하기보다 기술의 새로움을 과시하는 데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변화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팬데믹이 전통춤의 취약성을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주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매체와의 관계를 전통춤 내부의 주요한 문제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시기 전통춤과 매체가 만난 대표적 사례로 무관중 공연의 온라인 생중계인 한국문화의 집의 〈팔일八佾〉, 체험과 학습이 융합된 ‘K-community challenge’,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제작된 〈태평하기를〉를 살펴본다. 세 사례는 각각 공연, 참여, 기술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전통춤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며, 매체 앞에 선 전통춤의 생산 방식과 극장 및 라이브니스의 관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역할을 다시 논의하게 한다.


극장을 떠난 전통춤은 어떻게 관객을 만났는가

1) 무관중 공연의 온라인 생중계, 〈팔일八佾〉

팬데믹 초기 전통춤 공연은 변화하는 방역 지침에 따라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객석 내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소극장은 사실상 정상적인 공연 운영이 불가능해졌으며, 공연의 취소와 연기, 극장의 휴관이 연이어 나타났다. 특히 전통춤 공연은 국공립 기관의 지원을 받는 극장이나 300석 이하의 소극장에서 독무 또는 소수의 군무를 중심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관객 수를 제한한 상태에서는 공연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연을 완전히 취소하는 대신 관객이 없는 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극장과 기관의 정기공연, 상설공연, 축제 프로그램 상당수가 무관중 공연의 온라인 생중계를 선택했고, 전통춤 역시 갑작스럽게 카메라와 스크린 앞에 서게 되었다. 이 가운데 팬데믹의 환경적 특성을 이해하면서 기존의 기록 활동을 온라인 공연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문화의 집의 〈팔일八佾: 풍운을 여는 춤의 여드레〉를 들 수 있다.

〈팔일八佾〉은 2009년부터 독무 중심의 전통춤을 소개해 온 국가유산진흥원 ‘한국문화의집 KOUS’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매년 일정 기간 동안 여덟 차례의 공연을 운영하고, 각 회차에 전통춤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이 공연은 팬데믹 이전부터 실황 영상과 리허설 사진을 기록하고 일부 공연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미 매체 활용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의 영상이 현장에서 이루어진 공연을 사후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2020년 이후의 영상은 온라인 시청자를 공연의 주요 관객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달라졌다.

2020년 〈팔일八佾〉은 방역 상황에 따라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와 거리두기 좌석제를 교차하며 운영되었으며, 공연은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영상은 기관 채널에 남아 지속적으로 열람될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변화는 무대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연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화면을 통해 춤을 감상하는 관객을 고려하여 공연의 전달 방식을 새롭게 기획했다는 점이었다.

먼저 전체 공연과 각 작품의 인트로 영상이 별도로 제작되었고, 춤추는 사람과 작품에 관한 정보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제공되었다. 본격적인 춤이 시작되기 전에는 출연자의 분장실 인터뷰가 삽입되어 본인과 작품에 대한 소개, 춤을 대하는 자세와 개인적인 인상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기존의 극장 공연에서는 사회자가 작품과 출연자를 소개했으며, 관객이 무용수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목소리를 직접 접하기는 어려웠다. 온라인 공연은 이러한 비가시적 영역을 공연의 일부로 끌어들임으로써 무대 위 인물과 관객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였다.

카메라 워크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전통춤 공연의 실황 영상은 대체로 무용수의 전신과 전체 동선을 보여주는 풀숏과 수평 앵글을 중심으로 촬영되어 왔다. 춤의 형태와 공간 구성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의 이동과 화면 전환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팔일八佾〉의 온라인 생중계에서는 정면과 측면, 대각선뿐 아니라 하이앵글과 로우앵글이 사용되었고, 얼굴과 손, 버선발, 의상과 소품이 만드는 세부적인 움직임이 클로즈업되었다. 무대 상수에 자리한 악사의 시점으로 무용수를 바라보는 장면도 삽입되면서 극장 객석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시각이 제공되었다.

여기에서 카메라는 공연을 중립적으로 기록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장면을 확대하고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며 언제 화면을 전환하는가에 따라 춤의 의미와 감각은 달라진다. 무용수의 움직임이 하나의 내러티브를 구성한다면, 이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사람 역시 자신의 시선으로 또 다른 내러티브를 덧붙인다. 이때 촬영자가 춤의 구조와 장단,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빠른 화면 전환과 과도한 클로즈업은 오히려 춤의 흐름을 훼손할 수 있다.

〈팔일八佾〉의 영상이 다양한 화면 전환에도 불구하고 전통춤의 정서를 크게 해치지 않았던 이유는 장단과 작품의 서사를 고려하여 카메라의 움직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한 장단이 끝나고 다음 장단이 시작되는 박에서 화면이 바뀌고, 무용수와 악사가 무언의 소통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악사의 시선으로 카메라가 이동하였다. 이는 온라인 공연의 질이 촬영 장비의 성능이나 편집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춤에 관한 지식과 영상 문법 사이의 협업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2020 ‘팔일(八佾)’ 온라인 생중계(7.21) 영상 ⓒ한국문화의집 KOUS



온라인 생중계의 또 다른 특징은 실시간 채팅과 댓글을 통한 소통이었다. 같은 시간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시청자들은 질문과 느낌을 공유했고, 채널 관리자는 작품과 장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디지털 프로그램북과 공연 정보 역시 영상 화면과 댓글을 통해 안내되었다. 극장 로비에서 지인과 소감을 나누거나 주변 관객과 인사할 수는 없었지만, 온라인상의 채팅창은 춤을 둘러싼 담화를 발생시키는 또 다른 장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소통이 극장 안에서 타인의 기척을 느끼고, 무대에서 전달되는 소리와 움직임의 울림을 함께 경험하는 감각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라인 공연은 극장 공연의 불완전한 복제물에 그치지 않고,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무용수의 표정과 신체의 세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목소리를 전달하는 별도의 공연 형식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팔일八佾〉의 변화는 전통춤을 카메라 앞에 세운 사건인 동시에, 전통춤을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와 시선을 다변화한 사건이었다.



〈팔일八佾〉의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중 실시간 채팅 화면 ⓒ한국문화의집 KOUS



2) 보는 춤에서 함께 추는 춤으로: 체험과 학습이 융합된 ‘K-community challenge’

팬데믹 이후 매체와 결합한 전통춤의 사례들은 온라인에서 소비되고 공유되는 콘텐츠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온라인 생중계 공연 역시 공연이 종료된 뒤에는 플랫폼에 축적되어 불특정 다수가 반복적으로 열람하고, 조회수와 댓글을 통해 반응을 남기는 콘텐츠가 된다. 온라인 콘텐츠는 대중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는 환경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이해되고 공유되어야 하므로, 전통춤 역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동시대의 문화와 유행을 의식하게 되었다.

전통춤은 전승의 목적을 강하게 인식할수록 정해진 형식과 교육 체계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이러한 태도는 때때로 동시대의 대중과 거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관객과 학습자가 흩어진 상황에서 전통춤은 관객이 다시 공연장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매체를 통해 관객의 일상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춤은 스스로를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춤을 발견하고 학습하며 공유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K-community challenge’는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숏폼 영상과 댄스챌린지의 형식을 전통예술의 체험과 학습에 적용한 사례이다. 댄스챌린지는 몇 개의 쉽고 명확한 움직임 단락을 영상으로 제시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동작을 모방하거나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하여 다시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본을 정확히 복제하는 것보다 각 참여자의 개성과 환경을 반영한 재해석이 중요하며, 하나의 춤이 수많은 변형을 낳으면서 확산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K-community challenge’는 한류와 전통예술을 결합하여 해외의 K-pop 커뮤니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이었다. 본래 해외 참가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부채춤, 봉산탈춤, 민요, 사물놀이 등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교류가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었다.

2020년 프로그램에서는 강강술래와 봉산탈춤, 민요, 사물놀이의 내용을 짧고 쉽게 재구성한 교육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였다. 해외 참가자들은 영상을 통해 춤과 음악을 학습한 뒤 자신들의 지역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물을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춤은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학습자가 직접 분해하고 익히며 다시 구성하는 재료가 되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K-community challenge’의 교육 영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강강술래와 봉산탈춤의 교육 영상은 참여자들의 개성 있는 표현을 허용하면서도 전통춤의 핵심 동작과 구조는 원본을 바탕으로 학습하도록 제안하였다. 그 결과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고 추는 강강술래,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봉산탈춤, 소수의 인원이 손을 잡고 재구성한 강강술래, 참여자가 직접 만든 탈을 착용한 봉산탈춤 등 다양한 영상이 만들어졌다. 한국의 특정한 역사와 지역성 속에서 전승되어 온 춤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신체와 공간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변형을 전통의 훼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통춤은 본래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연행자와 지역, 전승 환경을 거치면서 변화해 왔다. 다만 제도화된 전승 체계에서는 전통의 정통성과 원형을 유지하는 일이 우선시되면서, 전승 집단 밖에 있는 사람들이 춤의 일부를 자유롭게 경험하고 재구성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했다. ‘K-community challenge’는 핵심적인 동작과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참여자의 문화와 개성이 개입할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전통춤의 학습과 향유가 반드시 완성된 형식의 재현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질문하게 한다.

전통춤 챌린지는 감상자의 역할을 변화시킨다. 제시된 영상을 보는 사람은 동작을 관찰하고 학습하며, 자신의 신체에 맞게 움직임을 조정하고, 촬영 공간과 의상, 참여 인원, 화면 구성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감상자는 학습자이자 안무자, 연행자, 영상 제작자가 된다. 반대로 원본 영상을 제작하고 춤을 가르친 전통춤 전문가는 참가자들이 재구성한 영상을 바라보는 감상자가 된다. 전통춤을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역할이 일방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서로 교환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잘 따라 추는가’만이 아니다. 춤을 배우고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동작의 순서와 방향, 장단과 공간 구성을 반복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보는 행위가 신체적 실천으로 연결되면서 참여자는 공연을 한 차례 감상할 때보다 춤의 구조를 더욱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직접 움직여 보는 과정에서 춤의 난이도와 호흡,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움직이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며, 전통춤은 낯선 문화유산에서 자신의 신체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전환된다.
 

‘K-community challenge’의 강강술래 챌린지 영상 캡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다만 온라인 챌린지의 형식이 모든 전통춤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짧은 영상과 간결한 동작을 중심으로 하는 숏폼 콘텐츠의 특성상 춤이 지닌 긴 호흡과 복합적인 정서, 세밀한 움직임의 질감이 축소될 수 있다. 참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동작을 쉽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전통춤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사라지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몇몇 동작만이 전통춤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소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통춤 챌린지는 전통춤을 단순하고 재미있는 동작으로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참여자가 무엇을 따라 하고 있는지, 해당 춤이 어떠한 공동체와 역사적 배경을 지니는지, 어떤 원리와 정서가 움직임 안에 존재하는지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춤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여의 즐거움이 전통춤에 관한 더 깊은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학습과 체험의 층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K-community challenge’는 전통춤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보다, 전통춤을 바라보던 사람이 직접 춤추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객은 더 이상 완성된 전통춤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위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춤의 일부를 자신의 신체와 문화 안으로 가져오고, 이를 다시 매체에 돌려보내는 순환에 참여한다. 이는 전통춤의 향유가 감상에서 학습과 체험, 놀이와 연행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변화였다.

3) 현실의 공간에 나타난 가상의 춤: 증강현실 콘텐츠 〈태평하기를〉

팬데믹 시기 전통춤과 매체의 만남은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거나 교육 영상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실감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도 확장되었다. 실감 콘텐츠는 가상의 이미지에 입체감과 역동성, 상호작용성을 부여하여 사용자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무용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은 무대의 배경이나 효과를 구성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신체와 움직임의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는 주요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과 예술의 결합에는 지속적인 긴장이 존재한다. 기술은 신체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과 이미지를 가능하게 하지만, 작품의 예술적 의미보다 기술의 정교함과 새로움만을 강조할 위험도 있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기술의 수준을 증명하기 위한 재료로 소비된다면 관객은 작품보다 기술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만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보장하지 않으며, 기술이 춤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고 어떤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팬데믹 이전에는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무용 공연이 주로 극장 안에서 이루어졌다. 영상과 센서, 프로젝션, 가상 이미지가 무대 위 신체와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은 상당한 예산과 인력, 장기간의 기획과 협업을 필요로 하므로 팬데믹 시기 무관중 생중계나 간단한 영상 콘텐츠로 전환하기 어려웠다. 대신 극장을 떠난 기술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개인의 일상 공간으로 이동했고,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춤을 구현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2020년 SK텔레콤과 문화재청이 주도하고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인 양성옥과 안무가 리아킴이 참여한 〈태평하기를〉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춤을 추는 신체를 3차원의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하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공하고, 동시에 전통춤과 현대적 춤의 만남을 보여주는 별도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태평무를 추는 양성옥의 움직임은 3D 볼류메트릭 비디오 기술을 통해 여러 방향에서 촬영된 뒤 입체적인 이미지로 구현되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자신이 있는 현실 공간에 가상의 태평무를 불러올 수 있었으며, 이미지의 크기와 거리, 방향을 조정하며 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거실이나 교실, 야외 공간에 태평무를 등장시킬 수 있고, 무용수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여러 방향에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서 전통춤은 영상 속에 고정된 평면적 이미지와도, 무대 위에서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장적 사건과도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디지털화된 신체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크기와 위치를 바꾸고, 서로 다른 현실 공간에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실제 무용수의 신체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체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보존하고 재생하며 사용자의 환경과 관계 맺도록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전승과 향유를 제안한다.

〈태평하기를〉의 영상에서는 양성옥에게 태평무를 배운 리아킴이 새롭게 구성한 춤을 추며 AR 태평무와 상호작용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호출된 양성옥의 춤과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리아킴의 신체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나고, 전통춤과 현대의 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움직인다. 과거의 춤을 상징하는 양성옥과 동시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리아킴의 결합은 기술이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신체를 만나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무형유산 보유자의 춤을 일반 대중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전통춤은 공공의 문화유산이지만, 실제로는 공연 일정과 장소, 교육 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향유되어 왔다. 관객이 특정한 시간에 극장을 방문하거나 전승 기관을 찾아야만 춤을 접할 수 있었다면, AR 콘텐츠는 그러한 시간적·공간적 장벽을 낮춘다.

또한 입체적으로 구현된 춤은 전문가에게도 다른 관찰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객석의 정면 시점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신체의 방향과 공간 사용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면서 춤의 구조를 분석할 수도 있다. 이는 실감 콘텐츠가 대중적 향유뿐 아니라 교육과 기록, 연구의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된 신체를 실제 춤추는 사람과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AR 속 무용수에게서는 같은 공간을 공유할 때 느껴지는 호흡과 기척, 바닥을 밟는 힘, 음악과 무용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즉각적인 교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이미 기록된 움직임의 단락을 호출하고 조절할 수 있지만, 가상의 신체는 사용자의 존재에 따라 자신의 춤을 변화시키거나 그 순간의 감정과 환경에 반응하지 않는다.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미리 제작된 이미지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아울러 몇 개의 짧은 움직임 단락으로 구성된 AR 콘텐츠가 태평무 전체의 미학과 구조를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남는다.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가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명확한 장면을 선택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춤의 호흡과 정서가 축소될 수 있다. 무형유산의 디지털화가 춤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선택하여 기록하고 무엇이 누락되는지에 관한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통춤의 실감 콘텐츠는 기술의 재현력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신체의 외형과 동작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것과 춤의 의미와 감각을 전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춤이 형성된 역사와 전승자의 삶, 장단과 호흡,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어떻게 콘텐츠 안에서 설명하고 경험하게 할 것인지가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기술이 전통춤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전통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실감 콘텐츠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매체 앞에 선 전통춤은 여전히 취약한가

팬데믹 시기 온라인으로 송출되는 공연과 교육에 대해 전통춤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매체 속 전통춤은 본래의 빛을 잃고 나약하거나 불완전한 모습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으며, 스승과 제자가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면서 움직임뿐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전수하는 신체 중심의 전승 문화 역시 영상 학습에 대한 경계심을 형성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전통춤의 영구적인 기록과 아카이브, 동작을 기억하기 위한 일차적인 학습 도구로 영상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 춤의 외형을 확인하거나 영상만으로 춤을 감상하고 학습하는 행위는 전통춤의 진가에 접근하기 어려운 가벼운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는 전통춤이 외적인 형태보다 움직임의 내적 질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획된 안무를 정확히 수행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흥취와 관계, 움직임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화면이 들숨과 날숨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의 미세한 질감, 장단을 밀고 당기는 시간성, 무용수와 악사가 순간적으로 주고받는 기운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영상은 촬영자의 위치와 편집의 선택에 따라 춤의 일부만을 보여주며, 관객은 스크린 밖에 존재하는 공간과 움직임을 직접 선택하여 바라볼 수 없다. 전통춤이 매체 앞에서 취약하다는 인식은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니라 춤을 구성하는 감각적·문화적 조건이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매체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춤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입체 음향, 다각도의 촬영, 실감 기술은 신체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 의상과 신체가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현장의 감각을 완전히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체가 전통춤의 외형만을 납작하게 기록한다는 기존의 전제는 더 이상 고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의 질문은 전통춤이 매체 앞에서 취약한가 아닌가를 판정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떠한 촬영과 편집이 전통춤의 특성을 살리는지, 어떤 정보와 맥락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지, 관객의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매체가 춤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 자체를 경계하기보다, 춤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매체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영상의 문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

〈팔일八佾〉에서 장단과 작품의 흐름을 고려하여 화면을 전환한 방식, ‘K-community challenge’에서 핵심 동작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참여자의 재구성을 허용한 방식, 〈태평하기를〉에서 무형유산 보유자의 움직임을 입체적인 이미지로 제작하여 일상 공간에 불러온 방식은 각각 전통춤이 매체의 조건에 수동적으로 종속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 사례 모두에서 전통춤의 특성과 목적에 맞추어 매체의 사용 방식을 조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 사례가 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전문 촬영 장비와 제작 인력, 플랫폼,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관은 팬데믹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사립 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은 공연과 교육의 중단 속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전통춤과 매체의 결합이 미래의 중요한 방향이라면 기술과 자원을 가진 일부 기관의 성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예술가가 매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작 환경을 제공하며, 소규모 단체와 개인에게도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매체 앞에 선 전통춤의 취약성은 춤 자체의 본질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매체를 다룰 수 있는 인력과 예산, 제작 구조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전통춤의 디지털 전환을 논할 때에는 예술적 본질의 보존뿐 아니라 제작 환경의 불균형과 접근성의 문제까지 함께 다루어야 한다.


극장은 전통춤의 유일한 현장인가

온라인 공연은 오랫동안 극장 공연을 대신하는 불완전한 형식으로 평가되어 왔다. 극장 공연을 원전이라 한다면 온라인 공연은 이를 화면의 언어로 옮긴 번역본과도 같다. 번역이 원문의 감각과 의미를 완전히 동일하게 전달할 수 없듯이 온라인 공연도 극장의 현장성을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번역이 원문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며, 독자의 문화와 언어를 고려한 번역은 원문에 없던 의미와 감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번역을 통해서만 원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동안 온라인 공연은 극장 공연이 지닌 요소를 얼마나 충실히 재현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대와 객석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고, 화면을 통해 편집된 이미지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공연은 현장성과 라이브니스가 결여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라이브니스를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의 물리적인 동시성만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극장 공연에서 관객이 경험하는 라이브니스는 막이 오르고 내리는 시간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연 정보를 발견하고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 극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로비와 객석에서 다른 관객을 마주하고 공연 전후의 감정을 나누는 경험이 함께 축적된다. 즉 라이브니스는 무대 위 사건만이 아니라 관객이 공연과 관계 맺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팬데믹 시기의 온라인 공연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기획자와 관객이 특정 장면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화하고, 무용수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준비하는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과 춤에 대한 생각을 접하며, SNS를 통해 관람 사실과 감상을 공유하는 경험은 기존의 극장 공연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관계를 만들었다.

온라인 관객은 무대 전체를 한 방향에서 바라보는 대신 카메라가 선택한 여러 위치와 거리를 이동한다. 무용수의 얼굴과 손, 발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보고, 객석에서는 볼 수 없는 측면이나 위쪽의 공간을 경험한다. 춤 자체의 내러티브에 촬영자와 편집자의 해석이 더해지면서 관객은 하나의 공연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극장 공연의 라이브니스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온라인 관객이 보는 것은 눈앞에서 움직이는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카메라와 화면을 통해 전달된 이미지이다. 같은 공간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신체와 음악이 만드는 울림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감각은 디지털 화면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실시간 채팅을 통한 상호작용 역시 무용수의 신체가 관객의 호흡과 반응을 감지하며 그 순간의 춤을 변화시키는 직접적인 상호작용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온라인 공연과 극장 공연의 관계를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두 형식은 서로 다른 조건과 감각을 지닌다. 극장은 신체의 실재와 공간의 울림, 현장에 함께 존재하는 공동 경험을 제공하며, 온라인 공연은 거리와 시간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시선과 정보, 참여의 통로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공연을 극장 공연의 축소판으로 제작하지 않고, 매체만이 만들 수 있는 감각과 관계를 충분히 탐색하는 일이다.

팬데믹은 극장을 사용할 수 없었던 시기였지만, 역설적으로 극장이 전통춤을 향유하는 유일하고 최적의 장소인가를 질문하게 했다. 전통춤은 근대 이후 극장 무대에 오르면서 작품의 형식과 레퍼토리를 정비하고 고급예술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극장은 무용수와 관객의 위치를 구분하고 관객을 고정된 좌석에 앉혀 한 방향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한다. 공동체의 생활 공간이나 마당, 제의와 놀이의 현장에서 이루어졌던 춤이 극장으로 이동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

온라인 공연의 경험은 극장을 부정하기보다 극장 중심의 향유 방식을 상대화한다. 전통춤이 극장과 온라인, 일상의 공간과 가상공간을 오가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현장과 매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각각의 공간에서 전통춤의 어떠한 특성을 드러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전통춤의 새로운 역할

팬데믹 시기 전통춤이 시도한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매체 환경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이 존재한다. 전통춤의 전승 문화에는 스승에서 제자로, 앞선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춤을 전달하는 관계가 촘촘히 형성되어 있다. 다양한 연령의 전승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춤을 배우고 가르치며, 전승을 주도하는 역할과 이를 따르는 역할 역시 세대와 경력에 따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온라인 공연과 댄스필름, SNS 홍보, 챌린지, 실감 콘텐츠 등 새로운 활동 영역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전승 경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나타났다. 영상 플랫폼의 언어를 이해하고, 온라인 관객과 소통하며, 촬영과 편집의 구조를 판단하고, 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이는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전통춤계의 역할 구조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사용을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환경으로 받아들인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에 익숙하다.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행위에도 비교적 적극적이며, 현실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분리된 세계라기보다 서로 연결된 삶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현재 전통춤계의 젊은 세대는 전통춤을 배우고 전승하는 동시에 스승의 공연과 교육 활동을 기록하고 홍보하며, 자신보다 어린 학습자를 가르치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한다. 팬데믹 시기 이들은 온라인 공연의 운영과 댄스필름 제작, SNS 콘텐츠 기획, 실감 기술 제작진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전통춤의 지식과 디지털 매체에 대한 이해를 함께 지닌 세대가 새로운 협업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가 기계를 잘 다룬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매체를 통해 전통춤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전통춤에 대한 해석과 가치 판단이 포함된다. 어떤 장면을 촬영하고 어떤 동작을 짧은 콘텐츠로 재구성할지, 전통의 맥락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참여자의 변형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역량과 전통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분리된다면, 콘텐츠는 기술적으로 세련되더라도 춤의 본질과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이 이전 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대체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랜 전승 경험을 통해 축적된 움직임의 질감과 미적 판단, 역사적 맥락은 디지털 기술만으로 얻을 수 없다. 반대로 전통춤에 대한 깊은 지식만으로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전통춤의 미래는 세대 간 역할의 경쟁보다 서로 다른 역량이 교환되는 협업 안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 전승은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에서 벗어나 부분적으로 상호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앞선 세대로부터 춤의 원리와 철학을 배우고, 앞선 세대는 젊은 세대로부터 동시대 관객의 감각과 새로운 매체의 소통 방식을 배운다. 팬데믹이 전통춤계에 남긴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통의 지속이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변화하는 환경을 해석하고 새로운 전달 방식을 만들어 내는 역량 역시 전승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팬데믹 이후, 전통춤에 남은 것

전통춤은 나아가야 한다. 춤과 삶의 일체를 지향하고, 오랜 시간 인내하며 정진하는 태도가 좋은 춤을 만든다는 철학은 소중히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자 삶의 태도이다. 현대의 전통춤이 무형유산이자 예술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통성 있는 전승문화를 축적하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꽃피운 것 역시 분명한 성과이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 아래 전통춤 내부의 경쟁 구조와 엄숙한 전승 문화가 강화되면서, 전통춤을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한 부분도 있다. 전통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춤을 편안하게 접하고, 배우고, 자신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았다. 전통춤의 긍정적인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정확히 보존할 것인가뿐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함께 질문해야 한다.

팬데믹은 미디어 기기와 쉽게 친해지지 못했던 전통춤의 본질적, 문화적 취약성을 노출한 아픈 시기였다. 극장과 연습실이 닫히고 대면 전승이 중단되자, 전통춤이 얼마나 특정한 공간과 제도,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에 의존해 왔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온라인 생중계와 챌린지, AR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면서 전통춤은 자신의 활동 범위와 관객의 위치를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팔일八佾〉의 온라인 생중계는 극장 공연을 화면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카메라의 시선과 인터뷰, 실시간 채팅을 통해 새로운 관람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K-community challenge’는 감상자를 학습자와 연행자로 전환하고, 전통춤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신체와 공간 안에서 다시 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태평하기를〉은 무형유산 보유자의 춤을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하여 현실의 일상 공간에서 호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통춤의 접근성과 존재 방식을 확장했다.

세 사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통춤의 관객을 능동적인 존재로 바라보았다. 관객은 화면이 선택한 시선으로 춤을 새롭게 관찰하고,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며, 동작을 학습해 자신의 영상으로 제작하고, 가상의 무용수를 자신의 공간에 불러와 크기와 위치를 조정한다. 이로써 매체는 전통춤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곧바로 전통춤의 확장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전통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관과 개인 사이의 자원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짧은 영상의 문법에 맞추는 과정에서 전통춤의 긴 호흡과 복합적인 맥락이 축소될 수도 있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일회적인 홍보와 이벤트에 머무르고, 실제 공연과 교육,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팬데믹 이후 전통춤과 매체의 관계는 ‘온라인으로 할 것인가, 극장으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매체가 가진 조건을 이해하고 전통춤의 어떠한 특성을 그 안에서 살릴 것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극장 공연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 있는 신체를 마주하는 경험을 더욱 깊게 해야 하며, 온라인 공연은 극장을 모방하기보다 화면과 네트워크만이 가능한 시선과 소통을 개발해야 한다. 챌린지와 교육 콘텐츠는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춤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전달해야 하고, 실감 콘텐츠는 기술적 재현을 넘어 움직임의 원리와 감각을 이해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2026년 현재, 팬데믹 시기에 급증했던 온라인 공연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고 관객은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제작되었던 수많은 영상과 콘텐츠 가운데 일부는 플랫폼에 남아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되거나 후속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팬데믹 시기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미래의 전통춤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시도를 일회적인 대응의 기록으로 남길 것인지, 새로운 창작과 전승, 향유의 방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앞으로 전통춤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반대로 본질을 지키기 위해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다. 전통춤의 어떤 가치가 매체를 통해 더욱 선명해질 수 있고, 무엇은 살아 있는 신체와 현장에서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비판적 감각이 필요하다. 기술 전문가와 전통춤 전문가의 협업뿐 아니라 세대 간의 지식 교환, 공공기관과 개인 예술가 사이의 제작 환경 개선, 관객의 참여가 일회적인 흥미에서 지속적인 향유로 이어질 수 있는 설계도 요구된다.

팬데믹은 전통춤을 완전히 새로운 춤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다. 오히려 전통춤이 이미 지니고 있던 질문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통은 어떻게 변화하면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 춤은 누구에게 전해지고 누구와 공유되어야 하는가. 극장과 스승, 제도와 전승 집단의 경계를 넘어 전통춤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매체를 만난 전통춤의 의미는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다. 그 만남을 통해 전통춤이 스스로의 취약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바라보고, 춤을 만드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팬데믹은 전통춤에 균열을 일으켰지만, 그 균열은 오래된 가치를 무너뜨리는 틈만은 아니었다. 전통춤이 동시대의 삶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들여다보게 한 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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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화정. 「팬데믹 시기 전통춤과 매체의 만남-유형별 사례 분석과 논의」. 무형유산 2023.12. Vol.15: 83-105.를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https://doi.org/10.22956/nihc.2023..15.004

유화정

어릴 적부터 춤춰온 몸의 기억을 머리와 손끝으로 전달해 좋은 글을 쓰고자 한다. 국립극장 공연예술아카데미 강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방문학자 역임하였으며 현재 댄스&미디어연구소 이사이자 이화여대 무용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6. 11.
사진제공_한국문화의집 KOUS,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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