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카이주쿠 창립 멤버 & 조연출 Semimaru
산카이주쿠는 산카이주쿠다
  • 일    시
    2025년 8월 24일(일) 오후
  • 장    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분장실

통 역│ Kate Kwon(창무 공식 통역자)

인터뷰어│ 이지현 춤비평가

 



부토 공연이라니, 그것도 Sankaijuku(山海塾/이하 산카이주쿠)1)의 공연을 아르코극장에서 보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가. 우리에게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그들의 명성을 해외의 무대에서 확인하는 것이 더 빨랐던 시절, 부토를 가깝게 느끼게 하고 친근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매자선생은 1984년 뉴욕 공연 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 순회공연을 하던 산카이주쿠를 관람하고 직접 눈으로 그들의 명성을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후 선생은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 창작춤으로는 처음으로 인정을 받고 인기를 끌던 부토를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창무 활동과 관련하여 아시아의 무용단으로서 전통의 재창조와 현대화의 사례라는 관점에서 어떤 친근함과 동시에 경쟁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2)

이런 관심은 창무소극장을 개관하게 되면서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 1985년 일본 부토의 창시자 3인방으로 불리는 히치카타 타츠미, 오노 가즈오, 가사이 아키라 중 한 명인 ‘오노 가즈오’를 국내에서 최초로 초청하게 된다. 말하자면 한국에 부토가 정식으로 소개되고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서 1993년에는 부토와 본격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데 당시 창무예술제 행사의 일환으로 ‘부토 페스티벌- 세기말의 계보’를 열고 오노 가즈오를 비롯하여, 가사이 아키라의 제자인 야마다 세츠코, 고이 테루 등을 초청하여 요절한 히치카타 타츠미의 귀한 영상을 트는 등 부토의 여러 스타일을 한국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관람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런 직접적인 교류 활동을 통해 그들과 친분을 쌓아 나가게 되면서 처음에는 경쟁자로 바라보던 시선이 어느새 우정으로 변해있을 만큼 부토와의 교류는 1995년 창무국제무용제에 〈UNETSU〉(달걀) , 2002년에 〈HIBIKI〉(메아리) , 2007년에는 〈KAGEMI〉(거울) 등 그들의 대표작을 초청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당시 선생의 판단으로는 전반적으로 부토는 해외 진출에서 한국보다 20년 정도 앞선 것으로 판단되었고, 산카이주쿠의 어떤 지점이 유럽의 예술계에 충격을 주고 관심을 끌었는지는 지속적인 공부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선생의 90년대 초반 재팬파운데이션의 지원으로 일본에서의 1년간 체류는 특히 일본 문화계와 인지학회를 비롯한 일본 지성계과 교류할 기회를 주었고, 부토에 대한 현지 반향과 부토 예술가들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동시에 어려울 때 서로 도울 수 있을 정도의 우정을 쌓게 된다.

오늘의 2025년 창국국제공연예술제에서 산카이주쿠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창립자인 아마가츠 선생이 작년에 돌아가기 전까지 “한국 가서 공연을 해야하는데..”라며 자기 단원들에게 “김매자 선생이 초청하면 꼭 가서 공연을 하라고, 도우라”는 유지를 남긴 것이 컸다고 한다. 이번 공연 역시 넉넉치 않은 예산 속에서 그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선택한 산카이주쿠로서는 쉽지 않은 공연 결정이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26일 공연을 앞두고 산카이주쿠의 조연출이자 무대 감독이자 퍼포머인 Semimaru 선생(이하 세미마루) 을 만났다. 이 인터뷰의 기록은 사전의 배경설명과 더불어 중간에 워크샵과 공연 리뷰, 필요한 보충설명을 담아 산카이주크의 3일간의 활동을 연결하였다.


〈KOSA〉는 팬데믹이 탄생시킨 작품

이지현: 26일 공연을 앞두고 셋업 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춤비평가 이지현입니다. 이 인터뷰는 〈춤웹진〉이라는 국내 최대 배포력을 갖고 있는 웹진의 9월호를 위한 인터뷰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질문을 압축적으로 드리면서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해주시지요.

세미마루: 산카이주쿠는 유시오 아마가츠(이하 아마가츠) 선생이 중심이 되어 1975년에 창립됐으니 창립한 지 50년이 넘었네요. 저는 창립 당시부터 함께 했고, 당시 19살이었습니다.



Semimaru(산카이주쿠 창립 멤버 & 조연출)



이지현: 2007년 KAGEMI(2000)라는 작품 이후 18년 만의 한국 공연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세미마루: 다른 젊은 단원들은 개인적으로 한국을 다녀간 걸로 압니다만 저는 2007년 이후 처음입니다. 오자마자 일 하느라고 여유가 없었지만 예전에 비해 창무국제공연예술제나 극장의 시스템이 많이 변화한 거 같습니다.

이지현: 이번에 공연하는 〈KOSA-Between Two Mirrors〉(2022, 스위스 초연)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죠

세미마루: 팬데믹 시기 동안 유럽에서 새로운 작품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팬데믹 때문에 연기되었고 그 사이 아마가츠씨가 병환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KOSA〉는 그간 산카이가 만든 작품 중 과거의 작품과 최근의 작의 장면을 발췌하여 구성한 작품입니다.3) 예전에 산카이주쿠를 보신 분이나 그렇지 않은 분이 모두 흥미롭게 보실 수 있도록 구성을 했습니다.



산카이주쿠 〈KOSA〉



이지현: 산카이주쿠의 작품 제목의 특이한 점이 부제가 붙는 것인데 〈KOSA〉 역시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라는 부제가 보입니다.

세미마루: 이 작품에서는 특히 시간과 공간, 사람의 교차 내지는 엇갈림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라는 느낌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계속해서 교차해 나가는 상황을 은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카이주쿠 〈KOSA〉 ⓒJC Carbonne



산카이주쿠 〈KOSA〉 ⓒSteven Pisano



이지현: 이 작품이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욱 공감대가 생깁니다. 한국에서도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무용인들이 활동이 중단되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산카이주쿠는 어땠나요?

세미마루: 4년 정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미 팔린 티켓도 환불해야 했고, 공연을 못한 시간도 길었습니다. 연습을 한동안 못하다가 유럽 쪽이 조금 풀리면서 3년이 지나고 나서야 활동을 다시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이지현: 리플렛에 의하면 이 작품이 7명4)이 출연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세미마루: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이번 한국공연에서는 7명이 출연합니다.

이지현: 직접 출연도 하시나요?

세미마루: 네, 그렇습니다.

이지현: 50년을 넘게 산카이주쿠와 함께 해 오신 퍼포머가 출연하신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일반인들도 궁금해 할만한 흥미로운 질문인데, 산카이주쿠의 흰색 분장은 워낙 유명합니다. 리플렛을 보니 일본의 유명한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가 make up provided 한다고 나와 있는데요.

세미마루: 그렇습니다. 모두 시세이도 제품을 쓰고 있고 시세이도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지현: 거의 온몸에 다 발라야 해서 많은 양이 들 거 같습니다.

세미마루: 한 사람마다 한 번 공연에 50g 정도를 사용합니다.

이지현: 분장하는 데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요?

세미마루: 겉으로 보이는 흰색 파우더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베이스도 발라야 하고, 이후에 실리콘으로 고정시키는 걸 또 발라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저의 경우엔 50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지현: 분장은 스스로 하시나요 아니면 메이컵 전문가의 손을 빌리나요?

세미마루: 기본적으로 본인 스스로 합니다.

이지현: 한국춤의 경우 옷을 단계적으로 꼼꼼히 입어야 하고 머리, 분장까지 공연 전에 갖춰 입느라 많은 시간이 드는 편입니다. 반면 산카이주쿠 같은 경우에 맨몸으로 하고 머리 장식도 없어서 시간이 적게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세미마루: 그렇지 않습니다. 분장도 분장이지만 저희 같은 경우, 의상이 보기에는 심플해 보일 수 있지만 일본 안에서 디자인을 하고 작품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기 때문에 꽤 세심한 과정을 거칩니다. 〈KOSA〉같은 경우도 디자이너와 수차례 회의를 했고, 특히 작품 안의 두 벌의 의상은 원하는 질감을 내기 위해서 원단을 사온 게 아니라 실부터 구해와서 감을 만들고 그 다음에 의상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경우는 마음에 드는 질감의 중고 기모노를 발견하면 그것을 다시 뜯어서 그 감으로 의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산카이주쿠는 창립 당시부터 매우 일본적이면서도 매우 독특한 분장과 움직임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창작과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세미마루: 부토라는 장르는 60-70년 정도 되었는데요, 특히 아마가츠 선생은 굉장히 섬세하게 계산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입니다. 그는 움직임이 감정과 섬세하게 맞춰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그의 모토는 이 움직임이 왜 일어나는가, 그 근원은 무엇인가에 집중을 많이 합니다. 흥미로운 움직임보다는 움직임의 근원을 탐구하길 원하고 감정의 근저에 있는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그런 생명의 순환에 깊은 관심을 갖습니다.

이지현: 그런 깊은 내용들을 탐구하고 그 내용을 드러내기 위해 댄서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연습하나요?

세미마루: 산카이주쿠만의 고유한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거울을 보고 연습하지 않습니다. 연습실에 거울이 없습니다. 외부에 나가 워크샵을 할 때 거울이 있다면 가리고 진행을 합니다.

이지현: 자기 내면에 집중하기 위함인가요?

세미마루: 여러 이유가 있는데 거울 때문에 시선이 외부 향하면서 집중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더 근원적인 이유는 댄서가 거울을 보는 순간 이미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된다고 봅니다.

이지현: 이 이야기는 간단히 얘기될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일단 허용된 시간 안에서라도 질문을 해본다면, 댄서가 거울을 보는 순간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거울을 치운다면, 거울이 없는 상태에서 안무가나 연출의 적극적인 다른 지시 사항은 있나요? 자신의 몸 감각에 집중하라든지 아니면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에 집중하라든지 하는….

세미마루: 네. 자신에 대해서 지각을 하도록 합니다. 훈련이라면, 밖에서 보는 나를 보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몸을 아는 것, 자기 몸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강조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산카이주쿠 워크샵 “신체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현장 모습



인터뷰 다음 날 축제의 부대행사로 한예종 연습실에서 세미마루 선생과 단원 2명이 함께 진행하는 워크샵 “신체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What moves the body?)가 있었다. 20여 명과 3시간 동안 진행된 워크샵은 매우 천천히 바닥에서 서로 몸을 부드럽게 흔들어 주며 몸을 이완시키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충분히 이완시킨 후에야 서서히 꼬리뼈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매우 섬세하게 조금씩 관절과 근육을 사용하는 연습을 조용하면서 차분하게 진행하였다. 거울 대신 서로가 서로를 봐주면서 자신의 몸에 충분히 집중하도록 해서 직립 상태까지 가도록 하는 방법은 모든 춤의 준비 과정이기도 하지만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상태에 도달하는 게 바로 몸이다. 세미마루 선생은 관록있는 노장답게 매우 차분한 톤으로 몸을 매우 조심히 다루는 느낌으로 진행하였고 몸의 느낌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서 리드하는 솜씨에는 깊이가 있었다.


세상의 트렌드와는 거리를 두고 내면을 향한 치열함을 멈추지 않았다

이지현: 산카이주쿠는 그야말로 80년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81년부터는 프랑스 파리의 시민극장으로부터 신작 계약을 하고 꽤 긴 시간 파리에 머물며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그 시절을 함께 하셨겠죠?

세미마루: 네 그렇습니다. 파리는 유럽 공연을 다니기에 매우 좋은 위치기 때문에 파리에 거주하면서 공연도 하고 런던이나 인근 도시의 무용가들에게 워크샵을 하러 많이 다녔습니다. 저는 1년 정도 거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산카이주쿠에게 좋은 활동이었던 같습니다.

이지현: 2000년대 들어서 특히 팬데믹 이후가 되겠군요. 산카이주쿠에게 생긴 변화가 있을까요?

세미마루: 시간을 쭉 지나오면서 봤을 때, 시대마다 트렌드 변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어느 시대에는 에로틱이 유행하다가 어느 시대에는 반사회적인 흐름이 강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산카이주쿠는 처음부터 그래왔듯이 세계가 밖을 향하고 변화할 때 조차도 더 내면으로 치열하게 향하는 의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지현: 팬데믹이 지나고 나서도 평화를 되찾았다기 보다는 요즘 세상은 더 불안정하고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재의 상황을 산카이주쿠는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내면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외로움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는지요?

세미마루: 네, 사실 전 세계적인 혼란이 최근의 저희 공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 때문에 폴란드 공연이 취소되거나 스케줄이 변동되었고, 조지아에서 보낸 짐이 안 오거나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트레스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큽니다. 왜냐면 이런 일보다는 춤을 추고자 하는 욕망이나 의지, 춤에 대한 희망이 더 크기 때문에 ‘춤을 추기 위해서는 이런 것도 다 넘어가면서 하는 거지’ 하면서 넘깁니다.


산카이주쿠의 세대 적응의 해법

이지현: 서구 유럽에서의 인기는 확고한 것이지만 일본 국내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인식되었을 거 같은데요, 산카이주쿠는 일본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요?

세미마루: 이제 저는 공연보다는 가르치는 일을 더 많이 합니다. 젊은 부토무용가들이 공연을 많이 하는데, 일본 내에서 부토는 컨템포러리 댄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카이주쿠는 그저 자신의 스타일을 쭉 가져가기 때문에 밖에서 무엇이라 부르든, 어떤 분류를 하든 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제가 젊을 때는 모던 댄스라 불리기도 했고, 나중에는 포스트 모던댄스라고도 했습니다. 또 지금은 컨템퍼러리 댄스라고 합니다.

이지현: 네 그렇군요. 한국에서는 지금 젊은 세대를 MZ라고 부르며 그들과의 세대 차이, 세 개간 갈등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산카이주쿠도 젊은 댄서들을 영입하고 함께 작업을 해야 할 텐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세미마루: 네 젊은 단원들이 있습니다. 산카이주쿠의 젊은 단원들의 배경이 많이 다릅니다. 학교에서 교육 받은 친구들도 있고 아닌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 젊은 단원들은 30대이고 그 다음 세대는 50대 정도입니다. 그들 간에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저는 그들을 보며 서로 시대를 보는 법이 다르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떤 경우는 아빠와 아들보다도 나이가 더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가장 중요시 합니다.

이지현: 한국에서 중년이 넘은 선생님들이 모이면 우리 때는 죽어라고 했는데 요새 애들은 그렇지 않다, 어렵고 힘든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다 예전 같은 힘든 테크닉이나 서로 맞춰야 하는 어려운 군무는 더 이상 못 보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것을 많이 듣습니다. 춤이 3D업종이 되어 기피되는 건 아닌가하는 얘기도 하구요.

세미마루: 산카이주쿠 같은 경우에는 젊은 단원들이 기존의 방식을 성실하게 따르는 편입니다. 아마카츠 선생이 내면적인 지향을 분명히 갖고 있었고 그에 따른 움직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원칙이 너무나 확고하고, 그래서 그것은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체형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저희들은 예전과 똑같이 하기 위해 배우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은 해외에서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는데 “너희 초창기 했던 거랑 뭔가 달라진 거 같다”라고 하길래, “아니다 우리는 예전과 똑같이 하고 있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내의 지원 상황

이지현: 리플렛에 의하면 이번 공연을 ‘도쿄도 역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 내의 공공기금 지원은 어떻습니까? 살림살이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번 공연의 기획과 매니저를 맡아 함께 온 미도리 선생이 대신 답을 한다.)

미도리: 역사문화재단은 Art council of Tokyo (도쿄문화예술위원회)의 하부에 있는 재단입니다. 그러니 도쿄 문예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 일본의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지현: 그럼 평상시에도 문예위의 지원이 도움이 많이 되는지요?

미도리: (직전에 대화가 영어로 바뀌었다. 매우 단호하게) It’s essential. (어느 나라나 비숫한 순수예술을 살리는 필수적 지원으로 이해되어 더 이상의 질문 없이 일동 웃음)

이지현: 김매자 선생께 들었습니다. 이번 초청에 많은 배려를 못해서 너무 죄송한데, 그 상황을 알고 아마가츠상의 유지를 말씀하시며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구요.

미도리: 그렇습니다. 김매자 선생과 아마가츠 선생이 30년 넘는 우정을 갖고 있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한국에 가서 해야지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현실적 조건은 어렵지만 이번에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개인이 아니다. 내가 부토다.

이지현: 산카이주쿠의 미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떤 전망을 갖고 계신가요?

세미마루: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산카이주쿠도 젊은 단원들이 새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개인 활동도 여러 가지 합니다만 저는 좀 다릅니다. 저는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개인이 아니다, 여러 명이다. 복수(複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부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10년, 20년의 시간이 지나도 부토라는 걸 계속 해나가는 것, 그게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게 곧 산카이주쿠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지현: 이제 이틀 뒤면 한국에서 18년 만에 공연이 열립니다. 한국의 관객에게 산카이주쿠의 공연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힙니다.

세미마루: 말씀드린대로 〈KOSA〉는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교차’에 대한 작품입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교차, 여기와 저기라는 공간의 교차, 나와 너라는 사람끼리의 교차를 다루고 있고, 산카이주쿠의 과거 작과 최신 작이 섞여 있기도 합니다. 산카이주쿠를 오래 동안 알던 관객이나 새롭게 산카이주쿠를 보는 새로운 관객이나 함께 교차되어 함께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그런 여러 교차에 대한 경험을 하시고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이지현: 공연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공연 때 뵙겠습니다.



이지현 춤비평가와 산카이주쿠 조연출 Semimaru



그리고 〈KOSA〉 공연을 보았다.

오랜만에 본 산카이주쿠는 다시 새롭게 느껴졌다. 전성기 때 보는 것과는 다르게 단체와 함께 나이 들어간 단원들의 춤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깊이감이 있었다.

장치를 가져올 수 없어서인지 무대는 그야말로 퍼포머와 음악으로만 채워졌고, 7명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런 흐름과 솔로 장면의 집중이 무대를 장악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KOSA〉, 정말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발췌작으로 세미마루 선생이 얘기한‘교차’가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여러 다양함을 서로 인정한 상태에서의 ‘만남’이나 ‘공존’으로 해석되는 ‘두개의 거울 사이에서’라는 부제의 의미가 50이 된 산카이주쿠의 성숙하고 배려있는 모습으로 느껴져서 그들의 세계 이해하고 즐기기에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재미를 주었다.

이번에 새롭게 느낀 건 그들의 매우 인위적인 벗은 몸과 흰색 분장의 몸들이 무대 위에서는 유럽의 묵극이나 광대 분장보다 훨씬 더 인간의 존재성을 깊이있게 드러내는 데 완벽히 적절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상태에서 약간의 표정만으로도-물론 그들이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는 표현주의를 드러내듯이 과장과 왜곡이 함께 하지만- 보는 이의 내면은 저격 당한다.

감정적 근거를 정확히 갖는 이유있는 움직임, 그것을 아마가츠 선생의 매우 개인적인 미적인 감각으로 조율한 ‘아우라를 동반한 움직임’은 춤과 포즈의 중간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그래서 보고 있으면 그들의 작품은 춤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더 분명해진다.

2025년 산카이주쿠를 보고 확인한 건 인간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 집요함과 그것을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개인적인 미적 감각으로 걸러냈다는 어쩌면 예술의 기준과 자격을 균형감있게,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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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2년 다이라쿠다칸을 공동 설립한 Ushiro Amagatsu(유시오 아마가츠 / 1949-2024)가 1975년 창단한 부토 단체
2) 2025. 8. 24. 전화 인터뷰와 몇 차례의 사석에서 나눈 대화를 종합
3) KAGEMI(2000), TOBARI(2008), MEGURI(2015) 등 세 작품의 장면을 발췌하여 8개의 장면으로 구성됨(Midori Okuyama/ 니혼대 예술대학 연극과 교수/ 산카이주쿠 매니저 제공)
 ① TOBARI A shadow in a dream ② KAGEMI In the light by the waterside ③ KAGEMI Infinite dialogue ④ KAGEMI Empty/Full ⑤ TOBARI Night blue ⑥ TOBARI In an inexhaustible flux ⑦ MEGURI Forest of fossils ⑧ MEGURI Return
4) 세미마루, 다케우치 쇼, 이치하라 아키히토, 마츠오카 다이, 이시이 노히호토, 이와모토 타이키, 타카세 마오코토 등 7명

이지현

1999년 춤전문지의 공모를 통해 등단했다. 2011년 춤비평가협회 회원이 되었으며, 비평집 『춤에 대하여 Ⅰ, Ⅱ』를 출간했다. 현장 춤비평가로서 왕성한 비평작업과 함께 한예종 무용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아르코극장 운영위원과 국립현대무용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5. 9.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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