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미국
새로 빛을 본 발란신의 잊힌 세계
뉴욕시티발레단(NYCB)의 2026 가을 시즌이 9월 22일부터 4주 동안 있었다. 시즌은 클래식 명작과 신작 갈라, 프린시펄 단원의 은퇴 무대로 구성되었다. 2012년부터 패션계와 매년 협업으로 진행하는 가을 패션 갈라도 하루 있었는데, 예년처럼 컨템퍼러리한 안무 3편과 고급 패션이 어우러졌다(참조: 춤웹진 2025년 11월호 프롬어브로드). NYCB가 그의 생전에 본거지였던 만큼 〈보석〉 등 발란신의 작품이 다수를 점한 이번 시즌에서 화제를 끈 공연작은 발란신의 〈Pithoprakta〉(피토프락타: 확률적 행동)였다. 1968년 초연 이래 발란신의 작품으로서는 그다지 공연되지 않은 작품이다. 발란신의 작품 세계에서는 드문 세계를 그린 때문에 공연이 드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초연에서 발란신의 뮤즈였던 수잔 파렐이 주역을 맡은 것이 의미심장해 보이고, 2007년 사실상 복원되어 이번에 재연되었다. NYCB의 이번 가을 시즌 공연작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가장 주목한 것은 〈피토프락타〉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17/arts/dance/nyc-ballet-balanchine-suzanne-farrell-pithoprakta.html
https://www.nytimes.com/2026/10/05/arts/dance/suzanne-farrell-balanchine-new-york-city-ballet-pithoprakta.html
야니스 크세나키스의 곡 〈Pithoprakta〉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nvH2KYYJ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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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hoprakta ⓒNYCB |
무채색 유니타드와 토슈즈를 착용한 댄서들이 추어내는 이번 〈피토프락타〉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거의 60년이 지났어도 발란신의 발레가 얼마나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현대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한다. 초연에서 반주 음악으로 쓰인 야니스 크세나키스의 곡은 확률음악으로 분류되는데, 수많은 음들이 무작위적이되 통계적 질서를 이룬다.(선율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곡인 데다 발란신의 주류 세계와도 거리가 있으니 공연이 드물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크세나키스의 모더니즘 음악이 “어렴풋한 은하계를 배경으로 현을 뜯고 삐걱대는 소리를 낸다”고 하면서 이 발레가 “마치 은하계 축소판과 같은 원형 프레임들이 돌출하면서, 몸을 구부리고 뻗으며 격렬하게 움직이거나, 비커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듯 빙글빙글 도는 댄서들의 작은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상의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 분위기와 온도는 뼈속까지 오싹하게 만든다”고 묘사한다. 또한 〈피토프락타〉에서 “발란신은 고전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무용수들이 몸을 쭉 뻗거나 구부릴 수 있는 방식, 중력에 묶여 꼼짝 못 하거나 공중으로 자유자재로 솟구쳐 오를 수 있는 방식 등을 실험한다.”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영상 자료에서는 무용수들이 어떤 입자들처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공연의 주역인 미라 나돈은 〈피토프락타〉의 심장과도 같은데, 뉴욕타임스가 나돈의 무대 활약을 소개한 점 또한 관심을 끈다. “나돈은 세상의 육감적 유혹을 벗어난 존재다. 발란신이 펼친 우주 공간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나돈이 불안정한 듯 대담하게 움직일수록 공기의 밀도는 높아간다. 그녀의 다리와 팔이 주변 공기를 파고든다. 팔다리를 벌려 에너지를 내뿜다가 차분하게 모아들인다. 여기서 군무진은 그녀의 배경이 되어, 세련된 고양이처럼 앞발을 휘젓고, 팔꿈치로 각도를 만들고, 심지어 [토슈즈로] 바닥을 두들기기까지 한다. 그녀는 물결치는 듯한 팔동작으로 마법을 걸듯 무대를 지배한다. 그녀에게는 파트너가 필요 없다. 우주의 속삭이는 자로서, 그녀는 홀로 날아오른다.”
이번에 주연을 맡은 나돈은 뉴욕타임스에 〈피토프락타〉는 외계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의 작품이라 말했다. 초연에서 주역을 맡았던 수잔 파렐은 이번 공연에서 댄서들을 지도하였다. 작품의 우주적 분위기와 관련하여 파렐은 초연 당시 미국이 달나라에 우주인을 보내던 그 시대 분위기를 떠올리며 이렇게 밝혔다. “전 세계가 달에 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모든 사람의 생활은 우리 세상 밖의 삶이 어떨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발란신에게도 그런 점이 흥미로웠을지도 모른다.”
프린시펄 타일러 펙, NYCB 안무 어소시에이트 임명
타일러 펙(1989~ ,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은 NYCB의 고참 프린시펄로서 2004년에 입단하여 2009년에 프린시펄이 되었다. NYCB의 남녀 프린시펄은 올해 기준 21명으로 대개 20~25세에 프린시펄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에 프린시펄 직을 가장 오래 유지한 사람은 패트리샤 맥브라이드로서 28년 동안이었다. 프린시펄이 고별 공연을 하는 나이는 대개 28~42세 사이이다. 타일러 펙이 언제까지 프린시펄 직을 유지할지도 관심사이긴 하겠으나, 올해 2026년 9월 그녀가 NYCB 내 Choreographic Associate(안무 어소시에이트·내부협력안무자)로 임명됨으로써 그녀의 존재감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1948년 NYCB가 공식 창설된 이래 안무 어소시에이트에 여싱이 임명된 것은 이번 타일러 펙이 최초이다. 자료에 따르면 안무 어소시에이트는 매년 신작 안무를 공급하고 단체의 예술적 향방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책을 뜻하므로, 일시적인 협력안무자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그녀는 2018년 베일댄스페스티벌에서 3인무의 안무가로 데뷔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 2년 사이 NYCB에서 두 편의 신작을 올렸다.(참조: 춤웹진 2026년 7월호 프롬어브로드)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01/arts/dance/northern-ballet-tiler-peck-grandes-etudes-review.html
https://www.nytimes.com/2026/09/25/arts/dance/tiler-peck-new-york-city-ballet-choreographic-associa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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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er Peck ⓒYumiko+Inoue |
이번에 뉴욕타임스는 타일러 펙이 영국 노던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그랑드 에튀스〉(큰연습곡) 소식을 리뷰하면서 “발레리나로서 알려진 그녀의 자질, 즉 속도, 기교, 공동협응, 음악성을 보여준다. 몇몇 안무가들은 자신의 신체를 통해 얻은 경험, 즉 공간, 음악과의 관계, 몸 고유의 운동 감각, 능력, 심지어 한계까지 잘 반영하는데, 타일러 펙은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는 여성 댄서들에게 그러한 안무자로서 적격이다”고 소개하였다. 〈그랑드 에튀드〉의 음악은 프란츠 리스트의 〈파가니니의 그랑드 에튀드〉였다. 뉴욕타임스는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극도로 어려운 바이올린 작품에 담긴 혁명적인 기교를 피아노를 위한 일련의 기술적 난제들로 옮겨 놓았다. 이 작품들은 미친 듯한 속도 속에서의 정확성, 건반 위를 가로지르는 손의 도약, 높이 솟구치는 듯한 겹쳐지는 아르페지오, 그리고 섬세하게 물결치는 듯한 스케일을 요구한다”면서 “펙이 기교가 뛰어난 댄서이자 음악성과 프레이징에서도 뛰어나 움직임 속에서 공간과 시간의 마법 같은 환상을 만들어냈던” 때문에 적절한 선곡이라 보았다.
프란츠 리스트의 〈파가니니의 그랑드 에튀드〉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_9HePFPIvCw
8명의 남녀 댄서들이 경쾌한 음악, 정교하고 빠른 풋워크, 깔끔한 위트로 리스트의 화려한 음악 기교와 어우러진 공연은 “자신감 넘치며 아름다웠고 댄서들에게 펙만큼 정교함과 섬세함, 속도, 공격성을 결합해야 하는 어려움도 요하였다.” 반면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랑 에튀드〉는 작품 자체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작품 구조는 임의적인 것으로 보였다. 행복, 슬픔, 매력, 그리움 같은 흘러가는 기분들은 음악에서 연유하지도 음악에 대한 특별한 반응이지도 않고 댄서들에게 덧씌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에튀드들과는 달리, 춤들은 마음속에서 흐릿해지고 뒤섞였다.”
메타비평 같은 코믹 춤극이 비평가들을 사로잡다
뉴욕에서 9월 하순부터 열흘 정도 열리는 가을춤축제(Fall for Dance Festival)는 클래식 발레, 현대무용, 플라멩코, 탭댄스, 실험극 등 초청 춤장르의 경계가 느슨하다. 올해로 23회를 맞아 9. 22. ~ 10. 3. 사이 뉴욕시티센터(맨해튼 55번가, 2257석 규모 메인 극장과 소극장 2곳으로 구성)에서 열렸다. 극장 규모 그리고 입장권이 좌석 구분 없이 30달러 균일가인 데서 보다시피 춤의 장벽을 낮추려는 취지가 강한 이벤트이다. 자연히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는 등 매진 경쟁도 치열한 제전이라 한다. 그렇다고 참가단체들의 수준이 그저 그럴 것이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마사그레이엄, 샌프란시스코발레단,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시디 라르비 체르카위, 호페쉬 셱터, 아크람 칸, 로열발레단... 올해 참가한 단체나 개인들의 열다섯 면면들을 보라. 신작들도 많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04/arts/dance/fall-for-dance-city-center-pony-cam.html
포니캠의 홍보 트레일러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rOG9XkOq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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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ies ⓒWikepedia |
그런데, 올해 축제에서 호주 단체 포니캠(Pony Cam)은 〈대충 그래〉(kinda like that)라는 코믹 춤극을 갖고 비평을 건드려 이채를 띠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한다. 자료에 따르면 〈대충 그래〉의 소재는 춤페스티벌과 춤공연으로서 안무 대가들의 유명작을 유쾌하게 패러디하면서 춤계의 관행과 관객들의 반응, 그리고 지금까지 뉴욕 가을춤축제 무대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공연들의 기억을 발칙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하였다 한다. 뉴욕타임스 기사의 소개에 의하면 포니캠은 공연 도입부에서 뉴욕타임스에 실린 가을춤축제 이전 평론들을 모두 읽었다고 하면서 객석의 웃음부터 유도하였다. 뉴욕타임스 리뷰어는 이 공연을 보는 동안 “각각의 춤에 얼마나 많은 귀중한 비평 지면을 할애해야 할까? 비평이 고의적으로 의도하지 않는 전체적 일관성과 의미를 비평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피상적이지도 까다롭게 들리지도 않으면서도 어떻게 포괄적인 리뷰를 쓸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받았던 편이라 밝힌다. 그러면서 이 리뷰어는 〈대충 그래〉가 가을춤축제의 뒤죽박죽인 양상을 꽤 정확히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잡지 피요르드리뷰는 〈대충 그래〉가 춤인지 아닌지 확언할 수는 없어도 관객의 마음을 달래주었고 발란신, 마사 그레이엄, 폴 테일러, 트리샤 브라운 등 전설적인 안무자들을 우스꽝스레 모방한 풍자적 콜라주를 통해 기량과 예술성 간의 상관관계, 예술의 기준에 관한 문제를 환기해서 호감을 샀다고 밝힌다. 이 기사에서 피요르드리뷰는 “비평가의 임무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가능하면 정확히 그 기준선을 긋는 일이다. 비평가들은 완벽하지 않을 순 있어도, 심오함과 기교를 가려내는 최전선에 있다. 최고의 비평은 탐구적이고, 묘사적이며, 포괄적이고, 맥락적이어야 할 뿐더러 비평가 자신의 시각에 따른 특이점도 인정돼야 한다. 포니 캠의 〈대충 그래〉는 이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긍정하였다. 이외에 〈대충 그대〉가 춤계의 클리셰와 관객의 기대감에 화살을 겨눈 춤계의 시트콤 같은 작품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기회 닿으면 국내에서도 만날 만한 공연이 아닌가 한다.
〈하짱, 엉덩이를 흔들어 봐!〉 춤 시퀀스들
선댄스영화제는 세계 최대 독립영화제이다. 매년 1월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다. 할리우드의 상업 자본과는 거리를 두는 영화제이다. 영화 〈하짱, 엉덩이를 흔들어 봐!〉(Ha-Chan, Shake Your Booty!)는 올해 이 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여 화제를 모았다. 코미디와 환타지가 섞인 춤영화(감독: Josef Kubota Wladyka)이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퍽 단순하다. 도쿄에서 부부 불룸 댄서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하루(별명 하짱)는 남편 루이스가 경연대회 무대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상실감에 빠져 환영에 시달린다. 하짱은 주변의 권유로 다시 댄스 스튜디오로 돌아오고 새 인스트럭터를 만나 슬픔을 극복하며 자아를 되찾게 된다. 그 단순한 전개와는 달리 관객들이 열광하여 오히려 감독이 당황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하짱 역의 키쿠치 린코와 영상 인터뷰를 가져 이 영화를 끌어가는 영화 속 5가지 주요 시퀀스를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다음은 기사의 간략한 요약이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9/28/movies/rinko-kikuchi-interview-ha-chan-shake-your-booty.html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Ik4lJmXgR6U
https://www.youtube.com/watch?v=ISrNERCHs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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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han, Shake Your Booty!ⓒfirstshowingnet |
키쿠치는 사교댄스 경험이 전무했던 탓에, 촬영 전 안무가들에게 몇 달 동안 사사받고 4주간의 집중 댄스 캠프에도 참여했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하는 5가지 시퀀스는 다음과 같다. 1. 룸바경연대회: 하짱과 루이스가 참가한 대회로, 두 사람은 꿈에 빠진 듯이 발을 바닥에서 떼고 춤을 추는데, 키쿠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며, 행복의 절정에 달했을 때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죠” 라고 말한다. 2. 블랙 크로우 슬로우 댄스: 루이스의 죽음 후 슬픔에 잠긴 하짱에게 검은 까마귀가 나타나 포옹을 건네는데, 키쿠치는 “귀엽고 털이 복슬복슬한 까마귀를 보면서 그 연기에 담긴 연약함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3. 스튜디오 유혹 장면: 주변의 권유로 스튜디오로 복귀한 후 새 인스트럭터와 룸바를 추는 환상에 빠지는데, 키쿠치는 “하짱은 삶에 서툴지만, 춤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고 말한다. 4. 바차타 플래쉬몹: 한 무리 남성들이 하짱에게 시비를 걸자 새 인스트럭터가 그들에게 용감하게 맞서고 그 용기에 감동한 하짱이 인스트럭터에게 푹 빠지며 모든 것이 바차타(도미니카공화국의 라틴댄스) 플래쉬몹으로 돌변하는 신으로서, 춤 리허설 도중 워밍업에서 손뼉을 치는 데서 감독이 착안한 신으로, 키쿠치는 “상실감을 겪었음에도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고 말한다. 5. 열차 속 꿈의 춤: 끝 장면에서 〈Dreams〉를 이어폰으로 듣던 중 어깨를 으쓱거리다 전철 칸에서 승객들을 끌어들여 함께 춤을 추는데, 키쿠치는 “열차 안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를 향하며, 춤추듯 다음 단계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춤영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참조가 될 기사이다.
〈맥베스〉의 피비린내를 더할 조지아 전사들의 춤
조지아라는 나라는 흑해 연안에 있고 코카서스족의 다이나믹한 남성춤과 우아한 여성춤은 명성이 자자한 편이다. 10월에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이 올리는 〈맥베스〉에 조지아무용단의 전사의 춤이 함께 한다. 이를 뉴욕타임스는 길게 기사화하였는데, 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은 전투 장면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틀”의 역할을 할 것이라 밝혔다. 해당 무용단은 뉴욕시 브루클린에 소재한 조지아문화센터 페스베비(Pesvebi)의 단체이다. 무용단원들은 브루클린에서 어릴 적부터 전통 조지아춤을 배워왔고 매주 여러 번 수련한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맥베스〉에는 조지아 북부 산악 지역에서 유래한 2유형의 춤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빠른 속도의 검과 방패 전투가 특징인 극적인 무용극인 케브수룰리로서 오페라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또 다른 유형으로 카즈베구리라는 일종의 전시적인 춤이 있는데, 높이 뛰고 발을 힘차게 구르는 동작이 특징이다.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성대한 대관식 연회를 여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바로 이 스타일의 춤을 추며 곡예 기교를 뽐낸다. 오페라 연출자는 〈맥베스〉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 이들 춤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08/arts/dance/metropolitan-opera-macbeth-georgian-dancers.html
미인대회에서 발휘한 춤의 효능
리건 헛셀(2000~ )은 댄서로서 지난달 열린 2027 미스아메리카에 선발된 인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2021년 영국 버밍엄로열발레단에 입단했다가 미스아메리카에 출전하기 위해 그만두었다. 그 전에는 뉴욕의 라디오시티뮤직홀의 상업 무용단 로케츠(The Rockettes)에서 잠시 활동했다. 고전발레뿐 아니라 쇼댄스와 미인대회를 넘나드는 이력으로서 나름 대중적 관심을 받아온 댄서이다. 이전에도 미스아메리카에 선발된 댄서 경력자들은 더러 있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헛셀의 근황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13/arts/dance/miss-america-regan-hutsell-dancer.html
이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헛셀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무용수가 미인대회 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한다. 인터뷰는 헛셀이 미스아메리카에 참가하게 된 경위와 춤 경력, 미인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담았다. 인터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러하다.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한 채 미스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최초의 흑인 여성인 헛셀은 21세기형 미인대회 여왕(a pageant queen for the 21st century)이다. 그녀는 역사적으로 인종 차별적이었고 여전히 어느 정도 신체적 순응을 요구하는 환경, 즉 킥 라인, 클래식 발레, 미인대회 등에서 우아하게 활동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미인대회의 화려한 매력은 시들해졌고, 여성성에 대한 좁은 정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즉, 미인대회에서 인종 차별이 완화되는 것이 21세기의 추세이며, 헛셀이 우승하는 데 있어 춤으로 단련된 우아함은 큰 역할을 하였다.
〈LIFE. Let's Dance〉 출간
텔레비전이 일상화하기 전에 미디어 사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사진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도 탄생시켰다. 1936년 창간된 주간 사진 잡지 〈라이프〉(Life)가 끼친 영향은 지금 청년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하였다. 큼지막한 스케치북 크기에다 양질의 아트지에 인쇄된 사진들은 매주 국제 정치와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세계적인 이슈로 받아들여지곤 하였다. 그러던 〈라이프〉가 TV 시대인 1972년에 주간 발간을 중단하기 시작하여 2007년 결국 폐간되었다. 잡지 자체가 일종의 파워였고, 이제는 20세기 중반 한 시대의 유력한 기록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가디언은 〈라이프〉에 게재된 사진들만을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고 전한다. 책 제목은 〈LIFE. Let's Dance〉(가격: U$ 50).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6/oct/22/life-magazine-dance-photography-lindy-hop-rockettes-margot-fonteyn-rudolf-nureyev

〈LIFE. Let's Dance〉 ⓒTaschen |
가디언은 이 책에 수록된 주요 사진 6장을 소개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1959년 영화 〈캉캉〉 촬영 현장: 셜리 맥레인과 줄리엣 프라우스가 춤추는 사진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2. 1943년 린디홉 댄서 윌라 메이 리커와 레온 제임스의 춤: 1940년대 린디홉이 미국의 국민춤으로 인기를 끌 때 촬영한 사진. 3. 1958년 댄스팀 로케츠의 공연 사진: 영국 하이킥댄스를 본떠 기계처럼 정교한 싱크로율의 춤 쇼 장면. 4. 1965년 〈라 바예데르〉에서 마고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 소련에서 망명한 누레예프와 영국 최고의 기품 발레리나 폰테인의 미국 순회 공연 중의 파드되. 5. 1967년 아카소주 어느 고교 졸업 파티의 춤: 흑백 인종 분리 철폐를 상징한 장면. 6. 1966년 댄스 플로어의 마이클 케인: 트위스트댄스가 전세계를 휩쓴 열풍에 가담한 케인과 춤추는 사람들.
호주
휠든의 〈오스카〉, 실망스런 접근의 인물 표현
크리스토퍼 휠든(Christopher Wheeldon, 1973~ )은 로열발레단에서 2년간 있다가 1993년 NYCB에 입단해서 7년 후 솔리스트로서 은퇴한 다음 해에 상주 안무가로 위촉되어 안무가로서 활동해왔다. 로열 발레단, NYCB, 샌프란시스코 발레, 볼쇼이 발레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들에 작품을 제공하는 한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도 〈MJ The Musical〉(마이클잭슨 뮤지컬, 2021)과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연출·안무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한 마디로 발레계의 거장 안무가로 인식되고 있다. 2011년 영국 로열발레단-캐나다 국립발레단의 공동 제작물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가 안무한 것으로 세계 주요 발레단들에서 수백회 이상 공연된 것으로 알려진다.
2년 전 그는 호주국립발레단에서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그린 〈오스카〉를 초연했고 올 10월 뉴욕에서 공연하였다. 오스카 와일드는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재기출중한 탐미주의 작가로서 글로벌 차원에서 대단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에서 동성애자라 하여 중노동형을 선고받고 쓸쓸히 생을 마감한 인물 아닌가. 이런 대조적인 양면 때문에 예술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더러 예술의 소재가 되곤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뉴욕 공연의 〈오스카〉에 대해 리뷰를 게재하였는데, 해당 리뷰는 “이 작품 속 와일드는 전혀 와일드답지 않다. 휠던은 자신의 와일드에게 발레의 장기를 살리면 가능했을 기교에 따른 매력을 전혀 부여하지 않았고, 와일드의 재치도 보이지 않으며 와일드의 고뇌를 표현하려는 몸짓은 약하고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우스꽝스럽게 되었다”고 하여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10/09/arts/dance/review-oscar-ballet-christopher-wheeldon-australian-ballet.html
크리스토퍼 휠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CXONhMCk4Wk
https://www.youtube.com/watch?v=cNCaPHp-R84
크리스토퍼 휠든의 〈오스카〉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cY1b7Lng2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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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Curtis Brown |
이 리뷰에 의하면, 〈오스카〉에서 “와일드의 재판과 투옥을 배경으로, 와일드와 두 남자의 로맨스가 와일드의 〈나이팅게일과 장미〉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과 함께 엮어졌다.” 그런 결과 “재능, 재치에 뛰어난 탐미적인 작가로서 오스카는 부재하고 동성애자로서 유죄 판결을 받은 오스카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또한 “와일드와 남성 파트너가 키스하고, 상의를 벗은 몇몇 남성들이 침대 위에서 몸을 뒤틀지만, 사랑 장면에는 에로틱한 긴장감이나 낭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오스카〉가 와일드의 전모를 드러내는 데 소극적이었고, 음악은 진부했으며 무대 디자인 또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편이고, 전체적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유능한 휠든의 역량도 부족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작품의 핵심 주제가 되는 인물을 표현하는 깊이와 미적인 측면에서 리뷰는 크게 아쉬움을 표하였다. 미국, 호, 캐나다 등지의 춤 리뷰를 신속하게 많이 게재하는 춤 전문 인테너넷 매체 피요르드리뷰에는 〈오스카〉에 대한 리뷰가 게재되지 않았다.
마오의 마지막 무용수, 그 후
1981년 미국 연수 중에 중국으로 귀국하기를 거부하고 미국에 망명한 발레 무용수 이춘신(1961~ )은 국내에서도 영화 〈마오의 라스트 무용수〉와 회고록으로 알 사람은 안다. 미국 망명 후 휴스턴발레단에서 16년간 활동하다 호주로 이주하여 금융중개인이 되었고 2012년부터는 10여 년 동안 퀸즐랜드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은퇴했다. 가디언은 이춘신이 출간한 회고록 후속작 〈행운의 아들〉(The Lucky Son)을 전하였다. 망명 후 휴스턴발레단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이 두 번째 회고록의 출발선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딸이 선천성 청각장애를 극복한 일, 자기 부부가 호주 수화를 배운 일, 호주에서 발레단 예술감독에 여러 차례 도전하며 겪은 쓴맛과 깨달음, 부부가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은 일 등이 〈행운의 아들〉에서 그려진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6/oct/10/chinese-ballet-maos-last-dancer-li-cunxin-memoir-follow-up-14-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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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ucky Son ⓒPenguin Books |
영국
포스트모던댄스로 선사하는 춤 세정제
팸 타노위츠(Pam Tanowitz, 1969~ )는 포스트모던댄스 계열 안무가로 안무에서 정교한 고전발레 발놀림과 포스트모던 식의 탈중심적 공간과 돌발적 정지 등의 개성을 보여왔다. 뉴욕시티발레단, 로열발레단 등 미국과 영국의 정싱급 단체들에 안무를 제공해온 인물이다. 이번 가을에 그녀의 〈Pastoral〉(전원교향악)이 런던에서 공연되었고, 가디언이 리뷰 기사를 게재하였다. 리뷰의 평점은 별 넷(5개 만점)이었다. 리뷰 서두에서 가디언은 “팸 타노비츠의 공연은 어둡고 음울한 무대, 자욱한 연극적 안개, 폐쇄적인 사운드스케이프, 끈적끈적한 움직임으로 특징지어지는 춤계의 유행에 대한 해독제와 같다. 그녀의 무대는 마치 입안을 맑게 해주는 날카로운 세정제처럼 밝고 깨끗하며, 문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인 의미에서 여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작품 분위기부터 소개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oct/02/pastoral-review-pam-tanowitz-barbican-london-beethoven
팸 타노위츠의 〈전원교향악〉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9fLUN_4z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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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oral ⓒMaria Baranova-Gramilano |
가디언에 따르면 베토벤의 〈전원교향악〉과 예술 속 전원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자가 세 명의 라이브 연주자(다양한 리드 악기 연주)와 마치 메아리나 기억처럼 떠오르는 오케스트라 녹음 발췌곡, 그리고 거리, 하늘, 도시의 실제 소리를 활용하여 베토벤의 작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였다. 구성에서도 “타노위츠는 해체적 접근 방식을 좋아해서 구절과 모티프를 분해하거나 덧붙이면서 재치와 기발함을 발휘한다. 그녀의 스타일은 평면적인 선과 보기 좋은 대칭이 특징인 머스 커닝햄의 20세기 중반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디자이너 역시 1950년대와 60년대(기하학적 추상과 소위 하드엣지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내려오는 커튼과 거대한 캔버스를 디자인했고 캔버스에는 옅은 분홍색 조각들이 짙은 녹색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무용수들이 극히 어려운 균형 동작을 해내야 할 때에조차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표현된다고 하여 찬사를 더하였다. 끝으로 “타노비츠의 춤은 기이하고 심지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매우 치밀하게 구상되고 구체적이며, 모든 선택은 완전히 명확하고 의도적이며, 모든 각도는 정확한 각도로 계획되어 있다.”
기후 위기 - 인간 마멸, 설득력 있는 제기
피어스(Fierce)는 버밍엄에서 1998년에 시작되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브 아트 페스티벌이다. 여름철의 에딘버르축제에 바로 이은 축제인데, 격년제로 1주일간 열린다.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 극장을 벗어나 고딕 저택, 수영장, 컨서버토리 등지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아트(Live Art), 실험적 퍼포먼스, 장소 특정적 예술 및 이머시브 방식의 시각·공연예술로 구성된다. 가디언은 이번 축제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미국 안무가 페이 드리스콜의 작품 〈Weathering〉(풍화(風化) 진행)이 단연 돋보였다고 전한다. 자료가 소개하는 〈풍화 진행〉의 내용은 층층이 포개진 몸들이 미세하게 슬로모션을 하다가 서로 쓰다듬고 끌어안고 비틀대면서 흙, 먼지, 땀과 범벅이 되면서 비명과 신음을 내지르는 장면들을 연출한 후에 아찔한 속도로 돌아가는 회전판의 원심력으로 인해 몸들이 바깥으로 밀려나서 객석 바닥을 기어대며 관객과 눈을 맞추는 식으로 전개된다. 기후 위기 속 몸의 마멸(磨滅)과 연대를 시각한 퍼포먼스다. 가디언은 “10명의 무용수가 회전하는 플랫폼 위에서 펼치는 것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 같지만, 불안정한 보금자리에 매달린 인간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oct/15/gay-sauna-gothic-pile-cluedo-fierce-festival-birmingham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oct/01/faye-driscoll-performance-art-choreography-weathering-uk-premiere
Fierce 페스티벌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4RVdp64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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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thering ⓒIChoose Birmingham_facebook |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