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2026년 7월 26일 열린 맨체스터 데이(Manchester Day)에는 550명이 넘는 공연자와 25개 커뮤니티 그룹이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맨체스터시가 커미션하고 솔퍼드에 기반을 둔 야외예술 제작단체 웍 더 플랑크(Walk the Plank)가 제작한 이 행사에서는 대형 퍼핏과 이동식 구조물, 음악과 거리극, 춤이 결합된 퍼레이드가 도심을 가로질렀다. 비가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인트피터스 스퀘어에서 출발한 행렬과 도심 곳곳의 광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주최 측 추산 5만 명 이상이 거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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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맨체스터 데이(Manchester Day) ⓒ이진아 |
2010년 시작된 맨체스터 데이는 시민을 완성된 프로그램의 관객으로만 머물도록 하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생활 공동체들이 예술가들과 사전 워크숍을 진행하며 의상과 구조물, 음악과 움직임을 준비하고 직접 행렬을 구성한다. 2026년에는 장애인 지원단체를 비롯해 홍콩·필리핀·파키스탄·리투아니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지역 그룹이 참여했다. 춤 분야에서는 카탈루냐에서 초청된 단체와 맨체스터의 성인 커뮤니티 무용단 애드혹 댄스(Ad Hoc Dance)가 각각 행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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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데이 제작단체 웍 더 플랑크(Walk the Plank)의 공동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리즈 퓨(Liz Pugh) ⓒ이진아 |
이 행사의 제작을 이끌어온 사람은 웍 더 플랑크 공동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리즈 퓨(Liz Pugh)다. 그는 2010년 첫 행사부터 맨체스터시 및 지역 공동체들과 퍼레이드를 만들어왔다. 2026년은 그가 맨체스터 데이의 중심 역할에서 물러나는 해이기도 했다. 맨체스터 데이가 시민의 몸과 도시의 공공공간을 연결하는 방식, 웍 더 플랑크와 국제 야외예술 플랫폼 엑스트랙스(XTRAX)가 구축한 제작·교류 구조에 관해서는 《문화+서울》 2026년 9월호에서 상세히 다룬 바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관점을 달리하여, 해마다 축제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는 반면 예산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참여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비용을 실제로 감당해온 사람이 누구인지를 춤 분야를 중심으로 들여다본다.
퍼레이드 전날, HOME의 네 시간
퍼레이드 전날인 7월 25일, 맨체스터 도심의 복합예술센터 홈(HOME)에서는 카탈루냐 초청단체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안무가이자 커뮤니티 무용 단체인 애드혹 (Ad Hoc)을 이끄는 루스 존스(Ruth Jones)를 만났다. 그는 맨체스터 데이 참가가 처음인 이 단체를 돕기 위해 그날 네 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참가자들이 다음 날 행렬의 구조와 진행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웍 더 플랑크 제작진과의 소통을 조율하는 일이었다.
루스는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리허설을 진행해나갔다. 씬마다 한 단어로 상징되는 이름을 정하여 붙이고, 퍼레이드 때 필요한 주요 포인트를 신속하게 무용수들과 정하는 모습은 어느 무용 리허설 현장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는 퍼레이드 직전의 단순한 연습 지원이 아니었다. 극장의 무대와 달리 대규모 도심 퍼레이드는 여러 단체가 정해진 시간과 동선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무대처럼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팀의 움직임은 앞뒤 행렬의 속도, 도로 통제, 관객과의 거리, 구조물과 기술진의 움직임에 연동된다. 처음 참가하는 단체가 자신의 공연만 익혀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루스가 맡은 것은 한 무용단의 움직임을 축제 전체의 운영체계 안으로 연결하는 조정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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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초청단체의 퍼레이드 리허설 현장 ⓒ이진아 |
이날 리허설을 하던 카탈루냐 단체는 이번에 처음 퍼레이드에 게스트로 초청되었다. 이 카탈루냐 팀을 지원하던 루스는 같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애드혹 댄스를 30년 넘게 이끌어온 사람이었다. 한쪽에서는 처음 맨체스터를 찾은 해외단체가 퍼레이드에 진입하도록 돕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랜 기간 지역 주민들과 춤을 지속해온 것이다. 대형 축제가 지역 예술가에게서 빌려 쓰는 것은 공연 한 편이나 몇 시간의 노동만이 아니다. 낯선 참가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오랜 현장 경험까지 포함된다.
30년 넘게 이어온 이 단체에 없는 것
루스는 라반(Laban)에서 춤을 공부한 뒤 맨체스터로 왔다. 1993년 애드혹 댄스를 설립해 30년 넘게 성인들에게 현대무용을 가르쳐왔다. 애드 혹은 전문무용단의 레퍼토리 제작을 목적으로 한 조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연령과 경험을 지닌 성인들이 정기적으로 춤을 배우고 공연하는 커뮤니티댄스 단체다.
그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지원 여건이 비교적 좋았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하에 수업은 만원을 이루었고, 참여자들은 열정적이었다. 수업이 열리면 가서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그런 구조였다. 그러나 약 10년이 지나면서 정부 보조금은 줄어들고, 그 빈 틈을 메꾸는 운영구조는 참가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수요는 많아서 참여자들은 기꺼이 수업료를 내면서도 춤추는 시간을 원한다고 했다. 이후 20년이 더 지난 지금은 수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스튜디오는 없다. 루스는 수업을 열기 위해 여러 공간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하세요?”
질문은 30년 넘게 이어왔다는 성취보다, 그 긴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조건을 향한 것이었다. 애드혹의 지속은 안정된 기관이나 공간이 보장한 결과가 아니었다. 참가자가 직접 부담해온 수업 비용과 매번 장소를 구하고 사람들을 다시 모아온 예술가의 노동에 의존해왔다. 30년은 곧 안정성을 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단체가 30년을 활동한 뒤에도 수업 공간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커뮤니티댄스에서 무엇이 지원되고 무엇이 단체 혹은 개인의 책임으로 남는지를 시사한다.
그날 루스가 카탈루냐 팀을 지원하며 보여준 조정 능력도 이 시간과 무관하지 않다. 그 능력은 축제 직전 배운 업무기술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을 가르치고 서로 다른 몸과 상황을 조율해온 경험에서 형성된 전문성이다. 그런데 예술하는 환경은 그러한 숙련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숙련을 만들어낸 지역의 수업과 공간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큰 도시에 없었던 댄스 에이전시
루스는 애드혹의 공간 문제를 설명하며 맨체스터에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National Dance Agency)’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국의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는 1980년대 말 Arts Council과 지역 예술지원기관, 지방정부가 함께 구축한 지역별 춤 전문 지원기관 네트워크다. 이들은 커뮤니티 수업과 예술가 개발, 작품 제작·유통, 연습실과 극장 같은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뉴캐슬의 댄스 시티(Dance City), 리즈의 요크셔 댄스(Yorkshire Dance), 런던의 더 플레이스(The Place)가 대표적이다. 2004년 영국 하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 네트워크는 30개 스튜디오와 5개 극장을 운영하며 연간 약 1만7천 건의 커뮤니티댄스 활동을 제공했다.
북서잉글랜드에도 Dance North West라는 명칭으로 이 네트워크에 속한 기관들이 있었고, 2004년 의회자료에는 랭커스터에 기반을 둔 루더스 댄스(Ludus Dance)의 예술감독이 이 지역을 대표해 참여했다. 그러나 맨체스터에는 댄스 시티나 요크셔 댄스처럼 극장과 여러 스튜디오를 갖추고, 지역의 춤 교육·창작·공연을 장기적으로 연결하는 독립 거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레이터맨체스터에는 댄스 이니셔티브 그레이터맨체스터(Dance Initiative Greater Manchester)로 출발해 이후 댄스 맨체스터(Dance Manchester)로 이름을 바꾼 지역 춤 개발기관이 있었다. 이 기관은 약 27년 동안 지역 무용가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Arts Council England의 National Portfolio Organisation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와 같은 규모의 공간기반 기관은 아니었다. 댄스 맨체스터는 Arts Council England 지원 상실 이후 2019년 문을 닫았고, 그 역할 일부는 그레이터맨체스터 통합자치정부와 Arts Council England의 지원 아래 지역 무용단 컴퍼니 카멜레온(Company Chameleon)으로 이전됐다.
맨체스터에 춤을 지원하는 조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영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의 규모와 문화적 위상에 비해, 춤 교육·창작·공연·공간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독립적인 중간지원 기반은 취약했다. 애드혹이 30년 넘게 활동하고도 지금까지 고정된 수업 공간을 갖지 못한 상황은 이 공백과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 이는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의 부재가 애드혹의 공간 문제를 직접 낳았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단체가 공간과 지원을 찾아다녀야 할 때 이를 완충하고 연결할 중간 기반이 충분했는가의 문제다.
16년째 같은 예산, 늘어나는 요구
개별 무용단의 조건과 대형 축제의 재정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리즈 퓨의 설명을 들으면 두 영역에서 작동하는 압박의 방향이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리즈에 따르면 웍 더 플랑크는 2026년 한 해 약 3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맨체스터 데이와 같은 대규모 도시행사부터 소규모 순회공연까지 규모도 형태도 다양하다. 그중 맨체스터 데이는 가장 크고 가시적인 사업에 속하지만, 행사의 기본예산은 2010년 이후 사실상 그대로다.
반면 행사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올랐다. 리즈가 구체적으로 열거한 항목은 도로와 행사 통제, 보안과 스튜어딩, 분장실과 리허설 공간, 제작·기술 지원이다. 여기에 축제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접근성과 포용성, 안전, 환경적 책임과 예술적 완성도를 요구받는다. 참여 공동체와 프로그램이 다양해질수록 서로 다른 필요를 조정하는 업무도 늘어난다. 예산의 명목금액은 그대로인데 비용과 역할이 함께 증가한 것이다.
예산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치만 높아지면, 부족해진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규모를 줄이지 않는 한 그 차액은 제작진의 업무량, 예술가의 조정시간, 지역단체가 이미 축적해놓은 관계와 참가자의 자기부담으로 옮겨간다. 축제의 실제 원가는 시가 편성한 행사예산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애드혹이 수십 년간 지속해온 수업, 참가자들이 직접 부담한 비용, 루스가 연습장소를 찾아 이동한 시간, 처음 참가하는 단체의 현장 적응에 투입된 네 시간까지 더해야 그 하루를 가능하게 한 자원의 범위가 드러난다.
흔히 ‘시민 참여’는 기관이나 축제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설명된다. 맨체스터 데이를 보면 그 관계는 역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축제 역시 지역에 이미 존재하던 공동체의 시간과 관계, 예술가의 숙련을 제공받는다. 맨체스터 데이는 25개 공동체를 행사 당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단체들을 하루 동안 하나의 행렬로 가시화했다. 시민 참여는 축제가 생산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축제가 사용한 지역의 자원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사정을 넘어선 재정적 배경
루스의 공간 문제를 영국 문화재정의 변화만으로 직접 설명할 수는 없다. 애드혹이 어떤 지원을 언제, 어느 기관에서 받았으며 그것이 왜 중단됐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활동해온 기간, 특히 2010년 이후 영국 지역문화의 공공적 기반이 크게 약화돼왔다는 사실은 이 사례를 둘러싼 중요한 배경이다.
2026년 오토노미 인스티튜트(Autonomy Institute)가 지방정부의 예술·엔터테인먼트 지출을 분석한 결과, 영국 전체의 관련 지출은 2010년 11억9천만 파운드에서 2024~25년 5억3천9백만 파운드로 실질가치 기준 55퍼센트 감소했다. 잉글랜드의 감소폭은 61퍼센트였다. 잉글랜드 지방정부의 1인당 연간 예술 지출은 같은 기간 18.67파운드에서 6.47파운드로 줄었다. 이 자료를 소개한 공연예술인 노동조합 이퀴티(Equity)는 보편적인 문화 접근의 기반이 여러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수치가 애드혹의 현재 조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역 예술활동을 떠받치는 지방정부의 재정이 장기간 축소돼온 환경과 루스의 경험을 완전히 분리하기도 어렵다. 특히 커뮤니티댄스는 상업적 티켓 수입보다 정기적인 소규모 수업과 접근 가능한 공간, 지역기관과의 관계에 의존한다. 대규모 기관보다 고정자산과 행정인력이 적은 단체일수록 지원 축소와 공간비용 상승을 참가비나 예술가 개인의 추가노동으로 흡수하기 쉽다.
이는 ‘참여’, ‘공동체’, ‘접근성’, ‘포용’이라는 가치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가치들이 확장될 때 그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산정되는가이다. 시민 참여를 늘리면서 그것을 조직하는 교육·돌봄·행정·조율노동을 사업의 부수적인 업무로 취급한다면, 좋은 정책목표가 오히려 커뮤니티 예술가의 책임을 늘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효율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맨체스터 데이가 한정된 예산 앞에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에는 매년 동일한 대규모 퍼레이드를 반복하지 않고, 도심의 고정형 공연과 소규모 행렬 등으로 형식을 바꿔왔다. 그러나 2026년에는 다시 대형 퍼레이드를 중심에 놓으면서, 카탈루냐 프로그램을 통해 행사의 규모와 시각적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히 해외 예술가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화려하게 꾸민 일이 아니었다. 2025년 맨체스터가 바르셀로나의 라 메르세(La Mercè) 초청도시로 참여하며 시작된 교류를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엑스트랙스는 카탈루냐 참가단체 선정과 프로그램 자문을 맡았고, 카탈루냐 측 기관들은 예술가들의 이동과 체류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했다. 국제교류가 행사의 외형을 확장하는 동시에, 동결된 기본예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제작비의 일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다.
웍 더 플랑크는 맨체스터시와 함께, 아츠 카운실 잉글랜드의 지원을 받는 엘리베이트(ELEVATE) 예술가 개발 프로그램도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안무가와 제작자, 디자이너, 카니발 예술가들이 대규모 공공예술 작업의 기술과 경험을 익힐 기회를 제공한다.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경험을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장치다. 리즈가 마지막 크루 미팅에 일부러 참석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자신이 없어도 팀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국제교류에서는 비용과 역할을 여러 기관이 나누는 방식을 활용했다. 2026년 카탈루냐 프로그램에서 엑스트랙스는 초청단체 선정과 프로그램 자문을 맡았고, 카탈루냐 기관들은 참가단체의 이동과 체류를 지원했다. 하나의 제작조직이 모든 비용과 전문성을 부담하지 않고 도시·지원기관·국제 네트워크가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해법이다. 그러나 이를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드는 노하우’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형식의 변주와 파트너십, 인재개발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반면, 효율화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안정적인 연습공간과 예술가의 보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는 시간은 계속 줄여도 되는 비용이 아니다.
필요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행사 규모와 사회적 기대를 가용예산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포용성·안전·접근성·환경적 책임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프로그램의 양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둘째, 커뮤니티 참여에 배정된 비용은 축제 직전의 워크숍과 행사 당일의 출연뿐 아니라 참여단체를 유지해온 연중 수업, 예술가의 조정노동과 연습공간을 포괄해야 한다. 셋째, 관객 수와 참가자 수 외에 지역단체의 활동 지속기간, 예술가의 고용과 공간의 안정성도 공공행사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시민의 참여를 원한다면 시민이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지원해야 한다.
한국의 커뮤니티댄스에 던지는 질문
필자에게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는 낯선 해외사례가 아니다. 2005~2006년 겨울, 필자는 한국형 춤 지원기관 모델을 검토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영국의 내셔널 댄스 에이전시들을 찾아가 각 기관의 디렉터들을 인터뷰했다. 기관마다 규모와 특화 분야는 달랐지만, 지역 무용가의 교육과 창작, 작품의 유통, 커뮤니티 활동과 공간을 장기적인 책임 안에서 연결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이 문제를 한국에 그대로 옮겨 영국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지역문화와 생활예술 지원제도의 역사, 지방정부의 역할, 공간 운영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만으로 한국의 커뮤니티댄스 지원이 실제로 몇 년 단위로 지속되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수업과 예술가의 보수, 공간이 유지되는지를 단정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해봐야 한다. 우리는 축제 하루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계산하면서, 그 시민들이 계속 춤출 수 있도록 공간을 구하고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의 시간도 계산하고 있는가. 지역축제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평가할 때에도 발표의 규모와 참여인원뿐 아니라, 그 사업을 수행한 예술가와 단체가 다음 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수업을 열고 활동할 조건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 행사가 끝난 뒤 지역 커뮤니티에 남는 것이 사진과 참여인원 통계뿐이라면, 시민 참여는 매년 처음부터 다시 동원해야 하는 일회성 프로그램에 머물게 된다.
맨체스터 데이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가는, 행사 당일의 관객과 참가자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웍 더 플랑크가 지역 단체와 제작 과정을 나누고, 엘리베이트를 통해 대형 야외작업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해온 방식은 바로 그 지속성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다만 이러한 축적이 지역 커뮤니티 단체의 안정적인 활동 공간과 예술가의 교육·조정노동에 대한 정당한 비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는 계속 살펴야 한다. 축제의 하루를 만드는 30년을 인정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헌신을 칭송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시간과 공간이 더 이상 개인의 부담으로 남지 않도록, 공공의 비용으로 산정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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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현장취재 및 서면자료
1. 루스 존스·리즈 퓨 현장대화, 맨체스터 HOME, 2026년 7월 25일.
2. 리즈 퓨의 후속질문 서면답변, 2026년 8월. 맨체스터 데이의 연혁·예산 동결·운영비 상승, Walk the Plank의 연간 프로젝트, ELEVATE 및 XTRAX와의 관계에 관한 내용.
3. 이진아, 맨체스터 데이 퍼레이드 및 Walk the Plank 관련 기사, 《문화+서울》, 2026년 9월호.
공개자료
4. Walk the Plank, “Consultancy, Learning & Training.”
https://www.walktheplank.co.uk/what-we-do/consultancy-learning--training/
5. Walk the Plank, “Liz Pugh.”
https://www.walktheplank.co.uk/about/team/liz-pugh/
6. Walk the Plank, “Manchester Day 2019.”
https://www.walktheplank.co.uk/projects/manchester-day-2019/
7. Walk the Plank, “Making for the Manchester Day Parade 2020.”
https://www.walktheplank.co.uk/news/making-for-the-manchester-day-parade2020/
8. OutdoorArtsUK, “Walk the Plank Elevate Programme: Charles Beauchamp,” 2022년 10월 17일.
https://outdoorartsuk.org/professional-listing/walk-the-plank-elevate-programme-charles-beauchamp/
9. Equity, “A 55% cut in funding by British councils threatens universal access to the arts,” 2026년 3월 19일. Autonomy Institute 지방정부 예술재정 분석 인용.
https://www.equity.org.uk/news/2026/cut-in-funding-by-british-councils-threatens-arts-access
10. People Dancing, “Dance agencies.”
https://www.communitydance.org.uk/resources/useful-links-2/dance-agencies
11. House of Commons Culture, Media and Sport Committee, “Written evidence submitted by DanceCity,” 2004년.
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cm200304/cmselect/cmcumeds/587/587we27.htm
12. Arts Professional, “Dance Manchester closes after 27 years,” 2019년 7월 5일.
https://www.artsprofessional.co.uk/news/dance-manchester-closes-after-27-years
13. Company Chameleon, “Dance Manchester passes the torch to Company Chameleon,” 2019년 7월 2일.
https://www.companychameleon.com/2019/07/dance-manchester-passes-the-torch-to-company-chameleon/
이진아
공연예술 연구자이자 무용 드라마투르그로서 동시대 공연예술을 미학적 차원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제도적·국제적 맥락 속에서 탐구해 왔다. 2004년부터 현장 실천을 통해 한국 무용의 드라마투르기를 정립해 왔다.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의 수학을 바탕으로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 로햄튼 대학교, 바우하우스 데사우 등) 움직임이 어떻게 사고를 확장하고 사회적·철학적 상상력을 촉진하는지를 연구와 수행을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