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수퍼댄서? · 발레에 뛰어든 팝가수 로살리아 · 호페쉬셱터2의 본능적 쾌감
김채현_춤비평가

[뉴욕]

수퍼 댄서들의 이색적 세계를 파헤치다

2026년 2월 춤웹진에서는 고작 12명이 출연한 〈호두까기 인형〉(뉴잉글리시발레단·NEBT)을 화제거리로 소개 가디언의 리뷰를 인용한 바 있다. “뉴욕시티발레단에서는 발레 무용수 90명과 125명이 넘는 아동들이 출연한다. 여기에다 음악을 라이브로 반주하면 대충 무용수와 아동 출연자, 연주자를 합하여 연인원 400명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호두까기 인형〉이다. 고전발레 가운데 최대 규모이지 싶다.” 발레단들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에 화려함과 풍성함을 위하여 많은 인원수를 무대에 올리려는 경향이 잠재해 있다. 뉴욕시티발레단뿐 아니라 보스톤발레단, 로열발레단, 볼쇼이발레단, 마린스키발레단은 〈호두까기〉 공연마다 60~100명 가량의 보조 인원들을 동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외에 보조 인원들이 다수 등장하는 흔한 경우로 〈라 바야데르〉의 축제 신, 〈해적〉의 시장 바닥 신, 〈돈키호테〉의 축제 신 등이 들어진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발레에 참여하는 보조 인원들의 세계를 보도하였는데, 발레 제작에서나 발레 세계 들여다보기에 참조할 만한 이색적 기사이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7/20/arts/dance/swan-lake-american-ballet-theater-extra-supernumera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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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의 수퍼 공모 안내 사이트 게재 사진 ⓒABT



발레에서는 정규 출연자가 아닌 보조 인원을 수퍼누머러리(supernumerary·수퍼)라 한다. 전문 기량보다는 이전에 제작된 의상에 신체가 잘 맞는지, 키와 체격이 무대와 어울리는지, 그리고 정해진 동선을 잘 따르는지가 주된 선발 기준이 된다. 40대의 어느 춤 기고가가 작성한 이 기사는 그녀가 아메리컨발레시어터(ABT)가 7월에 공연한 〈백조의 호수〉에 수퍼로 출연한 체험에 바탕을 둔 현장 취재 기사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발레를 동경하였다.

기사에 따르면, 수퍼들의 근무 시간은 길고 늦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보수는 매우 적다. 세계 최고 오페라단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약 40주 동안의 시즌 동안 수백 명의 수퍼를 고용하며, 리허설에는 시간당 30달러, 공연당 최소 92달러를 지급한다. 그래서인지 추가 수입이 필요한 공연예술인들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하여 규모가 작은 메트로폴리탄발레시어터의 경우 여름 시즌은 단 5주인 데에다 수퍼 무용수들은 엄밀히 말해 자원봉사 개념이 강하다. 발레 수퍼들은 발레 학도, 전직 무용수, 그리고 발레 애호가들로 구성된다. 이 발레단은 리허설이든 공연이든 1회 참여에 약 25달러의 사례비를 지급한다. 수퍼들은 마을사람이나 도시 주민처럼 주목받는 역할이 거의 없는 대신, 무대 맨 앞줄에서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얻는다.

수퍼 출연자들을 보면 발레를 배우는 아이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언젠가 무대 중앙에서 춤추기를 꿈꾸고 있고 실제 꿈이 이뤄지기도 한다. 수퍼들의 다른 한 켠에는 수십 년 동안 경력을 쌓은 베테랑 수퍼들이 있다. 어느 수퍼는 36년간 그 역을 맡아왔으나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한 무용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마법과 같아서 수퍼 역에 질리는 법이 없다”고 밝혔다. ABT는 대부분 시즌마다 성인 배역 오디션을 공개하고, 지원자들의 음악성, 무엇보다 중요한 점으로서 기존 의상에 잘 맞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ABT의 프로덕션 무대 감독은 “무용수 80명에 더해 슈퍼 50명의 의상을 따로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매 시즌 꾸준히 출연해서 신뢰성을 입증하고 신체 치수까지 기록해 둔 충성스런 출연자들은 제작진으로부터 가끔 출연 제의를 받는다. 연극적 재능을 갖춘 어느 수퍼는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처럼 더욱 비중 있는 조연 역을 맡아 사기꾼 같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전직 무용수를 그만둔 후 비중 높은 수퍼 역을 계속하고 그러다 보면 간혹 그 수퍼를 위해 의상이 특별히 제작되기도 한다.

신인 수퍼 히어로들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스튜디오 리허설과 무대 위 기술 리허설을 거친다. “관객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발레 무대 위에서는 의외로 많은 대화가 오갔다. 공연 동안, 선배 수퍼는 내게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가끔씩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이번 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로트바르트가 여왕의 손에 무례하게 입맞춤했을 때는 선배 수퍼가 나에게 ‘저럴 수 있어? 충격받아야지, 아주 많이 충격받아야 한다고!’고 낮게 속삭였다.”

수퍼 댄서라는 역할이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하려면 발레의 기반이 든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발레 단체가 풍성함이나 화려함 같은 요소들을 갈구하고 또 상업적으로도 채산이 맞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발레에서 경영 감각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수퍼 댄서의 기용은 일시적인 일에 그치고 산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에선 수퍼 댄서의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있다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워터밀이라는 장대한 실험 공간, 40년

1976년 미국인 로버트 윌슨은 미니멀 작곡가 필립 글래스와의 공동 작업으로 서구 공연예술계에 일대 혁명 같은 파란을 일으켰다. 명확한 서사를 해체하고 대사를 배제하여 연극에서 포스트드라마의 지평을 열어젖히고 춤에서는 미니멀 안무를 성립시킨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순수 이미지공연(image theater)을 정립하고 미니멀 음악이 무대예술에서 주류 음악에 진입할 계기를 만들었다. 한 마디로 당대 공연예술계를 강타하였던 것이다. 이번 여름 그 공연이 50주년을 맞았으며 뉴욕 인근 워터밀에서는 매년 여는 여름 축제에서 50주년을 기념해 축제 ‘무한대의 시간’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그는 83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워터밀은 그가 1986년에 롱아일랜드의 자연 속에 세운 공연예술 실험실이다. 공연예술의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작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서 국제적으로 많은 전위예술인들을 양성하고 영감을 주어왔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7/15/arts/dance/robert-wilson-watermill-cen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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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밀센터 ⓒTheWaterMillCenter



워터밀 여름 축제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공동 노력을 바탕으로 해왔고, 올해 ‘무한대의 시간’에는 로리 앤더슨, 루신다 차일즈,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해 윌슨과 오랜 세월 협업해 온 저명한 예술가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번 행사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윌슨의 방대한 미술품 컬렉션을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한 워터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윌슨은 잔디밭, 정원, 숲, 티크나무 테라스까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위치까지 직접 설계했다. 방랑벽이 심했던 그의 말년에 워터밀은 윌슨에게 집 같은 곳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공연예술의 쇄신, 즉 전위를 끊임없이 탐색했던 워터밀은 윌슨이 1960년대에 뉴욕에서 미술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때 거주한 지역으로 “일찌감치 공간을 임차하여 예술인들이 남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작업을 해도 무방한 공간으로 개방하였다. 뉴욕 소호 지역의 미술가 다락방 작업실과 윌슨 나름 공연예술 실험실이 결합된 공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었다.” 이 시기의 작업은 〈해변의 아인슈타인〉으로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빚더미에 앉았고 이러저런 끝에 1989년 워터밀에서 통신 기자재 제조 폐공장 부지를 매입하였다. 거기서 공연예술인들이 합심하여 예술인 공동체처럼 부지를 조성하고 2006년 워터밀은 연중 레지던시 공간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20년 전이다. “윌슨은 워터밀에서 여름을 보냈다. 더 영구적인 것은 그곳의 구성과 그가 소장한 약 8,000점의 미술품 컬렉션이다. 이는 휘트니 미술관 소장품 규모와 거의 맞먹는다 한다. 항상 약 1,000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장르 교차적 작업으로 실험 정신을 고취해온 워터밀은 각자의 독창성을 존중하되 경계를 파기하는 마인드를 고취해왔다. 이런 작업이 어디로 귀결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공연예술의 지평을 확장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윌슨은 스토리를 말하는 공간 만들기를 중시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요소들을 병치해나감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작업들이 실험으로 축적되는 워터밀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라 여겨질 법하다.


링컨센터 컨템퍼러리 댄스 페스티벌, 절반의 성과

2025년 4월 춤웹진은 뉴욕의 링컨센터가 컨템퍼리리댄스를 장려하는 취지로 5천만 달러(700억원)를 기부받은 사실을 뉴욕타임스를 인용 보도한 바 있다. “컨템퍼러리댄스 부문의 공연, 창작 의뢰, 청년예술인 지원에 쓰일 5천만 달러를 링컨센터가 확보하였다. 링컨센터는 뉴욕 맨해튼 중간 센트럴파크 옆에 소재한 공연예술 복합단지이다.” 이번 여름 링컨센터는 ‘Summer for the City’를 제목으로 첫 Lincoln Center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을 열었다. 보도에 따르면 링컨센터에서 컨템퍼러러댄스를 주제로 하는 페스티벌은 앞으로 매년 6월에 열리고 매년 1월에는 미국 기업에 초점을 맞춰 열릴 예정이다. 이 페스티벌의 문을 열은 첫 행사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리뷰를 게재하였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예술 복합단지인 링컨센터에서 발레가 과도한 현실에 비추어 그만큼 여기서의 컨템퍼러리댄스 페스티벌은 주목받을 이유가 있다. 페스티벌의 문을 연 첫 행사는 제레미 네드, 잉카 그레이브스 그리고 허성임의 안무작으로 구성되었다. 허성임은 익히 아는 대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안무가다. 뉴욕타임스의 리뷰를 차례대로 소개한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25/arts/dance/lincoln-center-contemporary-dance-festival-jeremy-nedd-yinka-esi-graves-her-project.html
https://www.nytimes.com/2026/07/03/arts/dance/lincoln-center-contemporary-dance-festiva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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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 Center Contemporary Dance Festival 포스터 ⓒLincolnCenter



제레미 네드의 〈from rock to rock … aka how magnolia was taken for granite〉는 “소시얼 댄스에 독자성을 부여하면서 고급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의의를 부각시켰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출연자들이 후드를 뒤집어 쓴채 각자의 세계에 빠져 춤을 추는 듯했으나 틱톡 같은 데서의 바이럴 댄스인 “밀리 록 댄스를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중독된 듯이 자세히 살펴보았고,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교 댄스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무대는 빙하처럼 차가운 느낌을 주었고, 때때로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무용수들이 라인댄스 ‘일렉트릭 슬라이드’를 추기 위해 하나로 뭉치자, 그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고 온몸에서 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은 일사불란한 대형에서 흩어져서 무대 위를 빙글빙글 돌며 각자의 길로 향했다. 춤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고,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곡 등 여러 음악이 분위기를 더 활기차게 돋우었다.”

두 번째 공연 〈The Disappearing Act〉에서 런던 태생의 잉카 그레이브스는 가나 및 자메이카 뿌리를 가진 플라멩코를 70분 동안 탐구하고 재해석하며 플라멩코의 아프리카적 뿌리를 조명하였다. 드러머, 가수, 기타리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른 그레이브스는 “마치 홀린 듯, 유령처럼 변신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공기를 뒤흔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빛에 이끌리는 나방의 미친 듯한 날갯짓처럼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춤이 고조될수록 그레이브스는 재빠른 발놀림으로 복잡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다리를 휘두르고 몸을 날카롭고 팽팽하게, 혹은 탄력 있고 길게 늘어나는 다양한 자세로 변형시켰다. 그녀는 점점 더 빛나는 듯했고, 마침내 그녀의 존재는 마치 투명 인간처럼 변해갔다. 그녀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다. 자신이 마치 공연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세 번째 공연인 허성임의 〈섭씨 1도〉는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하였다. 연전에 한국에서 초연된 바 있는 공연작이다. 7명의 무용수들은 리드미컬한 발걸음과 흔들리는 몸짓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강렬한 음악과 깜빡이는 조명 아래에서 공동체 의식을 표현하거나 거리를 두었다. 공연은 허성임이 바닥에 엎드려 손가락을 벌리고 발을 비틀며 천천히 구르는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대형을 이루어 무대를 가로질렀고, 그 대형은 마치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듯 몸이 앞뒤로 구부러지면서 점차 해체되었다. “제목은 지구 온난화를 암시하지만, 허성임의 역동적인 안무는 환경 문제와 모호한 방식으로만 연결된다. 걷고, 구르고, 넘어지는 패턴으로 이루어진 춤은 곧 예측가능한 구조와 기하학적 흐름에 묻혀버린다.” 〈섭씨 1도〉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한 행동 촉구를 담은 안무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힘겨워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매끄러운 표면 때문에 진정한 투쟁의 느낌은 전달되지 않는다.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어둠 속에서 숨을 헐떡이는 무용수들의 소리만 들리고 격한 춤은 폐활량을 옥죄지만, 〈섭씨 1도〉는 그저 평범한 춤에 그칠 뿐이다. 격하긴 하지만, 무대를 진정으로 뜨겁게 달구려는 노력이 설득력 있게 감지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Lincoln Center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의 마무리 행사로 있은 라시드 우람단과 아크람 칸의 두 공연도 다른 비평가의 기사로 리뷰하였다. 두 안무가는 국제적으로 이름난 편이어서 더 강하게 주목을 받았다. 먼저 우람단의 재공연작 〈Tordre〉(비틀기) 리뷰를 보면, 여성 듀엣으로 진행된 공연의 “주요 구조는 솔로 춤들을 비교하고 대조해 보이며 교대해 나가는 과정이다. A출연자가 먼저 나서서 작품 제목에 담긴 동작, 즉 프랑스어 비틀기를 천천히 발전시켜 나간다. 이어서 동일한 재잘대는 저음 음악에 맞춰 B출연자가 자신의 해석을 선보인다. B출연자의 동작은 더 거칠지만, 회전을 시작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공연은 A출연자가 회전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에 매달린 듯 두 팔을 앞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고, 무대를 한 바퀴 돈다. 피루엣을 추는 무용수와 달리, 그녀는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거나 꼼지락거리지 않는다. 이는 특히 그녀가 놀이기구처럼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관객에게 구심력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B출연자가 다시 나타나 A출연자를 구하듯 껴안는다. 하지만 A출연자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고, B출연자는 그녀를 그대로 둔 채 떠난다. 마치 피겨 스케이터처럼 A출연자는 다양한 형태로 회전한다.”

“이 공연에서 회전은 행복하고 마음을 달래주는 행위이다. A출연자는 회전하면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출연자는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에서 나올 법한 재즈풍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나는 공연의 귀여운 시작과 끝 모두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아크람 칸의 〈티크라〉(기억)는 2025년 12월 춤웹진에도 소개되었듯 사우디아라비아 고대 도시의 신화-문화유산에서 조상 여인과 그를 기리는 의례에서 착상하여 인도 고전춤 바라타나티얌과 컨템퍼러리댄스로 풀어나간 작품으로 알려진다. 2025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축제에서 사막의 바위 무대에서 먼저 공연된 후 유럽 여러 곳에서 공연된 바 있다. 이번 〈티크라〉를 평한 뉴욕타임스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예술 축제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공연의 서사는 조금 더 이해된다. 하지만 프로그램 노트에 적힌 ‘여족장’(Matriarch), ‘항아리’(Vessel), ‘샤먼’에 대한 설명은 작품의 불명확한 서사를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칸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작품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장면들이 있고 특히 염력을 사용해 도망치는 샤먼 역의 연기는 탁월했다. 하지만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서 〈티크라〉는 과거 링컨센터 페스티벌을 괴롭혔던 얄팍하고 화려한 국제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했다”고 실망감이 역력하다. 반면에 이전에 춤웹진이 인용한 가디언의 리뷰는 4개의 별점(5점 만점)을 부여하면서 “〈티크라〉에서 칸의 안무가 생각하는 투의 방식을 건너뛰고서 색채와 정서, 삶과 죽음, 동물의 영혼, 주술과 마법의 묵직하되 형체가 없는 세계로 바로 뛰어들기 때문에 세세한 서사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여 이번 뉴욕타임스와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티크라〉에 대해 화려하되 얄팍하다고 평하고 〈비틀기〉도 의구심을 품게 한다는 소감을 밝히는 이 비평가는 첫 Lincoln Center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이 실망스럽게 마무리하였다고 밝혔다. 앞에서 보듯 다른 비평가는 페스티벌의 첫 문을 연 제레미 네드, 잉카 그레이브스, 허성임 안무자들에 대해서는 공연들 사이에 편차가 크고 제레미 네드와 잉카 에시 그레이브스는 뛰어난 안목을 가졌다고 평하였다. 뉴욕타임스의 두 비평가의 의중을 모아보면 이번 페스티벌은 말하자면 절반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팝가수 로살리아가 전유한 발레 미학

카탈루냐 출신 스페인 가수 로살리아는 전통 플라멩코를 현대적인 팝, 알앤비, 일렉트로닉, 그리고 어반 레게톤과 접목한 음악 세계로 영향력을 키워왔다. 지난 6월, 그녀는 뉴욕의 대형 이벤트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2만명 수용)에서 열린 자신의 ‘럭스’(Lux) 순회 공연에서 발레리나 복장으로 등장해 또 관심을 끌었다. 이 공연을 현장 취재한 뉴욕타임스의 춤 기고가는 “로살리아가 풍성한 튀튀와 토슈즈를 신고 단정하게 단상 위에 섰을 때 나는 숨을 죽였고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무도 로살리아를 전문 발레 무용수와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럭스 공연에서 그녀는 발레에 대해 진정한 관심과 존경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6/29/arts/dance/rosalia-lux-tour-ballet-charm-ladonna.html

럭스 유튜브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4IGWssHt1xQ



ROSALIA, LUX ⓒrosalia.com



기사에서 공연의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우선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깔끔한 파트너 아라베스크 동작을 선보였는데, 지지하는 발은 인상적으로 아치형을 이루었다. 잠시 후, 발끝으로 아주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무대 뒤쪽으로 부레 동작을 할 때, 그녀의 팔은 마치 백조처럼 유려하면서도 손목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또렷했다. 발레는 단순한 자세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이며, 로살리아는 분명 그 언어를 깊이 연구해 온 것이 분명했다.” “플라멩코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로살리아는 예상치 못한 스타일의 조합을 통해 팝 음악계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오페라 요소를 접목하고 13개 언어로 노래하였다. 그녀는 고전 발레를 고전 오페라의 신체적 표현으로 선보였다. 그녀의 춤이 발레적인 것처럼 그녀의 음악은 오페라적이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의도는 훌륭하다.”

공연 자료를 정리하면 이번 투어는 4막으로 구성되었다: 서곡과 1막(신성함과 발레), 2막 (클럽과 야성), 3막(미술관과 고백 성당의 공간), 4막(축제의 절정과 극적인 추락). 투어에서 1막까지의 천상의 고전미가 2막에서는 갑자기 베를린의 강력한 일렉트로 클럽 분위기로 돌변한다. 3막에서 로살리아는 미술관과 성당에서처럼 관객들과 인터액션으로 어울리다가 4막을 축제판의 절정으로 만들고선 무대 구조물 꼭대기로 올라가서 양팔을 벌린 채 뒤로 아득하게 추락하는 위험천만하고 극적인 낙하 퍼포먼스를 감행하였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조를 로살리아는 노래와 춤으로 끌어갔고 특히 뉴욕타임스는 럭스 공연이 “안무에 대한 야심으로 가득 차 있고 타고난 기량이 아니라 땀과 노력으로 얻어낸 기량을 찬양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한다.

로살리아는 플라멩코의 기질로써 팝뮤직과 발레를 융합해내었다. “플라멩코 훈련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몸에 대한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춤 스타일을 시도할 때 기반이 된다. 이러한 노력은 뛰어난 실력과 다재다능을 겸비한 출연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로살리아는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출 때는 마르세유국립발레단과 네덜란드 NDT 출신 무용수들과 파트너를 이룬다. 그리고 몸을 휘젓고 격렬하게 움직일 때는 유명 아레나 투어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베테랑 무용수들과 함께한다. 12개가 넘는 언어와 거의 같은 수의 춤 스타일을 부지런히 공부한 로살리아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끌린 듯하다.”

이번 투어의 매력 중 하나는 발레와 다양한 춤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융합한 데 있다 한다. 공연을 돕는 안무가도 그리스의 디미트리스 파파이와누, 프랑스의 안무 집단 (라)오르드를 비롯 여럿이다. 그들은 로살리아가 노래와 플라멩코, 발레, 재즈, 왈츠를 결합해서 판을 만드는 데 합심하였다. 마르세유국립발레단과 NDT 출신 그 무용수들이 로살리아와 춤출 때 그들은 “백업 댄서 그룹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무용단으로 느껴진다”고 하였다. 단적으로 이 공연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발레가 품은 불가능성에 매료되고 다다르기 어려운 이상을 쫓는 과정이 보상받은 공연”이라 하였다.


[프랑스 몽펠리에]

몽펠리에춤축제의 새 출발


몽펠리에춤축제는 프랑스 남부 대학도시 몽펠리에에다 춤의 도시라는 명성도 안겨주었다. 1983년부터 장 폴 몽타나리는 자기가 주도한 그 춤축제에서 41년 동안 자리를 지켰고 은퇴한 지 1년 후 2025년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이 축제를 두고 “몽타나리의 취향은 이 축제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 중 하나로 만들었고, 1980년대~90년대 프랑스 미테랑 정부의 야심찬 소프트파워 문화 정책에서 비롯된 프랑스 현대무용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진했다”고 평한다. 가디언도 이번 축제를 리뷰로 소개하였다. 올해 춤축제는 몽타나리가 기획하지 않은 첫 축제로서 새로 구성된 4인조 감독들의 작품이다. 올해 공연 면면은 디미트리 샹블라스, 에마누엘 갓, 요제프 나지 같은 기성 춤작가와 에릭 민 꾸옹 카스타잉, 아르민 호크미, 에프티미오스 모스초풀로스 같은 신진 춤작가, 갈루아와 셱터의 작품, 그리고 여러 소규모 작품들을 포함하여 몬타나리의 페스티벌 때와 엇비슷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7/01/arts/dance/montpellier-dance-festival-la-horde-apres-moi-le-deluge.html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n/29/montpellier-danse-festival-contemporary-dance



몽펠리에춤축제 포스터 ⓒubiquite-cultures



올해 축제는 6월 20일부터 2주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개막작인 프랑스의 안무 집단 (라)오르드의 〈Après moi, le déluge〉(내 이후, 대홍수)를 리뷰하였다. “〈Après moi〉 공연에서는 이른바 (라)오르드 현상이 여실하였다. 관객은 젊은 층이 주를 이루었고 분위기는 들뜬 상태였으며 문화 재정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몽펠리에 시장은 로비를 돌아다니며 관객들과 악수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공연은 관객을 등지고 얇은 천 커튼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12명의 무용수들이 스크린에 보이는 관객들에게 거듭해서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당혹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처럼 규모와 연극성이 뛰어난 컨템퍼러리댄스는 극히 드물고 상업적 매력과 실험적 야망의 조화는 칭찬할 만하다.”

“필립 글래스를 연상시키는 음악에서 청바지, 반바지, 티셔츠 차림의 무용수들이 강렬한 음악에 맞춰 좌우로 발을 구르며 전력 질주하듯 춤춘다. 출연자들의 대형은 작은 그룹으로 흩어지고, 때때로 멈칫거리는 듯한 동작으로 끊기기도 한다. (라)오르드는 집단의 부족주의적 성향을 불러일으킨다. 무용수들은 의식 참여자이면서 동시에 광란의 참가자이기도 하며, 기쁨과 분노, 축하와 반항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다. 그들은 음악에 맞춰 팔을 하늘로 치켜들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가운데, 흩어졌다 다시 뭉치기를 반복한다. 그러자 무대가 위로 기울어지면서 중앙에 커다란 틈이 드러나고, 무용수들은 그 틈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거듭하며 인간 피라미드를 형성한다. 그들의 광기 어린 미소는 촬영되어 스크린에 비춰지는데, 마치 지구 종말에 맞서는 자동인형 같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늙고 나체인 듯한 세 인물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웅덩이에 앉아 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시신 하나가 물 밖으로 끌어올려져 가장자리에 걸쳐지고, 위로 당겨지고, 들어 올려졌다가 다시 떨어진다. 흰색 로브를 입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한 사제 같은 두 인물이 들어와 머리를 흔들고 다리를 완벽한 호흡으로 움직이며 시신을 이리저리 만진다. 벽은 붉게 빛나고, 오르간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지며, 분위기는 마치 일본 공포 영화를 연상시킨다. 마침내 몸은 다시 살아나 광적으로 춤을 춘다. 기울어졌던 무대가 내려앉고 무용수들이 다시 나타난다. 마지막 부분의 춤은 첫 부분과 마찬가지로 스트릿댄스, 클럽 댄스, 그리고 바이럴 댄스가 혼합된 형태다. 특별히 세련된 춤은 아니다.”

“하지만 (라)오르드의 공간 활용은 탁월하다. 무용수들은 단순한 스텝에 때때로 새로운 리듬적 디테일을 더하며 형태를 변형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는 루신다 차일즈의 매혹적인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록 콘서트, 시위 행진, 세상의 종말을 배경으로 한 춤 등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코끼리 다리와 꼬리를 가진 기괴한 혼종 생물들이 등장한다. 기후 변화의 결과일까?” “특히 지나치게 길었던 ‘일본’ 장면은 아직도 머릿 속을 떠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공연이기도 하다. 몽펠리에 춤의 새 시대를 여는 훌륭한 (라)오르드의 데뷔작이다.”

가디언의 리뷰는 몇몇 공연을 짤막하게 다루었다. 대규모 서커스단 XY집단(2022, 23년 내한한 바 있다)의 〈Le Pas du Monde〉(세상의 발자국).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이미 많은 관객을 사로잡은 이 서커스단은 인간 탑 쌓기, 아찔한 다이빙, 공중제비, 숨 막히는 공중 묘기 등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되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았다. 오프닝 장면에서 쌓아 올린 인체의 첨탑들은 인상적인 걸작이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물들이 해체되거나, 더 극적으로는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통해 그러한 허무함마저 드러낸다. 또 다른 장면에서 공연자들이 각자 다른 사람을 어깨에 높이 메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있다. 이는 은유적인 의미도 담는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지탱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Le Pas du Monde〉의 이미지는 인간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기괴한 돌출부를 가진 초현실적으로 분절된 생명체들, 움직이는 숲처럼 보이는 장면, 바람에 날리거나 파도에 휩쓸린 듯한 동작과 형상들이 등장한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이 작품은 이미 정신을 초월하여 몸과 마음 모두를 어루만지는 구체적인 물리적 시로 승화된다.”

갈루아의 〈Imminentes〉(절박한 여자들)에서 여섯 여성들은 “서로 다정하게 기대어 서다가 점차 하나로 합쳐져 팔짱을 끼고 에너지를 공유하며 역동적이고 점점 더 움직이는 그룹을 형성한다. 활기차게 함께 움직이며 에너지를 불태운다. 때때로 춤의 실체보다 더 흥분해서 격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튀니지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자란 헬라 파투미의 〈Twama Paradise〉(쌍둥이들의 낙원)는 “듀엣, 때로는 거의 두 사람이 솔로를 하는 듯한 구성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평행을 이루는 두 삶의 장면과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나이 든 두 여성을 쌍둥이, 공범, 라이벌, 유령, 혹은 서로의 반영으로 다양하게 묘사한다. 아랍 송가와 프랑스 샹송을, 물결치는 곡선과 발레의 선을 융합하여 단순한 문화적 참조를 피하고 대중음악, 디자인과 장식, 여성의 처지, 야심, 그리고 노화라는 체험들로 얽힌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성숙한 작품이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의 리뷰는 우선 몽펠리에 춤축제의 규모에 비해 다소 미흡해 보이고 관심작을 강하게 부각시킨 것도 아니다. 아무튼 두 리뷰를 종합하면 올해 몽펠리에춤축제는 몽타나리 시기의 고수준을 유지하며 무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몽펠리에 외부에서 수준급의 무용단들을 초빙하므로 신작이 아니라면 몽펠리에 춤축제 자체의 화제작을 내기는 어렵다. 외부에서 이뤄진 성과를 흡입하여 춤축제의 수준을 견지하는 것은 현지의 춤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고 도시의 문화적 명성을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올해의 무난함에서는 그저그런 성과가 아니라 몽펠리에 명성의 지속이 확인된다.


[영국]

트리오 A, 60년 내려온 생명력


미국 무용가 이본 레이너의 〈트리오 A〉(1966년 초연)는 포스트모던댄스의 물결을 알린 작품 중 혁신적인 것으로 손꼽힌다. 운동화를 신은 레이너 포함 3명의 무용수(트리오)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5분 정도 진행하는 이 공연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파기해서 걷기, 팔 휘젓기, 주저앉기 등 동작을 분절 나열한 결과 춤 동작의 고유성이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온 때문이다.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동작 수행에만 몰두하고 감정을 배제하며 세 무용수 사이의 조화나 일체감도 부재하였다. 초연 이후 일반인들도 배우고 변형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술가의 권위를 동요시켰고 1960년대, 70년대 포스트모던댄스 시기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본 레이너는 〈트리오 A〉가 무분별하게 전수됨으로써 특히 원래의 미학적 태도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 1990년대 들어 엄격히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이러니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6/jul/11/yvonne-rainer-trio-a-review-watching-this-thrilling-performance-for-free-feels-like-an-enormous-privilege

트리오 A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_vHqIMFDbQI



Trio A, Yvonne Rainer ⓒVideo Data Bank



7월 10~11일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트리오 A〉 60주년 공연이 매일 6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가디언 리뷰는 이날 분위기를 “금요일 오후 테이트 모던의 분위기 속에서, 관객석에는 무대 위 무용수들과 같이 편안한 복장을 한 예술학교 아이들, 유모차에서 칭얼대는 아기들, 그리고 메자닌에서 야유를 퍼붓는 장난꾸러기 학생들로 가득 찼다”고 전한다. 공연은 “한 무용수가 자신의 안무를 마치고 매트에서 걸어 나와 홀 뒤쪽 문으로 사라지자 다른 무용수들도 뒤따라 사라지고, 관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짧은 휴식 후, 새로 세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와 춤을 다시 시작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각 공연은 약 5분 정도 지속되고, 중간부터 관람한다면 무용수들이 즉흥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각 포즈가 이전 포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로 다시 보면 무용수들이 엄격한 안무를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 같은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만 각자 자신의 속도로 동작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자가 어긋나는 것일 뿐이다. 〈트리오 A〉의 매력 중 하나는 각 무용수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느끼는 속도로 포즈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무용수는 포즈를 조금 더 오래 유지하거나 특정 동작 전환을 더 빠르게 하기도 한다. 리듬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과 체형의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개성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라이너의 혁신은 무용수들이 관객과 서로를 무시하도록 함으로써 춤에서 심리적 드라마를 제거한 데 있었다. 그래서 세 사람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다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정확한 지시에 따라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의 눈에 비치는 외모가 아니라 내면의 삶으로 정의된다는 생각은 근대적인 발상이다. 라이너는 이러한 원칙을 무용으로 확장했다. 이 무용수들은 관객을 위해 공연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공연이 덜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공연은 최면에 걸린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테이트갤러리가 매일 몇 시간씩 반복 공연하는 방식을 택한 덕분에 여러 번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이 다양한 수준의 정확성과 우아함을 발휘하며 일련의 신체적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 완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권처럼 느껴진다. 런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시 시간을 내어 이 광경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박물관을 부유층만을 위한 오락 시설로 변모시키는 터무니없는 입장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더욱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일이다.”


호페쉬 셱터 2의 폭발적 에너지

영국에서 호페쉬 셱터의 압도적이며 원시적인 리듬감과 웅장한 연출에 매료된 사람들은 흔하다. 가디언은 “댄스 음악 붐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났어도 컨템퍼러리댄스 무대에서는 레이브가 여전히 절정을 이룬다. 반복적인 비트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춤추는 무용수들 때문에 관객은 어디서건 움직일 틈조차 없다. 호페쉬 셱터의 춤은 항상 댄스 플로어의 리듬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직접 비트 중심의 음악을 작곡한다. 초기 작품들에서 불안감이 그득한 데 비해 이제 그는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고 소개한다. 셱터는 자기 무용단 창단 10주년을 계기로 2018년에 차세대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호페쉬셱터II를 추가 창단하였다. 국제적으로 선발된 25세 미만 무용수들로 구성된다. 이번 7월에 호페쉬 셱터 II의 공연이 런던 퀸엘리자베스홀에서 있었다. 공연작은 2022년 마사그레이엄무용단을 위해 만든 〈Cave〉(동굴)를 발전시킨 〈In the Brain〉(뇌 속에서).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l/24/shechter-in-the-brain-review-queen-elizabeth-hall-southbank



In-the Brain ⓒlondon-unattached



가디언의 리뷰를 요약해보자. “〈뇌 속에서〉가 모조리 흥겨운 파티인 것은 아니다. 조용한 순간들과 서서히 고조되는 분위기도 있고, (짧은 스윙 댄스와 커플의 슬로우 댄스처럼) 계몽하려 들지 않는 우회적인 장면들도 있다. 조명 덕분에 작품은 지하 세계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명은 미묘한 색조의 은은한 빛을 활용하여 최소한의 드라마로 최대한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셱터의 음악 또한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신나는 곡들보다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공연작은 누가 봐도 호페쉬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구부정한 어깨, 하늘을 향해 치켜든 팔, 하나 되어 움직이는 의식적인 군무 등은 수많은 안무가들에게 영감을 준 스타일이다. 이 작품은 새로운 영역으로 급히 나아가진 않지만, 셱터 안무의 매력은 관객이 직접 춤을 추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끈적하고 질척한 곡선의 움직임이든, 강렬한 베이스에 맞춰 몸속 악마를 내쫓는 듯한 격렬한 퇴마 의식이든, 실질적이며 본능적인 쾌감이 확연하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관객은 마치 작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폭발적인 퍼포머들의 기량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작의 진정한 힘은 춤의 공동체적 성격, 동료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연결된 느낌, 그리고 춤 무대의 보편적인 심장 박동에 몸을 맡기는 데서 나온다.”


사모펀드 기금과 손잡은 정치적 평등의 춤

세계 최대 사모펀드 CEO가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2200억원을 기부했을 때 그 기금을 수용할 만한지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에 또 다른 특권을 안기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 결국 옥스퍼드대학은 그 기금으로 인문학센터를 만들었다. 센터는 미국 멤피스 출신의 스트릿댄서 찰스 라일리에게 춤을 의뢰하고 이번 여름 옥스퍼드대학에서 공연을 올렸다. 공연작은 미국 독립 연도를 나타내는 〈1776〉. 이 공연을 가디언은 “250년 전 미국의 건국,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헌법적 이념, 그리고 당시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독립과 자유가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를 되짚는” 공연으로 소개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n/28/land-of-the-free-movers-jookin-street-dancer-lil-buck-1776

가디언에 따르면 찰스 라일리(릴 벅)는 첼리스트 요요 마와 함께 생상의 〈백조〉에 맞춰 춤추어 뜻밖의 화제를 모았고 마돈나, 알리샤 키스, 바리시니코프와 함께 춤을 추었고, 베르사체, 스파이크 리, 태양의 서커스와도 협업했다. 라일리는 멤피스 고유의 춤 형식인 주킨(멤피스의 스트릿댄스)의 역사에 대해 연구했고, 세인트 힐다 대학의 역사학자들과 함께 21세기 스트릿댄스와 18세기의 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게 〈1776〉이다. 공연 리뷰에서 가디언은 말한다. “라일리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독립 때의 평등은 ‘깨진 약속’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는 억압과 순응을 의미했다(현 행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이다). 연미복을 입은 권위적인 인물들은 엄격하게 짜여진 획일성에 갇힌 사람들을 지배한다. 힙합 댄스의 많은 부분은 눈에 보이는 통제, 특정 신체 부위의 고립, 팝핑과 프리즈, 그리고 구속복에 갇힌 듯한 모습 등을 통해 구축되는데, 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열정과 리듬을 억누를 수는 없다. 언제나 불꽃이 솟구치고, 개성이 승리하며, 더욱 자유롭고 유동적인 느낌이 댄서들을 휩쓸고 지나가듯, 록킹, 와킹, 크럼프 등 다양한 스타일의 스텝으로 내면의 악마를 몰아낸다. 라일리는 재능 있는 젊은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무대를 내어주고 그 자신이 등장할 때는 마치 마스터처럼 공간을 가로지르며, 정지된 자세를 갑자기 구현해내고, 관객을 완전히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예술 지원에 대한 복잡한 도덕성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프로젝트의 가치는 분명하다. 커튼콜에서 기쁨과 동료애가 넘쳐흐르는 그 순간, 진정한 움직임의 자유가 느껴진다.”


움직임 덩어리가 던지는 즉각적인 만족감

호주 출신 안무가 스테파니 레이크의 〈COLOSSUS〉(콜로서스, 거상·巨像, 초연 2018)는 2024년 국내에서도 국내 단체에 의해 공연된 바 있다(춤웹진, 2024. 11. 참조). 이번 6월에 런던에서 공연된 것을 가디언이 리뷰하였다. 가디언은 “수많은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엄청난 신체적 힘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그들이 한꺼번에 달려나갈 때, 무대 가까이에 있다면 마치 거대한 선풍기 날개처럼 바람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몸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건축물을 이루는 모습이나, 밀리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춰 움직이는 작은 동작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즉석의 만족감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n/26/colossus-review-queen-elizabeth-hall-london-stephanie-lake

콜로서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Qdn4LELnzpQ

춤웹진 기사 바로가기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676&board_name=review



Colossus ⓒstephanielake



“하지만 이 작품은 〈로케츠〉라는 당대의 (기계적인) 춤 무대 그 이상이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레이크는 수많은 신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의미를 탐구한다. 난투극, 군중, 팀, 관중, 위엄 있는 지휘자에게 복종하는 무리, 희생자를 쫓는 갱단 등. 권력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그 답은 공연 내내 바뀐다), 그 사이사이 무용수들이 하나 되어 아름답게 움직이는 모습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원형으로 배열된 신체들은 마치 스피커의 진동판처럼 맥동한다. 잘 훈련된 무용수들의 동작은 완벽하다. 수많은 신체 부위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순간에 배치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난제이며, 예를 들어 여섯 개의 파벌이 각자의 당김음 리듬을 동시에 추는 복잡한 구성 또한 놀라운 연출이다.”

“레이크는 이러한 가능성을 철저히 탐구하며 곳곳에 놀라움을 선사한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탈 피트와 같이 대규모 신체를 활용하는 다른 안무가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콜로서스〉는 피트의 작품처럼 풍부한 언어, 감정, 극적인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매우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우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가디언은 이 공연에 대해 별점 3점(5점 만점)을 부여하였다. 이는 중간치 수준의 공연작들에 주어지는 대체로 평이한 평가로서, 리뷰 내용에 비추어서는 의아한 감도 든다.



2026 에딘버러축제 춤 라인업 소개
가디언은 8월초부터 3주간 열리는 에딘버러축제 춤 및 서커스 공연 12편을 선정해서 소개하였다.
Mere Mortals, San Francisco Ballet
Ihsane, 모르코 출신 벨기에 안무가 Sidi Larbi Cherkaoui
Good Enough?, 덴마크 무용단 Himherandit
Under Mask, 타이완 안무가 Lai Yun-Chi
Ballet Nights, 런던 단체 Ballet Nights
The Palestinian Circus, The Palestinian Circus
Flamenc Oh!!, 코메디 플라멩코
Exit, 벨기에 서커스 Piet Van Dycke
Boys Don’t Dance, 호주 무용가 Marc Brew
Twelve: Going the Distance, 뉴욕 안무가 Marisa F Ballaro
Glob, 캐나다 서커스 Les Foutoukours
Everybody's Got a Bomb, 호주 무용가 Riley Fitzgerald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jun/19/edinburgh-festival-2026-dance-circus-picks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6. 8.
사진제공_ABT, TheWaterMillCenter, LincolnCenter, rosalia.com, ubiquite-cultures, Video Data Bank, london-unattached, stephanielake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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