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안티고네라는 인물 · 우주에서 춤을? · 탱고 테라피
김채현_춤비평가

[미국]

안티고네, 국가 폭력과 인륜의 틈새에서
안티고네라는 여성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외디푸스왕의 딸이다. 자기도 모르게 패륜을 저지른 것을 자책하여 왕위를 그만두고 스스로 실명한 아버지 외디푸스를 돌보던 와중에 두 오빠는 왕위 다툼으로 죽는다. 왕위를 찬탈한 외삼촌 크레온이 오빠의 시신을 매장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안티고네는 오빠 시신을 매장하였다. 왕의 명령에 담긴 국법보다 혈족에 대한 의무 및 신의 섭리라는 불문율을 따른 안티고네는 체포되자 자살을 결행한다. 소포클레스도 안티고네를 그리스 비극으로 묘사하였고, 안티고네는 지난 2500년 동안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로서 특히 양심을 고수한 여성으로서 상기되어 왔었다. 뉴욕타임스는 3월에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각색한 공연물들을 소개하며 안티고네의 영웅적 의의를 되짚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보도한 사람은 뉴욕타임스의 수석 연극평론가로서 고등학생 시절 〈안티고네〉를 읽은 후 안티고네를 다룬 많은 공연들을 섭렵하고 가르친 경력도 있다. 뉴욕타임스 편집자가 이 기사를 연극 부문과 동시에 무용 부문 섹션에도 게재한 것은 서구 공연예술계에서 안티고네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3/22/theater/antigone-theater-art-sophocles-adaptations.html

이 기사가 특정한 춤 공연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곳 공연예술계에서 비중이 높은 등장인물 안티고네를 무대화하는 흐름을 일별하는 기사로서 참조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2026년도에 들어서도 벌써 몇 달 동안 뉴욕에서 〈안티고네〉가 네 가지 다른 버전으로 공연된 사실을 단서로 하여 기사는 안티고네를 재론하였다. 20세기 이후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남아공화국 등지에서 우리 시대의 사건과 안티고네를 연관시켰고, 근자에도 공권력에 의해 폭력이 자행될 때, 안티고네는 그에 맞서는 다양한 면모로 그려지곤 한다. 그리고 여성이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용기 있게 내세울 때 안티고네는 용기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법과 인륜이 충돌할 경우 안티고네는 대립과 갈등을 다면적으로 성찰하도록 하는 인물로 내세워진다는 점을 기사는 강조한다. “우리가 〈안티고네〉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작품이 여전히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때문일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극과 민주주의가 모두 성장하던 시대에 그 작품을 썼고, 그 두 가지의 비밀이 이 희곡 속에 녹아 있다. 이 비극은 가장 심오한 지점에서 우리에게 단 하나의 윤리관에만 얽매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처럼 상반되어 보이는 것들도 서로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다.”



Antigone, 2014 ⓒMacWellman



〈안티고네, 퍼거슨에서〉 링크(2014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소년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을 그렸음)
https://vimeo.com/191494936?fl=pl&fe=sh


마사 그레이엄 100주년 행사
올해는 마사 그레이엄의 첫 개인발표회가 있은 지 100년, 마사그레이엄무용단 결성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춤웹진(2026년 2월호)도 공연, 전시 등 그 기념행사 관련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지난 4월 뉴욕에서 열린 ‘마사 그레이엄 100: 10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밤의 여로〉 〈연대기〉 〈애팔래치아의 봄〉 등 그레이엄의 안무작 4편 등 모두 6편이 올려졌고, 한국인 단원 안소영도 출연하였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뉴욕공연예술공공도서관(NYPL)에서 100주년 기념 공연, 만찬 행사가 열려 축배를 들었다. 모던댄스의 선구자로서 마사 그레이엄이 단연 으뜸인 만큼 기념행사는 350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마사그레이엄학교 댄서 30명이 11분 길이의 〈파노라마〉(1935년 작)를 공연하여 변화를 만들어가는 민중의 힘을 보여주었다. 당일 행사의 저녁 만찬 후, 참석자들은 자정 직전에 샴페인 잔을 들고 4월 18일 무용단 창립 100주년을 향한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자정이 되는 순간 무용수들은 잔을 부딪치며 앞으로 100년을 더 누리기를 기원하며 건배하였다. 당일 마사그레이엄무용단은 100만 달러 넘게 모금하였다는 후문도 보도되었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4/18/style/martha-graham-dance-company-100.html
https://www.nytimes.com/2026/04/10/arts/dance/martha-graham-centennial-city-center.html

춤웹진 기사(2026. 2.) 링크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20&board_name=from_abroad


우주에서 춤추기, 어떠할까
우주에서 춤춘다는 발상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한편으로 의아스러울 것 같다. 흔히 춤은 중력과의 대화이자 싸움이라는데,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추는 춤은 어떤 것일까.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기업들이 우주 탐사에 나섰고 한국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 기업으로서 채비를 갖춘다는 소식이다. 우주 탐사가 상업화되는 작금의 동향 속에서 무중력 상태 속의 움직임은 관심사로 떠오르기 마련이고, 이에 대해 여러 단서를 제공할 무중력의 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월에 천문학자, 물리학자, 안무가, 무용가들이 모여 무중력의 춤을 탐색 연구하는 작업을 소개하였다. 소금물의 부력(浮力)을 이용하여 무중력 상태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대규모 소금물 탱크나 단시간에 낙하하는 포물선 비행에서 춤이 생성되는 양상을 추적하는 작업들이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3/30/arts/dance/dancers-gravity-scientists-space.html

소금물 탱크에서 몸은 중력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바닥에 의존하지 않고 몸 움직임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작업 체험자에 따르면, 물탱크를 살짝 밀어도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어서 춤에서 흔히 말하는 숙련도나 노련미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뒤집혀지고 오히려 정지 상태가 가장 인상적인 것이 된다.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가 역전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뉴욕의 익스트림 댄스 전문 단체는 참가 댄서들에게 트렘폴린과 공중그네 클래스를 제공하였다.

대체로 우주비행사들은 춤 훈련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극소 중력 환경 덕분에 평범한 일상의 움직임마저 기묘하게 아름다운 안무처럼 보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실제 우주비행사들은 그런 경험을 보고한다. 우주정거장에서 승무원들은 아티스틱 스위밍이나 2스텝춤 같은 초보적인 것들을 연출하곤 한다. 급격한 상승과 낙하를 동반하는 약 20초 간의 포물선 비행에서 실제 무중력 상태를 춤과 연관시킨 안무자 키추 뒤부아는 우주의 언어를 지상으로 가져와서 극소 중력 속에서의 움직임에 담긴 느리고 명상적인 고요함을 반영하여 일련의 지상의 춤을 창작한 바 있다. 한편으로 포물선 비행은 몸에 극심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특히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예술인들에게는 매우 불안한 ​​경험이기도 하다. 포물선 비행에 참여했던 어느 안무가는 지상에는 해결 과제가 너무 많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상의 시스템도 너무 많아서 우주로 가는 것은 현실적 문제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중력상태 춤 ⓒKitsou Dubois



Kitsou Dubois의 〈Trajectoire Fluide〉(Extract) https://www.youtube.com/watch?v=KbcpBJnZxCY
Kitsou Dubois의 〈La Quadrisse〉 
https://www.youtube.com/watch?v=or60aaUIjIU

Kitsou Dubois의 〈의자 한 개, 여자 춤꾼 한 사람〉 https://www.youtube.com/watch?v=PPVx_o4ykVk
Kitsou Dubois의 〈무중력 세계〉 https://www.youtube.com/watch?v=jdgmJmkZxWc

포물선 비행을 여러 차례 경험한 어느 물리학자는 중력 편향이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물체를 쌓아 올리면 위로 올라가고 우리의 뇌는 ‘볼륨을 높여라’는 말에서 보다시피 위(상층부)를 더 많은 것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물리적인 세계가 정신적 판단을 규정하는 것처럼, 중력은 우리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중력을 없애버리면 우주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 같다. 무중력 안무 작업에 참여한 어느 무용가는 자신의 안무에서는 보통 몸을 마구 던져 세게 떨어지는 동작이 많은데 극소중력 환경에서 작업하면서 일종의 무한한 과정으로서의 낙하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행성과학자이자 안무가인 아딘 덴튼은 “댄서들은 자기 몸을 탐구하고 또 주위 세계와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도 달에서 춤추는 꿈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탱고 테라피를 개발하다
탱고를 향한 느낌들, 한 마디로 줄이자면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꿈이고 사랑이다. 탱고를 활용해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테라피를 뉴욕타임스의 뇌신경질환 전문 기자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취재 보도하였다. 파킨슨병 치유를 위해 마크모리스재단이 춤을 응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세계에 배포한 것을 비롯해서 다발성 경화증과 알츠하이머병 치유에서 춤이 활용되는 것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탱고 테라피가 있다면 한국춤을 응용한 테라피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익숙하고 적합한 춤의 테라피가 나올 법하다. 이를 위해 탱고 테라피를 취재한 뉴욕타임스 보도를 요약 소개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5년 전, 어린시절부터 탱고를 춤어온 어느 파킨슨 환자가 탱고를 통해 자신의 이동성과 보행 문제를 개선하는 요령을 터득한 데서 탱고 테라피 프로그램을 착안하게 되었다 한다.

https://www.nytimes.com/2026/03/24/health/tango-therapy-parkinsons.html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병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10여 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이 모여 탱고 동작을 활용한 춤을 춘다. 이 춤은 균형 감각, 강직, 그리고 운동 협응력 문제 개선에 도움을 준다. 환자들이 일상에서 활용할 만한 움직임 방법을 배우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사회적, 정서적 활력을 얻는 것이 목표이다. 프로그램 개발 참여자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상실하는 것과 같은 부류의 움직임이 탱고에 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걷는 동작에서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탱고의 느리고 짧은 걸음과 멈춤 동작을 연습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춤들처럼 탱고가 운동 자극, 시각 자극, 청각 자극을 동시에 처리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일련의 작은 움직임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탱고는 몸을 특정한 자세로 놓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므로, 일상적인 움직임의 규칙적인 패턴을 방해할 수 있는 파킨슨병에서 탱고는 질서 감각을 되찾아 준다. 특히 한 댄서의 발이 파트너의 발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잠시 멈추는 상구치토(sanguchito) 기법은 환자들에게 몸을 움직이는 데 명확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탱고 테라피 프로그램은 먼저 준비 운동을 보통 원형으로 진행하는데, 몸 상태 점검을 겸하여 몸을 준비시키고, 깨우는 과정이다. 참가자들의 상태에 따라 서서 하는 운동과 앉아서 하는 운동으로 구분된다. 자세, 균형 및 기타 기술에 중점을 둔 운동 후 춤이 시작됩니다. 각 환자는 파킨슨병이 없는 파트너(대개 친구, 친척 또는 자원봉사자)와 짝을 이룬다. 탱고 스텝 중 상당수가 뒤로 걷는 동작을 포함하는데, 이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기 쉬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탱고는 뒤로 걷는 동작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세밀한 움직임에 뇌가 집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탱고의 또 다른 기본 요소는 한 발에서 다른 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이는 환자들이 턱을 넘거나 문을 통과할 때 이 동작을 활용하고 탱고의 옆걸음 동작은 냉장고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주고, 몸통 회전은 설거지할 때 몸을 돌리는 데 적용될 수 있다. 어느 환자는 파킨슨병 약효가 떨어지면서 느껴지는 뻣뻣함과 근력 약화에 탱고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증상이 나타날 때면 집에서 발을 움직여 바닥에 숫자 8을 마치 무한대 기호처럼 그리는 8단계 탱고 동작을 연습한다. 물건을 집으려고 몸을 굽히다가 굳어서 움직일 수 없을 때, 탱고 수업에서처럼 숨을 쉬고 다리를 뒤로, 옆으로, 앞으로 움직이면 뻣뻣함이 풀리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탱고 테라피는 미국을 비롯 여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탱고가 갖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활용하여 환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인 동작과 음악에 중점을 둔다. 그러한 연결은 참가자들에게 정서적 활력을 불어넣어 주며,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몸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감지할 기회를 제공한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춤을 춘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영국]

웨인 맥그리거 – 로열발레단, 그 선한 결합

공연마다 주목을 끌어내는 웨인 맥그리거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이번 시즌 공연에서 가디언으로부터 별 5개의 만점 평가를 받았다. 웨인 맥그리거와 로열발레단의 공연을 대부분 비평하는 편인 가디언에서 그가 별 5개 만점을 받는 경우는 퍽 드물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공연 ‘연금술’은 기존작 2편과 신작 1편으로 구성되었다. 2018년 작 〈유겐〉(Yugen), 2023년 작 〈무제〉 그리고 신작 〈Quantum Souls〉(양자의 영혼들)이다. 맥그리거가 2008년 발레 무경력자로서 로열발레단 상주안무가로 발탁된 지 논란을 일으키고부터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 사실은 컨템퍼러리댄스 안무가의 수혈이 절실했던 로열발레단이 당시에 고심한 결단이 성공적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유겐〉은 “종교적 경건함과 재즈풍의 리듬, 종소리 같은 음색의 음악을 춤으로 표현하여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꼭 봐야 할 공연작이다.” 〈무제〉는 “아름답고 간결한 미니멀리즘의 무대를 반영하여 날카롭고 역동적인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의 명료함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폐쇄공포증으로부터 불길한 소리, 돌발적인 경외감으로 질감이 바뀌는 음악과 마지막의 머스 커닝햄 식의 분위기가 돋보인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apr/20/wayne-mcgregor-alchemies-review-royal-ballet-quantum-souls
‘연금술’ 홍보 티저
https://www.youtube.com/watch?v=UQjRti7nknk



Quantum Souls, Wayne McGregor ⓒ2026 RBO



신작인 〈양자의 영혼들〉에서는 노련한 수석 무용수들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무대 위에 펼쳐진 수많은 북, 징, 마림바 등을 라이브(일부 즉흥 연주)로 연주하였다. “몰입도 높은 안무는 탐구 정신이 넘치고, 민첩하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무용수들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서로 부딪친다.”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밝은 바나나색 무대가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바뀌면, 무용수들은 마치 심장이 사람보다 열 배는 빠르게 뛰는 생명체처럼 재빠르게 움직인다. 라이브 연주자의 생동감 넘치는 존재감은 모든 순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녀가 악기에서 벗어나 무용수들 사이를 누빌 때 처음부터 무용수들을 마법에 걸어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로열발레단에서 가장 감성적인 무용수인 윌리엄 브레이스웰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공연작이었다.


대중성을 획득한 춤
가디언의 춤 비평에서 별 4개를 받는 공연작은 흔치 않다. 5월 중순까지 런던의 더플레이스에서 공연되는 일본 안무가 마스이 유키코의 〈로닌〉(Ronin·浪人, 사무라이)이 그러하다. 가디언은 이 공연을 춤 전문가가 아니어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공연이라며 대중성을 수준 높게 획득한 점을 소개하였다. “사무라이 검술, 애니메이션 연출기법, 비디오 게임 등 그 나름의 독특한 요소와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다양한 장면들의 전환과 빠른 편집 속에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탐구라는 가느다란 실마리가 흐른다.”

먼저, 구도의 길을 준비하는 의례 과정에서 바닥과 벽면은 몰입형 디지털 스크린으로 설정된다. 구도자는 폭우, 솟아오르는 거품, 네온 꽃, 숲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하얀 정육면체의 기하학적 이미지들, 차가운 달과 합쳐지는 끓어오르는 태양 이미지들의 세상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다. 두 사람의 다른 구도자를 만나고부터 세 사람은 적, 조력자, 동반자 사이를 오가는데, 줄거리와 장소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싸움과 대적, 추적과 추격, 긴장감 넘치는 전진과 민첩한 구르기 등 장면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검술 장면이다. 세 사람이 허공을 가를 동안 검(劍)으로 둥글게 그려내는 기다란 호(弧)는 그들의 휘두르고 찌르는 동작을 더욱 증폭시킨다. 심지어 검을 갖지 않은 동작에서도 그 스타일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움직임들은 날카롭고 유연하면서도 통렬하며 때때로 얼어붙은 듯 정지하지만 매번 균형을 유지하여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맛을 안긴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apr/19/ronin-review-yukiko-masui-the-place-swordplay-anime
〈로닌〉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azqEUhmjFXU&list=RDazqEUhmjFXU&start_radio=1


권위의 상에서 춤 부문 권리 찾기
올리비에상은 영국 공연예술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이고 세계 정상급이다.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및 제작-기술의 5개 부문에 걸쳐 시상된다. 1976년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영국 연극 분야 안무 및 동작 감독들의 노동조합에서는 4월에 있은 올해 시상 내용을 두고 연극 분야에서 안무 및 동작 감독들에 수상 기회가 더 주어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고 가디언은 보도하였다. 올해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연극 안무가상은 뮤지컬 〈에비타〉의 안무가에게 주어졌으나 동작 감독들은 시상을 받지 못하였다. 성명의 요지는 올리비에상에서 “연극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언어에 대해 더 논의가 있어야 하겠고, 특히 안무 및 동작 부문에서 누가 거명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이 성명은 한국의 시각에서 보자면 다소 이례적일 수 있으나 연극에서 안무나 움직임 연출이 활발한 영국의 경향을 배경으로 한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apr/17/movement-directors-choreographers-olivier-awards-theatre-industry
2026 올리비에상 부문별 수상 명단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apr/12/olivier-awards-2026-full-list-of-winners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많은 안무가들이 동작 감독으로 작업하며, 한 공연작에서 안무와 동작 감독이 다른 경우는 흔하다. 극 분야에서 안무는 춤 섹션들의 연결을 의미하고, 동작 감독은 스토리텔링, 캐릭터 설정과 극적 효과를 강화하므로 전체 공연작의 신체 언어를 창조하는 데 필수적이다. 동작 감독의 연출이 춤으로 규정되는 것도 아니고 안무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지만서도 공연작의 생명력을 위해서는 극히 중요하다. 이 성명은 안무나 동작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 부문이 없기 때문에 공연작 이면의 예술인들을 인정하는 방안이 개발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관련하여, 3월에 영국 공연예술계는 올리비에상에 영상 디자인 부문을 신설해 달라고 청원을 낸 바 있다. 참고로, 올해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무용 신작은 샤론 에얄의 안무작으로서 낯선 존재들이 최면을 거는 듯한 분위기를 펼치는 〈Into the Hairy〉(털복숭이 속으로)가 선정되었다. 에얄은 바체바무용단 출신으로서 지난 10년 간 자기 무용단을 통해 영국 등지에서 공연해왔다.

샤론 에얄 〈털복숭이 속으로〉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PWFKoeRnBqw&t=1s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6. 5.
사진제공_MacWellman, Kitsou Dubois, 2026 RBO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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