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힙(Hip)한 컨텐츠로 탈바꿈한 ‘봉산탈춤’
김혜라_춤비평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K-컬쳐 산업과 전통예술의 협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링크 서울(LINK SEOUL)과 댄스 레이블 꼬레오(COREO)가 주관한 〈EP:2, TALCHUM탈춤〉은 전통의 원형성과 상업적 경쟁력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다.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마포 레이어 스튜디오11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2024년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을 통해 대중적 팬덤을 확보한 기무간, 김시원, 김재진을 비롯하여 김지후, 손승리, 김관지, 힙합 아티스트 우원재(24일)가 참여하며 전통 봉산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다. 이 공연은 탈춤을 트렌디한 문화로 치환해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시도이자, K-컬쳐 브랜드의 예술적 확장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탈춤의 원형성을 비교적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수익금의 일부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부하는 전략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새대의 취향을 고려하며 사회적 선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낯설면서도 신명 나는 전통춤의 감각 경험을 제공한 이번 퍼포먼스는 칵테일과 어우러진 파티 분위기 속에서 탈과 춤, 소리와 힙합이 멋스럽게 교차하는 크로스오버를 보여주었다.



  

포스터와 로비 굿즈 ⓒ김혜라



주최 측인 링크 서울은 전통문화를 소재로 전시와 공연을 기획하며 유행에 민감한 대중의 감각을 자극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에피소드1 ‘갓’을 소재로 한 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꼬레오와 함께 탈춤과 현대무용을 결합했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인 꼬레오는 무용수를 엔터테이너로 영입하여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번 협업 역시 전통예술의 현대적 전환을 통해 상품적 가치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형식적인 극장을 벗어난 힙한 스튜디오 공간에서 봉산탈춤의 캐릭터별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며 탈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와 관계성을 파고든 점은, 전통적 소재가 가볍게 소비되거나 이미지로만 휘발되지 않게 하는 예술적 장치였다.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COREO



작품구성을 살펴보면, 1장은 노승이 소무를 만나 파계하는 4과장과 회개하는 5과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달리한 스튜디오 공간은 과거 마당놀이가 가졌던 ‘공유된 신명’을 오늘의 방식으로 재현한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스튜디오의 긴 복도형 무대에서 삼현육각 연주자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맞은편에서 먹중들에게 이끌려 속세로 내려온 노장 과장이 펼쳐진다. 소무의 자태에 빠져든 노승의 파계, 취발이와의 갈등, 돈으로 소무를 차지하는 치졸한 과정 등이 그려지며, 이에 대한 단죄로 사자가 등장한다. 사자춤은 단순한 벌을 넘어 회개와 용서라는 해학적 결말로 귀결되는 원형의 역할을 수행한다.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COREO



2장은 앞선 과장의 관계는 유지하되 수트를 입은 현대인들이 등장한다. 현대의 수트 자체가 일종의 가면으로 기능하며 사회적 페르소나를 투영한다. 여기에 ‘신발’ 오브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삼각관계와 경쟁, 에로티시즘으로 표현된다. 무대 위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운동화, 군화, 하이힐 등을 의도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춤꾼들(먹중 김재진, 김지후)의 모습은 제도와 문명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군중을 떠올리게 한다. 각 캐릭터 탈을 쓴 채 수트와 드레스를 입은 춤꾼들은 내면의 심상과 압박을 각자 표현한다. 1장에 비해 노장(기무간)과 소무(손승리)의 캐릭터는 더욱 노골적이며, 취발이와 경쟁 또한 공격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취발이(김관지)의 등장은 기존 질서를 상징하는 신발들의 배치를 무너뜨리며 무질서의 아이콘으로서 기능한다. 뒤이어 등장한 마부(김시원)와 사자는 인간들을 잡아먹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마부의 독백과 취발이의 춤은 시각적 쾌감을 넘어 기존 시스템에 대한 원초적 반항심을 대리 분출한다.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COREO



3장에서 전통과 현재의 탈꾼들이 대면하는 장면은 침묵 속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수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관계성을 응축된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증명한다. 마지막 장에서 우원재의 래핑과 사자춤이 결합하는 지점은 전통의 ‘신명’과 현대의 ‘스웨그’(swag)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신나게 마무리된다.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COREO



이번 〈탈춤〉 공연이 전통 봉산탈춤의 맥락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씬마다 과감한 축소와 과장을 더하며 캐릭터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했다. 현대의 먹중은 미디어 뒤에 숨은 익명의 존재로, 노장은 영성을 잃어버린 실존적 고뇌로, 소무는 본능적이고 육감적인 여성성을 강조한다. 특히 현대인의 해방적 욕망을 상징하는 취발이의 직설적인 에너지와 마부의 역할은 극의 균형을 잡았다. 케데헌의 호랑이가 그러하듯, 봉산탈춤 사자 역시 권선징악의 상징이자 심판자와 중재자로서 역할을 다한다. 특히 사자의 역동적인 직립 동작은 관객에게 격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LINK SEOUL & COREO 〈EP:2, TALCHUM〉 ⓒCOREO



‘힙’한 소비와 ‘전통’의 보존 사이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수행한 춤꾼들(윤원중, 최민기, 김도아, 박하민)의 노련한 춤, 봉산탈춤보존회 연희꾼들(김희수, 윤원중, 강우종, 김영신)의 해학적 연기, 그리고 현대적 움직임 해석이 조화로웠다. 굿거리와 타령, 힙합 비트를 오가는 리듬의 향연은 전통예술의 가능성을 긍정하게 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단순히 ‘힙한’ 이미지로만 소모되는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통탈춤이 지닌 저항정신과 삶의 철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에피소드 2. 탈춤〉이 전통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문화적 사건이 되기를 기대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려 본다.

김혜라

현장 비평가로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등단했다. 월간 <춤웹진>과 <더프리뷰>에 정기적으로 컨템퍼러리 창작춤을 기고하고 있으며, 국공립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재단에서 심의와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세종시문화재단 자문위원이며 중앙대에서 비평관련 춤이론 수업을 하고 있다.​​​​​​​​​

2026. 2.
사진제공_김혜라, COREO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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