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공동체의 춤 신명천지 마당굿 15 
빛의 화살춤으로 ‘독립군 탈춤한마당’을 올리다
채희완_춤비평가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역사와 함께 하는 이 땅의 연희자, 놀이패로서 이 시기를 그저 밋밋하게 아무런 일놀이굿도 없이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조국의 광복과 독립에 몸바친 이들의 뜻을 되새기고 이를 현금 사회에 고취시키는 굿일은 당연한 권리이자 책무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의병, 독립군, 우국지사들의 기상과 발자취를 탈춤 양식에 녹여내어 악가무 등 다양한 장르에 종사해온 원로 전통연희자들이 뭉쳐 벌이는 역사맞이 통과의례의 탈춤 한마당을 기획해 보는 것이다.


마당판의 발상을 위하여

검푸른 운무에 떠받들려 생명의 어머니 마고할미가 세상 판에 던져진다.
결승문자로 무슨무슨 신호를 보내며 생명을 뿌린다. 새끼줄에 매달린 삼베옷이 활갯짓을 하자 세계가 한몸으로 흔들린다. 혼돈이로구나. 아아 어둠이로구나.(최태현의 신시나위)
광복 80주년을 맞아 빛의 화살춤이 마당판에 쏟아진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단 계엄령이 반쯤 꺼꾸러진다. 광화문 광장에, 남태령 고갯길에 빛의 은박지가 뒤덮인다.
일제 잔재가, 극우 깃발이 마지막 목숨줄을 퍼득인다. 아직 덜 죽었다.
가랑이에 님이요 앙가슴에 달이로다!  
배꼽 아래 꽃이요 머리 속엔 별이로다!  
붉은 꽃피듯 푸른 별 뜨듯
김지하의 숨소리와 최태현의 곡조가 수운선생을 만나 사람 목숨 되살린다.(수심정기춤)   
다시 시작이다.  
북을 울려 하늘 문을 열거라.(하늘굿,햇님춤)  
동쪽으로 돌아 나와 땅의 신(지모신, 달님춤)을 모셔들자.
섬광처럼 쏟아져 온몸에 파고드는 빛의 화살춤!
나는 온몸에 빛의 화살춤을 받고 가르마 같은 논길, 밭길, 논둑길을 절뚝이며 〈멍석말이 광복독립해방비천무〉를 춘다.
이제부턴 이를 받아 남녀노소 천지해방 독립군탈춤이다.
단재 신채호선생처럼 14마리 공동의 적을 잡아 지옥으로 쳐넣는 <꿈하늘>춤을, 백산 안희제선생처럼 300여호 의령사람 모아 북간도 땅에 <발해농장> 짓는 새두레춤을 춘다.  
두만강 너머엔 홍범도 장군이 사냥꾼 화승포춤을춘다. 백두대간 영덕영해엔 신돌석 대장의 호랭이가죽옷을 입고 호랭이칼춤을 춘다. 우르르 의병 독립군춤이 쏟아진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를 쓰다〉(김이경 글, 윤석남 그림)에서 훌쩍 뛰어 나온 14인의 여성독립군이 초망자굿으로 현신한다. 가무악으로 몸을 빌어 오셨으니 우리나라 근현대 지모신으로 모셔들고, 1970년대 80년대 민주민중해방열사 전태일, 김상진, 김경숙, 박종철, 이한열 열사들은 근현대 민족민주오방신장으로 모셔들자.
이윽고 대나무 신칼대신 뭇동춤이다.
청신의례의 대나무 신칼춤이 동서남북 4방으로, 오방으로, 시방으로 부르르 떨며 퍼지면서 집단 빙의가 일어난다. 한무리의 고무진신, 환희용약이 새 세상을 앞당긴다.

빛의 화살춤, 빛의 대나무신칼춤이 생명평화 신명천지를 불러들인다.
새로운 하늘 아래 새 시대의 새 세상맞이춤이 되었다.


독립군 탈춤 한마당의 틀거리

첫째마당 해방맞이 하늘굿
:  
고대 제천의식(영고,동맹,무천,춘추계절굿)을 본받아 해방맞이하늘굿으로 옮긴다.
푸른 운무 속에 생명의 어머니 마고춤이 펼쳐진다. 큰북울림의 햇님춤(태양신, 주작, 天君)으로 하늘문이 열리고 달님춤(수신隧神, 지모신)이 소도蘇塗의 동쪽을 돌아나온다. 죄수 셋을 풀어 멍석말이비천무飛天舞를 부른다. 이로써 새세상 해방을 맞이한다. 수심 깊은 단전호흡에 시천주 동학주문을 입혀 수련하는 수심정기춤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 매국면마다 해설사(도창, 현지 안내자:김헌근)의 안내를 받는다.

둘째마당 7080 민주민중열사 오방신장무:
1970년대 80년대 전태일, 김상진, 박종철, 김경숙, 이한열 열사들을 오행 오방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모셔들인다.

셋째마당 여성독립군 초망자굿:
세 손가락 단지의 열두 발 피글씨 남자현, 한겨울 탐라 바다 밑에서 치솟는 물질소리 김옥련, 피묻은 적삼에 보난대로 처단하리 박차정 등 여성독립군들을 우리나라 근대시기 땅어머니신으로 불러 모신다.

넷째마당 독립지사 덧배기춤, 꿈하늘 채찍춤:
민족기업인 백산 안희제선생이 만주땅에 발해농장을 펼치고 지신밟이 덧배기춤을, 민족사인 단재 신채호선생이 나라를 팔아먹은 14마리 도적들을 징치하는 꿈하늘 채찍춤을 춘다.

다섯째마당 의병 독립군 말뚝이춤:
영덕 울진의 평민출신 의병장 신돌석장군이 호랑이칼춤으로 포효하고, 청산리전투의 홍범도장군이 사냥꾼 화승포춤으로 적진을 섬멸한다.

여섯째마당 대나무신칼 뭇동춤:
청신의례의 대나무춤이 죽창춤, 신칼춤으로 점차 격렬해지면서 집단 빙의가 일어난다. 집단적 고무진신으로 세상을 앞당긴다.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2025. 11.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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