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공동체의 춤 신명천지 마당굿 14
엄옥자 삶과 예술 원천, 정순남제 통영교방진춤
채희완_춤비평가

 2022년 12월 15일(목) 19:30 부산시민회관에서는 박성호무용단이 주최,주관하는 춤극 <고목,그 향기의 흐름>이란 제목의 공연이 올려졌습니다.그 공연은 통영승전무의 보유자이며,부산과 통영을 중심으로 통영지역 전승춤을 발굴,계발,현대무대공연물로 옮겨내는 일에 진력을 다해온 원향 엄옥자 선생의 일대기를 엮어낸 서사극춤으로서 헌정춤이었습니다  

예술감독과 안무는 무용단장 박성호가 맡았고,대본 및 연출은 원향춤보존회 회장 변지연이 맡았습니다.40여명에 이르는 출연진은 원향춤보존회의 회원들과 박성호무용단의 단원들로 이들 모두 평소 엄옥자 선생의 춤동작으로 몸을 다져온 젊은 춤꾼들이었습니다.말하자면,안무,연출,대본,예술감독 등 창작진이나 이를 풀어내는 출연진들이 모두 원향류의 츔세계에서 핏줄을 나눈 같은 혈맥지간이었습니다.한 집안의 내력을 훑는 내용이나 표현 방식에서는 그럴수록 관중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내는 자기객관적인 시선과 작품의도가 투명해야 했습니다.그것은 한 마디로 통영춤의 전승,계발자로서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그 근거대기였습니다.  

엄옥자 선생은 일찍이 예향으로서 통영에 추어져 내려온 여러 전승춤을 몸에 익혔고 통영승전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당시에는 이의 복원,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보유자가 된 이후에도 통영의 여러 굿거리춤과 기녀학습무를 통한 입무 계발,자신의 예술의지가 실려 허튼춤으로 확대된 원향지무 창안 등으로 통영춤의 전승과 확장에 몸을 실었습니다.이제 돌아보아,그 춤활동의 중심 맥락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기녀들에게서 전승되어온 느린 굿거리 장단의 진춤에 있음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춤’이라 말이 느린 굿거리가락의 통영춤일반을 일컫는다 할지라도,이런 범칭으로서 말고도 계보 작성이 어느정도 확실한 교방청-기방 계통의 기녀들의 즉훙 홀춤을 짚어 진춤이라 일컫는 것이 구술자료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진춤은 그 춤추는 계기가 되는 것이 제향(대뜰)이나 연회(기방)에서,그리고 각종 민간 연희현장(마당)에서라고 합니다.그 춤현장의 계기나 쓰임새에 따라 현장적응력의 즉흥성을 발휘했겠지요.특히 관이 아니라 민이 못된 자를 징치하는 사또놀음서 진춤이 추어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 계급문화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킵니다. 8선녀춤과도 연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느리고 호흡이 깊어 배우기기 어렵다는 기녀들의 진춤은 빠른 굿거리춤이나 배김새가락의 덧배기춤하고도 유형을 달리하는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일반 굿거리춤에서는 좀체로 볼 수없는 기품있는 유장한 멋을 품고 있는 춤인 것입니다.우리는 진춤의 발림에서 엄옥자 선생의 삶의 몸짓을 배웁니다.겨드랑배김새와 채찍놀음에서 엄옥자 선생의 삶의 품과 너름새를 느낍니다.구성진 지화자 소리에 여유와 한적함에 입맛을 다십니다.바로 이 점에서 새로 만든 원향춤의 유장하고 깊은 속멋을 떠올리게 됩니다.그것은 어쩌면 원향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을 관통하고 있는 강의 길이와 폭과 깊이과 통한다고 느낍니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이지요.여러 맛과 멋을 아울러 내고 풍기는 깊은 강물의 흐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엄옥자선생의 삶과 예술울 관통하는 ‘진춤의 세계’가 아닐까요?  

우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앞에 예시한 서사춤극 <고목,그 향기의 흐름>을 분석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합니다.한편으로 이를 위해 작품 해석적인 의도적인 질문을 이 서사춤극의 예술감독이자 안무자인 박성호에게 던져 그의 육성으로써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 삼기로 합니다. 


<질문 1>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은 예술가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서사적으로 풀어낸 춤극입니다. 전체는 ‘기억 → 상실 → 전환 → 회복 → 공존’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서사 구조를 따라 전개되며, 중심 상징인 <고목(木) 그 향기의 흐름>은 ‘과거의 기억’, ‘잊힌 전통’, ‘춤의 뿌리’ 그리고 ‘되살아나는 생명’을 의미한다고 팜플렛에 나와 있습니다.
첫 질문을 드립니다.  
박성호 안무자가 바라본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은 어떠한가,그리고 예인 엄옥자의 진면목을 무대 위에 어떻게 담아냈는가?

박성호 안무자가 바라본 엄옥자 선생님의 삶과 예술

안무자 박성호가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을 통해 그리고자 한 것은 단순한 전통춤의 재현이나 예인 한 사람의 회고가 아닙니다. 엄옥자라는 존재를 하나의 '삶의 서사'로 보고, 그 삶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를 춤의 언어로 재구성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예술가로서의 엄옥자, 한 인간으로서의 엄옥자,그리고 우리 예술 전통의 본질을 지켜낸 마지막 숲 같은 존재로서의 엄옥자를 조명합니다.

1. 춤은 기억이다”— 감각으로 피어난 예술 
박성호는 엄옥자의 춤을 ‘배움의 결과’로 보지 않습니다.선생의 예술은 통영의 정원에서부터 시작된, 기억과 감각, 삶의 체험이 자연스럽게 형성해낸 예술이다. 박성호는 예술을 통해 묻습니다:
“춤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쩌면 가장 순수한 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삶과 함께 스며든 감각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박성호는 엄옥자의 춤을 ‘기억의 정원에서 자라난 춤’, 자연과 삶이 길러낸 예술적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2. “춤은 복원의 행위다”— 사라진 존재들을 위한 춤  
엄옥자 선생이 복원하고 계승한 통영진춤, 입춤, 승전무... 그 속에는 단지 춤의 형식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사라진 여성 예술가들의 숨결과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박성호는 그 점에 주목합니다:
“엄옥자 선생님의 춤은,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던 이들의 삶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다. 춤은 사라진 존재를 다시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예술 언어다.”
그래서 선생의 예술을 ‘춤의 기록자’ '기억의 복원자'로 평가합니다.

3. “춤은 흔들림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유연한 전통  
엄옥자 선생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예술가였습니다. 도시로 떠나 새로운 춤을 익히면서도 선생은 자신의 뿌리, 기억의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박성호는 이를 ‘흔들림 속에서도 살아있는 예술’로 해석합니다.
“선생의 춤은 경계를 넘어도 뿌리를 잃지 않는다. 전통은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이어야 한다는 것을 선생은 보여주었다.”
엄옥자 선생의 춤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 기억과 현재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4. “춤은 살아있다는 감각이다”— 수행자적 예술  
박성호는 엄옥자의 예술을 단순히 ‘무용’이라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삶을 견디고,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수행의 여정이며, 춤으로 존재를 증명한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박성호는 허튼춤, 살풀이춤 속에서 선생이 예술을 넘어 인간으로서 도달한 고요한 경지를 본 것입니다.
“춤은 선생에게 고통을 흘려보내는 통로였고, 또다른 자신을 마주하는 거울이었다. 그래서 선생의 춤은 유희이면서도, 깊은 명상이다.”

5.“춤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언어”— 공동체의 예술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의 마지막 장에서 박성호는 엄옥자의 춤이 결국 모두를 위한 춤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선생의 춤은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해, 공동체 전체를 향한 치유와 상생의 춤으로 확장됩니다.
“그녀의 춤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몸의 언어’다.”  
엄옥자의 예술은 과거를 되살리고, 현재를 어루만지며, 미래를 품는 춤입니다.박성호는 선생을 공동체 예술의 완성자로 바라보며, 그 무대를 하나의 생명의 숲으로 그려냅니다.

□ 중간 정리
박성호 안무자가 바라본 엄옥자 선생님의 예술은, 한국 전통춤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기억이며, 철학이며, 생명입니다. 박성호는 무대 위에서 엄옥자라는 ‘고목’을 다시 심습니다. 그 나무에는 오래된 기억이 흐르고, 그 가지에는 새로운 춤들이 피어납니다.


<질문2>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의 각 장(1장~5장)을 독립적으로 다루어, 각 장이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그 정체성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서사적으로 서술해봅시다.그리고 한 안무자 박성호의 예술 철학과 사상이 그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도 살펴서,정리해본다면?

1장: 정원(庭園)
  정원(庭園) — 예술의 뿌리
• 주제: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기억(아버지 / 예술의 기원 / 기억의 화원)
• 형식:엄옥자류 진춤(부제:원향지무)
• 메시지:춤은 기억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
• 내용:아버지의 기방 출입과 예술적 재능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춤을 체득한 어린 엄옥자
한적한 통영의 봄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어느 정원. 어린 소녀는 아버지의 그림자 곁을 맴돌며, 흘러나오는 시조와 장단, 북소리와 함께 자라났다. 그 소리는 음악이기 이전에 삶이었고, 기방 너머 수건을 흔들며 흘러나오던 춤사위는 언어보다 먼저 체득한 몸의 기억이었다. 그녀의 첫 춤은 배운 것이 아니라, 살며 흡수한 것, 사랑과 그리움 속에서 태어난 몸의 언어였다. 여기서 엄옥자 선생의 예술은 시작된다. 춤은 감각이며, 기억이며, 삶의 깊은 뿌리에서 솟아나는 생명이라는 믿음.
박성호는 이 장면을 통해 춤의 기원이 가르침이 아닌 삶의 체험과 감정에서 비롯됨을 말한다. 춤은 태도이며, 기억을 되살리는 정서적 되새김질이다.
■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 통영의 정원은 유년 시절의 가장 사적인 공간.
• 아버지 엄수영 선생의 예술적 기질(시조창, 장단, 무예 등)과 기방 문화가 어린 엄옥자의 감각에 자연스럽게 스며듬.
• 이 시기 춤은 ‘배운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체득한 것’ → 예술은 기억과 감각의 체화에서 시작됨.
• 어머니와 함께 기방에서 굿거리춤을 배우며 여성 예술가로서의 삶의 첫 걸음을 내딛음.
■ 정체성
• 예술가로서의 본능적 감각, 가족을 통한 전통의 혈통, 무의식적 체화의 중요성
• ‘정원’은 예술의 씨앗이 뿌려진 기억의 화원이자, 춤의 원류.
■ 박성호 안무자의 철학
• 기억과 감각에서 출발하는 춤, 춤은 ‘가르침 이전의 세계’를 복원하는 행위
• 예술의 출발점은 테크닉이 아니라 삶의 체험과 기억이라는 본질주의적 예술관
• 춤은 시간을 되감는 언어,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는 몸의 언어

2장: 통영 마지막 기녀
통영 마지막 기녀 — 전통의 계승
• 주제:정순남 기녀와의 인연(정순남 / 여성 예술의 명맥 / 역사 속 인물과의 만남)
• 형식:입춤, 승전무, 북춤, 검무
• 메시지:잊힌 예술사의 복원자, 예술의 혈통을 잇는 존재
• 내용:기녀 예술의 정수를 배우며 여성 예술가로서 자의식 확립.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어느 날 마지막 기녀 정순남의 손을 잡는다. 그 손은 고단했지만 따뜻했고, 기녀의 춤에는 단순한 예능을 넘어선 존엄과 품격, 슬픔과 아름다움이 스며 있었다. 그 속에서 진정한 여성 예술인의 길을 본다. 기녀의 춤은 술잔을 채우는 장식이 아니라, 조용한 저항이자 예술로 승화된 한 시대의 역사였다.
엄옥자 선생은 그 잊힌 춤을 자신의 몸에 새기고, 소외된 예술사의 정통을 다시 세우는 복원의 길에 들어선다. 박성호는 이 장을 통해 “춤은 기록되지 않은 자들을 위한 예술”이라 말한다. 역사에서 밀려난 이들의 존재를, 춤이 어떻게 다시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 마지막 기녀 정순남과의 인연은 엄옥자 선생의 삶에서 전환점
• 기녀춤의 섬세함과 장중함, 예술로서의 기방 문화의 정수를 계승
• 춤은 개인의 감각에서 역사적 계승으로 확장됨
• 엄옥자 선생은 여성 예술인, 기녀 출신 예인들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킴
■ 정체성
• 소외된 역사(기녀춤)의 복원자, 여성 예술사의 계승자
• 전통에 대한 충정, 그리고 예술을 통한 역사적 존엄의 회복
■ 박성호 안무자의 철학
• 잊힌 존재들의 재현과 복원, 즉 춤은 역사 복원의 행위
• 춤을 통해 비가시적 존재를 가시화하고, 기록되지 않은 존재들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작업
• 이는 춤의 사회적·역사적 역할에 대한 예술의 윤리적 철학

3장: 이별 그리고 또 다른 항해
이별, 또 다른 항해 — 도시와 예술의 진화
• 주제:통영을 떠나 도시로(이별 / 도시화 / 예술의 전환)
• 형식:외손부채춤(화조풍월)
• 메시지:춤의 확장성과 예술의 융합
• 내용:신무용·현대무용을 흡수하며 예술의 스펙트럼 확장
 이제 엄옥자는 떠난다. 익숙했던 바닷마을을 뒤로하고, 더 넓은 세상과 낯선 도시, 부산이라는 항구로 항해를 시작한다. 도시의 바람은 다르고, 춤의 형태도 달랐다. 김백봉, 유학자, 육완순, 윤석운... 그들로부터 현대의 감각을 흡수하며, 엄옥자의 춤은 점차 확장되어간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전통의 뿌리를 놓지 않았다. 엄옥자는 늘 두 세계 사이를 오갔다. 흔들리되, 뽑히지 않는 춤.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춤. 기억을 머금은 춤.
박성호는 이 항해를 통해 예술이 고정된 틀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동하며 시대와 대화하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춤은 고정이 아니라 진화하는 정체성이다.
■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 통영을 떠나 부산이라는 도시로, 낯선 환경 속 새로운 예술을 받아들임
• 김백봉, 유학자, 육완순, 윤석운 등 신무용/현대무용의 대가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춤의 형태와 감각이 확장됨
• 도시화된 감각과 전통의 결합 → 융합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확립
■ 정체성
• 진화하는 예술가, 시대를 수용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방성
• 전통 안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성과 춤의 확장성을 실천
■ 박성호 안무자의 철학
• 예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흘러야 하는 생명체
• 전통과 현대가 충돌이 아닌 대화의 구조안에서 만나는 춤의 조형성
• 춤은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정체성, 즉 변화 속에서도 뿌리를 지키는 예술

4장: 메마른 땅에 뿌려지는 생명의 기운
메마른 땅에 뿌려지는 생명의 기운— 존재의 회복
• 주제:생명, 본질, 부활(생명 / 본질 / 유희와 명상)
• 형식:허튼춤(유희삼매무)
• 메시지:본질의 회복, 춤은 살아있다는 감각의 표현
• 내용:무(無)의 땅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과 예술의 감각
 어느 순간, 삶은 메말라 있었다. 존재는 지쳐 있었고, 춤마저도 외면당한 시간.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엄옥자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허튼춤은 그 몸짓이었다. 산란해 보이지만, 그 안엔 농익은 유희와 고요한 명상이 깃들어 있었다. 이 춤은 살아 있다는 감각이다. 세상이 나를 몰라줘도, 나는 나를 잃지 않겠다는 춤. 삶이 고통스러워도, 여전히 존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박성호는 이 장면에서 예술의 본질을 말한다. 춤은 화려함이 아니라, 존재의 깊은 고백이다. 춤은 언어보다 더 깊은 자리에서 생명과 진실, 인간의 고통과 회복을 품는 수행의 행위다.
■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 전통과 도시의 충돌, 잊힘과 부활 사이에서 춤은 내면의 힘을 회복시키는 행위
• 허튼춤은 유희의 춤이면서도, 동시에 명상의 경지
• 삶의 본질과 예술의 본질을 탐색하는 무아의 경지
■ 정체성
• 예술가로서의 깊이와 통찰, 춤을 놀이에서 수행으로 전환시킨 수행자적 면모
• 존재와 비존재, 생과 무생 사이의 경계에서 움직이는 철학적 춤
■ 박성호 안무자의 철학
• 춤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행위
• 허튼춤은 단순히 흩어진 춤이 아니라, 삶의 감각과 본질에 대한 회복의 서사
• 예술은 정신적 수행이며, 무대는 그것을 실현하는 장소

5장: 상생, 푸르른 지금, 여기
상생, 푸르른 지금 여기 — 공동체와 희망
• 주제:공존과 치유(공존 / 공동체 / 치유와 미래)
• 형식:살풀이춤 + 대형 군무
• 메시지:춤은 우리를 연결하고 다시 살게 하는 힘
• 내용:기억을 잇고, 사람을 잇고, 예술로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제, 엄옥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무대 위로 수많은 춤꾼들이 함께 오른다. 그들의 몸짓은 저마다의 기억을 품고, 잊힌 시간들을 껴안으며 다시 살아나는 공동체의 춤을 만든다. 엄옥자는 기억을 되살려 미래로 건넨다. 춤은 더 이상 과거를 회상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제 춤은 희망을 노래하는 몸짓,너와 나, 과거와 현재, 인간과 인간을 잇는 다리가 된다. 살풀이춤으로 맺는 마지막 장면은 이제 더 이상 슬픔의 마무리가 아닌, 상생과 회복의 찬란한 피날레다. 박성호는 마지막에 말한다  예술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 기억을 함께 껴안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것이 예술의 진짜 힘이라고. 춤은 우리를 하나로 묶고, 무대는 삶을 나누는 또 하나의 ‘정원’이 된다.
■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
• 과거의 기억, 개인의 체험을 넘어, 춤으로 모두를 품는 공동체적 예술인
• 살풀이춤은 개인의 한을 풀어내는 것에서 시작해, 집단의 정서까지 치유하는 춤으로 확장
• 삶 전체를 품은 춤, 춤으로서 살아낸 인생
■ 정체성
• 춤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을 잇고, 희망을 노래하는 예술인으로서의 완성형
• 춤은 나와 너,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다리
■ 박성호 안무자의 철학
• 무대는 공동체의 치유를 위한 성소
• 예술은 개인의 자아실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과 미래를 위한 실천
• 춤은 살아있음을 노래하고, 기억을 희망으로 전환하는 집단적 예술언어

□ 중간 정리
엄옥자와 박성호, 기억과 예술이 만나는 자리인〈고목 그 향기의 흐름〉은 단지 한 예술가의 인생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 아닙니다.이 춤극은 기억에서 시작되어, 시대를 지나, 공동체로 흐르는 ‘예술의 순환’을 보여줍니다.
• 엄옥자 선생의 삶은 기억과 체험에서 태어난 춤,
• 잊힌 존재들을 향한 충정심과 복원의 의지,
• 그리고 고통을 지나 공동체로 확장되는 예술의 철학이었다.
그 여정을 안무자 박성호는 삶의 언어로서의 춤, 역사의 회복으로서의 춤,그리고 공존과 희망의 춤으로 풀어냈습니다. 춤은 말하지는 않지만, 그 몸짓은 말보다 오래 기억됩니다.


<질문 3> 
엄옥자 선생의 예술 여정을 이해하는 데에서 "통영진춤"은 단지 한 갈래 전통예인춤이 아니라, 선생의 예술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양식적 뿌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지요?
박성호: 네.다음은 제 발언의 요지만 간추립니다.

1. 통영진춤, 그 뿌리에서 태어난 예술
• 통영은 바다와 기방문화, 정서와 예술이 공존한 도시이다.통영춤은 단순한 지역 춤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정서·시간·인간의 감각이 고스란히 응축된 몸의 기록이다. 통영진춤은 그 지역의 정서, 인간 관계, 역사, 생활 감각까지 담긴 예인 기녀들의 춤이다.
• 엄옥자 선생은 그 중심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시조창, 북춤, 기방의 분위기 속에서 춤을 삶의 일부로 체득한 것이다.
• 이때의 통영춤은 배운 것이 아니라,일상 속 정서적 유전으로 몸에 새겨진 생명 감각이다. 통영진춤은 엄옥자 예술의 씨앗이자, 그녀 춤 철학의 태초적인 감각 구조를 이룬다.

2.통영진춤에서 피어난 춤의 세계관
   1) 기억과 감각의 춤
• 통영진춤은 정형화된 형식보다 감정과 분위기 중심의 즉흥춤.
• 즉흥성과 교감, 감정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춤.
• 엄옥자의 춤은 늘 '느낌에서 태어나 느낌으로 끝나는' 정서 중심의 춤.
 “춤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는 것.”
   2) 여성적 서사와 존재의 복원
• 통영 기방 문화와 진춤의 세계는 여성의 세계.
• 정순남 기녀와의 만남은, 진춤의 역사적 정체성과 예술적 품격을 깨닫는 전환점.
• 이후 통영진춤 승전무와 입춤, 검무 등으로 소외된 여성 예술사를 무대에 되살림. 

3. 통영진춤의 감각이 어떻게 예술로 확장되는가?
  1) 도시화 속 전통의 유연한 변주
• 부산과 도시무대에서 김백봉·육완순·윤석운 등을 만나며 새로운 춤 언어 습득.
• 하지만 그 변화는 진춤의 감각 위에 쌓아 올린 새로운 조형이었습니다.
• 외손부채춤(화조 풍월) 등은 전통 감정에 현대 감각을 입힌 결과.
  2) 통영진춤의 구조와 철학이 후속작에 깃들다
• 허튼춤, 유희삼매무 → 진춤의 유연함, 놀이성, 즉흥성 계승
• 살풀이춤 → 진춤의 정서적 서사 계승
  3)그러므로 진춤은 단지 한 형식이 아니라, 모든 춤의 '정신적 리듬'이자 ' 형식의 감각적 기초'가 되었다.

4. 박성호 안무자가 본 통영진춤의 위상
• 박성호는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을 통해통영진춤의 정신과 감각이 어떻게 엄옥자의 전 생애와 춤 세계를 형성했는지를 구조화했다.
“엄옥자의 춤은 모든 순간 통영진춤의 정서적 리듬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유년의 감각일 뿐 아니라, 삶 전체의 깊이를 이룬 '예술적 원향'이었다.”
• 그는 통영진춤을 단지 전통이 아니라,“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예술 철학”,“사라진 존재들을 다시 무대에 세우는 윤리적 수행”,“공동체로 확장되는 생명의 언어”로 재구성했다.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은 결국 통영진춤의 정서가 현대적 예술언어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며 엄옥자의 기억과 몸을 빌린 한국 예술 전통의 순환 구조다.

□ 중간 정리
통영진춤은 시작이자 끝, 생명이고 철학입니다. 엄옥자 선생의 예술과 삶은 모두 통영진춤이라는 정서적 뿌리에서 피어났습니다. 그 춤은 감정이고, 기억이고, 존재의 증명이며, 무대 위에서 삶을 살아내는 예술적 철학이었습니다. 박성호는 이를 무대화하며, 기억 → 상실 → 전환 → 회복 → 공존이라는 인간의 순환 구조 안에 통영진춤의 리듬을 심어 넣었습니다. 따라서 통영진춤은 엄옥자의 시작일 뿐 아니라, 한국 전통춤이 오늘의 무대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예술혼의 생명줄입니다.


<질문 4>
박성호 안무자가 엄옥자 선생의 삶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1. 삶과 춤의 시작, 통영진춤에 뿌리를 둔 생명의 감각
박성호 안무자는 엄옥자 선생의 춤과 삶을 통영진춤이라는 ‘기억의 정원’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 춤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아버지와 기방의 정서, 어머니로부터 전해진 여성의 감각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삶의 생명력 그 자체입니다. 즉, 엄옥자의 춤은 ‘배운 춤’이 아닌, ‘기억과 감각에서 피어난 몸의 이야기’라고 해석하는 거지요.

2. 예술은 복원이고, 잊힌 존재들을 다시 불러내는 힘
엄옥자 선생의 춤은 통영 기녀문화와 여성 예술인의 역사를 되살리는 일입니다.박성호는 선생을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사라진 여성 예술가들의 존재를 다시 세우는 기억의 복원자”로 바라봅니다. 춤을 통해 잊힌 역사와 삶을 복원하는 예술가, 그 자체가 엄옥자의 정체성이라는 것입니다.

3. 전통은 고정된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변화와 확장
엄옥자 선생은 도시와 현대춤의 영향을 받으며 춤을 확장했습니다.박성호는 이를 통해 엄옥자 선생이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전통을 현재로 이어가는 유연한 예술가임”을 강조합니다. 즉, 엄옥자의 예술은 고집스러운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 있는 전통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4. 춤은 삶의 수행이자 존재 증명의 매개체
엄옥자의 춤은 고통과 희망, 이별과 탄생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박성호는 이를 “삶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수행의 춤”이라고 풀이합니다. 춤은 단지 무대 위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내면의 깊은 고요함에 닿는 ‘명상의 몸짓’입니다.

5.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예술로 확장하는 춤
〈고목, 그 향기의 으름〉의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듯, 엄옥자의 춤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함께 살아가고 치유하는 공동체의 춤”으로 나아갑니다. 박성호는 엄옥자를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몸의 언어를 말하는 예술가”로 해석합니다.

□ 종합하면, 박성호 안무자가 바라본 엄옥자 선생의 삶과 예술은,
• 통영진춤이라는 깊은 뿌리에서 출발해
• 잊힌 여성 예술가들의 기억을 복원하고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전통으로 확장하며
• 삶을 견디고 치유하는 수행의 춤이자
• 공동체와 상생을 위한 치유와 희망의 춤으로 완성되는 ‘기억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를 잇는 예술의 서사’라고 봅니다.


<질문 5> 
이 춤극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이 ‘통영진춤’의 뿌리를 바탕으로 어떻게 엄옥자 선생의 춤 세계를 형성하고, 그 춤이 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예술적으로 발현되었는가에 대하여
<통영진춤>의 뿌리와 〈고목, 그 향기의 흐름〉에서의 예술적 발현

1. 다시한번,통영진춤이란 무엇인가?
• ‘통영진춤’은 통영 지역의 전통적인 예술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감각 중심의 춤 문화.
• 궁중춤, 기녀춤, 민속춤 등이 혼재된 다층적 전통춤의 집합체로, 정서 중심의 자유로운 몸짓이 특징.
• 악장(樂章), 가무(歌舞), 시조(時調), 남도창, 기방문화 등이 어우러진 통영의 예술 정서 속에서 형성됨.

2. 엄옥자 선생의 춤은 어떻게 통영진춤과 연결되는가?
 1) 예술의 감각적 체화 (1장)
• 어린 시절 통영의 정원에서 아버지의 시조창과 장단을 듣고, 기방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몸에 익힘.
• 춤을 배운 것이 아니라 ‘스며든 것’이라는 말 그대로, 통영진춤의 정서와 호흡이 엄옥자의 몸에 체화됨.
 2)기녀춤의 복원 (2장)
• 정순남 기녀의 춤을 통해 기방 문화의 예술성과 미감을 재발견하고, 이를 복원함으로써 통영진춤의 잊힌 한 축을 되살림.
• 통영진춤의 여성예술 전통을 되살리는 행위이자, 그것을 정서적, 역사적으로 계승하는 작업.
 3)전통 감각의 재해석 (3장)
• 도시로 나아가 신무용, 현대무용을 수용하더라도, 그 기반은 통영진춤의 감각과 호흡.
• 외손부채춤(화조 풍월) 같은 작품에서도 정중동(靜中動), 완급조절, 유연한 흐름이 통영진춤의 특질을 잇고 있음.
 4) 자유로운 호흡과 몸의 유희 (4장)
• 허튼춤(유희삼매무)은 형식보다는 정서, 구조보다는 흐름을 중시하는 통영진춤의 미학을 잘 보여줌.
• 특히 의식적 즉흥성과 놀이성은 통영진춤 고유의 미적 감각에서 비롯된 것.
 5) 살풀이춤과 공동체성 (5장)

• 살풀이춤 또한 개인의 한을 푸는 것을 넘어, 통영진춤의 공동체적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표현됨.
• 이는 통영진춤이 단순한 예능이 아닌, 삶과 공동체를 어루만지는 예술임을 보여주는 지점.

3. 통영진춤의 예술적 DNA는 어떻게 이 춤극에서 살아났는가?
• ‘고목 그 향기의 흐름’이라는 상징적 제목은 겉보기에 마른 나무 같지만 그 안에 생명과 향기를 품고 있는 통영진춤의 본질과도 일치합니다.
• 이 작품은 형식보다는 감정, 동작보다는 흐름, 절제 속의 깊은 정서를 중시하는 통영진춤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냅니다.
• 박성호 안무자는 엄옥자 선생의 몸에 체화된 ‘통영진춤의 기억’을 동시대 춤극의 형식으로 재조직하며, 이를 통해 ‘살아있는 전통’이자 ‘현대적 감각의 원형’으로서의 통영진춤을 무대 위에 되살리려 했습니다.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2025. 9.
*춤웹진

select count(*) as count from breed_connected where ip = '216.73.216.14'


Table './dance/breed_connected' is marked as crashed and should be repa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