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무용단 ‘더블빌’
2022. 4.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4월 21일~24일 〈더블빌〉을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초연한다. ‘더블빌(double bill)’은 두 작품을 동시에 공연한다는 뜻으로, 두 편의 신작 〈몽유도원무〉와 〈신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몽유도원무〉(안무 차진엽)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차진엽 안무가는 현실 세계의 험준한 여정을 지나 이상 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과정을 감각적인 춤과 음악, 미장센으로 풀어낸다. ‘몽유도원도’ 그림 자체를 춤으로 푸는 방식이 아닌, 화폭에 담긴 한국 지형과 산세의 모양을 표현하는 말, ‘굽이굽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다. 의태어 ‘굽이굽이’는 굴곡진 삶 자체인 동시에 현실을 극복하는 생존의 노력이라는 해석이 담겨 있다.
 


〈몽유도원무〉 콘셉트 사진 ⓒBAKi




〈몽유도원무〉는 총 2막으로 구성되며 7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1막은 비슷한 의상을 입고 서로 닮은 동작으로 몸짓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리듬의 ‘앰비언트 사운드(ambient sound)’는 굽이굽이 이어진 삶의 순환을 표현한다. 2막에는 모든 무용수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링을 한 채 각자의 호흡과 춤 선으로 생동하는 개성을 그려낸다. 현실과 이상 세계를 담아낸 무대디자인과 영상은 한 폭의 비단결을 연상케 한다. 최근 무용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작업들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차진엽 안무가의 물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몽유도원무〉에는 두 명의 뮤지션이 공동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대중음악 프로듀서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임’,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심은용이 국립무용단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다. 꿈속을 노니는 느낌 속 현실의 고된 정서를 부점이 붙은 리듬이 반복되는 음악으로 풀어냈다. 끝없이 이어지는 리듬이 삶의 순환과 굴곡을 드러낸다면, 거문고의 굵고 낮은 소리와 날카로운 듯 흘러가는 전자음은 생명과 노동의 희비를 표현한다. 또한 부드럽게 겹쳐지는 거문고와 신디사이저의 몽글몽글한 패턴은 몽환적인 뉘앙스를 더한다. 차진엽 안무가는 “아름다운 우리의 산세를 바라보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안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라며 “문명의 발달에 익숙해진 우리를 ‘몽유도원’을 꿈꿨던 안견의 마음에 비춰 돌아보고, 이를 창의적인 움직임과 비주얼로 표현하고자 한다”라며 안무 의도를 밝혔다.

〈신선〉(안무 고블린파티)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허무는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고블린파티’의 세 안무가 지경민·임진호·이경구와 국립무용단이 함께 새로운 전통 쓰기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한국적이면서도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 과감하게 사용해 온 고블린파티는 이번엔 음주가무 중 ‘주(酒)’, 즉 술을 작품의 중심에 놓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신선의 몸짓이 한국무용 특유의 맺고 어르고 푸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한국무용에 기발한 발상을 더한 차별화된 움직임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신선〉 콘셉트 사진 ⓒBAKi




민요나 시가에는 다양한 ‘권주가(勸酒歌)’가 전해지지만, 술을 즐기는 모습이 담긴 한국 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선〉은 삶에 위로를 건네고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권하는 ‘권주가’를 춤으로 확장한 ‘권주무(勸酒舞)’를 표방한다.

현세의 걱정을 잊고 오직 춤에 몰두하는 여덟 신선의 놀음이 펼쳐지는데, 신선으로 재탄생한 무용수들은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과 동중정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다채로운 춤사위와 구도를 선보인다. 또한 무용수들은 몸짓 외에도 표정과 목소리 등의 표현 요소도 적극 활용해 한국 춤의 독특한 유희적 감각을 선명하게 한다.

고블린파티는 “술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만, 한편으로 몸을 구속하는 관습의 철창에서 잠깐이나마 탈출구가 되어준다”라며, “〈신선〉을 통해 자신의 몸과 춤, 또 다른 세계로의 탐험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술과 한국 무용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조합,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질 〈신선〉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신선〉의 의상디자인은 한현민 디자이너가 맡았다. 런던·밀라노 패션위크에 꾸준히 참여하며 명실상부 ‘준지’와 ‘솔리드옴므’를 잇는 것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남성복 브랜드 ‘뮌(MÜN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특히 한복 전통 소재를 활용해 남성복과 아웃도어 의상을 만들고, 스포츠 의류 소재를 사용해 한복 무드의 착장을 만드는 전복적인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익숙한 소재와 개념에 낯선 방식을 덧입혀 전혀 새로운 룩(look)을 제안하는 그만의 디자인 방식은, 신선한 전통 소재를 발굴해 과감하게 안무하는 ‘고블린파티’의 작업 방식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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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더블빌’
2022년 4월 21일(목)~4월 24일(일) 목·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출연: 국립무용단
관람료: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소요시간: 100분(중간휴식 포함)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

〈몽유도원무〉
안무: 차진엽
음악감독·작곡: 하임
음악감독·연주: 심은용
의상디자인: 최인숙
무대디자인: 이혜진
영상디자인: 문규철‧황선정
〈신선〉
안무: 고블린파티(지경민‧임진호‧이경구)
작곡: 지경민
의상디자인: 한현민

2022. 4.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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