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5 국내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2
  • 일    시
    2025.12.17.(수) 13:30
  • 장    소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사    회
    장광열_춤비평가

 패   널│ 김혜라_춤비평가                             

도유_독립 안무가                            

장승헌_공연기획가                          

장지영_국민일보 문화부 선임기자    

최해리_사)한국춤문화자료원이사장 


주   최│ 한국춤비평가협회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춤웹진



예술위 심의위원 선임, 합리적 방안을 세워야
 

장지영: 예술가들이 작업을 위해 공공 지원금을 신청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들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인 만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 심사와 관련해 늘 뒷말이 많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내 예술 지원 기관 가운데 가장 상징성을 가진 곳입니다. 전신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1인 독임제 구조였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 기조 아래 예술 지원기관의 독립성이 강조되면서, 먼저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뀌었습니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됐습니다.
‘예술위원회’(Arts Council)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을 참고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형식만 아트카운슬이지 사실상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산하기관에 불과합니다. 영국예술위원회의 경우 전체 예산 중 약 70%를 복권기금에서, 나머지 30% 정도를 상급기관인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전입금으로 충당합니다. 복권기금과는 3년 단위로 계약을 맺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미디어체육부로부터 비교적 높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서는 영국예술위원회와 문화미디어체육부의 관계에 대해 ‘팔 길이보다는 손바닥 길이만큼 가깝다’고 합니다. 즉 영국예술위원회가 문화미디어체육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인데,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전체 예산의 대부분을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문예진흥기금으로 축적되었던 재원은 새로 추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사용돼 현재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도 복권기금이 들어오긴 하는데, 예술 창작에는 아예 쓸 수 없고 예술 복지에만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간 예산 구조를 보면 예술가들의 창작을 직접 지원하는 돈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위원회 구성 방식에서도 한국과 영국은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위원을 선임할 때 장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국도 문예진흥법을 보더라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장르별로 위원을 선임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7개 개별 장르와 문화일반으로 나누어 위원을 뽑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르별 이기주의’가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가령 연극 쪽에서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면, 다른 장르에서도 ‘우리도 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영역까지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위원 선임 과정도 정파적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집권할 때 각각 그쪽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을 가졌거나 관련 활동을 했던 예술가가 위원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선정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위 위원을 뽑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회에서 후보 2명 정도를 문체부에 올리면 장관이 최종 1인을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문체부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심의 구조를 보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대체로 장르 위원이 심의위원의 절반을 추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국에서 그 나머지 심의위원을 추천한 뒤 뽑게 됩니다. 그리고 장르 위원은 공정성을 위해 심의를 직접 하지는 않았습니다.
심의 위원 구성과 심의 방식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요. 정권에 따라 심사위원 풀(pool)제와 책임심의제가 번갈아가며 채택됐습니다. 심사위원 풀(pool)제의 경우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풀을 넓게 하다 보니 절차가 많아져 행정 비용이 많이 들고 비전문가가 들어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심의제는 전문가에게 평가를 일임하는 구조여서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자칫 심의 권한을 과하게 휘두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겪었는데요.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일종의 책임심의제였습니다.​ 그 전에 풀제를 채택했는데, 공연도 제대로 안 보는 사람이 심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처럼 책임심의제로 바꿔 전문가에게 평가를 맡기도록 바꿨습니다. 그런데, 책임 심의위원에게 권한이 집중되다보니 정부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기 쉬운 구조가 됐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되면 심의위원 풀제로 돌아왔는데, 예전보다 심의위원 풀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지원 소위에서 2년간 활동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있었지만 심의위원 풀제, 특히 풀을 지나치게 확대한 방향에 대해서 반대했습니다. 행정 낭비가 너무 심한 데다 비전문가 심의위원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책임심의제로 바뀌고 난 뒤, 제어장치가 없는 책임심의제의 문제점을 실감했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과거에는 예술위의 장르 위원이 심의위원으로 직접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예술위에서 무용 분야의 성기숙 등 신입 위원 3명이 직접 심사에 들어가겠다는 안건을 올려 통과됐고, 실제로 지난해부터 참여했습니다. 다만 나머지 위원들은 계속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성기숙 위원의 경우 무용계가 주로 사용하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심사에도 직접 참여를 추진했지만, 예술위 노조 등 사무국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예술위의 무용 분야 심의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것은 성기숙 위원이 주도했던 ‘무미생’(무용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멤버들이 심의위원으로 다수 포함됐던 부분입니다. ‘무미생’은 무용계의 여러 이슈에 대해 토론했고, 성기숙 위원은 ‘무미생’이 무용계의 발전을 위한 충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무미생’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 심의위원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무용 잡지에서 다뤘고, 이후 성기숙 위원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등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법적인 조치 등을 언급하기도 한 것은 예술위 내의 문제 제기나 외부의 보도나 비평 등을 위축시키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된 이후, 예술위는 장르 위원이 해당 분야 심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도록 변경했습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예술위 위원 선임과 심의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르별 위원도 문제인 데다 위원이 해당 장르의 통합 대신 갈등을 일으키더라도 권한을 경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의와 관련해 풀제와 책임심의제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장광열: 장지영 패널께서 이후 춤 생태계 부문에서도 발언을 하실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문화예술위원회 관련 논의까지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이어서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13번 사안인 국정감사 ‘김재원 의원의 문예위 요구사항’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김재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출석시킨 자리에서 3가지를 요구했습니다.​​ 2026년부터 한 단체에 대한 중복다건 지원을 폐지할 것, 특정 단체에 대한 퍼주기 지원을 배제할 것, 콩쿠르 지원을 중단할 것, 왜냐하면 순수예술 지원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병국 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즉각 답변하지는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요구 사항이 모두 그대로 수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한 단체에 중복다건 지원 금지’ 사항이, 예를 들어 대한무용협회는 현재 8개 사업을 수행 중인데 한 건만 지원하라고 하면 나머지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무예술원의 경우도 극장을 운영하고, 국제 페스티벌을 주최하며, 무용 전문 잡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체에 하나만 지원하라고 적용하는 것은, 춤계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지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하나만 주느냐, 여러 개를 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효율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해 엄정한 검증 체제를 가동하는 일일 것입니다.
‘콩쿠르 지원 중단’ 요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콩쿠르는 참가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참가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예산 투여 중단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특정 국회의원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무용계의 여건과 맞지 않는 지점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타 현안’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4·15·16번 사안이 이에 해당합니다. 국립무용단은 오늘부터 〈거장의 숨결〉이라는 공연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이 공연에 초청된 4명의 전임 단장들 중에 범죄 전력이 있는 분들이 포함되면서 문제가 제기됐고, 한국민예총에서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습니다. 이 사안은 국립무용단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30여 개에 이르는 국·공립 단체 전반의 윤리적인 문제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김혜라, 장지영 패널께서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주시기로 했습니다.​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심각한 문제

장지영: 조금 덧붙이자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단체에 대한 과다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 단체가 많이 받았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면 안 됩니다. 영국예술위원회만 보더라도 순수하게 공연만 하는 단체와 교육, 극장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단체를 구분해서 지원합니다. 영국에서 NPO(National Portfolio Organisation)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영국예술위원회로부터 필수 지원으로 선정된 단체를 가리키는데, 그 수가 꽤 됩니다. 실례로 여러분도 아시는 ‘램버트’가 대표적인데요. 램버트는 무용단, 무용학교, 축제, 극장 등을 총괄하기 때무와 교육 사업, 극장까지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최우선 순위로 지원받습니다. 보통 3년 단위로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창무예술원이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말이 많은데, 최근 국내 예술 지원에서 거점 공간인 극장 운영이 중요한 기준이 된 것과 관련있습니다.
다시 국립무용단 문제로 돌아와서, 최근 국립무용단의 〈거장의 숨결〉과 관련해 네 명의 거장 가운데 국수호 선생님과 김현자 선생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죠. 어떤 분들은 ‘국수호 선생님은 형사 처벌을 받고나서 이미 20년 넘게 무용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왜 문제 삼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엔 올해 브니엘예술고 사건을 비롯해 무용계의 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왜 이렇게 무용계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논란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무용계에서는 그동안 입시 비리나 성범죄 사건 이후에도 관련 당사자들이 얼마 뒤 현장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무용계와 비교해서 연극계를 보면 같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다릅니다. 물론 연극계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지만,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더 이상 참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윤택·오태석 등 우리가 ‘거장’이라고 불렀던 이들이 성폭력 문제로 감옥을 가거나 은퇴했고, 블랙리스트와 관련됐던 원로들은 연극계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연극계는 ‘원로나 거장이 너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연극계는 가혹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이윤택 선생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시 대표였던 배우는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배우로 참여한 연극이 공공극장을 대관해서 공연을 올리게 됐을 때, 젊은 연극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당 극단 공연을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당시 대표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배우는 최근에 개명한 뒤 대학로의 민간 소극장에서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무용계는 민간 소극장이 아니라 아르코예술극장 등 공공극장을 대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성범죄 등을 저지른 무용가에 대해 저지하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
국립무용단의 〈거장의 숨결〉은 김종덕 단장이 내년 초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신의 스승인 김현자 선생을 복권시키고 싶어서 만든 기획 같아요. 오랫동안 무용계에서 떠나 있었던 것으로 처벌은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용계에서는 앞으로도 ‘큰 잘못을 저질러도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다 복귀하는 등 문제없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언제까지 문제 삼아야 하느냐’는 질문도 가능한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혜라: 이어 말씀드리면, 방금 연극계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무용계는 참 관대한 것 같습니다. 과거 활동했던 원로들이 지금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속적으로 수혜받고 있고, 과거 성추행·성비위 문제가 제기된 교수들이 여전히 현직에 남아 있거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과오가 있었다고 해서 공연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쟁점이 되는 것은, 최고의 공공기관에서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분들을 올렸다는 겁니다. 개인이 사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윤리의식의 부재가 드러나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지금 여러 매체에서 공분을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거장과 원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덕 감독은 국립무용단 창단 65주년을 맞아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과연 이게 무슨 방향성을 잡는 일인지 여러 가지로 의구심이 듭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 성비위·입시 비리 등 전력이 있는 인물들을 ‘거장’으로 복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어, 과연 이것이 국립무용단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기획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윤리강령이나 기준을 마련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국립무용단의 행보는, 다른 지역 시민 무용단이나 여러 단체에 많은 파장을 주고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매뉴얼을 만들고 이런 부분에 잣대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장광열: 한국민예총은 이번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공연과 관련해, 국립극장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여러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정 기준과 기획 과정의 전면 공개, 공식 사과, 그리고 전국 공공예술기관의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한 요구입니다. 행정감사 여부를 떠나, 공공예술기관과 각 단체가 회원·단원·출연진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면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제 두 가지 사안이 남아 있습니다. 플로어 토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이슈들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국정감사나 국립무용단 논란 외에도,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여러 문제와 관련해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사건이 여러 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언론사에 계신 장지영 패널, 그리고 직접 관련자이기도 하신 최해리 패널 두 분께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안은 공공 무용단 예술감독들의 ‘회전문 인사’ 문제입니다. 새로운 인물을 공개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예술감독들이 돌아가며 자리를 바꾸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안까지 함께 말씀해 주신 뒤, 플로어 토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패널들이 제기한 내용 가운데 오해가 있거나,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요청드립니다.


정도를 넘어선 언론중재위 제소
 

최해리: 이제는 댄스포스트코리아 발행인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미투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저희 쪽에서 윤단우 선생이 ‘블랙페이지’를 운영하며 성폭력 문제와 범죄 이력 등을 수차례 언급했고, 그분이 주장하신 것 중에 하나가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공공기금을 받아서도 안 되고, 공적 공간에서 자문, 사회 등을 맡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수용되던 시기에는, 윤단우 선생이 서울시 문화과 같은 곳에 ‘왜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기금을 지급하고, 왜 그들을 공공 무대에 세우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실제로 홈페이지에서 이름을 내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도 일시적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활발하게 범죄 사실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고 침묵하거나,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술 사회라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저희는 적시하려고 굉장히 노력합니다. 기록이 있어야 후대가 당시의 분위기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장지영 기자께서 문예위 기금 심사의 위험성을 지적하셨 듯, 저희 댄스포스트코리아에서 노조에서 발표한 내용, 연극협회에서 발표한 내용, 신문 기사를 토대로 ‘공정하게 심사해 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인사이트 칼럼을 썼습니다. 그 후 올해 8월, 관련 당사자가 전용 기관지 같은 곳에 4쪽 분량에 달하는 경과보고를 쓰더니, 곧이어 9월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저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언론중재위랑 무슨 상관이 있나, 혹시 보이스피싱인가’ 의심했지만, 실제 제소 통지였습니다. 알아봤더니 ‘본인의 명예가 훼손되었고, 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장광열: 잠시만요. 댄스포스트코리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관한 글을 썼고, 누가 누구를 상대로 제소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최해리: 문예위 심사와 관련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서 그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에 대해 성기숙 위원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김재원 의원이 성기숙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언론위원회에 제소를 하는데, 지금까지 6건이라고 합니다. 이는 과도한 제소이며, 언론의 입을 막는 행위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저희도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하나, 무용계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위 제도를 통해 비판을 차단하는 방식에 대해, 무용계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명예훼손 고발을 악용하는 사례를 보면, 주로 언론 보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들이고 특정 이름을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두 명이 있었습니다. 무용인들이 워낙 잡지를 잘 보시지 않아서 제가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그 두 건 모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서가 우리 집 앞이라서 저는 별 대수롭지 않게 갑니다만, 경찰이 ‘제발 이제 그만 오시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은 정당하다며 사람들한테 알리고 다니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문제없다’는 결정을 받으면, 이를 빌미로 문제없이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걸 막기 위해서 여러분들한테 반드시 주시해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들 명의를 도용을 했다든지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르지만,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서 이걸 해결하고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건 악용하는 거죠.

장광열: 댄스포스트코리아뿐 아니라, 몸지에서도 유사한 일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혜라: 몸지는 합의했습니다.

장광열: 장지영 기자님,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지영: 몸지는 김남수 씨가 썼는데요. 사실 제가 보기에도 언어의 선택이 약간 과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표현이 너무 강하다고 해서 10~11월 쯤에 성기숙 위원의 입장을 반영해 수정된 김남수 씨의 글이 몸지에 실렸습니다.

장광열: 두 건 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 심의와 연관이 있군요. 무용위원이 직접 참여하고, 또 무용위원을 추천했던 2명의 추천 위원이 심의위원으로 선임되고 이런 것과 관련해서 잘못된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한 내용들이 두 개의 매체에서 쓰여졌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의해 다시 제소된 것이군요. 결과가 나왔나요?

최해리: 저희는 다행인지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각이 됐습니다. 근데 그게 억울하신지 서울문화투데이에 저희가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이고 언론사도 아닌 것이 언론사 흉내를 냈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과격하게 썼습니다. 그다음에 굿스테이지가 옛날에는 저희랑 같이 문예위 지원금 탈락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던 곳이었는데 갑자기 저희한테 반격을 해 와서 참 황당한 지경이었습니다.

장광열: 두 건 모두 발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위원 선임 문제와 관련이 된 것입니다. 다음은 마지막 섹션입니다.


예술감독 선임과 극장 지원금의 운영, 문제 있다

김혜라: 일단 간략하게 국립무용단 문제를 언급하겠습니다. 앞서 무용 교육, 콩쿠르, 충남대 사건 등에서도 할 얘기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춤웹진에 기록할 때 관련 의견을 첨부하겠습니다. 국립무용단은 대표성이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는 것이고, 현재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에 대해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까지 3년 동안 신작 한 편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적 패러다임과 사회적 감수성에 부합하지 않는 기획들을 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예술감독을 꼭 무용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새로 선임될 국립무용단·국립발레단 예술감독들은, 자신의 3년 운영계획과 청사진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심사할 위원 역시 이름을 밝히고 심사평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서 객관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일부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좀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처럼 하마평과 비공식 인맥을 통해 선임되는 구조에서는, 문제만 불거지면 곧바로 ‘어느 정치권 라인 때문이다’, ‘누가 라인을 탔다’는 소문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만 반복됩니다. 그래서 좀 공개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감독들을 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약 30여 국·공립 무용단, 시립무용단, 지역 무용단이 존재하지만, 발레단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한국무용을 전공한 출신의 예술감독이 맡고 있습니다. 전입하듯이 지역을 순환하며 예술감독을 합니다. 물론 단체 운영 경험과 리더십은 장점일 수 있으나, 이러한 구조 때문에 새로운 인재가 예술감독직에 도전할 기회가 막혀버렸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새로운 작품과 운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예술감독 선임을 위한 심사 기준, 평가 체계 등을 수정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지역 단체를 많이 보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너무 고루합니다. 지역 소재로 가져온 레퍼토리, 행정 또는 운영 방식의 고착화, 고령화된 무용수들이 새 안무가들과 협업할 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 등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공공 무용단의 예술적 수준과 흥미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술감독 선발을 위한 심사 제도와 선정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제안합니다.
 

장승헌: 저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서 살면서 오늘의 말씀들에서 데자뷔 같은 느낌이 사실 듭니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 공연과의 기획·홍보팀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겪었죠. 1994년에는 해외 연수 개념으로 베를린에서 약 두 달 반 연수로 있었고, 이어 피나 바우쉬를 만나기 위해 부퍼탈을 가서 약 3개월간 체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교수들의 구속을 보며 ‘무용계는 참 변하지를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년 12월 지금, 우리 무용계는 과연 변화하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오늘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공연이 시작합니다. 저는 ‘우리 무용계의 어르신이라고 얘기하는 원로 무용가들의 행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무용계는 정말 천천히 조금씩 변하긴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창무예술원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앞서 5년간 8억 9천만 원 지원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2년 전에 4억 2천만 원을 한 번에 받았습니다. 제가 도대체 이게 무슨 사건인지 싶었습니다. 당시 여러 극장과 단체에서 사정이 있어 지원 신청을 포기하는 등 일이 있었고, 그 결과 몸지와 창무포스트극장을 갖춘 창무예술원에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전부 합쳐서 4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장광열: 시간 관계상 핵심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승헌: 창무포스트극장과 관련하여 납득할 수 없는 대관료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적폐라 생각됩니다.

최해리: 여기서 초점은 이것입니다. 극장 지원사업으로 성균소극장도 받았는데 이 경우에는 무용가들한테 지원금을 나눠주거나 대관료를 무료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포스트극장은 그렇게 받았음에도 배정혜 선생님께 1천만 원에 가까운 대관료를 받았다는 점이 핵심인 거죠?

장승헌: 맞습니다. 올해도 지원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광열: 알겠습니다. 창무예술원은 공공 지원을 받는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대관 과정에서 과도한 대관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 방금 지적되었습니다. 일단 오늘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이 전해 온 메시지를 공유하겠습니다. “이 자리가 앞으로의 젊은 무용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대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오늘 논의된 다양한 대안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관련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시간 관계상 별도의 휴식 시간을 드리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합니다. 이제 플로어 토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원기관을 포함한 무용 현장에 계신 분들, 민예총 이사장님, 단체를 이끌고 계신 분들, 공연장을 직접 책임지고 운영하셨던 분까지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는 시간으로 이어가겠습니다.


플로어 의견들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자, 작년 12월까지 경기아트센터 대표를 하고, 올해부터는 완전히 자유로운 프리랜서 신분이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50대로 보신다고들 하지만, 실제 나이는 이제 딱 만 70세를 넘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처음 김매자 선생을 만났고, 배정혜 선생의 리을무용단 기획을 맡기도 하고 늘 멀리서 무용계를 지켜봐 왔는데, 오늘 논의에서 드러난 여전히 변치 않는 여러 문제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이것은 한참 퇴보한 흐름입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 국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에서, ‘순수’라는 미명하에 기득권이 세습되는 장르가 제가 알기로 국악·클래식·무용 분야인데, 소위 도제식 구조에서 보이는 문제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나름대로 대안을 딱 하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공공예술단 예술감독 문제도 언급되었는데, 예술의전당 사장과 국립예술단체 상임이사를 맡아본 경험으로 볼 때, 결론적으로 경영자는 프로듀서, 기획자 출신이 대표를 맡고, 예술감독은 예술가가 맡는 시스템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공석이 많습니다. 대체로 예술계에서는 예술가가 CEO를 맡아야 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 재원 문제에 대해 덧붙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재원 얘기는 별로 안 하시고, 있는 거를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이냐만 얘기하는데 저는 늘 파이를 키우자고 말합니다. 그 창구로 순수 분야는 국립 예술단체가 제일 좋다는 것까지 오늘은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광열: 감사합니다. 또 현장에서 발언해 주실 분 안 계세요?

김채현: 유인택 선생과 동년배입니다. ‘변동이 없다’는 말씀이 있었지만, 춤계에 이런저런 변동은 있어 왔습니다. 다만 과거의 부조리와 비리가 넓고 깊게 뿌리내린 탓인지, 그 변화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입니다.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그림자가 너무 짙어서 작은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는 말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오래된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있어 우리 각자가 변화를 촉진하는 자기 역할에도 충실해야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시작하는 국립무용단 공연 〈거장의 숨결〉의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무용단은 국가대표 공공단체입니다. 과거 비리로 법정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연을 국가대표 공공단체가 계획했다는 자체는 문제입니다.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았다면 개인적으로 예술 활동을 재개할 표현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춤계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었고, 이런 상태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 단체가 그분들이 참여하는 정규 공연 행사를 기획하는 그 자체는 그분들에게 ‘거장’이라는 호칭 아래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소치라 생각합니다. 제 기억으로 그분들은 춤계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최소한의 과정도 없었던 줄로 압니다. 이 최소한의 것은 전체 예술인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행동일 것입니다. 따라서 저간의 상황에 비추어 이번 공연은 애초에 기획되어서도 안 되고, 논란이 공론화된 시점에라도 즉시 취소되는 것이 원칙이겠지요.

이종호: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공연과 관련해 이처럼 반대 여론이 존재하는데, 국립무용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금까지 공식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있습니까?

장광열: 없습니다. 민예총에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을 계속 홍보하고 있고, 일부 무용가들은 이를 공유하는 상황입니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입니다.​​
앞서 도유 패널께서 브니엘예술고 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해 제시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학생들의 몸과 정신을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라는 삼분법에 가두고 있는 현행 대학 입시 제도를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라는 삼분법은 대학 무용교육이 초기 활성화되던 시기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한국 무용계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포함해 대부분의 공적 지원 제도와 심의 구조가 삼분법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 삼분법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폐해는 더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 대학교 무용과에서 한국무용 전공으로 입학하면, 4년 내내 담당 교수가 이수한 전통 춤만 배우고 졸업합니다. 해당 교수가 한영숙류 살풀이춤 이수자이면 한영숙류 춤만 배우고 졸업합니다. 대학이 특정한 전통춤만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 스타일의 춤을 배우고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발레 전공의 경우는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을 배우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강수진 씨는 자신이 한국춤을 배운 경험이 발레 무용수로서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다른 댄서와 차별화된 춤을 출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중국의 북경무용대학 학생들이 53개 소수민족의 춤을 모두 배우듯이 한국에서도 대학 무용교육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춤을 넘나들며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포럼에서 도출된 여러 제안을 저희는 매우 중요하게 기록할 예정입니다. 전통춤을 전공하신 서정숙 선생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도 역임 하셨죠?

서정숙: 네, 전 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오늘 논의된 문제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안타깝게도 제가 고등학생이던 40여 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사안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장에서 계속 경험하는 문제들을 포함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삼분법 문제는 아이들 입시나 그런 교육 현장에도 있었기 때문에 계속 느껴왔고, 제가 전통을 하기 때문에 각종 지원사업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합니다. 창작 위주로 한국무용의 지원사업은 설계되어 있고, 전통 분야 지원금은 또 원로 선생님들 위주로 주고, 전통예술 분야의 지원을 신청하면 ‘무용에서 이미 지원을 받는데 왜 국악 쪽에 와서 이러느냐’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입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리키고 이제는 좀 떨어져 나와서 현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나와서 보고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입시 카르텔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에서 그 대학 출신의 선생이 반을 맡아서 하는 식으로 전부 대학하고 연결이 됩니다.
그런 강사들이 아주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연계는 뗄 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교사가 있어도 대학 입시 구조 속에서 피해를 보고, 입시 실적이 인사와 평가 기준이 되면서, 고등학교 교사들마저 대학교수로 가기 위해 애쓰는 경우들을 보면서 매우 씁쓸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강사를 선발할 때, 특정 대학 출신 여부나 각 대학이 선호하는 스타일 이런 것들도 삼분법 못지않게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무용수라면 다양한 테크닉을 다 흡수해야 하고 한쪽에서만 매몰돼서 그 스타일만 춘다면 대학 졸업 후에 다양한 창작 활동하는 데 많이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고등학교에서 강사를 채용할 때, 출신 대학, 삼분법, 유파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오픈해서 뽑아야 한다고 보고 그런 것이 이루어지면 조금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혜라: 저 역시 35년 전 예고를 나왔습니다. 그때 전공 교수가 정해준 대로 학교에서 실력과 재력에 기반해서 줄을 세웁니다. 지금도 여전하죠. 해체를 말씀하셨는데, 지금의 입시 제도는 수시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실기가 조금 부족해도 학업 성적이나 다른 작품으로 가거나 그나마 다양한 통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차단된 셈입니다. 브니엘예술고 사건도 있고, 특정 학원·강사와 대학교수의 유착은 여전히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강습회도 모든 강습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전 예고 강사와 전 은퇴한 교수와 통화를 했는데 장점도 있지만 그런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가 정말 필요한 때라는 생각입니다.

장승헌: 지금 원로들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광열: 대한민국예술원에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장승헌: 대한민국 예술원이 지난해 개원 70주년이었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5일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포스트 휴먼과 예술 -〈춤, 미래의 신화〉란 주제 아래 조흥동, 최청자,김숙자, 정승희 박명숙 회원들이 각자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을 중심으로 중편 정도 작품을 공연한 바가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제가 사회자로 몇 차례 무대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무용가 선생님들이 직접 안무한 작품을 각자의 제자들이 춤을 추었다면, 지난 해의 경우 예술원 설립 70주년을 맞은 만큼, 원로무용가들이 직접 신 스틸러 역으로 잠시작품에 출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김채현: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개혁 문제는 다음 주의 포럼에서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대한민국예술원의 핵심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회원 선임 과정입니다. 각 장르마다 그분들이 합의해서 선출하는 것으로 압니다. 둘째, 예술원 회원의 정원은 100명이고 아마 현재 회원은 90명 정도일 것 같은데, 2012년부터 예술원 회원 1인당 매달 약 200만원 선의 월정액 수당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년퇴임한 분들에게 왜 월정액을 지급해야 하는가요? 셋째, 2019년부터 회원으로 한 번 선임이 되면 일단 종신직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에 대해 제가 춤웹진에 기고한 글(2022년 3월)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말씀드린 규정이 그사이에 얼마나 변했는지 잘 모르겠기에 틀린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예술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것은 사회적 도리입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회원들에게 생활 보조와 품위 유지 차원에서 정액 수당을 드리는 것 또한 고려할 만한 일이지만, 전체 회원들께 일률적으로 매달 고액의 정액 수당을 종신으로 지급하는 것은 정말 재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 분야에 따라서는 예술원 회원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운동이 벌어진다는 뒷소문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 프랑스 한림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운영되는 것도 참고할 일입니다.

정석순: 저는 사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최해리 선생님 글을 보고 오늘 갑자기 이 자리에서 오게 됐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S를 운영하고 한성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장광열: 현대무용을 하시고, 올해 대한민국무용대상 경연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지요?

정석순: 네, 무용 교육 현장에서 현대무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포럼이 이런 내용일 줄은 모르고 ‘춤 유통과 제작 환경’ 이런 제목을 보고 왔습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 올해 제가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제 올해까지만 무용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이런 고민을 실제로 심각하게 하다가 그 글귀가 눈에 들어와서 왔습니다. 저는 안무자로도 활동을 하고 있고 무용수로 같이 뛰고 있는데 미래 세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서 복잡해서 사실 정리가 안 됩니다. 그래도 본질은 하나인 것 같습니다. 깨끗해져야 하고 청렴해져야 하는데, 그 과정과 방법이 너무 어렵고, 사실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 2시간 동안 들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행사나 페스티벌 지원에 대한 심의는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저 역시 심사를 하러 다니는데 ‘청렴하게, 공정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 예술은 장르별·사람별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오늘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심사를 하시는 분들의 공개가 더 뚜렷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콩쿠르도 마찬가지지만 점수 매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저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심사하면서 이걸 내가 잘못하거나 집중해서 안 하면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이런 상황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 이름과 점수가 공개되고 있지만, 글이라던가 보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심사를 맡는다는 것은 예술계에서 상당한 권위라고 생각합니다. 그 권위에 어떤 영향이 갈 정도의 어떤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주최 측과 운영 조직 입장에서는 일도 더 많아질 것이고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작은 시스템이 생기고, 심사를 맡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책임감이 생겨야만 오늘 논의된 문제들의 근원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저도 조심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장광열: 유통 구조에 관심이 크시니, 이 부분까지 듣고 가시면 후회 없으실 듯합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내년 유통지원 사업 예산이 약 300억 원 규모로 편성되어 있는데 무용 쪽에서 몇 개 단체가 선정됐는지 아세요? 총 990개 단체가 응모했는데 무용 쪽이 87개 작품이 올라가 있습니다. 비율로 보면 10%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수치지만, 무용 컴퍼니들이 ‘어떻게든 만들어진 작품을 국내에 유통 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단체가 여러 작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저는 정석순 교수가 이끄는 컴퍼니도 공공 지원 제도를 좀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외국처럼 ‘예술가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학생을 ‘교수 공연을 위한 무용수’로 양성하는 교육은 안 됩니다. 지원제도는 과감한 개편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카테고리를 공연예술로 묶고 있는데, 연극의 창작 여건이 다르고, 음악이 다르고, 무용이 다릅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무용 예술의 현 생태계를 반영한 무용예술 특성에 맞는 지원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곧 무용예술을 분리해 심의해 달라는 겁니다.

김용복: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계속 거론했던 모든 부분에 관계가 안 된 게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예술고 교사를 해 봤고, 대학 강의도 오래 했으며, 그리고 무용단에서도 다칠 만큼 다쳤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환경이나 이런 데서 좀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사실 무용계에서 생태는 사실 공연하고 순수하게 공연하고 내 작업을 하는 게 목적인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지원금을 받아야지만 가능하거나 아니면 내 주머니를 털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근데 이 지원사업이라는 게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많이 활동할 때쯤에는 그런 지원사업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것이 매달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공연하고 서로 품앗이 하는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 2000년도에 제가 한번 3천만원을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 큰돈이었는데 모자랐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할 때는 서로 도와주는 게 됐었는데 지원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나 이만큼 달라, 저만큼 달라’ 이렇게 하다 보니까 오히려 모자라게 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사람들한테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작업을 그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말이 길어집니다만 그러면서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무용을 그만두고 무용계를 떠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다시 춤에 대한 열정이 생겼습니다. 배운 것이 춤뿐이니, 다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또 이 지원금을 신청해도 잘 타지 못합니다. 연극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돈을 받으면 무용에 또 이런 악순환이 되니까 사실 무용하는 사람들이 타고난 무슨 재력이 있지 않고서야 아니면 결혼을 잘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생활력이라는 게 사실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악순환 속에서 결국 직업 무용단에 들어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강의 강사료 갖고서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됩니다. 이 춤생태계에서 이런 것들이 해결이 안 되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는 브니엘예고에서도 근무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학교와 학원 사이에서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저는 외부 사람이니까 그걸 자세히 알지도 못했지만 쉽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고, 움직여지는 아이들의 교육에 어려운 환경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태계가 굉장히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합니다.

장광열: 경북도립무용단에서 예술감독 역할도 하셨지요?

김용복: 네.

장광열: 네, 감사합니다. 오늘 사실 상당히 많은 내용과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었고 패널 분들께서 발언하겠다고 선정한 건들이 한정되다 보니 사회자가 말을 좀 많이 한 거 같습니다. 플로어에서 보다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오늘 포럼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12월 23일에 국내외 춤현장 동향을 공개 진단하는 두 번째 포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늘 다 풀지 못한 논의와 미진한 부분들은 그 자리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나눠 주신 패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장광열, 김혜라, 도유, 장승헌, 장지영, 최해리 ⓒ춤웹진

2026. 2.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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