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5 국내외 춤현장 동향 비평시각 진단 포럼 2
  • 일    시
    2025.12.23.(화) 13:30
  • 장    소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서울 대학로)
  • 사    회
    김혜라_춤비평가

패   널│ 김서령_독립기획                          

김영희_전통춤이론가                      

김재덕_안무가                                

이종호_SIDacne 예술감독             

장광열_춤비평가                            

정옥희_춤비평가                            

 

주   최│ 한국춤비평가협회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춤웹진



컨템퍼러리 분야 동향
 

김혜라: 이제 컨템퍼러리 댄스 동향을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한국춤창작, 현대춤 창작이란 구분이 불필요해진 상황입니다. 현장에서는 몇 십년 간 대학·입시 구조에서 통용되는 3분법의 기준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 사실상 무력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춤·전통춤을 배운 무용가들이 주도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그래서 견고한 교육제도와는 달리 현장 주도로 안무와 표현법의 해체 경향은 굉장히 주목해야 될 상황입니다. 대체적으로 젊은 친구들이 이와 같은 경향이 짙고 올 해는 ‘크리틱스 초이스’나 '후즈넥스트‘(Who’s Next)에서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신기해서 몇 팀하고 얘기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은 학교 다닐 때 승무, 살풀이를 배웠다고 하나 정작 본인들의 작품 방식은 다르게 표현 한다는 겁니다. 확실히 디지털 영상 세대들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있기에 안무 관점이나 접근 방식도 스스로 개척하려고 합니다. 이런 동향이 제가 봤을 때는 올해 좀 더 두드러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현장의 흐름과는 거리감이 있기에 이제는 대학교육이나 입시제도 그리고 공공기금 지원까지 일정부분 수정이 요청됩니다. 이제 다원을 포함한 창작을 컨템퍼러리 댄스로 통칭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전세계 어디에도 3분법의 구분은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춤 시리즈의 심화 경향입니다. 이것도 올 해만이 아니라 계속 지속되는 하나의 경향으로, 한 작품 버전을 바꿔가면서 하는 접근입니다. 대표적으로 차집엽의 〈원형하는 몸〉은 6년째 지속하며 다각도의 관점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가슴에 권혁의 〈EARTHING〉은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연은 라오스와 협업을 했고 SIDance에서도 했었는데 올해는 소극장에서 조금 더 밀도 있게 작품을 만들어서 굉장히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지원체계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꾸준히 선정된다는 전제 하에, 서울문화재단에서 과정 공유, 소극장 지원이나 문예위의 청년 지원, 창작주체, 창작산실, 다년 지원 등이 다 연계되기 때문에 작품을 꾸준히 확장시켜 갈 수 있습니다. 김서령 선생이 언급하신 아르코예술극장의 창제작 사업도 단계별 지원을 합니다. 예를들면 김모든의 ‘스포츠 시리즈’, 엊그제 공연한 이윤정의 작품도 중간중간 지원받기도 하긴 했겠지만 11년째 계속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혜림의 〈타오르는 삶〉이나 서연수의 〈집 속의 집: 안팎〉 역시 매번 버전을 바꾸며 이어지고 있고, 모므로살롱의 〈비수기〉도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장기적으로 확장·심화하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며 자신만의 작가성이 투영된 작품으로 성숙,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결국 유통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는 가장 큰 과제입니다.
세 번째로 관찰된 흐름은, ‘새로운 협업의 시도로 전시와 공연, 아카이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꽤나 발견되었습니다. 정옥희 선생도 언급하셨듯, 안무가들이 작품 과정에서 리서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고, 책 형태로 발간하거나, 창작 과정을 공유하는 양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길게 말씀드리지 않지만, 안애순의 〈순간편집〉도 과거의 영상을 편집 전시하며 현재적 의미와 맥락을 짚으려는 형식적 시도입니다. 밑에 보이시는 자료는 아카이빙 결과물들입니다. 아카이빙과 공연과 전시 연계 협업은 시각예술에서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제 조금 인식하고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전시와 아카이빙을 토대로 한 공연 방식이 조금 더 주목될 현장이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전망도 해봅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달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라이브웍스 페스티벌(Liveworks Festival)’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는 영상 전시와 라이브 퍼포먼스를 밀도 있게 결합한 작업이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에 퀴어문화 영화·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감독이 영상을 재편집 상영하고, 감독과 퍼포머의 토킹 퍼포먼스 협업이 굉장히 저한테는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장르 간 협업이 아니라 다학제적인 접근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너무 안무가만 집중하려 합니다. 사실 안무가의 작품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이 제가 봤을 때는 창작 지분의 반 이상은 있다고 봅니다. 무용수들의 위상이 예전보다는 좋아졌는데, 그 인식 변화의 시작점으로 하나 볼 수 있는 게 국립현대무용단 김성용 예술감독의 〈인잇〉에서 무용수를 ‘프로세서’(processor)라 표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안무와 지시를 재현하는 무용수의 수동적인 몸이 아니라, 공동으로 창작을 수행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자로 존중하며 표기한 것이라 짐작됩니다. 이 부분이 미세하나마 개인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로, 무용수의 예술적 권위와 인식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국내 컨템퍼러리 댄스 동향을 간략히 정리하고, 이제 해외로 시선을 옮기겠습니다. 이종호 선생님께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해외 동향 및 국제 교류
 

이종호: 제가 전문가는 아니고, 세계 춤계의 동향은 전부 알기도 어렵고 제가 보러 다니는 그 한도 내에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 춤계 동향이라고 하면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게 북미 지역하고 서유럽입니다. 북미지역은 아시다시피, 미국 뉴욕은 한때 현대무용의 메카로 불렸지만, 이미 20년 이상 별 볼 일 없는 상태로 많이 떨어져 있고, 캐나다도 퀘벡 정도를 제외하면, 서부 지역에서는 솔직히 지금 별 볼 일 없고 그러다 보니까 유럽이 요즘 많이 중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이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좀 무시했었던 이유가 우리 자체가 별로 현대무용이 별로 발전하지 못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의 타겟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위주로 늘 그래왔습니다. 사실 우리도 이제 많이 컸고 세계와 접점도 많이 넓어졌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니까 이제 외국이라는 것이 꼭 선진국인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조금씩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좀 말씀을 좀 드리고 싶은데, 분명한 거 하나는 한동안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유명해졌었던 ‘컨셉추얼 댄스’(conceptual dance)라는 것이 많이 퇴조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많이 사그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꼭 이 자리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렇다면 한국 무용계에서 컨셉추얼 댄스는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컨셉추얼 댄스는 처음 어떻게 한국에 도입·소개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한국 창작무용가들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 돌아봤을 때 어떤 성과와 문제, 반성거리를 남겼는지 등을 한국춤비평가협회든, 다른 연구자 그룹이든, 세미나나 포럼을 통해 학술적으로 이 주제를 조만간 한번 다뤘으면 합니다. 굉장히 요란했는데 무엇이 남았으며, 당시에는 컨셉추얼 댄스가 마치 ‘이것이 아니면 현대예술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과도하게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었는데 왜 그런 인식이 형성되었는지 그런 것들을 한번 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릴 점으로 제가 굉장히 놀랐던 점으로서 서양 사람들도 전통 기반 현대무용을 하는 것이고, 이를 보고 요즘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혹은 중남미·아프리카처럼 원주민 문화가 강한 지역에서나 전통·민속을 기반으로 현대적 창작을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북미나 서유럽에는 발레나 클래식 음악처럼 ‘클래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통’이라 부를 만한 게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무용 창작을 할 때 ‘전통을 기반으로 작업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과 올해 SPAF에 초청된 이탈리아 출신 젊은 무용가 알렉산드로 시아르로니가 아마 7~8년 전에 오스트리아 티롤 산맥 지역에서 유행하는 전통 음악과 춤의 리듬·스텝을 바탕으로 현대무용을 만든 것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프랑스 북서부, 르아브르 지역 출신 안무가의 작업이었습니다. ‘파리 인근 대도시에 무슨 민속이 있겠나’ 했는데, 그는 자신의 고향이라며 그 지역의 전통 민속 음악과 동작을 갖고 현대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가 여러 해 전에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본 것이 두세 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유럽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여러 사회·정치·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그중 하나의 계기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작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때는 개인도 그렇고 집단도 그렇고 다들 자기 내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잖아요. 이 사실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습니다.
최근 11월에 제가 본 거는 중남미의 콜롬비아의 칼리(Cali)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칼리국제댄스비엔날레(Cali International Dance Biennial)’입니다. 칼리국제댄스비엔날레 프로그램을 보니, 대략 60% 정도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서양식 현대무용 계열 작품이고, 나머지 40%는 원주민 문화에 입각해서 만든 춤이었습니다. 콜롬비아 지도를 보면, 서쪽은 태평양과 맞닿아 아시아쪽을 향하고, 오른쪽은 카리브해를 거쳐 대서양·유럽으로 향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지리적 조건 속에서, 이번에 제가 본 작품들은 태평양 쪽으로 인접한 원주민 문화에서 자란, 그리고 피부색도 약간 섞여 있거나 검거나 이런 친구들이 현대무용식으로 만들었는데, 제가 단순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하나는 전통이라는 민속을 가지고 약간만 현대화 내지는 양식화해서 추는 경우도 있고, 또 하나는 완전히 현대무용이라고 부를 만한, 즉 말하자면 창무회나 김영희 무트댄스 같은 게 있는데 그쪽도 똑같았습니다. 그런 점이 재밌었습니다.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Catalunya) 주가 있는데 현대무용이 굉장히 쎈 곳입니다. 제가 SIDance를 하면서도 스페인의 현대무용 단체를 지금까지 꽤 많이 불렀는데 두 단체 빼고는 전부 카탈루냐 팀일 정도로 강합니다. 이번에 가서 처음 보게 된 거는 이쪽도 아까 콜롬비아 말씀드린 것처럼 전통이나 민속에 기반을 둔 현대 무용들이 의외로 많고 작품들이 굉장히 좋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또 한 가지 이런 경향을 또 부추기고 있는 예를 들면, 그 퍼포밍아트 마켓이 역시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에 하나 있습니다. 만레사(Manresa) 지역에 가면 ‘피라 메디테라니아’(Fira Mediterrània de Manresa)라는 마켓이 있습니다. 우리 PAMS 같은 퍼포밍아트 마켓인데 아마 시장이라는 뜻의 페어 같습니다. 그 마켓에서 주로 하는 것들이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통의 기반을 둔 창작 작품은 지원하도록 해서, 이제 뽑히면 거기서 공연도 하는 겁니다. 내년 행사는 10월인데 1월까지 공모를 받고 있어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럽에서도 이제 굉장히 많이 이런 걸 하고 있다는 거를 보면서 우리도 ‘지난 1970~80년대부터 전통이 창작으로 어떻게 변화 및 진화하는가?’에 대해서 그동안 세미나도 많이 하고 공부들도 많이 했는데 솔직히 우리 경우에는 이른바 한국 창작춤이라고 하는 그런 계열하고 그다음에 완전히 약간 서구화된 현대무용과 한국 전통의 만남이라는 것, 이렇게 약간 두 계열로 가면 발전하는구나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학술적인 정의는 드문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언젠가 한번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김혜라: 네, 잘 들었습니다. 저도 최근에 갔던 해외 라이브웍스 페스티벌에서도 뉴질랜드 원주민들의 뿌리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워크숍을 2주간 열어주고 공연으로 연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봤습니다. 퀴어나 소수 원주민을 위한 육성 정책으로 축제가 주관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용단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예술가를 모셨습니다. 〈다크니스 품바〉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었고,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성공 경험들을 나눴으면 좋겠고, 또 인지도와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에서 어려움을 겪은 면, 개선 방안, 효율적인 사업 유통 방안에 대해서 실제 경험담으로 말씀해 주시면 합니다.
 

김재덕: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다크니스 품바〉는 2006년에 만들어졌고, 그때는 25분짜리 작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저희 무용계 안에서 많은 갈라 공연이 듀엣 작품이나 4인 구성 작품을 4~5개의 작품으로 같이 공유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다크니스 품바〉는 전체 11명으로 인원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같이 공연하다 보면 디테일 측면에서 제가 좀 허술한 부분도 생길 수 있고 해서 ‘안 되겠다, 듀엣 작품과 일단 4명짜리 작품을 좀 괜찮은 걸 만들어 놓고, 1시간짜리 작품을 해서 오로지 〈다크니스 품바〉 관객들만 오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2013년에 무용단을 제대로 만들 때, 일부러 원래는 25분이었던 작품에 인트로로 15분을 넣고 뒤에 15분을 넣어서 1시간 분량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공유는 많이 했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제가 제안을 하는 방향으로 풀 로 작품을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계속해서 그 흐름이 좋았는지 지금까지 200회 정도 넘었고, 내년이 20년이라 20주년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저도 안무자로서 다른 해외 무용단 국립 단체도 가서 작품도 만들고 공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해오다 보니까 요즘 저는 해외 진출을 하는 것에서 특히 지원금에서 조금 부담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 PD와 함께 다시 읽어본 사례가 있어서, 제가 이번 연도 해외 활동을 중심으로 해서 어떻게 했고, 또 이런 작품을 어떻게 해서 공연을 가게 되었는지를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내년 2026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확 숨이 막혔었던 그런 상황이 있어서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일단 이번 연도에 제가 〈햄베스〉라는 작품을 영국에서 공연했고, 문화원에서 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에 선정이 돼서 갔습니다. 제가 문화원을 통해서 더플레이스에 공연한 게 2015년에 아마 처음 시작했을 겁니다. 그때 〈다크니스 품바〉로 처음 초청됐고, 더플레이스가 제 작품을 보고 〈속도〉라는 작품으로 초청받았습니다. 전부 다 14~15명의 인원이 다 움직여야 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 이번에도 〈햄베스〉가 가게 되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작품을 지속적으로 했으니까 거기서 저를 보고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햄베스〉가 재미있는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으로 〈다크니스 품바〉로 ‘베이징 판타스틱 페스티벌’을 갔고, 거기서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로 초청이 됐는데, 러시아에서 ‘아르메니아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디렉터가 〈다크니스 품바〉 같은 작품을 햄릿과 셰익스피어에 관해서 만들어 줄 수 있냐고 제안했습니다. ‘너가 만약 오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과 네트워킹하여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까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글로브 시어터를 가고 싶었으니까 어떻게든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던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결국 그 사람 덕분에 만든 작품인데 아르메니아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을 저는 국제기구로 받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결국 못 가게 되었죠. 이후에 공연하다가 해외로는 아직 가지 않은 상태였었는데 문화원에서 초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플레이스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도는 딱 2개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폴란드 크라쿠프(Kraków)의 대규모 거리 축제인 ‘울리카(Ulica)국제거리극축제’였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리예술 축제 중 하나입니다. 이 경우에는 초청된 경로가 과천 거리 축제와 수원 연극제에서 디렉터가 봤었고, 그 이후에 디렉터가 다른 디렉터한테 넘겨주던 와중에 수원연극제 임수택 감독께서 또 추천해 주시면서, 그때 마침 모든 게 잘 돼서 프랑스의 ‘샬롱거리극페스티벌’을 가게 됐습니다. 그 다음에 샬롱페스티벌에서 우리카 페스티벌 쪽에서 저희를 봐서, 다행히 울리카페스티벌로 가게 됐습니다. 울리카페스티벌은 크라쿠프뿐만 아니라 3~4일 단위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축제 3개를 연결해줬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은 지방, 그단스크, 크라쿠프로 가서 공연을 했습니다, 크라쿠프는 가장 큰 규모이기 때문에 정말 수많은 디렉터들이 모여서 저한테 프로그램도 달라고 그럽니다. 근데 그렇게 연락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성사된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두 번째 지방 축제라고 했었던 그단스크 측에서 덴마크 세계 도시 축제를 본인이 하고 있다고 예술감독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코피스(KOFICE)의 디렉토리 안에 명단이 없는 축제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 축제를 기준으로 썼다면 저는 기금을 못 받았을 것이고, 아예 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코피스 디렉토리에 울리카축제가 있어서 제가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울리카축제를 가고 지금은 또 내년과 내후년 이야기를 거리 축제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은 단순 진출 사업은 이제 없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한번 살펴보니까, 해외 측과 레지던시나 창제작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건 좋습니다. 저도 말레이시아에서 되게 의미 있는 좋은 작업을 했습니다. 근데 너무 다양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단순 진출이 어렵습니다. 대략 2016~2017년 무렵은 국제교류지원사업, 아르코 PAMS, 센터 스테이지 등 단순 진출을 원하는 무용단한테 되게 풍요로웠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이종호: 단순 진출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김재덕: 제가 초청되면 제가 공모를 하는 거죠. 근데 지금은 그렇게 돼 있지 않고, 코피스 디렉토리에 없으면 못 가는데 심지어 그것도 한 개밖에 없습니다.

이종호: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김재덕: 네,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정말 여쭤보고 싶고 공유를 해보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이지현: 중앙 집중화된 게 지금 더 답답해졌다는 말씀이시죠?

김재덕: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해외 레지던스 사업비를 한 번도 받지 않고 해외 무용단에 가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번 정도 되지만 한 번도 받은 게 없습니다. 예전에 처음 시작할 때 아르헨티나 공연할 때는 받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잘 모르겠는 부분입니다만, 하지만 어떤 분한테는 의미가 있고 기회가 될 수 있겠죠. 그리고 레퍼토리로서 공동 창제작은 지금 아르코 사업과 코피스 사업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게 정말 레퍼토리가 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근데 축제 입장에서는 또 다양한 국제교류의 모습을 또 보여줘야 하니 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또 제 입장에서는 이런 걸 하나 빼고 단순 진출을 하나 더 넣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좀 하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김혜라: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단순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공동 창-제작 국제교류를 심의했는데, 해외 초청을 받은 안무가가 있다 하더라도, 초정 증명서 같은 국제교류를 위한 증거물이 제시돼야 선발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외형적으로는 글로벌화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를 개인이 연결해 놓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270건이란 폭발적인 지원으로 몰렸어요. 문예위 주관 국제교류 창제작 사업이 하나 밖에 없다보니 창작자들의 니즈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종호: 국제교류를 지금 김재덕 안무가가 말씀하신 것과 연결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제 문화 교류도 옛날에는 예를 들면 문체부와 외교부가 나눠서 했었고 저는 그게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부처가 한 가지 업무를 완벽하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해도 절대로 문체부에서 못하는 걸 외교부에서 할 수 있고 외교부 방식의 문화 교류가 문체부가 아이디어 내는 예술 교류하고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근데 어쨌든 지금 국제교류를 거의 문체부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근데 문체부 내에서도 지금 김재덕 안무가 얘기한 것처럼 옛날에는 코피스, 예경, 아르코가 적당히 분류해서 업무를 했었는데, 아마 유인촌 장관 때부터 코피스에 거의 몰아서 집중시켰는데 굉장히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한 가지 업무를 한 기관에 맡겼을 때 그 기관이 조금이라도 펑크를 내거나 부실하게 하면 그걸 다른 유사한 기관에서 해줘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안 돼 있는 겁니다. 그럼 코피스는 백프로 잘해야 되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되고 있습니까? 빨리 말씀을 드리면, 아시겠지만 코피스에 리스트가 있습니다. 항공료, 광고료를 수혜 받으려면 김재덕을 초청한 축제나 극장이 코피스 리스트에 올라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여러 번의 심사와 추천을 받아서 510개 정도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 계산에 따르면 전 세계에 각 나라의 A급 축제와 극장들을 다 합치면 1만 개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코피스는 명단 등재 심사를 1년에 세 번 합니다. 제가 제일 기가 턱 막혔던 게 뭔지 아십니까?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바쁘다는 런던의 어느 극장과 함께 추천 명단에 약 30개쯤 올렸고 그 가운데 3개가 뽑혔는데, 그 극장이 등재에서 탈락했습니다. 두 번째에 다시 올렸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누구를 만나서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냐고 했고, 세 번째 올렸더니 붙었더군요. 창피한 일입니다.

김서령: 떨어졌던 이유가 혹시 있습니까?

이종호: 잘 모르겠습니다.

김재덕: 지금 샬롱축제도 다 모르셔서 제가 떨어졌습니다.

이종호: 샬롱축제라는 게 프랑스 최대의 거리 예술 축제입니다. 너무 화가 나서 한 가지 예만 더 드리겠습니다. 그리스의 3대 무용 축제라고 하면 보통 시로스 페스티벌, 칼라마타 페스티벌, 하냐데이스, 이 세 개를 칩니다. 시로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서 그 두 개만 올렸어요. 이번에도 두 번 연속 떨어졌어요. 이번에 또 올렸는데 3월 혹은 4월에 심사한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냐무용축제와 칼라마타 축제는 저하고 친하니까 저한테 ‘7월에 공연 한번 시켜볼 테니까 한국 무용 이러이러한 스타일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라’ 이렇게 연락이 와도 제가 비디오를 못 보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올려도 떨어질 수도 있고 붙는다 해도 그 쪽에서 5월달에 발표가 납니다. 그럼 7월에 행사하는데 5월에 이 축제에 가면 그때는 이미 그 축제에서 명단 다 정리하고 아마 안 될 겁니다.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 문제는 한 단체가 1년에 한 번만 혜택을 받게 돼 있죠. 그러면 예를 들어서 안은미 같은 김재덕 같은 단체는 앞으로 나올 수가 없어요. 열 군데서 초대를 받아도 ‘너 한 번만 가’ ‘나머지 다 포기해야 돼’, ‘자비로 가야 돼’ 이렇게 됩니다.
세 번째로 웃기는 일입니다. 외국 예술가들하고 공동 제작을 하거나 공동 창작을 할 때 코피스에서 지원금을 주는 게 있습니다. 근데 조건이 한국문화원이 나가 있는 곳입니다. 그럼 한국문화원이 나가 있는 게 전세계 42개 도시 정도이고, 나라 수로 따지면 30개 정도입니다. 그럼 전 세계 200개국 중에서 170개국하고 교류해봐야 돈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무지막지한 정책을 정부에서 하고 있는지. 이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김혜라: 시정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이제 다음 순서로 ‘국내 국제무용제 진단 및 개선방안’에 대해 이어서 하시겠습니다.
 

장광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무용 축제는 20개나 됩니다. 근데 거리극 축제는 올해 지원을 못 받아서 없어지고 어쨌든 국제교류 쪽에서의 거품들이 좀 거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 논의됐듯이 코피스라든지 정부에서 갑자기 해외 문화원을 많이 만들면서 모든 것들을 K-Arts 쪽하고 연계시키는데 무용계는 그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로 경쟁력 있게 만들어내고 해외 무대에서 팔 수 있는 작품들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가 되기 때문에, 저희 무용 쪽에서는 그에 휩싸이지 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순수 예술 쪽을 지향해야 합니다. 춤웹진 이번 호에 보시면 손인영 씨가 월트 헐(Walter Heun)이라고 하는 분을 인터뷰 해놨는데, 독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기관 쪽에 지원하지 않고 전문가 그룹들로 만들어지는 기관에 맡겨서 하고 있고 해외 쪽 예술가들도 지원해 주는 그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떤 기관에서 하는 것보다 그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했을 때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작품이 나옵니다.
이번에 시댄스 행사에서 이스라엘 안무가 공연 취소된 부분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무용계에서는 그냥 넘어가는데, 국제교류를 하는 데 있어서 해외 쪽의 전문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든지 이런 쪽하고 저희가 연계될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지금 몸지에서 해당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말씀을 좀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종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해 SIDance에서 ‘전 세계적으로 너무 극우화 내지는 파시스트화 경향이 있고 우리가 지금 나치 시대로 돌아가고 있나?’라는 생각에 〈광란의 유턴〉이라는 큰 제목으로 그에 걸맞을 작품을 몇 개 초대했습니다. 그중에 제 생각에는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한 단체 부르고, 아랍 쪽에서도 한 단체 불러서 같이 나란히 공연도 하게 하고 시민의 춤도 좀 두 사람이 같이 좀 하게 하고 그러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스라엘 단체가 온다는 것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말하자면 친팔레스타인 협회 같은 데서 저희에게 부담을 주셨고 그다음에 노르웨이 안무가 한 사람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시댄스에 참가를 거부해서 펑크가 하나 났습니다. 저도 행사 중에는 잘 정리할 수가 없었고, 내년 중에 그 문제와 관련해 공개 포럼을 열어볼까 합니다.장광열: 국제 인권운동 기구인 BDS는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제안한 비폭력 국제연대 전략입니다. 이런 쪽에서도 아티스트들이 초청됐을 때 그것을 후원하는 국가기관 같은 곳에 대해 문제를 삼습니다. 사실 2년 전 독일 탄츠플랫폼에 갔을 때도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작품이 있어서 문제가 생겼었습니다. 정치적인 것들이 무용가들에 의해 행해졌을 때, 공식적인 기구에 의해 공연을 못하게 하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SIDance도 어떤 면에서 피해자입니다. 우리나라도 국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끼리의 잔치가 아닌 이런 국제연대 쪽에서도 우리 대한민국 춤계를 주시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말씀을 드리면 오늘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월트 헌이라는 유럽의 국립공연네트워크(National Performance Network, NPN) 설립자인 분이 지원금 운영 제도와 관련해서 이번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은 언제나 평범함을 강화하고 더 역량 있는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게 된다. 잘 설계된 지원 제도는 예술가들이 참전하는 방식과 그들이 활동하는 규모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활기찬 예술 생태계는 다양한 예술적 체험과 작업 방식, 서로 다른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고 서로 다른 유통 차원을 실현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성장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뜻은 지금처럼 똑같이 나눠주기식 이런 지원 제도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고, 바로 그런 지원 철학 때문에 독일의 무용계가 굉장히 강력한 힘을 받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지원기관도 빨리 이런 쪽에서 인식의 전환이 있을 때, 진짜 전문가들이 제대로 하는 사람한테 제대로 된 더 많은 지원을 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김재덕 씨가 만든 〈다크니스 품바〉 처럼 이미 국제무대에서 검증이 됐을 경우에는 매년 지원금 신청에서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제가 이번 12월에 옛날 일본 공연예술 마켓인 ‘요코하마댄스콜렉션’에 갔었는데 안은미씨의 작품이 메인으로 소개가 됐고 제롬 벨의 작품도 소개가 되고 했는데, 말하자면 여기서는 더 이상 그 어떤 작품을 사고 팔고 하는 그런 논의의 장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모여 컨퍼런스 형태로 같이 얘기하고 이러면서 유통되는 것들, 이미 우리가 작품성은 아니라도 노스코리아의 춤을 지구촌에서 볼 수 있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없습니다. 근데 어쨌든 노스코리아 댄스를 갖고 했다는 거니까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떠나서 해외 진출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있는 겁니다. 그런 작품과 아티스트들 같은 경우에는 또 다른 채널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까지도 1974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만들었을 때, 그 틀을 그대로 가지고 가고 있고, 또 지금 연극이나 음악과 우리 무용계 생태계는 우리 김서령 선생과 정옥희 선생이 잘 말씀해 주셨듯이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탄력적인 지원 제도나 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국제교류에도 그대로 적용이 돼야 한다는 거죠. 근데 공연예술의 틀에 묶여서 문화부의 꼭두각시가 되니까 이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는 적극적인 그런 행보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트 헌의 인터뷰 내용들을 잘 새겨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플로어의 진단

김혜라: 네, 감사합니다. 거의 2시간 반에 걸쳐 토론을 진행했습니다만 ‘국내 춤 동향’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를 다루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패널들이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논의하고자 애썼습니다. 이제 플로어에서, 오늘 거론된 내용이나 그밖의 현장 이슈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채현: 수고하셨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선 거론해야 할 가짓수는 많겠습니다만, 보충하는 뜻에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 춤 창작의 동향과 관련해서입니다. 비평시각 진단 포럼 차원에서, 우선 타 매체와 춤의 결합, 다원 스타일은 이미 완전히 일상화되었습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같은 페스티벌에서도 그런 작업들의 비중이 아주 큽니다. 그다음에 춤의 확장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상태입니다. 오늘 거론된 AI의 방법론을 비롯해서 제가 덧붙이자면 춤과 패션과의 결합, 뮤직비디오와의 결합 등도 뚜렷합니다. 그 부분들이 더 거론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춤에서 로봇도 나옵니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발레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는 사례가 있었고, 제가 춤웹진에도 글을 썼습니다만, 아마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단순히 로봇이 아니고, 무용과 경합하고, 또 창작을 돕습니다. 지금 가요계에서는 백댄서 역할로서 휴머노이드가 대단합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로 백댄서가 20~30명이 나오기도 합니다. 휴머노이드이긴 합니다만, 칼군무로 치면 사람보다 앞으로 더 셀 거라는 생각이 들고 좀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시야는 앞으로도 계속 넓혀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지난 몇 해 춤 기사들이 대폭 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탐지한 바로는 미국 춤계도 이전과 달리 최근 몇 미묘한 변화들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할 지역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주제로서 아까 춤 아카이빙 작업이 늘어나는 경향의 한 가지 사례로 임성남 선생을 주제로 한 〈원 테이블〉이 거론됐습니다. 그런 아카이빙 작업은 아주 많아야 되고 앞으로 분명히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 본 〈원 테이블〉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고 평면적이고 나열적이었습니다. 예술기록원에서 자료를 기증받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런 작업이 평면적이라 하더라도 자료는 어쨌든 많아야 합니다. 기왕 하는 김에 그 작업이 입체성을 가져야지 그냥 나열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예로서 ‘오늘의 시각에서 임성남 선생은 어떤 가치를 가지시는지’를 임팩트 있게 강조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결여되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아카이빙 작업은 좋은데 그것을 큐레이션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무용계나 예술계 또 학과에서 사람을 큐레이터를 양성해야 할 것이고 공공기관, 특히 공공 무용단에서도 춤 큐레이터가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막상 큐레이터를 모집한다 해도 그런 능력자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무용원 이론과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무용과들이 특히 춤 큐레이터를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미술 분야에 국한되기 일쑤인 큐레이터의 역할과 직책에 대해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춤 아카이빙 작업들이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데, 그에 대처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늘 중요하게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이 거론되었습니다. 국립무용단이 예술인권리법(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강변하는 것은 궤변입니다. 예술인이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와 관련해서 다시 말해 범죄 전력으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김현자, 국수호 선생의 형의 효력이 실효된 범죄 전력이 국립무용단 행사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이렇습니다. 그 두 분이 자신들의 전과에 대해 적어도 춤계를 향해서 공식적으로 사과나 반성, 더 나아가 참회했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법은 전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 문화예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것과는 별도의 도덕적-윤리적 처신입니다. 그만큼 문화예술인에게는 일반인들에 비해 또 다른 덕목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특히 그러한 도덕적-윤리적 반성도 없는 이전의 책임자들을 국립무용단, 국립극장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 격인 공공기관에서 공식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시킨 것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춤계에서 역사의식이나 책임의식, 공인의식을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국립무용단, 국립극장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앞으로 혹시 모를 유사 사태를 예방해야 할 것입니다.

이지현: 이러한 내용이 향후 발표할 성명서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 단체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늘 전체 논의를 들으면서 2025년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국공립 단체의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국공립 예술단체장의 역량이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현장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에, 단체장 문제가 작품의 역량과 더불어서 좀 거론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임기가 올해 12월로 끝나가고 있어, 향후 단체장 선임 문제도 큰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언급이 안 된 부분은, 국립현대무용단과 예술의전당 소속 단체들 지방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정말 꿈과 같은 믿기 어려운 일들을 현장에서 보면서, 그것이 또 바로 무산되는 격동의 시간을 저희가 가졌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오랜 기록으로 분명히 남겨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코피스 사태’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역사를 역행하는 이 문제는 그 근원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는 아주 직접적으로 지금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좀 심각하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이종호 회장님이 말씀하셨듯이 몇 가지 핵심 주제를 선정해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후속 포럼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적 행정과 정책이 무용인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던 올 한 해의 사태를 우리 무용인들이 어떻게 맞닥뜨리고 해결해 나가고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들었습니다.

채희완: 올해를 거의 마감하면서 오늘의 주제를 확인한 것 같습니다. ‘국내외 춤동향’, 정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이고 발제자 분들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자리였습니다. ‘춤동향’이라는 표제로 이 땅의 춤 생태계, 춤 시장과 연관되는 기획 제작 시스템 제도에 맞춰서 한 현장감 있는 발언 내용이어서 그것도 생생하게 들려왔습니다. 다만 몇 분의 발제를 들으면서 ‘춤동향 전반을 바라볼 수 있는 각 분야의 시각인가? 어떤 부분이 빠진 게 아닌가? 또 포럼 중에도 있었지만, 춤 장르의 해체ㆍ집합과 함께 다원화되고 여러 매체가 활동하고 특히나 연극이나 다른 미디어 개체와 연결돼서 하는 작업들이 춤의 영역을 확대시키기도 하고 양방향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것이 조금 더 반영되는 것이 어떤가?’ 좀 생각하게 됩니다.
아까 말씀하셨지만, 더 나아가서는 ‘대중춤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없는가?’, 조금 더 편하게 얘기하면 아까 백댄서들의 춤 이런 얘기도 있었지만, BTS, 또 그 이전에도 최고 인기 가수들이 하는 몸짓들, 판소리로 하면 달님 같은 것이었겠죠. 또 정병호 선생의 독특한 한 장르 개척으로 한다면 노래나 춤에 해당하는 그런 분야는 지금 가장 대중적으로 가장 일상적으로 춤과 만나게 하는 그런 곳이어서 순수 예술, 고급 예술뿐만 아니라 대중예술로서의 춤의 영역의 동향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말씀 드린다면, 여러 춤 양식을 중심으로 한국춤, 전통춤, 발레, 현대무용, 그리고 다원화돼 있는 퍼포먼스까지 포함시켜서 영역을 나누면서 얘기를 했는데 정작 춤비평가협회가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비평계의 방향은 무엇이었는가? 그에 대한 얘기는 없었죠. 스스로 드는 자괴감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비평의 국면은 어떻게 달라지겠는지를 다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저히 다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춤 전문 월간지가 5개나 있고, 또 그 이외에도 춤웹진을 비롯한 인터넷 매체들도 있는데, 거기에서는 주로 1년 동안 뭘 다뤄왔고, 다루고 있는 시각의 변화는 무엇인지도 나중에라도 반드시 다뤄야겠다 싶습니다.
특히 아까 이종호 선생이 한 가지 제안하신 대로 컨셉추얼 댄스 그건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어떻게 됐는지 등등과 같은 걸 다뤄야 합니다. 동향이라고 그러면 지금 같이 기획 제작의 시대에서 동향이 준 작품의 성향, 작품에 깊이 개입해서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작품의 성향 혹은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춤동향 변화의 마지막 핵심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중심 주제로 등장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종호: 내년 상반기 중에 하는 걸로 고려해 보도록 하지요.

김혜라: 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 포럼2, 국내외 춤동향 진단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포럼과 오늘 토론에서 제기된 여러 이슈들을 바탕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어서 약간 보완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종호: 오늘 얘기된 것처럼 지난 1년 동안 우리 무용계 여러 가지 현상 및 사건들을 두고 지난 17일과 오늘 두 번에 걸쳐서 이렇게 포럼을 했는데 정말 급하게 왔죠. 상세한 각론은 내년 초라도 또 한번 시도를 해보겠지만 그에 앞서서 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 전에 연말이 되기 전에 그래도 약간 간단한 성명서 형식이라도 우리의 의견을 좀 내자는 취지와 구체적인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요구로서의 성명을 하나 내기로 해서 초안을 좀 만들고 회원들이 다 수정해 주셨습니다.

김혜라: 지금부터는 이종호 회장께서 성명서를 대독해 주시겠습니다.



ⓒ춤웹진



김혜라오늘 사실 상당히 많은 내용과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었습니다. 플로어에서 보다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무엇보다 한정된 시간 탓에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오늘 포럼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패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혜라 김서령 김영희 김재덕 이종호 장광열 정옥희 ⓒ춤웹진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12월 23일 포럼 현장에서 발표된 성명서에 당시 현장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성명서가 완성되어 언론 등 대외적으로 공표되었다. - 편집자주)



건강한 춤 생태계 조성을 촉구하는 성명서



2025년 춤계는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 선정 파문, 6월 부산 브니엘예고 학생 집단자살 사건, 8월 세종예술의전당 무용수 추락사고, 12월 범죄 전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원로들의 국립무용단 기획공연 출연 등 부정적인 뉴스들이 이어졌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무려 20건이 넘는 춤계의 병폐들이 지적되면서 수치스러운 민낯이 들추어졌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12월 17일과 23일, 춤계 현장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5 국내외 춤 현장 진단 포럼’을 개최, 문제가 된 사안들을 공개리에 진단하였다. 이에 본 협회는 포럼에서 제기된 춤계 현안들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주시, 문제가 된 사안들의 재발 방지 대책 및 도덕적 재무장과 아울러 향후 정부, 춤 단체, 무용가와 비평가, 춤 관계자들이 건강한 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절치부심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입장을 밝힌다.

1.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춤계의 문제들을 해소하는 후속 조치를 책임 있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 전국의 대학 및 예술고등학교 무용과는 학생들을 맹목적 입시경쟁으로 내몰지 않고 예술가로 육성하는 방향의 교과 개혁이 절실하다는 춤계 여론을 직시, 입시 방식과 교과 개편 등을 통해 예술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

3. 정부 및 공공 기관으로부터 정례적으로 지원받는 대한무용협회 등 일부 춤 단체들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운용으로 춤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공 문화재단들은 춤 분야 지원 사업의 내실과 형평성을 기해야 한다는 춤계 여론에 따라 심사위원 구성 및 효율적인 사업 운용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5. 전국의 국시립 무용단 등 공공 무용단들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춤계 여론을 중시, 윤리 규정 제정, 기획공연 절차의 손질 등 공공성과 예술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6. 예술 현장의 안전을 경시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하며, 공연장들은 적정한 리허설 시간을 배당하고 무대 안전교육과 점검 등 철저한 안전수칙 시행으로 공연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7.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타당성 조사까지 수행한 국립무용원 차원의 기관을 조속히 설립하여 문화강국의 비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8. 국회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보편예술로 생활 속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무용예술 분야의 진흥을 위해 발의된 무용진흥법을 새로운 내용으로 즉각 추진해야 한다.

9. 국립무용단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전과자들을 ‘거장의 숨결’ 공연에 초청한 행태는 국민과 무용인을 우롱한 처사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차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10. 문화체육관광부는 글로벌 시대 국제교류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을 비롯한 제반 관련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시급히 재조정해야 한다.


 

2025년 12월 23일

한국춤비평가협회
2026. 2.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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