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래도 책!
남정호_안무가 2025. 1. 내가 사는 동경도 서쪽에 위치하는 타마시에 꽤 오랜기간 동안 공사를 해 왔던 도서관이 문을 연 지 1년이 되었다. 그전의 도서관은 근처 폐교를 활용하여 소박하고 빈티지한 멋이 있어 역시 일본이라고 감탄한 터라 좋아하는 중앙 공원과 연계해서 하는 이 대대적인 공사에 은근히 반발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중앙공원은 호수주변에 잔디로만 이루어져서 탁 트... |
수프의 힘
남정호_안무가 2024. 12. 이번 가을에 가진 유럽 즉흥 투어는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다. 브뤼셀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몽펠리에서 현지 예술가들과 만나 하는 즉흥 공연, 여태까지 있지 않은 형태의 해외 공연이다. 의상도, 음악도, 조명도 준비할 필요 없이 몸뚱이만 챙기면 되는 공연. 드디어 이 경지까지 온 것을 실감하면서 각각의 도시에서 가진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강... |
컨티뉴엄, 린다 그리고 몸
남정호_안무가 2024. 10. 동경에 가면 자동적으로 만나던 하세가와 로쿠씨와 이시이 가오르씨가 세상을 떠난지 4년째.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같이 늙어가는 동세대와 교류하게 되는 시간이 왔다. 이름만 들어도 유대계인 걸 알게 되는 린다 라빈Linda Rabin. 언젠가 이시이씨와 줄리아드에서 함께 공부했다고 소개받았는데 ... |
즉흥춤에 관한 변명
남정호_안무가 2024. 9. 국내 무용계에서 즉흥춤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생소하지 않게 된 요인으로 1996년 개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서 개설한 즉흥 과목과 2000년도에 시작된 국제즉흥춤축제의 영향력을 들 수 있겠다. 이 두 곳에서 땀을 흘려 왔던 입장에서 보면 급하게 변모한 한국사회의 현상과 맞물려 즉흥춤도 빠르게 한국 춤계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자리... |
〈빨래〉가 탄생하던 때
남정호_안무가 2024. 8. 작품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그렇다. 〈빨래〉라는 작품의 탄생은 90년도 동경에서 발표한 솔로 작품 〈외출〉과 평소 눈여겨보았던 신윤복, 김홍도, 박수근등의 그림들에서 씨가 뿌려졌다고 말하고 싶다. 당시 안식년을 맞아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본토에서 익히기로 작정하고 동경에서 반년을 살았는데 방문자로서가 아닌 거주자로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