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프랑스 국립무용센터 국제 안무플랫폼 〈CAMPING〉
Creation is the act of Exchange
송남은_디아츠앤코 대표

한국의 주목받는 10명의 무용가들이 프랑스 국립무용센터의 새로운 수장 마틸드 모니에가 예술감독을 맡아 2주 동안 론칭한 국제안무플랫폼에 참가,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시작 전부터 춤 국제교류의 새로운 유형으로 주목받았던 국제 프로젝트 〈CAMPING〉의 생생한 현장을 공식 초청된 디아츠앤코의 송남은 대표가 전한다. (편집자 주)


 2015년 여름, 프랑스 파리 외곽 Pantin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무용센터(LE CND, Centre National de la Danse)는 세계 각국의 무용 예술인들을 위한 새로운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창조적인 놀이와 휴식, 사귐과 재충전의 시간을 위해 들뜬 마음으로 짐을 꾸려 임시 처소를 찾아든 캠퍼들(Camper)처럼, 우리는 그 곳에서 2주간의 캠핑을 누렸다.




 ‘CAMPING’은 프랑스 국립무용센터(예술감독 마틸드 모니에)가 2015년 6월에 론칭한 국제안무플랫폼으로 프랑스 현지 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기대하며 주목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상호 교류와 교환”을 기조로 한 캠핑은 국제적 명성의 예술단체, 안무센터, 예술학교 등 총 9개의 파트너 기관 간의 연합으로 진행되었다. 벨기에 파츠, 런던 컨템포러리 댄스 스쿨, 베를린 예술대학, 몽펠리에 안무센터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무용기관들과 함께 디아츠앤코는 아시아 유일의 민간 파트너 기관으로 초청되는 뜻 깊은 기회를 얻었다. 지난 3년 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사업으로 진행해 온 [댄스랩 서울]이 국제적인 플랫폼과 연계하여 국내 안무가들에게 교류와 연구의 확장된 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자, 국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20여개 안무 워크숍, 초청 예술기관들이 주도하는 트레이닝 코스, 공연 프리젠테이션, 프로페셔널 미팅, 네트워킹 파티 등이 2주간 CND 및 파리의 여러 극장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었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총 10명의 한국 대표 아티스트 공영선, 권령은, 김모든, 김보라, 김재덕, 박성현, 박유라, 손명희, 이선아, 이주미는 CAMPING의 모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각자의 창작 작업 선상에서 직면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는 계기를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CAMPING’의 차별점은 주어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수강하는 기존 워크숍 축제들과 달리, 각 참가자들의 역량을 공개적으로 발휘하고 상호 교환하는 능동적인 현장이었다는 점이다.
 특별히 김재덕, 이선아는 <댄스랩 서울>에서 개설하는 트레이닝 코스를 각각 1주일간 리드하며 한국의 춤 메소드를 유럽 각지에서 모인 무용인들에게 소개하고 가르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현지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김재덕과 이선아의 춤 메소드는 독자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신선한 티칭 스킬과 동서양 테크닉의 영리한 접목이라는 측면에서 수강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캠핑의 축제성을 상징하는 초청 기관들의 공연 프리젠테이션이 2주간 연일 이어졌는데, 디아츠앤코는 6월 30일 La Dynamo극장에서 김보라와 이선아의 솔로작품을 프리젠테이션 하였다.
 김보라의 〈A Long Talk to Oneself〉는 이미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공연된 작품이지만, La Dynamo 극장의 독특한 구조에 직관적으로 반응한 김보라는 작품의 전개를 완전히 새롭게 시도하는 연출적인 기지를 발휘했고, 이선아의 work-in-progress인 〈Trollitude〉는 공격성과 섬세함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드는 특유의 움직임 정서를 내세우면서 앞으로 성공적인 레퍼토리로 발전될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김보라와 이선아의 프리젠테이션은 차가운 언어 논리와 이성적 사유로 포화상태인 유럽 무용계에 움직임 충동과 감성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와 호응을 얻어냈다.

 




 그 외 캠핑에는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The Dancer and Performer Today”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 세션은 LE CND의 예술감독 마틸드 모니에와 런던 컨템포러리댄스스쿨의 디렉터 데이비드 스틸의 사회로, 각 초청기관 참가자 2-3명을 패널로 초청해 관객과 함께 열린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 대표로 공영선, 박성현이 패널로 참여했고, 무용수로서 자신들의 개인적 경험이 공적인 이슈 안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 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현대 무용의 거장 시몬느 포르티의 워크숍은 이번 캠핑에서 주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는데, 본 워크숍에 참여한 권령은은 시몬느 포르티의 60년대 포스트모던댄스의 시초적인 작업들을 재현하고 공연하는 기회를 가졌다.

 



 CND 건물 전체를 활용하여 펼쳐진 시몬느 포르티의 60년대 이후 작업들은 퍼포먼스와 인스톨레이션, 장소특정성을 아우른 매우 컨템포러리한 작업이었고, 과거의 레퍼런스가 현재의 동시대성을 드러내는데 여전히 유효하고 영향력 있는 원천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특별히 80세의 노장 시몬느 포르티가 직접 재현한 퍼포먼스는 경이롭고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냈고, 일생을 춤에 헌신한 예술가의 열정에 압도되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이끌어냈다.

 



 지면에 담기에 넘쳐날 정도의 풍성한 경험을 선사해 준 CAMPING은 한국을 대표하여 참가한 10명의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플랫폼 교류를 기획하고 운영해 온 나 자신에게도 너무나도 고마운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늘 목말라하는 우리에게 ‘함께’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는 시간과 공간은 때때로 놀라운 전환점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믿으며, 이번 CAMPING이 함께 했던 우리 모두에게 신선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캠핑 공식 블로그 https://lecndblog.wordpress.com 

2015. 08.
사진제공_LE CND ⓒ Vanessa Garcin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