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에 소극장 개관한 무용가 김나영
지역 주민과 무용가 모두를 위한 예술공간으로 운영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활동하는 중견 무용가가 대구에 소극장을 오픈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춤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춤 공간은 대구 지역 춤계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인터뷰_장광열 <춤웹진>편집위원



장광열 다른 지역에 비해 춤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구에 소극장이 생겨났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개관 배경이 궁금하다.
김나영 자신을 돌아보니 이젠 뭔가를 베풀어야 할 연령에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멋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소박한 행복을 함께 누리고 싶었다. 극장이 위치한 근대로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선에 선정된 대구 중구 골목투어 1코스에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공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예술단원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어주고 싶어 기존의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소극장으로 개조한 것이다. 동시에 작품기획과 제작 공연의 전 과정이 동일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운영의 효율성도 고려했다.

공연장의 정식 명칭이 ‘근대로 아리소극장’으로 붙여진 연유를 짐작할 만하다. ‘아리’는 생소한 단어이다.
‘아리’(我理) 란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더 숭고하고 위대한 존재라는 것.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사랑, 지혜, 창조성, 불굴의 의지 같은 생명의 파동을 이끌어 사용할 수 있는 원천은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아는 것에서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극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분장실, 대기실, 로비 등 부대시설을 제외한 홀의 크기는 15미터와 9미터 정도인데 무대는 가변적이다. 홀의 4면에 모두 조명 설비를 하였고 댄스 플로어도 필요에 따라서 위치를 달리하고 의자 배치도 달라진다. 어떤 형태로 무대와 객석을 꾸미는가에 따라서 100석에서 200석 정도까지 가능하다. 무대 막은 전후좌우로 화이트와 블랙 모두 가능하다. 천정도 화이트여서 특별한 영상 이미지를 연출 할 수 있다.

 



9월 25일에 정식 개관공연을 했다. 어떤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졌는지 궁금하다.

대구 근대로에 이상화 시인의 고택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시 노래에 춤을 만들어 시인에 대한 헌정무의 형식으로 첫 작품을 마련했다. 이밖에 <태평무> <장고춤> <한량무> <남과여> <생명의 땅> 등 전통춤과 창작춤, 그리고 가야금병창 등이 올려졌다.

올해는 어떤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는가? 상설 공연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인가?
그렇다. ‘아리 목요예술무대’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펼쳐진다. 12월은 크리스마스가 마지막 목요일이어서 젊은 퓨전 타악 그룹의 연주가 공연의 반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내년에는 목요예술무대 자체도 장르의 폭을 다양하게 꾸밀 생각이다. 새로운 기획 작품들을 구상하고 있다.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춤 장르의 프로그래밍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통해 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것, 주민 밀착형 문화콘텐츠가 아이콘이다. 도심 속 지역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수준 높은 한국 전통예술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 문화프로그램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이다. 지역주민은 물론 중구 ‘근대골목 투어'를 하는 타 지역 및 해외 관광객들도 마케팅의 대상이다. 외부 대관이 아닌 자체 기획 공연인 경우 공연 30분 전부터 한옥 사랑채에 들어온 듯한 실내에서 다과를 제공하고 공연 후 에는 관객과 예술인들이 차 한 잔과 함께 편안하게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자신만의 무대를 가지기 힘든 젊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성장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다.

 



국립무용단에서 프로 무용수로서의 활동했고 이후 창작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대학(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졸업하면서 국립무용단원으로 입단해 청춘을 보냈다. 전통춤과 신무용 현대창작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을 수련했다. 1976년 전주 대사습놀이 장원상을 수상하였고 국립무용단원 시절부터 창작에 관심이 있었다. 국립극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많이 접하면서 공연 전반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몇몇 대학에 출강도 하였고 10여년 전부터는 강동구립예술단의 무용감독을 맡고 있으면서 김나영아리예술단 단장과 강선영 전통춤 보존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매년 강동아트센터와 대구에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 소극장을 개관하였으니 근대로 아리소극장 대표라는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일을 함에 있어서 순수한 열정이다. 아직은 춤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다.

소극장 개관을 계기로 김나영아리예술단의 작업 방향도 변화를 맞을것 같은데...
이제까지는 큰 무대에서 대형 작품들을 창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이젠 지역주민들을 위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관광객을 위한 작품도 정리해야 할 것이고 주민들 혹은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의 창출해 낼 것이다. 새로운 장르를 열어 간다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멋진 일이지 않은가?

소극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을텐데 재원은 어떻게 조성할 예정인가?
현재로서는 개인적인 부담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개관 때에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주변에서 약간의 후원금이 주어지긴 했지만 우선 앞으로 남은 3개월간의 공연진행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기본적으로 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연 관람 마니아 층을 만들어내어야 하고, 근대로 관광코스 안에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물론 공식적인 지원금도 받아야 할 것이고... 힘들겠지만 묵묵히 해나갈 생각이다.

 

2014.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