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0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방담
춤 예술성의 표류에다 아웃풋마저 저조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 일    시
    2020년 12월 18일 밤
  • 장    소
    비대면 화상 회의
  • 참석자
    김채현 서정록 김혜라 방희망 김인아

재연작 일색의 대형 공공 행사

-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20주년을 맞아 11월 12~29일 네이버티브이를 통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우선 올해 국내 초청작 선정 경위부터 알아보도록 하지요.

- 4~5월 국내 초청작 공모를 시작으로 6월 심사 결과를 공고했습니다. 그때 당시 국내작 7편이 선정되었고,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팀 초청이 사실상 불투명해지자 국내 단체 안은미컴퍼니가 추가 초청됐어요. 모두 국내 초청작 8작품과 해외작 1편, 총 9편의 춤 공연이 열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무용 분야 11편이 올려진다고 예고되었는데, 확인이 필요합니다.

- 안은미컴퍼니는 이번 공연을 춤 공연 자체보다는 SPAF 20주년을 주제로 구성했는데, SPAF 20주년 기념 취지로 추가된 것 같습니다. 단체마다 최소 5백만 ~ 최대 2천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다음에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어 공연이 힘드니까 촬영 영상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택한 그 시점에, 그러니까 여름부터 단체마다 영상 촬영 비용으로 5백만 원씩 추가 지원됐다고 하는데 그것도 단체마다 일률적으로 5백만 원이 지원되었는가요?

- 대, 소극장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5백만 원씩 지원된 것으로 압니다.

- 선정된 단체는 황수현, 문화오름(허성임),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전혁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김보람), 김성훈 댄스프로젝트, 99 아트 컴퍼니(장혜림), 최진영 등 7팀이 먼저 선정되었네요.

-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무용과 연극, 두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제롬 벨의 공연은 무용 공연으로 봐야 하겠으나,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사이트와 유인물에서는 무용과 연극의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지 않은 채 소개되었습니다. 국내 단체 선정과는 별도로 선정된 해외초청작이라 해야 하겠지요. 2015년 제롬 벨의 컨셉과 연출, 막심 쿠르베르의 조연출로 벨기에에서 초연된 〈갈라〉를 이번 서울 무대에 올렸는데, 이번에 한국인이 출연진과 총감독을 맡고 해외인이 조감독을 맡아 진행되었습니다. 해외 저작권을 사서 국내에서 재공연한 것이지요.

-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무용 부문은 안은미컴퍼니의 〈나는 스무살입니다〉를 제외하고 모두 재공연작이 선정되었습니다. 제롬 벨 공연도 이 범주에 속하는군요. 연극은 여섯 작품 가운데 절반이 신작인 데 비해 무용 분야는 선정작 7편이 모두 재공연작이어서 특이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 내년에도 이번과 같이 재연작 일색으로 선정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재연이라 하더라도 손질을 가하거나 각색할 수 있고, 또 우수한 재연작의 발굴은 권장되어야 할 면이 있습니다. 해외작들을 초빙하면 대개는 재연작들입니다. 국내 선정작에서 신작 없이 재연작 일색인 것은 문제겠지요.

- 재연이라 하더라도 100% 똑같을 순 없죠. 매년 하는 〈호두까기 인형〉도 날짜가 다르고 배역, 출연진이 다르므로 재연이라도 실상은 똑같지 않습니다. 손질이 약간씩은 가해질 수 있어도 개별 작품의 정체성은 동일하므로 더구나 기본적인 틀 또는 구성이 이전과 유사하면 재연(작)이라 하지요.

- 〈나는 스무살입니다〉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주년 기념을 주제로 한 공연이어서 재연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이 1편을 빼고 보면 사실상 전체가 재연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초연 절반, 재연 절반 하는 것보다 재연작으로 모두 채우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 신작, 전체 재연작, 일부 신작에다 일부 재연작, 이 세 방안 가운데 어느 쪽이 절대 옳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공연작들 중에서 재연작 일색으로 구성한 데서 우리 춤계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갑자기 멈춰선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래서 충격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 재연작 일색이면 무엇보다 신선감이 떨어집니다. 매년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앞으로 신작 발굴은 아예 포기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6월 공고된 선정 심사평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60편의 작품이 지원했고, 초연과 재연에 구분을 두지 않았으며, 동시대 주요한 담론을 일으킬 수 있는 질문을 가진 작품, 현시대를 반영한 작품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작품을 주목했고, 축제의 흥행성과 축제성을 고려 프로그래밍의 안정성과 균형을 생각했으며, 보다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갖고 무용작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무용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선정작의 성격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또 새롭게 변화하는 공연예술의 지형 속에서 무대 공연과 관객의 역할, 그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시대성과 시의적 특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작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반면에 개인이 했던 작품에서 행사들이 재연작을 뽑으면 이런 큰 대형 춤제전, 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매우 안정된 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만, 재연작들의 작품성 그것과는 별개로 행사의 신선감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고 특히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신작 창작의 열의를 저하시키는 부작용도 작지 않지요. 그래서 올해 재연작 일색의 선정 결과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았습니다. 박력 있었던 한편으로 상당히 무모했던 것입니다.

- 훌륭한 작품이라면 당연히 재연의 기회를 얻어야 마땅하겠지요.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재연작으로 선정된 안무가의 면면이, SPAF가 아니라도 그 이름값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편으로서 SPAF만의 기획의 특성이 전혀 보이지 않은 상당히 안이한 프로그래밍이었다는 데에서 연유합니다. 처음에는 상반기에 워낙 많은 무용가들이 작업을 부득이 멈추어야 했던 상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작을 응모받기가 어려웠던가 라고 저간의 사정을 이해해보려고도 했습니다만, 편수 자체를 예년과 엇비슷하게 편성하면서도 1편 빼고 재연작으로 채웠으니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획에 대한 고민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요.

- 작품 공모 단계에서 신작일 경우에도 최근의 또는 단체 대표작의 작품 동영상 파일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래머나 심사위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전 작품을 토대로 공모 신청 작품이 어떠할 거라 미루어 짐작할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춤에서는 초연 신작을 선정하기 어렵지요. 일반적으로 무대 춤 공연의 경우 대본이 정밀하지 않으므로 신작이 미덥지 않은 경향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춤계에서 어느 행사나 계속 재연작만 뽑아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지요.

- 지원신청서를 보면, 작품 개요와 공연 이력뿐만 아니라 공연 소개, 기획 의도, 공연 내용의 설명 란 등이 있습니다.

-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모 신청을 받는 방법 및 심사 기준이 춤계의 일반적인 행사들과 유사합니다. 재연작까지 선정 범위를 넓힌 것은 바람직합니다. 여기서 올해의 코로나 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작용한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심사과정이 치밀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집행예산은 9억 5천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도에는 9억 9천만 원이었는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예산이 줄어든 이유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올해 집행 예산이 그 정도일 것으로 보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공연 초청료(작품 지원금), 공연장 기본 대관료, 홍보 지원, 티켓 시스템 지원, 공연 실황 촬영 지원, 서울아트마켓 참여 지원, 영문 홍보자료 제작 및 배포 등에 예산이 소요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주최 측의 인건비와 제반 운영비에 예산이 소요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시국에서 전체 공연을 온라인 송출로 진행하면서 네이버티브이에서 1작품 당 5천원씩의 유료 관람료를 후원금 명목으로 결제하도록 했지요. 보도에 의하면 그렇게 유료 관람한 인원이 모두 3,650명이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여러 공연을 유료 관람한 경우에, 보도에서 유료 관람 인원으로서 1인으로 계산했는지 아니면 여러 명으로 계산했는지 불명확하지만, 아마도 여러 명으로 계산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무용 분야 9편을 모두 충실히 유료 관람했으므로 9명의 몫을 해낸 셈이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저조한 춤 분야 아웃풋

- 올해 서울국제무용제는 애당초 계획했던 날보다는 뒤로 미루어 행사가 진행된 줄로 압니다. 매년 9월말이나 10월에 개막하던 행사가 온라인으로 11월에 송출되었지요. 온라인 공연을 위해 촬영 날짜가 10월에 잡혔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당초의 공연 장소였던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의 당초 대관 일정에 따라 단체마다 해당일을 촬영 날짜로 잡았던 때문으로 보입니다.

- 촬영한 후에 두 번째 주는 편집하고 3~4번째의 2주 동안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관람 가능 연령을 심의받는 절차가 있은 듯합니다. 네이버티브이에서 유료로 송출할 계획이었기에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야 했을 겁니다. 춤예술 작품을 영등위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공식적으로 근래에 없던 일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여러 과정이 추가된 듯해요. 여러 문제를 조율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을 테고 해서 예정보다 더 빠듯한 스케줄이었지 싶습니다.

-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1년간의 진행 예산으로 9억 5천만 원이 잡혔던 줄로 압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랜선 공연으로 17단체가 유료로 동원한 관객이 3,650명입니다. 한 단체가 2백 명 남짓 관객을 동원했다는 거지요. 홈페이지에는 모두 19단체 참가에다 공연 프로그램으로 17편이 예고되었습니다. 유료로 신청하지 않으면 볼 수 없었고, 작품당 네이버티브이에서만 4시간 동안 볼 수 있었지요. 유료 관람 수입은 1,825만원이었는데, 부대 경비를 제하고 수입으로 잡혔겠지요. 이 가운데 90%는 참가 단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당초 공모 공고 시에 명시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생각할 것은 9억 5천만 원 예산을 3,650명의 관객 동원 인원으로 나누면 관객 1인 동원하는 데 약 26만원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른 행사들에 비해서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매우 저조한 편이라 봅니다.

- 보도자료들을 보면, ‘비대면으로 하고 영상으로 내보낸다’ ‘비대면으로 네이버TV에서 하는데 유료로 한다’는 요지의 기사들에서 관객 동원 3,650명을 달성하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는 논조가 주를 이룹니다. 홈페이지에 이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매년 실적이 나와 있지요. 작년에 7,800명이었고, 2018년에는 9,600명선이었습니다. 당시에 입장료를 5천 원씩 받았겠습니까?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그렇지만 시중에서 무용 공연을 관람하려면 1만 5천 원~3만 원 선입니다. 전에 없이 관람료가 낮았고 개인적으로 주거지나 사무실에서 보는 게 더 편리하고 코로나의 위험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전에 비해 관객 동원율이 저조했을지 추정해보면, 공연예술의 실감이 나지 않았을 것이거나 해외 단체가 초빙되지 않아서 아니면 작품들이 이미 본 것이어서 호기심이 가지 않은 때문 등등 여러 갈래로 볼 수 있겠지요.

- 동원 관객수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일 테지만, 아무래도 저조한 실적이라 다시 강조해야 할 것 같군요. 언론 보도로만 보면 3,650명이 대단한 성과로 비치겠는데,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위상이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비칠 법합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유료 관람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네이버티브이에서의 유료 관람을 꺼리는 심리적 이유도 작용했을지 모릅니다. 해외단체 없이 그만한 관객 동원을 이룬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얼마간 경청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무튼 이전에 비해 관람료가 낮았음에도 관객수가 현저히 떨어진 것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측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심지어 기사들이 언급하고 있는 3,650명은 순수하게 무용분야만 계산한 것도 아닙니다. SPAF는 연극과 무용의 두 장르에 걸쳐 있지만 연극 분야의 선정작들이 매년 화제작을 한두 편씩은 끌고 왔었고 매진 사례도 무용분야보다 많았던 것을 떠올리면 저 3,650명이라는 숫자 속에 순수한 무용관객의 비중은 훨씬 낮을 것입니다.

- 네이버티브이에서 ‘고작 4시간’ 동안만 ‘유료’ 관람이 가능했던 것도 악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므로 여기에 무슨 중대한 경영 전략이 작용했는지 궁금합니다만, 3,650명에서 전략의 실패가 읽혀지고 그런 점에서 질책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료 관람객 수가 적은 이유로서 유료로 신청해도 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 시간을 못 맞춰서 유료 관람 신청을 지레 포기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 같은 11월에 창단 10주년 기념행사로 온라인에서 〈친하게 지내자〉를 열었던 국립현대무용단 같은 경우 작품 하나당 오픈 시간을 꽤 길게 두었습니다. 과거의 공연들을 송출하는 아카이빙 작은 24시간 오픈이지만 기간 내에 며칠 간격을 두고 이틀씩 송출했고 신작들은 72시간 오픈했어요. 저는 이것이 무료공개여서 길게 두었고 유료공개라서 짧게 두는 식의 단순한 선별적 차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작가들의 저작권을 배려한 차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에는 볼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오페라 극장, 발레단, 무용단 등이 무료로 방출하는 퀄리티 훌륭한 영상도 넘쳐서 같은 시간을 투자해 무엇을 볼지 고민해야 할 판국입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일반 관객에게 생소한 현대의 무용 분야 작품들을 유료로 공개하면서 시간마저도 촉박하게 둔다면 이건 정말 관객 유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관객이 접근하기 편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인상은 조금도 들지 않았구요.

-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1,825만원은 제반 경비를 제하고 단체들에게 지급한다는데, 그러면 17단체에 평균 백만원 정도 지급되었지 싶습니다. 그 정도가 참가 단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 애매하지만 관객 동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관객으로선 유료 관람료 5천원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 겁니다. 관람 시간을 하루 정도로 늘였더라면 혹시 관람객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겠지요. 이전에 봤고 온라인으로 하니까 오히려 신선감과 실감이 떨어져서 안 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경영 전략에 있어서 굉장한 미스였던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2000년대 전반기, 적어도 2010년 경까지는 그래도 가을 시즌에 시댄스와 쌍벽을 이루는 공연예술계 행사였습니다. 2016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이 업무를 주관해왔습니다. 그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전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재단에서 주최 주관했습니다. 3,650명이라는 걸 잘 새겨야지, 그것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여론 호도부터 생각하면 곤란하지요. 그런 식으로 호도하기 시작하면 ‘경영’은 자리잡지 못합니다. 물론 3,650명을 가지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이 만한 수치(數値)를 수치(羞恥)로 여기고 심기일전해야 새로운 경영 기법과 단체 선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 마디로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 올해는 무용 분야에서 재연작 일색인데 그러면 내년에 또 재연작 일색으로 선정한다면 언제 것을 선정할 건가요? 올해는 춤계에서 코로나 사태로 신작이 매우 줄어든 형편인데, 그러면 3~4년 전 걸 선정할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영상을 재각색하는 방향으로 선정할 건가요? 너무 미루어 일방적으로 짐작할 일은 아니지만, 재연작 일색의 발상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말하자면 춤계의 활발한 현장의 변동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심사위원들도 이런 점들을 재고해야 할 것이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특히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 가장 안정적으로 공적 예산이 확보된 행사가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서 안일하게 사업을 진행한 겁니다. 요즈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기대하는 바도 작아지는 추세입니다. 정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무엇을 경영해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야 할 거 같습니다. 공연예술의 향방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추어 일하는지, 그리고 무용예술에 관한 이해가 미흡하지나 않은지, 이 역시 자문해볼 일입니다.


상상력 빈곤, 타성에 젖어 미래가 안 보여

- 실시간 공연 중계도 아니고 녹화 편집한 것을 온라인에서 왜 겨우 4시간 노출한 이유가 그래도 궁금합니다. 네이버티브이와의 계약에 따른 제약이 작용한 탓인지 몰라도 전반적으로 경영 전략에서는 실패였습니다. 온라인 송출도 실시간 중계냐 사후 재편집 송출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고 장단점이 있잖아요. 재편집 송출은 어느 정도 처리가 되어서 관객이 보기 용이하게 해주는 점도 있습니다. 단체가 영상팀을 섭외해서 영상을 제작한 경우가 있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측에서 영상팀을 확보하여 단체가 원하면 참가 단체와 영상팀을 연결해줬다고 합니다. 어느 게 나을진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단체에 따라서 흐름이 달랐습니다. 거기에는 단체마다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고, 어찌 보면 관점과 개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면밀하게 이야기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요. 그럼에도, 거기에 굉장한 초점을 맞추어 방담을 진행하기에는 올해 행사의 기본 틀에 무리가 많았습니다.

- 기록 영상은 창작자들의 공연 소스를 노출하는 것 위주이고 실제 공연에서 감지되는 현장감이 결여되기 십상이지요. 영상을 통해 작품성이라도 보여주고 싶은데 기록 영상과 같은 실시간 생중계는 그런 점을 반영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조금 더 의미를 반영하려는 시도로서 댄스 필름도 아니고 실시간 생중계도 아닌 영상이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송출된 거라 생각됩니다.

- 단체에게 영상을 맡기는 것은 영상에 관한 생각을 넓힌다든지 영상에 대해 상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행사 전체로 봤을 적에는 산만할 수도 있겠으나,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겁니다. 대부분 무용가가 무용 영상이란 것을 사실 올해 처음 경험해보는 거 아니에요? 코로나로 이런 일이 닥치니까 이제야 부랴부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하는데 그것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지요. 이를 계기로 얼마나 생산적이며 창의적인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합니다. 잘된 무용 영상과 자신의 무용 영상을 비교하면서 안목을 기를 수도 있지요. 우리 춤계는 그런 면의 학습에 힘써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 저로서는 또 납득이 안 됐던 게 사은품으로 피규어를 제공한 점입니다. 방역 마스크도 사은품에 들어 있었고, 레고 류의 미니 피규어도 있었지요. 플라스틱 제품입니다. 후원금을 많이 낸 사람한테 피규어를 제공했던 것으로 압니다.

- 저는 총 9편의 후원금 4만 5천 원을 결제했습니다. 몇 차례 사은품, 기념품이 우편으로 배달되더군요. 방역 마스크, 손 세정제, 그다음에 해당 공연 단체 개별 전단입니다. 두꺼운 종이로 양면 인쇄되어 있고, 접이용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전단, 그리고 20주년 기념 입장권도 함께 세트로 왔더군요. 총 9팀에 해당하는 걸 두어 차례에 걸쳐 받았습니다. 이 또한 실망을 가중시킨 사례라 하겠습니다. 주관 측은 코로나 시국에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였고, 관람객은 비대면으로 보면서 후원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사태와 직결됩니다. 그런데 사은품은 코로나 사태의 극복과는 역주행하는 경향을 보였지요. 심층적으로 보면, 일회용품이라든지 인위적인 것을 만연하게 만든 산업 자본주의나 농축산업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망가진 데서 코로나 사태가 기인했을 확률이 크다는 건 상식 아닙니까. 그러면 공공기관은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내보여야 하는 것인데, 코로나 사태를 그냥 수용하면서 이를 방어할 가장 초보적인 방법일 마스크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단적으로 상상력의 빈곤이자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혼을 볼 수 없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얼이 나간 행사였지 싶습니다.

- 피규어를 왜 생산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만, 그것도 사회 속에서의 자유로 용인됩니다. 방역 마스크 류의 키트 속에는 흰색 마스크 2개, 1회용 가그린액 스틱 2개, 1회용 세정티슈 1매가 들어 있더군요. 이들 키트가 도움이 되는 점이 없지 않겠지요. 그런데 말씀대로 지구 도처에서 1회용품,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망치는 용품들의 사용과 생산을 줄이자는 물결이 코로나 사태로 더 고조되는 시점에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대형 문화행사에서 굳이 이런 류의 사은품을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고마워하기는커녕 누구는 다 쓰레기여서 버렸다고 합니디만, 저는 버리긴 아깝고 언젠가 요긴하겠지 싶어 애물단지로나마 간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연이라 방역 마스크를 쓰고선 극장에 갈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방역 마스크가 품귀라서 급히 줄을 서서 방역 마스크를 사야 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방역키트함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측에서 보낸 유인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사은품으로 보낸 20주년 기념 특별 입장권들 모듬




- 소중한 예산을 엉뚱한 데 낭비했어요. 문화예술계 행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하고 공공기관이 주관하면 특히 그러해야 합니다. 책임 경영이라 할까요. 일반 기업체와는 훨씬 다른 자세가 필요하지요. 요즘은 민간 기업체도 그런 방향의 책임 경영을 강조하곤 하지요. 우리가 지구를 살아가는 데서도 윤리가 있다는 건 기본입니다. 그리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유료 관람객들이 공감할 선물이 정말 없었을까 싶더군요. 지구를 살리자면서 선물을 말하는 건 일견 모순됩니다. 선물도 일종의 자원 낭비의 속성이 있지요. 차라리 이런 선물은 없어도 괜찮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편배달부가 다 배달하면서 탄소도 계속 발생시켰겠지요.

-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매년 10월 한 달간 아르코예술극장 대, 소극장을 다 대관해서 진행합니다. 국내 춤계 행사 가운데는 가장 조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그런 조건에서 했는데, 무용 분야에선 재연작 일색이어서 성과 없이 행사만 치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2016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지 올해 5년째입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해외초청작의 비중이 높았지요. 그래서 국내 단체가 웬만하게 뽑혀도 이해하고 양해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해외 수준급 작품들이 작년에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조차 실망을 사면 앞으로 해외단체 초청하는 데도 지장이 있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그런데 해외 단체를 초빙, 선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단체들로써 구성하고 진행했는데, 이번처럼 신선감도 없고 춤계의 변화를 견인하지 못하면 무용 분야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무엇으로 의의를 찾을지 의문입니다.

- 그동안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민간단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으로 초청할 수 없는 해외의 핫한 단체를 모셔와 국내 관객들의 글로벌한 욕구를 채워주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이러한 주요 역할이 빠지고 나니 기존 민간단체 보다 못한 제전으로 구성돼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춤에 대한 구체적인 안목이나 행사를 구성하는 고민이 깊지 못해 위기의 시기에 밑천이 드러나고 그저 구색 맞춰 진행해 왔던 매너리즘이 확인된 축전이었습니다.

- 한해 집행 예산을 다시 참조해보니 그 금액으로 유수의 해외 영상작을 들여와서 소개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민간 차원에서 LG아트센터는 올해 5월에 하려다 못했던 크리스탈 파이트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유료여서 1만 2천 원으로 관람 가능했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엇비슷하게 영상 관람 시간도 제한했습니다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해외 최근작으로 대사가 많았던 무용극이었는데 오히려 공연으로 볼 때보다 자막을 보는데 편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대개 공연 무대와 떨어진 곳에 자막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이리저리 시선을 바꿔가며 공연을 관람해야 하잖아요. 어떤 작품은 영상으로 보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웰메이드 작품에 한해서겠지만요. 그런 작품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이런 위기를 기회 삼아 소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쉬움이 크네요.

-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도 그런 초청이 충분히 가능했을 겁니다. 무엇으로써 이 행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 의의는 어디에 있었는가, 왜 유료로 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유료 수익금을 단체에 준다는 건 너무 옹색한 발상이 아닌가 싶어요. 시댄스는 모두 유튜브에서 무료로 진행했잖아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돈이 궁하진 않았을 겁니다. 단순히 무료여서 좋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요. 민간단체나 기업에서 하는 행사가 아니고 9억 5천만 원이나 되는 예산을 가지고 움직이는 공공 예술 행사로서 제대로 된 처신이냐 하는 물음은 남습니다. 그건 행사의 품격과도 연관됩니다.

- 앞으로 시장 변동에 대비해서 그런 시스템을 실험한 게 아닌가 긍정적인 짐작도 해봅니다. 유료화 시스템을 뮤지컬에서 이미 잘하고 있으니까 그런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 저 역시 유료공개는 시도해볼 만한,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5천원이라는 금액 책정이 애매했고 마치 유료공개를 변명하는 듯한 어설픈 기념품 세트가 기획 의도를 흐리게 했다는 점을 짚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극장인 LG아트센터가 더 높은 금액을 책정하더라도 인기가 있고, 뮤지컬 공연은 원래 티켓가격이 높게 책정되어도 소위 말해 회전문을 도는 열성 관객이 있는 것은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관람의 가치가 아깝지 않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연의 예술적 혹은 오락적 가치를 조성한 뒤 합당한 가격을 받을 것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가 맞을 거에요.

- 어설픈 기념품 세트는 주최 측 스스로 자신들의 품격을 끌어내린 셈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환경오염은 어쩔 수 없이 매일 일회용품을 소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주된 비판의 지점이긴 어렵다 생각되고요. 다만 기왕 만들 거 정말 유례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치러지는 행사를 기념하고 오래 기억하도록 쓸모 있고 야무지게, 예술 행사다운 상상력과 유머를 넣어 제대로 만들었다면 우습지 않았겠죠.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숍을 보면 상당한 가격대의 아이템이라도 몇 시간 만에 품절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전통 문화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상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예술품을 가깝게 누리고 즐기게끔 만든 문구류, 잡화류 들을 내놓거든요. 이것이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감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측이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 기념품 세트들을 구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거기엔 코로나 시대에 그래도 예술이 있다 혹은 그래도 사람의 몸과 땀과 거친 숨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무용이 희망이다 라는 걸 되새기게 할 만한 어떤 마인드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코로나 때문에 공연들은 취소되었고 우리는 이렇게 조악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어요, 라는 변명 외에는요. 주최 측 스스로가 예술의 효용가치를 믿고 있지 않은데 관객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유료공개의 실패지점은 그것이라고 봅니다.

- 올해는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느라 그랬던 거 같은데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민간단체가 초빙하기 어려운 값비싼 단체를 초빙해올 여력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상을 찍을 것이었으면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이미 기존에 있는 해외의 관심작 무용 영상물을 사서 온라인 송출할 수도 있었겠지요.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연례행사 치르듯이 해서 퍽 아쉬웠습니다. 주관 측은 각성해야 합니다.

- 시댄스의 경우 그보다 예산이 적은데도 해외 무용 영상을 그런대로 보여줬고, 수준급이 몇 편 있었습니다. 신작도 있었고요.

-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요. 좌담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예술적 성과를 집중적으로 논하는 게 정상적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해외 초빙작의 사실상의 부재와 재연작 일색으로 인해, 원천적으로 무용 부문 작품들을 거론하기가 힘들어졌고, 아무래도 부대적인 요소에 많은 논의를 할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굳이 코로나 탓을 할 게 아니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주관 측의 맹성을 촉구합니다.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