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연속 기사 · 투잡(4)
개신교의 이중직 현상
김채현_춤비평가

투잡 하는 스님, 신부님, 목사님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분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품게 될까? 투잡 하는 성직자라는 말은 대체로 생소할 것이며, 다만 근자에 들어 기독교에서도 개신교계에서 투잡 대신에 이중직(二重職) 그리고 간혹 겸직이라는 말이 쓰인다. 이런 사실을 잠시 생각해보면, 이중직을 택하는 개신교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스님이나 신부님과는 달리 으레 부양가족이 따를 목사에게 요즘 이중직은 목전의 현실 방편으로 선택되는 정도가 높아가는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종교와 예술은 자율적 신념에 따르고 궁극에 세상을 구원하는 소명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아가 예술을 종교와 동등한 차원으로 대하고 심지어는 예술을 독특한 양상의 신앙으로 여기는 관점도 있지 않은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세상 구원의 소명에 매진해야 한다는 명분은 종교인과 예술인을 여느 직업인들과는 다른 특수한 직종의 사람들로 분류하도록 한다. 그러한 직종들에 대하여는 품위와 존경심 심지어 신성함을 보이게, 보이지 않게 투사하는 것이 통례이다. 따라서 예술인과 종교인이 별개의 부업을 갖는, 즉 투잡을 행하는 것은 그 직종의 본령을 벗어난다는 인식이 흔하다. 단적으로 성직자든 예술인이든 절대 투잡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론이 그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국내 개신교계에서는 목사를 비롯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가 시급하면서도 첨예한 해결과제로 제기되어 왔었다. 비록 이중직이라는 용어로 제기되긴 하지만 개신교계의 상황과 공론화된 진단들이 춤계의 투잡 현상을 해소하는 데서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런 취지에서, 이번 시평에서는 개신교계의 이중직 현상을 다소 세세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이중직이 공론화되는 개신교의 현실

벌써 7년 전 2016년 1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미자립교회 목회자(牧會者)에 대한 이중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참고로, 목회자는 주로 목사와 전도사를 이르는 말이다.) 한해 경상비 예산이 3500만원(농촌 2500만원) 미만인 교회는 미자립(未自立) 교회로 분류되는데, 감리회 교단에서 미자립 교회가 47%에 달한다는 통계도 함께 알려졌다. 당시 보도들에 의하면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한 경우로서는 감리회 교단의 이 조치가 한국 교회 역사상 최초였다 한다. 감리회뿐만 아니라 교단이라는 대형 조직체에서 행한 그와 같은 수준의 결의는 상당한 숙의 끝의 고뇌어린 결단이었을 터여서,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가 그전부터 개신교계에서 현안으로 대두하였을 것은 능히 짐작되는 일이다. 당시 여러 교단은 이중직을 교단의 법으로 막고 있었고 2015년에 어느 교단은 이중직 금지를 결의하였으며, 반면에 어느 교단은 이중직을 법적으로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총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미 2014년 목회사학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목회자의 37%가 다른 경제활동을 겸업하며 목회자의 67%는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수입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설문조사에서는 월평균 사례비가 전임목사 204만원, 전임 전도사 148만원으로 조사되었고, 목회자의 37.5%가 겸업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또한 당시에 한국 교회의 80%가 미자립 교회에 해당할 것이라는 추산도 제기되었었다.

이후 몇 해 지나 2021년 8월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여러 교단이 출석 교인 50명 미만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 대해 이중직 목회자의 인식 및 실태 조사를 합동으로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를 요약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응답자 400명 가운데 절반이 이중직을 수행했거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 220명의 이중직 수입은 평균 132만원으로서 교회에서 지급되는 사례비 평균(78만원)을 크게 앞질렀고 사례비가 전무하다는 응답은 47.7%에 달했다. 이 목회자들의 이중직 업종은 가장 높은 비율의 단순 노무직(22.3%)부터 자영업(15.9%), 택배·물류(15%)를 비롯하여 학원강사 및 과외, 카페·음식점 종사, 교사, 일반 사무직, 의사·변호사·교수 등 전문직, 농림어업, 목공·도배, 다단계 판매, 그리고 가장 낮은 비율의 편의점 등 판매업(3.2%)과 출판·편집(3.2%)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70%였다.

해당 조사에서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택하는 동기에는 경제적 이유 이외에 다른 동기도 강하게 제시되었다. 즉,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할 수 있음’(23.2%),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사역을 감당하기 위함’(12.4%), ‘재능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음’(8.8%),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할 수 있음’(6.3%), ‘평신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음’(3.9%) 등의 기타 응답들의 비율 오히려 경제 문제 해결 때문(45.2%)이라는 응답 비율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중직의 부작용으로서 육체적 피로(24.1%), 설교 준비시간 부족(16.4%), 목회자로서의 소명감과 정체성 혼란(15.9%)이 들어졌으며, 교회 재정 상황이 호전되면 이중직을 그만두겠다는 응답(55.5%)이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3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 절대 반대 응답(10.4%)에 비해 찬성(40.1%) 및 현실을 고려한 찬성(49.1%) 응답이 월등히 높았다. 끝으로, 이중직 목회자 중 90.9%는 ‘목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목회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2.7%(매우 만족 23.2%, 약간 만족 29.5%)로서 ‘불만족’이라는 응답(18.2%)보다 훨씬 높았다.


이중직 공론화를 상징하는 이중직 호칭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 교회의 헌금은 그 전의 77% 수준에 그친다는 통계가 있었다. 목사 안수를 받고 17년 동안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사역(使役)한 어느 목사가 2020년에 시골 면소재지의 상가를 얻어 교회를 개척하였다. 하지만 당시 심각해지던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강화되는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목사는 전도 사역과 설립예배는 물론 교회의 존재를 알릴 방법마저 막연하였다. 부인과 두 아이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사는 공사판 막일에 나섰으나 현장 사고로 다시 깨어나지 못하였다.(기독신문, 2022. 2. 21. 보도) 팬데믹 상황 이외에 세속주의, 신자 수 감소, 헌금 감소, 교회 재정 악화 등의 요인이 겹쳐 한국의 미자립 교회는 지금도 80% 선으로 추정되고 있고, 어느 조사는 국내에서 5만명의 목회자가 빈곤층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런 배경에서 개신교 교단들 내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이중직 허용 여론이 높아가는 추세인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다.

앞서 인용된 출석 교인 50명 미만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조사는 특이하게도 목회자 이중직 용어에 대해 일부 지역 담임 목사들의 의견도 함께 소개하였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기독신문, 2022. 2. 24. 보도) 그들의 77%가 이중직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표하였으며, 대안 호칭으로서 자비량 목회자(37.5%), 자립형 목회자(19.6%), 일하는 목회자(8%), 텐트 메이커(8%), 일터 사역자(7.1%) 등의 순으로 지지를 받았다. 자비량(自備糧)은 사전 뜻(자기가 쓸 양식이나 물품을 스스로 갖추어 지님)대로 품격 어린 어감으로 다가오고 투잡과는 뉘앙스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다양한 호칭이 거론되는 사실은 역으로 개신교계 내에서 이중직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런 중에서도 이중직 호칭은 목회자가 오늘의 현실 속에서 겪는 어려움과 종교적 소명 간의 갈등을 함축하고 있다. 경제 문제의 압박이 훨씬 덜할 대형 교회들에서는 이중직의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한 바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중직 문제에 관해 개신교계 외부에서 간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더라도, 진리 추구와 삶의 선도 등 종교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소명을 띤 예술 분야의 투잡 문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개신교계가 고심하며 제시하는 해법들은 주시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3. 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