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젊은 무용인들이 진단하는 대전 지역 춤의 동향과 전망
젊은 세대 소통이 미래 전망의 출발점

사회 진행: 김채현_본회 공동대표 / 무용원 교수
2011. 6. 30. 16:00 카페 청청현(대전 중구 소재)

대전 인터뷰 참석자들과 함께


사회: 한국춤비평가협회 춤웹진 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열리는 오늘 좌담은 대전 충청권 지역의 춤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주제로 하고 싶다. 앞서 부산과 대구 지역에서 이를 주제로 열은 좌담은 이미 춤웹진에 보도된 바 있다. 대전 충청 지역이 국내 춤계에서 갖는 위상에 대해서는 진단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래도 80년대, 90년대에 활발했던 대전 충청권 춤이 근래 몇 해 사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오늘 좌담은 특히 의미가 클 것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로부터 편하게 의견을 듣고 또 앞으로 생산적인 전망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전 충청권에 젊은 창작자가 더 있는 줄로 아는데, 연락이 닿았으나 갑작스런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서 사정상 오늘 다섯 사람과 집단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선 참석자 자기 소개를 곁들여 의견을 부탁드린다.


강민호(청주시립무용단 단원): 청주시립무용단에 1995년부터 재직하여 무용단에서 최장기 근속 단원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틈을 내어 청주, 대전, 서울에서 공연 활동도 조금씩 해왔다. 충주 출신으로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지난달에 충북무용제를 끝냈다.

김진미(김진미 풍류무용단 대표): 충주 출신인데, 충주 지역에서는 춤 창작 활동이 전무하다고 할 만큼 한산하다. 충주 출신들은 대개 타지에서 활동하는 탓이 클 것이다. 청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청주와 서울에서 활동하고 충주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충주에서는 예총 회장이던 김경희 씨가 결성한 중원춤학회가 일본과 충주를 해마다 번갈아 가며 하는 공연 활동이 그래도 충주에서 내세울 춤 행사가 아닌가 한다.

강민호: 충주에서는 우리가 학생일 때에만 해도 춤 활동이 좀 있었는데, 충주를 비롯해서 지금은 소지역으로 갈수록 춤 인구나 활동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김진미: 도청 소재지가 충주에서 청주로 옮겨지면서 춤 여건이 오히려 악화된 줄로 안다.

육혜수(대전시립무용단 단원): 충남대를 졸업하고 2001년 대전시립무용단에 입단하였다. 무용단에서 여는 단원 창작 공연 등에 출품하고 대전, 청주, 서울에서도 더러 작품을 공연하였다. 외부 행사보다 무용단 내의 창작 발표 행사에 많이 참가한 편이다. 이번 7월에 무용단 기획 공연 ‘시와의 만남’ 야외 공연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서경희(춤오름무용단 대표): 대전대 첫 졸업생이고, 서울 출신이다. 2001년에 대전의 연정국악원에 입단하여 8년간 활동하였고, 지금은 춤오름무용단을 결성하여 개인 활동을 하고 있다. 춤오름무용단 명의로 지원금을 2회 받아 공연한 바 있다.

정상혜(메타댄스 단원): 충남대 학부를 좀 늦게 졸업하여 지금은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2009년 독일 하노버 국제 안무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2인무 작품 <블랙 수트>로 2등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대전예술의전당이 2010년에 열은 윈터 페스티벌에 후배들이 출연한 두 편의 작품 <벗>과 <복불복>으로 참가했고, 대전시립무용단의 뉴웨이브 행사나 두리춤터 공연 그리고 올해는 모다페(MoDaFe)에 참가했다. 지금은 메타댄스(예술감독: 최성옥 충남대 교수) 단원으로 있다.


사회: 대전 충청권의 춤 현실을 소개하려면 춤 동향을 말해보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 실정을 고려하여 우선 지역의 공연장 사정부터 소개하는 데서 말머리를 열어가면 어떨까 한다. 

강민호: 청주는 공연장은 여럿 있는데,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청주예술의전당이 제일 손꼽히는 공연장이고, 청주시민회관은 가장 오래 되었으며 몇 해 전 개관한 충북학생문화회관, 그리고 예술의전당 소극장을 빼놓고는 춤을 할 만한 곳은 없는 편이다. 연극 소극장이 5,6군데 있고 거기서 간혹 춤 공연이 열리긴 한다. 청주에서는 연간 20회 정도 공연이 열리고 과거보다 공연이 줄은 실정이다. 청주도 서원대와 청주대를 기반으로 대학 무용이 활발했던 것이 사실인데 지금은 서너 단체밖에 되질 않는다.

서경희: 대전에서는 춤 공연장으로 대전예술의전당 대극장(아트홀)과 소극장(앙상블홀), 평생학습원, 대덕과학문화센터, 엑스포, 우송예술회관, 평송청소년수련원이 손꼽힌다. 충남대 맞은편의 소극장이 충실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대전에서는 지금 소극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속한 연정국악원은 무용단원이 9명인데, 옥외 공연 등을 포함해서 연간 140회 공연했고, 공연할 적에 함께 악사들과 함께 출연하였다.

사회: 이제 젊은 층의 공연 동향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먼저 대전부터 말해보자. 

육혜수: 대전에서 공연은 많이 늘은 편이다. 그런데 교수들 공연 중심이고 젊은 층의 창작이나 실험 공연은 드문 편이다. 

정상혜: 21세기현대무용연구회에서 충남대를 중심으로 뉴댄스페스티벌을 여는데, 올해로 9회 되었다. 대전대, 순천향대 출신들도 자주 참가한다. 평송수련원 소극장이나 시립미술관 야외 무대, 서대전공원 야외 공연장 등지에서 해마다 1, 2일 열었다. 

사회: 그런데 지금 여기 참석자들도 뉴댄스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을 처음 안다는 반응인데, 지역 사회 내에서 적극 홍보하는 등 다른 노력을 기울이면 더 성과가 있지 않을까. 지금 말하는 것을 종합하면, 대전에서 실험적 창작은 답보 상태인 것으로 들린다. 

육혜수: 예술의전당에서 기획 공연으로 서울 등 타 지역 단체들은 좀 초청하는 편이나 지역 사회 젊은 층의 실험 창작은 전무한 편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무용협회에서 여는 신인안무가전이나 작가협회의 춤작가전이 있으나, 실험적 창작에 넣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다. 

강민호: 그런데 나는 대전 사람은 아니지만, 대전에서 지원금은 어느 정도 있어도 젊은 층으로서 실험 또는 그런 부류의 창작을 하는 층들이 지원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도 들었다. 물론 교수들의 공연도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데, 젊은 층을 대상으로 그런 지원금은 사실 저조하다는 뜻이다. 

사회: 듣건대, 대전 지역 연극의 경우 대개 다섯 극장에 대해 해마다 7천만원을 지원하면서, 극장마다 4천만원은 공연장 유지비로 집행하고 3천만원은 해마다 2편의 작품을 창작하는 데 집행하도록 하는 식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연극은 연중 운영을 하는데, 여기서도 관객이 어떤 날은 매우 적다는 문제점도 있는 듯하다. 그래도 연극은 그렇게 계속 이어가며 공연하는 데 비해, 춤 같은 경우 작품마다 길어야 며칠 공연하는 실정에서 연극처럼 몇몇 작품을 갖고 연중 공연을 해내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래서 여러 단체들을 초청하자면 부대 비용이 많이 들므로 연극과 같은 차원에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대전 지역의 지원 시책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여 춤 지원을 효율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지원금 수혜 경험이 있으면 좀 소개해 줬으면 한다. 

서경희: 저는 대전예술의전당 2004년 윈터페스티벌의 세 안무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는데, 15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나름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잦아지자 무용수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 차세대안무가전에 공연하면서는 하루 공연 계획으로 1천만원을 지원 신청하였다. 11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1시간 길이의 재공연작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지원금 발표를 보니 지원 액수는 8백만원이었고, 또 공연 기일은 2일로 정해져 있었다. 그 작품은 여러 지역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서 그렇게 지원 내용이 결정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을 하는데, 마침 수능 기간, 기말고사 시기와 겹쳐 관객 확보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었다. 이 공연을 통해 한국무용이 어렵게 다가가서는 안 되고 기획 관리 행정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시민들을 위해 무료 공연도 많이 한 편이지만 그러다보면 오히려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말도 들었다. 왜냐하면 ‘이 단체는 지원금이 없어도 할 단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니까 그렇다는 뜻이다. 

김진미: 춤은 연극이나 다른 공연예술에 비해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금 지원 기준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춤은 신작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에 응하다 보니 안무가들이 경비를 새로 들여야 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빠듯한 기금에 맞춰 공연하기 애당초 작품 구상에서 추려내어 공연하다 보면 내용이 충실치 않아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강민호: 청주에서는 청주문화재단이 6월에 발족을 앞두었으나 갑자기 이사장의 자격에 논란이 벌어져 발족 출범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김진미: 청주에서는 무대제작지원금 제도가 있을 적에는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의 금액으로 지원되었다. 그 다음에 문예진흥기금 제도로 바뀌면서 일률적 지원 형태로 엇비슷하게 쪼개어 소액다건 식으로 배분하다보니까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강하다. 개인적으로 충북도 지원금으로 이스라엘 공연을 가게 되었는데, 기금 신청을 하였고 막상 지원금은 460만원이었다. 이 금액은 한 사람 항공료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스라엘까지 왕복 항공료가 520만원이었고, 그때 무용수 6명에다 스탭진이 또 함께 가니 결국 개인 비용을 수천만원 들여야 하는 결과가 되었다. 지원금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들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것이 지역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공연을 주저하게 된다는 점을 지원 기구들에서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원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종자돈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작품을 공연하는 틀이라 할까 그런 것을 지원 관행에 맞춰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점이다. 국립청주박물관 야외 무대를 풍물 음악 하는 분들이 자비로 만들어 공연하던데, 춤에서는 이런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 지원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지원의 틀을 유연하게 운영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지원 심의의 인터뷰를 해보면 신작을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데, 신작 위주로 지원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모르겠다. 

강민호: 기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인 경우는 우선 대화가 잘 되지 않아서, 이번에 청주문화재단이 발족하면서 관리자들이 좀 바뀐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 발족되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대전은 사정이 다른 줄로 안다. 

사회: 지역에서는 지원금 기준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말도 들었다. 심사위원들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뜻이겠는데, 그런 중에 무대지원금은 1천만원을 넘고, 문예진흥기금은 2백만~7백만원 정도라 하더라. 과연 그런지 모르겠으나, 1, 2백만원 받는다면 무슨 창작을 하겠는가. 무용인들도 이런 점에서 대안이나 개선책을 계속 제시해야 할 것이고, 지원신청서를 제대로 작성해내는 방향으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강민호: 충북의 경우 2년에 3번 정도 공연을 해야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게 관례이다. 지원금 측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독려하고 도우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본다. 

김진미: 춤에서는 소극장 공연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획자들은 중․대극장의 공연을 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무자들의 현재 처지와는 달라 서로 간격이 크다. 

서경희: 관객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저나 다른 안무가나 가족 관객보다 일반 관객을 희망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원하는 측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따라야 할 것이다. 

정상혜: 공연 장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겠고, 지원 결정 금액도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으면 한다. 

육혜수: 대전시립무용단의 경우 조금 이야기가 다른데, 가령 단원이 창작 공연에 대해 내부적으로 지원을 받으면 계획서에 제시된 대로 지원금을 집행해야 하는 쪽으로 규정 적용이 강화되고 있다. 창작 마지막 단계에서 작품 구성이 달라지면 의상비 같은 것도 비용이 줄거나 늘 것이고 다른 요소들에 대한 경비에서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은 예상할 만한 잉이다. 그런데도 애당초 제출한 작품 구상안대로 경비를 집행해야 한다 하니까 갑갑한 점이 있다. 행정이 유연해졌으면 하는데, 갈수록 틀에 맞추는 식이 되지 않나 싶다. 

사회: 지원 시책에서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할 것이다. 지역의 특성이나 사정이 있겠으므로 일률적으로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여기서 제기된 문제점이나 지역의 여론을 지원 주무 기구들에서도 경청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지역 사회에서 춤을 활성화시킬 대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진행하였으면 한다. 부산에서 최근에 무용학과 폐과 건으로 대학에서 농성 사태까지 일어났지만, 대전 충청권도 서원대학, 청주대학, 중부대학, 대전대학 등 대학 학과들이 폐과되거나 명칭 변경 등의 과정을 밟은 줄로 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춤의 맥이 끊기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시립무용단이 소재한 도시에서 무용학과가 없어진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젊은 무용인들의 시각은 어떠한가? 

강민호: 청주는 예전에 춤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대학 학과 폐과 등의 현상이 있기까지 무용인들이 소통하지 않는 점에 그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무용인의 단합이나 구심점 형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우리 세대에서는 기득권에 연연하는 그런 폐습이 없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나 수입을 따지는 부모들의 인식도 큰 원인으로 꼽아진다. 과도기를 넘어 침체기에 이른 춤계에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누가 돌봐 줄까. 

김진미: 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순수 춤에 대해 사람들이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점도 원인으로 꼽고 싶다. 무용학원들의 역할을 볼 때, 춤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지도 못하면서 잡다한 춤 장르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다 보니 우선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원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 혼돈을 일으키는 경향도 엿보인다. 그리고 순수 춤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조장하는 점도 폐단으로 들어진다. 이런 점들이 대학 진학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나 본다. 

서경희: 대학들에서 수동적이며 좁은 틀에서 교육을 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춤 이외에 연기나 음악, 미디어, 매체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순수 예술도 중요하지만 무용인 스스로의 폭넓은 학습이 중요하다고 본다. 

육혜수: 무용단원 생활하면서 그동안 느낀 것과는 다른 점을 오늘 생각하게 되는데, 젊은 무용인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관객에게 매력을 주는 공연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상혜: 대입 수능고사가 끝난 직후에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박수 소리가 크고 생각보다 좋았다. 학생들에게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아도 그런 반응을 보면서 제가 감동을 받고 앞으로 큰 가능성도 보게 된다. 결국 우리가 하기에 달린 문제가 아닌가 한다. 

김진미: 작년에 이스라엘, 올해 핀란드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극장 중간을 일반인들이 지나 다니게 하는 등으로 극장이 개방되어 있어서 사람들과,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우리와 큰 갭을 느끼는데, 이런 점에서 우리 극장이나 무용인들이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서경희: 나도 수능고사를 마친 학생들 대상으로 공연한 적이 있는데, 한국무용에다 팝핀을 가미한 것에 대해 학생 관객들이 굉장히 호기심을 가졌고,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전에 학교에 연락해서 학생들에게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해당 학교에서는 작품 내용을 듣기도 전에 우선 한국무용 장르라니까 무조건 난색부터 표명하더라. 그래서 사회 인식이 문제이고, 우리가 인식을 개선하는 데 한 역할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생각하게 되었다. 

강민호: 지원금을 받았으면, 지원금의 취지에 맞게 관객을 고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본다. 수능고사 직후 학생들이 관람하는 공연 같은 경우는 당연히 청소년과 학생이 중심이지만, 이제는 일반 공연에서 학생 동원에 의존하는 공연부터 피해야 할 것이다. 

사회: 지방 도시에서는 주부들이 춤을 배워 강사로 나선다는 말도 들리는데, 이런 점에서 춤계의 대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강사로 나서지 말라는 법도 없으나, 교육을 맡는 사람의 자질 면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테크닉만 전달하고 인성 교육을 가볍게 여긴다면 역시 문제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현상은 무용학과 출신들의 취업을 저하시키는 요인도 될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강민호: 대학이 시대 추세를 선도해야 할 텐데, 20년전만 해도 옛날 커리큘럼을 그대로 반복되는 대학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육혜수: 무용단 내에서는 잘 접하지 못한 점을 오늘 많이 들었다. 대전에서 서로 지내면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정상혜: 제가 소속한 메타댄스 컴퍼니에서는 매주 2회씩 클래스를 꼭 받아야 한다. 즉흥 작업 쇼케이스도 매년 열고 있다. 지방의 침체한 점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 

서경희: 그동안 공연하면서 제가 크게 경험한 것은 기획 등이 중요하다는 점 이외에도 평론 등 춤계에사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처럼 지역을 주제로 대화한 것도 난생 처음이다. 다른 장르와도 협업을 적극 하고 또 개인적으로 자극받는 다른 공연에도 많이 뛰기를 후배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김진미: 후배들에게 오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 대전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 등으로 입지 조건이 특별하다. 이 점을 잘 활용한다면 대전 충청권이 지금의 난관을 뚫어가며 활로를 모색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대전이나 청주나 예술의전당을 세운 것만 해도 그런 의지의 표시인데, 무용인들 스스로 위축되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 해 위축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지만, 오늘 좌담을 죽 들어보면, 몇 가지 짚어지는 해결책 같은 과제가 있다. 물론 몇 해 공들이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젊은층 내의 소통이 잦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다른 장르에 대해 눈뜨는 식의 안목을 키워야 하며 끝으로 지원 시책이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들어진다. 그러면서 대중들에게 공감을 사는 공연을 개발해서 예술성을 다양하게 살려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21세기라는 시대를 염두에 두면서, 네트워킹이나 크로스오버 등 시대 동향에도 밝은 무용인이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런 여러 점들이 다소 아득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무엇보다도 지금 활동하거나 의지가 있는 춤꾼들부터 뭉치고 또 그들을 후원하는 풍토가 지역에서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긴 좌담 감사드린다.

2011.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