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랑스에서 보내는 엽서 17
코레디시페스티벌(Festival Corée d’ici; 여기 한국이 있다)
남영호_재불무용가

벌써 올해 8년째 이곳 프랑스 몽펠리에 도시에서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그 후 매년 11월에 2-3주간을 몽펠리에와 근교 도시에서 진행한다. 공연 예술 외에도, 전시, 영화, 문학, 음식, 아틀리에 등 한국의 모든 분야를 보여주겠다는 큰 포부가 있었다.




2022 코레디시페스티벌 포스터




나는 이 코레디시페스티벌이 그냥 한국 문화예술을 알리는 페스티벌로 끝나는 게 아닌, 한국 의 문화예술을 알리면서 여기에 한국과 다른 분야들의 교류들도 진행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이 되고 싶었다. 외국에서의 한국 문화예술의 역할이 얼마나 그 나라와의 외교에 격 있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직접 진행하면서 체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처음부터 너무 일류급 단체들을 섭외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일류급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해마다 계속 진행할 수 있겠는가? 점점 좋은 단체들, 점점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언론들도 계속 코레디시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이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하면서 제일 중점을 둔 것은 홍보였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주는 지원금의 거의 80% 이상을 홍보에 투자하였다. 내가 그 전에 내 개인 무용단을 운영한 것과는 정반대로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10년은 가야 그 나라에, 도시에 한국을 조금이라도 심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페스티벌 사이트부터, 포스터, 프로그램, 보도자료, 기자 간담회까지 철저하게 내가 아는 선에서 홍보했었다. 그 결과, 몽펠리에 현지 언론들은 코레디시페스티벌 기사들을 페스티벌 기간 중에 계속 올려주고 있고, 몽펠리에에서 코레디시페스티벌은 예술적 퀄리티 외 모든 진행들이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몽펠리에시에서도 시 차원의 홍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코레디시피스티벌 기자간담회, 언론기사 ⓒ남영호




2020년 페스티벌을 2주 앞두고 국경이 봉쇄되어서 페스티벌을 못 할 수 있었다. 모든 포스터, 프로그램이 나온 지 한 달도 더 넘었는데, 페스티벌 팀 직원들이 그동안 얼마나 준비했었는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 해 페스티벌의 주제가 “정체성과 테크놀로지”였고,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온라인으로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하자고 하여 결국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하는 코레디시페스티벌에서는 예술감독이 해야 할 것들이 더욱 많았다, 모든 비디오들이 올라가기 전에 검열을 나에게 다 보내는 것이었다. 미리 비디오들을 보면서 이미지, 음향, 작품 길이 등등의 문제가 있는 것들을 체크해야 했다. 비디오를 얼마나 여러 번 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새 시스템으로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한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끼며 지치는 것도 모르고, 검토하고 나의 생각들을 팀들에게 전달했다. 그후 비디오는 코레디시 페스티벌 유튜브에 프로그램 날짜에 맞춰서 올라갔다.

그 결과, 코레디시페스티벌은 몽펠리에시와 인근의 페스티벌에서 프랑스 전체에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작년부터 코레디시페스티벌 기간에 전 프랑스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인들이 한국문화 체험을 위해 온 경우도 있고, 한국을 여행하고 난 후 프랑스 안에 있는 한국문화 축제들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코레디시페스티벌 에 참여하기 위해 아예 바캉스로 페스티벌 기간 내내 2주간 Airbnb를 통해 아파트를 빌려서 온 가족들도 있었다. 그외 보로도에서 온 학생, 파리, 스트라스부르에서 온 프랑스 부부들 등 여러 지역에서 코레디시페스티벌을 보러 온 프랑스 사람들이 많았다.




2022년 코레디시페스티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남영호




코레디시페스티벌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프랑스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25명으로 마감했다. 코레디시페스티벌 행사는 해마다 12군데 이상의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장소마다 설치 및 철수에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투입하면서 예산을 절약할 수 있고,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페스티벌 기간에 일하는 경우 점심 식권과 스폰으로 받은 한국 제품들, 공연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혜택이 제공되었다. 전시가 있는 장소는 거의 11월 한달 동안 하게 되는데, 전시 작품 외에도 한국을 알리는 몇몇 장식을 하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자원봉사자 중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봉사자들이 몇몇 있어 페스티벌 기간에 한국 예술가들을 소개시켜주고 그들이 혼자 호텔에서 공항으로 떠나는 경우에 자원봉사자들의 자동차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올해 코레디시페스티벌의 주제는 “공명”이다. 장소와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또 현지에 있는 한국과 관련된 협회 및 무술 클럽 등 모두 다 같이 널리 한국을 알린다는 뜻에서 정했다. 프로그램은 공연 4팀, 전시 3가지, 전시에 참가한 예술가들이 주는 아틀리에들, 콜라보 프로젝트, 문학 작가와의 만남, 한국 차 제례, 무예팀, 한국음식 특별 메뉴의 k-pop 파티 등 30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몇몇 단체들은 몽펠리에 한국어가 들어가 있는 학교 행사까지 빡빡한 일정을 잘 소화해 주었다, 코레디시페스티벌에 오시는 모든 예술가들은 오래 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분들이라 내가 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응원해 주고 빡센 일정들을 다 소화해준다.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 ⓒ남영호




프랑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고, 보고 느끼고 맛보며 그것들을 즐긴다. 올해는 페스티벌이 끝나자마자 몇 통의 감사의 메일까지 받았다. 코레디시페스티벌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프로들부터 아마추어, 자원봉사자들까지. 그들은 나에게 내가 그동안 잘 모르고 미숙했던 부분인 사회성을 키우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아직도 많이 미숙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고,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페라극장 예슬감독님과 함께 ⓒ남영호




이 코레디시페스티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코레디시페스티벌이 꼭 지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국내외 많은 분들의 조언 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분들의 조언을 기다린다.

남영호

현대무용가. 1991년 프랑스에 간 이래 남쪽의 몽펠리에 지역을 중심으로 현대춤 활동을 해왔다. 2015년부터는 한국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는 축제인 '꼬레디시'를 매년 가을 주최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2. 12.
사진제공_남영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