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랑스에서 보내는 엽서 14
자기 움직임을 생산하는 워크숍을 찾아서
남영호_재불무용가

이곳 몽펠리에에 매년 8월 중순부터 열흘에서 2주간 자키타파넬 무용단 무용 워크숍이 있다. 올해 나는 그 연수를 방문했다. 올해 워크숍은 8월 17일부터 28일까지 있었다. 이런 오랜 시간과 기간을 가진 워크숍은 프랑스에서도 아주 드물다. 안무자, 무용수, 연출가, 연극인, 음악가, 그리고 아마추어 무용가들까지 이렇게 다양한 참여자들이 하는 워크숍도 물론 드물다.

올해는 무용수들보다 음악인, 연극인들도 많이 참가했다. 몸을 자유롭게 만들면 소리와 행동도 자연스러워진다. 자키 타파넬의 워크숍은 프랑스 공연 예술인 프로들 워크숍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있고, 거기에 아마추어 예술인들까지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워크숍은 기간 동안 무용수, 공연예술가, 아마추어들에게 여러 의미의 경험을 가지게 한다. 이 워크숍에는 작품을 만드는 프로세스의 한 방법으로 하는 즉흥과 몸의 원리, 소리 등을 통한 무용수들의 훈련법, 실시간에 이루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까지, 마치 매일 매일 공연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워크숍비도 프로 예술가들에게 참가비는 아주 높다. 하지만 그외 개인 돈으로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준다. 올해는 20명의 참여자들이 프랑스 전역에서 왔다. 오전 10시부터 18시까지 중간에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 있다.

워크숍을 참여하거나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프랑스 참여자들이 아주 적극적이다 라는 점이다. 물론 비싼 신청비 내고 하는 워크숍이니 그렇다 볼 수도 있지만 난, 참여자들이 이 워크숍에서 집중하면서 각자 자존감을 가지고 그리고 단체로 움직이면서도 따로 각자의 탐구를 베이스로 깔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자키의 워크숍은 어떤 테크닉 형태의 움직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원리에 베이스를 두고 움직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니 본인의 움직임에 주인 의식을 준다. 그러니, 무용수들뿐 아니라 모든 공연예술가들로 하여금 환희를 갖도록 한다. 또 특이한 것은 워크숍 때마다 무용단 무용수들도 참가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꼭 1 명의 무용수는 자키의 보조 무용수가 된다. 내가 그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1992년 자키 타파넬 워크숍에서(가운데 자기 아이를 안은 이가 자키 타파넬) ⓒ남영호




오전 10시부터 13시까지 자키타파넬 무용단이 제공하는 트레이닝 움직임의 연결을 배운다. 주로 몸을 최대로 활용하는, 긴장하지 않는 유연한 움직임을 위주로 한다. 보조 무용수가 보여주고 자키 타파넬은 말로 설명한다. 첫날부터 5일째까지 매일 매일 움직임의 연결을 조금씩 늘려간다. 그러면서도 그 사이 즉흥을 넣어서 진행한다. 자키는 참여자들이 말이 아닌 몸으로 움직임을 익히게 하기 위해 쉬지 않고 시킨다. 너무 생각도 안 하게 한다.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게끔 하려고 한다. 프랑스 참여자들은 잘하든 잘하지 않든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남을 의식하지도 않고 그저 집중하고 진지하게 행한다. 아주 서로 다른 분야 참여자들이 만나서 서로를 관찰하고 듣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진행자인 자키 타파넬의 시나리오인 실시간 즉흥을 통해 순간의 확실성과 시적인 움직임에 관해 탐구한다.

나는 이 자키타파넬의 워크숍을 통해서 그녀의 무용단에 들어가게 되었었고, 무용단에 있으면서 4차례 워크숍 보조 강사를 했었다. 난, 이 오전의 수업을 통해 몸 의 인식을 터득하게 되었고, 몸의 환희, 호기심, 신비를 느꼈었다. 그때부터 내 몸의 탐구에 들어갔고, 그후 내 몸을 통해서 가졌던 모든 산 경험들을 내가 워크숍에서 줄 때 적용했고, 내 몸을 통해서 느꼈던 것을 다른 참여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전달되었을 때를 관찰했고, 지금도 몸의 인식이 주는 매력을 찾아 끝없는 탐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자키타파넬무용단 ⓒMarc GINOT




점심시간 후 오후 2시 30분부터 18시까지는 참여자들이 2그룹으로 나누어서 이루어지는 즉흥 연구와 실습, 이론들을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경험하게 한다. 한 명의 파트너와 함께 자키 타파넬의 시나리오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즉흥, 프랑스 참여자 들은 행복해 하면서 파트너와 진행하고, 끝나면 또 다른 파트너를 찾아서 진행하면서 마치 순간순간의 공연들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 같다. 침착하면서 유연한, 그러나 진지하고 집중하는 프랑스 참여자들!

여기서 한국인 무용수들은 아주 힘들어 한다. 자키타파넬의 워크숍에 한국인 몇몇 무용수들이 참여했었지만 거의 모든 한국 무용수들이 그리 흥미로워하지 않았다. 난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면서, 어쩌면 한국식의 주입식 워크숍이 아닌 각자가 만들어야 하는 진행에 한국 무용수들은 습관이 되어있지 않아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 무용가들은 각자 그들만의 움직임을 만든다는 데서 환희와 행복을 느끼지만 반대로, 한국 무용수들은 불편과 불안을 느낀다. 왜? 혹시 한 번도 본인의 몸을 통한 본인만의 움직임 그 자체를 생산해보지 못해서인 것은 아닐까? 이때,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지식 수입국이다. 지식을 생산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혹시 똑같은 맥락이 아닐까?

나는 자키 타파넬이 제공하는 이런 식의 워크숍이 한국에도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움직임을 생산하는 워크숍! 그런 워크숍이 많아지면 한국의 공연예술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처음에는 습관이 되지 않아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서면 이후에 꼭 신기한 재미를 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리라. 그래서 ‘불편함’은 정말이지 결코 ‘불편함’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남영호

현대무용가. 1991년 프랑스에 간 이래 남쪽의 몽펠리에 지역을 중심으로 현대춤 활동을 해왔다. 2015년부터는 한국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는 축제인 '꼬레디시'를 매년 가을 주최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2. 9.
사진제공_남영호, Marc GINOT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