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랑스에서 보내는 엽서 7
프랑스 지방 중고교에 한국어교육을 성사시키다
남영호_재불무용가

살다 보면 보람도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살아도 마찬가지다. 보람,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행복한가? 프랑스에 있으며 느낀 보람 가운데 생각해볼 만한 한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2015년 한-불 130주년부터 시작한 코레디시(Corée d’Ici, 여기 한국이 있어요) 페스티벌은 여러 방면에서 효과를 낳은 것 같다. 나는 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한국 문화예술을 알리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에 한국 문화예술을 알리면서 페스티벌이 미칠 그 영향에 대해 더 관심이 있었었다. 그래서 몽펠리에시 국제부 디렉터는 코레디시 페스티벌을 ‘한국 문화예술 전략 발전 페스티벌’이라고 하였다.(한국을 소개하는 이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추후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코레디시 페스티벌 세번째를 준비하던 2017년 10월, 파리의 한국교육원 새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파리에 부임한 지 몇 달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몽펠리에에서 하는 코레디시 페스티벌을 듣게 되었다며,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응원하면서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셨다. 난,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응당 감사해야 할 일이라 했다.


원장은 몇 가지 부탁을 하였는데, 자신이 올 때, 몽펠리에시 교육청 분들과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랬다. 사실, 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한국교육원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었던 참이다. 당시 프랑스의 한국 기관들 가운데 한국문화원에서만 지원을 받고 있었고, 교육원과는 연결이 잘 안 되고 있어 고심하던 터였다. 이렇게 직접 전화를 주신 새 교육원장과는 방향이 맞는 기분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교육원장께서는 프랑스에서 18년간 있으면서, 공부하고 프랑스 대학에서 강의한 때문인지 프랑스 각 부문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아는 분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에 오기 전에는 서울시 교육청 시의원이었다고 들었다. 나는 신나서 몽펠리에 교육청 국제부 국장의 메일을 파악하여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바로 다음 날 왔다, 본인은 코레디시 페스티벌에 대해 현지 언론에서 많이 접했고, 새 교육원장과 기꺼이 만나고 싶다는 답변이었다.


나는 그 답변을 바로 교육원장께 전달하고, 면담 일정을 만들었다. 처음 만날 몽펠리에 교육청 사람들… 어떤 내용으로 일정을 만들지 생각하다가 처음 만날 때 한국의 정서를 최대한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저녁에는 메큐르호텔에서 한식 뷔페가 있도록 정하고, 한식 저녁을 하기 전에 회의를 갖는 방향으로 일정을 짰다. 몽펠리에 교육청에서 5명이 나왔었다. 교육청 국제부 국장, 교육청의 장학관 주디렉터, 오디오 담당관, 교육정책 담당관 등… 우리 측에서는 교육원장, 나, 몽펠리에 한글학교 교장, 이렇게 셋이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회의가 있었다. 곁들여, 나는 페스티벌 목적과 개요 및 목표를 얘기하면서 호텔에서 진행되던 한국 궁중 사찰 사진전과 저녁에 있을 한식 뷔페에 대해 얘기했다. 몽펠리에 한글학교 교장은 한글학교를 소개하였고, 원장은 몽펠리에의 학교들에 한국어 교과를 개설하기 위한 사전 시범 프로그램으로 한국문화 아틀리에를 제안하면서 아틀리에 강사료를 교육원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관리와 운영은 코레그라피(Coréegraphie) 협회에서 하기로 했다.


참고로, 그 당시 몽펠리에의 학교들에는 중국어 교과가 10년 전부터 개설되어 있었다. 국제부 국장은 중국을 벌써 여러 번 다녀온 바 있고, 중국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중국의 이웃나라 대한민국을 만날 차례라 할까.


4시간의 회의를 끝내고, 교육청 사람들은 한국 음식 뷔페를 처음 맛보게 되었다. 중국 음식과는 다른 여러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맛볼 기회에 교육청 사람들은 놀라면서 좋아하였다. 그리고, 호텔에서 진행되던 한국 궁중 사찰 사진전, 한식 뷔페 중에 진행된 미니 콘서트 및 판소리를 보고 들으면서 그분들은 단 하루에 한국을 온몸으로 느끼며 한국문화에 매료되는 눈치였다.








 




한국교육원장이 돌아간 후, 몽펠리에 교육청에서 중학교 2곳을 지정하여 한국문화 아틀리에를 시범 교과로 운영하도록 조치해 주었다. 프랑스의 공립학교는 거의 모든 권한이 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에서 두 중학교에 한국 문화 아틀리에를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그 중학교들에서는 공모를 통해 학생들에게서 신청을 받았다. 아틀리에는 특정한 다른 나라 문화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교과를 말한다. 특정 나라의 아틀리에 교과를 거친 후에 그 나라의 언어 교과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므로 아틀리에 교과는 특정 언어 교과를 열기 위한, 그리고 특정 언어 교과를 신청할 수 있는 예비 과정이랄 수 있다.


첫 한국 문화 아틀리에를 신청한 학생들은 각 학교에 15명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칠 교사들이 필요했다. 일단 한글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제안했다, 세 교사가 각각 10주씩 두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정해서 아틀리에는 시작했고, 이 두 중학교에서는 매주 2시간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아틀리에가 진행되었다. 아틀리에 수업은 다음 해부터 바로 해당 중학교들에서 한국어 정식 수업으로 이어졌다. 한국어 정규 수업은 몽펠리에 교육청에서 교사를 선발하고 교육청에서 급료가 지급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고등학교 두 곳에서도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아틀리에가 교과로 신설되었다.




 




코레디시 페스티벌 중 한국에서 오는 공연 팀들은 페스티벌 공연 외에도 학교들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보급을 목표로 행사를 갖도록 미리 조율한다. 예술인들과 조그만 충돌도 없지 않았다. 사실, 페스티벌 관점에서는 페스티벌 때 한국 문화예술을 가능하면 많은 장소에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고, 당연히 한국어 및 한국문화 아틀리에가 있는 학교라면 꼭 다녀가서 한국 문화예술의 보급에 참여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어떤 예술인은 자기 공연하기 위해 오는 것만을 고집하였는데, 그 생각의 차이는 나에게 어쩌다 상처를 주고 실망을 준 적도 있다. 그래도 내가 했던 모든 제의를 기꺼이 받아주는 공연 팀과 예술인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이 페스티벌은 아직 지속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공연팀들과 예술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코레디시 페스티벌과 발맞춰준 그분들 덕택에 몽펠리에에서는 아주 짧은 기간에 한국어 수업이 채택될 수 있었다고 본다. 국제부 국장은 한 나라의 언어를 학교에 채택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예술과 함께 가지 않으면 별 명분이 없다고 하면서, 한국어가 채택된 배경은 오로지 코레디시 페스티벌의 실수라고 유머스런 해석을 내놓았다.






 




올해는, 한국에서 셰프들을 초청하여, 몽펠리에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학교와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학교 학생들에게 한국 음식 만들기 아틀리에를 이틀간 진행하였고, 아틀리에를 마친 다음날 그 학생들과 한국 음식들을 만들어 오페라 극장에서 있은 코레디시 페스티벌 오픈 행사에 참여하였다. 이런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력 참여 기관들만 나열해도 여러 군데가 된다. 몽펠리에 교육청, 학교, 오픈 행사를 했던 오페라극장, 코레디시 페스티벌… 이렇게 나는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페스티벌을 통해서 더 느낀다. 




 




현재, 몽펠리에 교육청 주관으로 몽펠리에 중학교 두 곳, 고등학교 두 곳 이외에 몽펠리에 옆에 있는 님이라는 도시의 중학교에서도 한국어, 문화 아틀리에 교과가 2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몽펠리에 교육청은 그곳이 속한 옥시타니(Occitanie)(道)의 교육 전체를 관할하고 있어서, 앞으로 한국어 아틀리에와 한국어 수업은 점차 넓게 퍼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재불 한국 대사관, 교육원에서는 해마다 코레디시 페스티벌에 와서 성원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파이팅 한국어!

남영호

현대무용가. 1991년 프랑스에 간 이래 남쪽의 몽펠리에 지역을 중심으로 현대춤 활동을 해왔다. 2015년부터는 한국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는 축제인 '꼬레디시'를 매년 가을 주최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2. 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