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인종 평등의 혁명을 부른다
이도희_무용가

우리 예술인들은 어떻게 삶에 대응하고 하는가! 앞으로 내가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과 스스로의 고찰을 담을 글이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미국을 강타하여 모든 것이 정지되기 바로 전에 나는 해드랜드 예술 레지던시 센터에서 1달 동안,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함께 작업을 준비한 팀들과 그곳에 머물며 2020년 5월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센터(Yerba Buena Cetner)에서 초연할 공연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레지던시가 끝나 집으로 돌아간 며칠 후, 모든 것들이 정지되었다. 바깥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이 불확실해진 것이다.
 예술인으로서 공연을 코앞에 둔 마음이 공중으로 붕 떠버려 머리가 하얗게 된 상태였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함께 작업했던 공동체에게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알리고 앞으로의 공백 기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사회적 대처가 신속했기에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 미팅을 진행하고 때론 공연 연습도 하며 위기에 대처하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 상황이 쉬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나 또한 준비해오던 모든 작업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심신이 불안해졌고, 계속 보고되는 희생자들의 숫자에 정신적 동요를 겪으며 나는 치유를 위한 예술 교육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나 핼프린의 온라인 플라넷터리 댄스




 이러한 범세계적 초비상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는 사회와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위기 상황 대처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였다. 반면에 미국 경찰은 불필요한 강력 진압으로 죠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곧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절대적인 지지 시위를 하게 되었다.




죠지 플로이드 벽화 작업, 오클랜드 다운타운




 이 인종차별운동 혁명은 미국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유색인종으로서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다. 예술 사회 안에서도 대대적인 인종 평등의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예술 단체의 예술인 선정에 있어서 유색인 예술인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서도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 공동체 작업들을 위한 지원금이 시로부터 지급되었다. 본인도 이 지원금을 신청하여 아시아계 이민자 1세대, 1.5세대, 2세대 3세대 등의 대상으로 예술을 통해 사회 정세 및 정치 흐름을 읽어내고 이민자로서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사회 체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우리의 정체성을 역사 인식 속에서 어떻게 바로 세우며 치유와 답을 찾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예술 교육을 해나가고 있다.




아틀란타 총기사건 촟불집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공연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3월 중순에 캘리포니아 LA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 레드켓(Cal Arts Institute – REDCAT) 공연장에서 〈무(巫): 칠성새남굿〉이라는 준비 공연을 올렸다. 칠성 새남굿은 다른 말로 병굿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이 병에 들면 하는 굿이다. 이는 내 고향 제주에서 영감을 받았고 미국에 살면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큰 병은 백인 우월사상이란 생각을 하였다. 이 병을 가진 존재는 허맹이, 그리고 인간 평등의 순수 영혼은 칠성(뱀신)으로 설정한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였다. 이 작업은 2020년부터 계속 진행되어 왔고, 공동체 작업으로 확장시켜 올해 가을에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센터 뮤지엄의 ‘제례 설치 공연’(installation ritual performance)이 될 것이다.










이도희 〈무(巫): 칠성새남굿〉 ⓒ케롤 김




 미국에 사는 동양인의 시선으로 현실은 너무나 많은 인종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끊임없는 흑인의 불평등, 또한 아시아계 인종의 혐오로 인한 사고들이 극점을 치닫고, 원주민들이 지키려는 신성한 땅들이 계발의 대상에 올라 자연은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로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무나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현실,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된 자연과 지구, 그 결과가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코로나인 것이다. 우린 이 자연의 파괴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어머니인 땅, 지구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선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고, 우리 내부 몸과 마음을 지구 땅의 몸과 마음처럼 생각하고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한 듯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나의 이야기, 사회의 이야기, 공(共)땅의 이야기, 공동체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려 풀어줄 그러한 현대판의 스토리텔링을 굿의 구조에 맞추어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3년간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오클랜드, 원주민은 이를 올로니 땅(Ohlone Land)이라 부른다. 원주민의 땅에 함께 살아가는 정착 시민으로서 그들과 함께 공동체와 신성한 땅을 지키고 땅의 정의를 찾아가는 〈땅이 제 홀로 서는 날〉(When the land stands alone) 예술 공동 작업을 할 것이다.




올로니 신성한 땅 지키기 제례



올로니 땅 리더, 코리나 골드



커뮤니티와 올로니 땅 리더




 우리 예술인은 삶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대응할 것인가! “멈추지 말고 함께 더불어 춤을 추며 표현하고 풀어내라!” 나의 스승인 안나 핼프린이라면 이 상황을 또 어떻게 공연으로 풀어 나갔을 지를 생각해본다. 몇 주 전의 그녀와의 대화, 그녀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나는 하모니엄박스(수르티박스)를 연주하며 쉼 없이 나누었던 음악 대화 속에서, 나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느꼈다.
 예술인이라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댄서라면 몸으로, 음악인이라면 음악을 통해, 미술가라면 그림을 통해 작가라면 글을 통해, 우린 끊임없이 움직여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침묵의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지난 시기 조상들이 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를 우리 세대의 현실과 함께 표현하고, 그 진실이 다음 세대까지 연대로 이어지는 그러한 시대로 가기를 고대해본다.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굿(巫)이 너무나도 간절한 시기에 살고 있다.

이도희

재미 무용가. 2002년 미국 서부로 가서 푸리프로젝트를 결성하였고 2006년부터는 커뮤니티댄스 대가 안나 핼프린과 함께 하는 작업을 병행해왔다. 2018년 미국 동북부 보스턴 소재 뉴잉글랜드예술재단(NEFA)의 ‘전미 춤 프로젝트’(Nat'l Dance Project) 기금 수혜자. 미국 전역의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NEFA는 1976년 미국예술진흥기금(NEA)의 지원으로 설립된 공공 재단이다. 당시 이도희씨는 앨빈 에일리 무용단, 할렘 댄스 시어터, 루신다 차일즈, 리즈 러맨 등 쟁쟁한 20개 단체(또는 개인)와 함께 선정되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도희 춤웹진 인터뷰 기사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476&board_name=review​

 

2021. 6.
사진제공_이도희, 케롤 김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