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젊은 무용인들이 말하는 최근 흐름
대구 춤의 새 활력소, 소극장 공연

봄인가 했더니, 여름 기운이 물씬 풍긴다. 젊은 춤꾼들과 야밤에 만났다. 모두 춤 관련 생업으로 바빴다. 긍정적인 현상이다. 바쁘다는 것은 어떤 작업이든 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므로. 만나 본, 창작을 지향하는 대구지역의 젊은 춤 세대들은 건강하고 진실했다. 활발한 소극장 활동으로 새롭게 춤의 중심으로 부상하려는 기운이 넘쳤다. 마치 초여름 날씨 같은, 기분 좋은 열기.

 

일시: 2011. 5. 22. 오후 9~11시 
장소: CONPANA (대구 대명동) 
사회ㆍ진행: 권옥희_춤비평가
참석자: 노진환 장현희 박홍기 김현태 이상훈




권옥희(사회ㆍ진행): 최근 들어 춤 전공자의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지방대학 무용학과의 존폐 여부가 늘 지상에 오르내린다. 예술고 같은 경우에는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춤의 침체, 위기라고 진단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술춤 전공자들의 감소 원인과 이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주목받지 못한다는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모색해야 할 점은? 더 나아가 대구 춤계의 현안, 흐름 전반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노진환(노진환댄스프로젝트 대표): 우선 큰 틀에서 아웃사이더인 춤을 어떻게 하면 인사이드로 끌어올 수 있느냐,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92년도인가 '춤의 해'를 시작으로 무용인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그후 무용제를 비롯해 더러 많은 것이 생겨났다. 하지만 대학에 계신 교수들만 큰 공연을 하는 등 많은 수혜를 누리고 있다. 기획공연 등 큰 공연의 수혜를 받으려면 우리는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같은 말이지만 지원금 문제와 연관해서도 주로 소품, 소극장에서 도전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그마저도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일견, 아직 젊으니까 기다려야 한다면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와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장현희(장 프로젝트 대표): 최근 들어 서울 공연을 많이 본다. 도태될까 두려워 서울 공연을 계속 보러가지만 서울 공연에 비해 대구 공연이 질적으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극장 분위기는 서울이나 대구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용인들이 남의 공연을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대구는 지난해부터 최두혁 교수(대구예술대)가 소극장 공연을 더 활성화시키고 있는 무대가 화제다. 무대에 오르는 안무가들을 비롯해 무용수들의 스펙도 훌륭하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들도 훌륭한 작품을 올린다. 서울에 비해 오히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너무 보러들 안 오신다. 서울 무용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왜 우리는 노력하는 데 비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가, 서운하다. 어른들인 선생님들조차 서울 학벌의 서울 공연만 인정하고, 왜 우리는 아웃사이더로 빠져야 하나. 도태되는 이유를 찾아보고 고민해 본 결과, 대구무대 즉 지방에서 공연을 해서는 안 되겠구나. 작품을 서울에 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대구(지방)가 아닌 서울이나 외국 공연만 선호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인식이 지방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따라서 대구무용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이상훈(이상훈 댄스 컴퍼니 대표):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9년에 대구에 내려왔다. 대구시립무용단원을 거쳐 네덜란드의 Sidi Larbi East man 무용단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지금까지 개인 안무작업과 함께 다른 선생님, 친구들 공연에 많이 참여했다. 주로 소극장 공연을 많이 했다. 무용수로서 애로 사항이 있다면 서울엔 전문무용수 지원센터가 있는 반면 대구에는 없다는 점. 생계와 연결된 문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열정만 가지고 춤추기가 힘이 든다. 같이 작업하는 무용수들도 생계와 연관된 일들을 먼저 한 뒤 같이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늘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 당연히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안 되다 보니까 작품 질이 떨어진다. 지원이 잘 되면 좀 일부 해결이 될 듯도 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충분한 지원이 안 이루어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박홍기(Hong's Dance Company 대표): 덧붙여 얘기하면 비단 지방대뿐만이 아니다. 학교들마다 네트워크가 너무 안 되어 있다. 무용수들이 서로 교류할 장이 필요하다. 이미 지방대 무용학과는 미달 상태 때문에 상당히 위기다. 부산 동아대는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대구 대학들도 이미 힘들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간다면 상당수 지방대학에서 무용과가 없어질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지금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질적 상태를 높이기 위해서, 즉 학생들의 춤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서포트가 필요하다. 

사회: 구체적으로 어떤?

박홍기: 일테면 가능성 있는 무용수가 있다고 치자. 그 무용수와 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부탁을 하면 다른 선생님들한테 배워보라고 보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생님들에 의해서 막혀버린다, 가두어버리니까. 아이들 스스로도 갇혀버리고, 결국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힘들어진다. 우리 같은 경우엔 워크숍 같은 데도 찾아가면 되지만, 학생들은 아직 스스로들 그렇지 못하게 되니까 힘들다. 학교에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극장 공연이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교수들이 도와줘야 지방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김현태(정길무용단 대표): 선생님들이 협동하는 부분도 있는 반면, 아닌 부분도 많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늘 인사드린다. 하지만 돌아서면 비판적이 된다고나 할까. 또 어른들이 교류가 없다보니까 제자 위치에 있는 우리의 교류가 힘이 든다. 작품 작업은 더구나 교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타 학교 출신 선생님들한테 가서 같이 작업해보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인사만 나눌 뿐,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다. 뭔가 모를 거리감이 있어서 말을 내놓기 어렵다. 서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대구 지역에서조차 교류가 안 되는데... 일단 우리라도 만나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 지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는 몇 년간 계속 받았던 지원금을 올해는 못 받았다. 내 실수로 서류가 늦었다. 하지만 괜찮다.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은 골고루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경험을 쌓게 해주는 방향에서도 여러 사람이 골고루 받았으면 한다. 받는 사람만 계속 받으니, 늘 하는 사람만 공연을 하게 된다.

사회: 대구문화재단의 지원금 심사는 누가 하는가? 

장현희: 지난해에 재단이 생겼다. 지난해에는 춤과 관련이 없는 분들이 하셨다고 들었고, 올해 심사에는 춤계에 있는 분 중 한 분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저는 작년에 못 받았지만 올해는 받았다. 문화재단에서 반응하는 인맥과 연관된 에피소드를 들었다. 평가기준이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공연에 2천만원 지원금을 받게 된 젊은 친구에게 문화재단 관계자가 대놓고 '선생님이 받을 게 아닌데... 여하튼 똑바로 하라'는 충고를 면전에서 하더란다. 또 다른 얘기로. 큰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가 묻고는, 아니라고 하면 '지원금이 잘못 갔다'고. 대다수 큰상을 안 받았어도 지원금을 받는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심사기준의 공정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일단 지원을 하게 되면 간섭하지 말고, 결과물인 작품을 보고 난 뒤에 평가하면 될 일을... 모욕적이다.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창작 작업을 하는 이들을 도와준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일인데. 서로간의 교류와 소통의 부재로 빚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김현태: 재단 관계자들은 시청 문화재단의 지원금을 자신들의 주머닛돈으로 주는 것처럼 말한다.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개인단체를 이끌고 있는 우리들은 작품을 비롯해 서류작업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잘 안내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같은 서류를 들고 가도 어제와 오늘 말이 다를 때가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말 모를 때가 많다. 일테면 지원금 책정단위를 최저로 일단 정해 놓고는 최고액수를 제시하며 한 번 해보라는 것도 힘이 든다. 어떤 부분에서 되고 안 되는 건지. 서울의 경우는 지원금액을 딱 정해서 지원한다고 들었다. 그게 오히려 계획 세우기가 편하다. 오페라하우스와 문예회관 등 공연장에 따라 너무 차이가 나는 대관료도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지원금 문제는 대구문화재단 뿐만이 아니라 많은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몰라서 못하는 부분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선생님들한테서 정보를 들었다. 그런 것도 우리끼리 교류가 되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장현희: 김현태 선생님의 말을 가만히 생각하면 나랑 생각이 같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나 우리 스스로 눈치를 본 부분이 많다. 여기 참석한 선생님들은 모두 사십 전후의 나이다. 이젠 눈치를 그만 봐야한다. 최두혁 선생님의 소극장 기획공연을 계기로, 앞으로는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즉 교류하는 부분에서 더 자주 만나서 얘기해봐야겠다. 잘 풀어 가다보면 '젊은이들이 그래야 한다'고 선생님들이 생각하지 않겠는가? 몇 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라도 해봐야 되지 않겠나? 

김현태: 계대출신 친구가 대가대 출신 친구보고 ‘여기 웬일이냐’는 말을 하더라. 보는 시각이 그렇더라. 내 공연에 춤추러 왔는데 왜 그런 시각으로 보는지 모르겠더라. 앞으로도 출신학교가 다른 친구들을 섭외해서 같이 공연하고 싶다. 비록 충분한 개런티를 못 주더라도 차비라도 꼭 챙겨주면서. 

박홍기: 그런 부분에서 저는 비교적 편했다. 부산 출신으로 대구시립무용단에 들어왔다. 무용제에 출품하는 작업을 할 때, 대가대와 계대 남학생들을 섞어서 작업해 본 일이 제가 아마 처음이었지 싶다. 선생님들께 찾아가서 부탁드리고 같이 작업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파트의 춤을 추고 있으면서 서로들 얘기 나눠 보는 것이 처음이란다. 그때 부산과는 달리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라고 느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대구시립무용단에 있을 때, 대구에 있는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남자들만의 모임인 ‘엠 맴버스’를 발족했으나, 공연으로만 이루어지는 일회성 단체가 되더라. 

김현태: 저도 ‘엠 멤버스’ 단체가 생기기 전에 제 기수 밑으로 한국춤을 추는 남자 춤꾼들을 모아보니 23명이더라. 편한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일 년 정도 모임을 하고나니, 엠이 생겼다. 이후 현대춤은 모이는데.. 한국춤은 안 모이더라. 파트 상관없이 모여서 교류했으면 좋겠다. 

사회: 끊임없이 교류해 보고자 애쓴 흔적이 이번 좌담에도 나타난다. 부산 좌담에 비해 남자가 훨씬 많다.(웃음) 여배우들이 잘 모이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만 주목받고 싶기 때문이란다. 반면 남자배우들은 조기 축구, 야구단 등 모임을 결성, 잘 모인다. 그 이유와 같다. 대구춤은 남자들이 강세로 보인다. 교류에 관해서도 적극적이고 품이 넓다. 

박홍기: 우리나라 춤 발전에 있어서 많은 부분 대학이 이바지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 교수들이 가진 생각으로서 틀을 만들어 제자를 가두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열어줘야 된다. 너무 바깥으로 내놓지 않는다. 자기 곁을 떠나면 남이 될까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유망주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 많다. 네트워크가 전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실력이 사장되고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이상훈: 문제점은 대학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하다. 지금은 즐거워 춤을 춘다. 하지만 그게 생계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대구시립무용단밖에 없다. 생계가 해결이 안 된다. 사설 단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문화재단에서 그런 일도 해주면 좋겠다. 

박홍기: 그 문제는 비단 여기 대구뿐만이 아니다. 무용과를 졸업하고 살아남아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10퍼센트도 안 된다. 사설 민간단체 육성이 시급하다. 물론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여러 안이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이 춤추면서 생활할 수 있게 민간단체가 많이 생기고, 개인 안무자가 자리를 잡도록 체계적 프로그램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 상주단체를 비롯하여 민간단체의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 

사회: 자신이 활동한 부분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으면 한다. 더불어 대구춤을 유지 발전시켜나갈 방안을 얘기해보자. 

노진환: 대구시립무용단의 트레이너로 있었다. 이후 작품 작업과 공연은 주로 서울에서 한다. 경계인으로서 대구 춤계의 문제점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김현태선생님을 비롯하여 여기 참석한 선생님들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웃음) 농담이다. 그만큼 대구 춤계에 애정이 있다는 말이다. 젊은이들의 교류 부분이 비밀스럽게, 선생님들의 귀에 안 들어가게 애쓰는 것. 그런 부분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안쓰러웠다. 하지만 도와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들 용감하게 타파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춤이 대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학생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불이익을 당할까봐 겁낸다.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지나쳐서 눈치고 보고 용기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해 성장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 박홍기 선생의 일본 진출 공연은 지방에서 바로 일본으로 진출한 좋은 예다. 자세히 소개해 달라. 

박홍기: 소극장 춤문화가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나도 그 부분에서 수혜를 받았던 사람이다. 최두혁 선생님이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할 때, 시립에 있던 친구들도 외부 공연에 컨택해 주는 부분이라든가 하는 일은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렇게 혜택을 받아 작업한 것이,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1등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서 상을 받고 오니까 서울에서 초청하더라. 소극장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기폭제가 될 것 같다.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가 많이 생긴다. 참고로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은 우리나라랑 비슷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곳은 작품만 집중해서 본다. 무용하는 사람이 심사를 안 한다. 문화 예술 전반에 있는 전문가들이 한다.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꼭 서울에만 진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소극장 대극장 등의 편견을 버려야 한다. 지방에 있어서 힘이 든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다. 

사회: 대구시립무용단에서 하는 소극장 단원 기획공연과 최두혁선생님이 연출하는 소극장공연(이하 ‘최소극장공연’)의 특이점을 들자면? 

박홍기: 시립의 단원 기획공연은 시립단원만, 최소극장 기획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서울과 교류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실험적이다. 

장현희: 추가하자면 최소극장공연은 젊은 안무가들, 춤꾼들에게 기회를 주는 장이다. 신선한 열정이 있는 젊은 무용수들에게 무대를 한 번 더 제공하는 것이다. 

이상훈: 두 공연을 다 해 본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창작 의지의 자유다. 시립에서의 소극장공연과는 달리 최소극장 공연은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여유와 선생님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훨씬 깊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김현태: 개인적으로 박홍기 선생님이 부럽다. 저도 제 개인단체와 함께 외국공연을 가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외국에 내 작품을 팔고 싶다. 지금은 닥치는 대로 공연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서다. 밥 걱정 안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현대춤은 외국 페스티벌을 비롯해 많은 공연이 있다. 한국춤은 민속페스티벌밖에, 외국 무대는 갈 데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장유경교수를 따라 외국 공연을 간다. 가서 열심히 배워 올 예정이다. 직접보고 배우지 않으면 아무도 안 가르쳐 주더라. 직접 보고 배우는 수밖에 없다. 

사회: 지난 해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뒤 안무가로서의 위상이 달라졌나? 

김현태: 같다. 오히려 이번에 지원금을 못 탔다. 내 탓이다. 이 일로 오히려 주위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작품 활동이 위축될까봐. 하지만 다른 곳의 지원금을 받아서 올해는 무난하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 작년이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이다.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선생님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것이다. 쓴 소리가 필요하다. 

사회: 이상훈 선생은 2009년도부터 장애인과의 춤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 작업에 대해서 좀 말해 달라. 

이상훈: 대구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활동을 하고 있다. 소극장 공연을 계기로 스스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해본 장애인과의 작업이 반응이 좋았다. 특히 장애인과의 즉흥 컨택이 반응이 좋았다. 그들과의 작업을 통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모자라고 불편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었다. 그들이 어렸을 때의 사진 등도 같이 보고 그들이 무대에 있을 때 관객들이 보는 시각 같은 것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눈다. 춤뿐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그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노진환: 작년 2월 나트 서울 젊은 예술가 지원 공연 뒤 이후 쭉 쉬고 있다. 이유가 있다. 무대에서의 결과물, 춤만 생각해오던 부분이 있었다. 춤의 기술부분, 춤 색깔에만 치중하다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일상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거나, 미처 못 본 부분이 있었다. 지금도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무자란 타이틀에 너무 집착한다는 게 문제다. 요즘은 졸업하자마자 안무자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 같다. 반드시 무용수를 거쳐야 한다. 춤 작업을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에서 학습된 부분만 가지고 쉽게 가면 안 된다. 보면 안다. 비판하는 것도 못 받아들인다. 노력안한 부분은 인정하고, 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 자신에게 하는 충고이기도 하다. 

장현희: 지금껏 개인공연을 많이 했다. 홀로 하는 공연. 그러다가 작년에 그룹전을 해보니 좋았다. 경쟁심도 생기고, 작품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게 된다. 신선한 경험과 자극이었다. 앞으로는 내가 후배들한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 무엇보다 안무자는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사회: 대구 춤현장 기류와 문제점 진단과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로 잘 들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지역의 원로 중진세대와 신진 춤세대들을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역할의 무게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지적한 문제점 또한 여러분들의 노력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솔직한 좌담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2011.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