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젊은 무용인들이 말하는 부산춤의 최근 흐름
부산 춤계, 발빠른 개선으로 열정의 여백 채워가야

춤웹진은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지역 무용인들이 참석하는 집단 인터뷰를 갖고 이를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지역 춤이 침체해 있다는 진단이 대체적인 한편으로, 지역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는 관찰과 여론을 토대로 이 기획은 진행된다. 

부산에서의 집단 인터뷰는 내용에서 등장한 들썩이다, 들끓는다는 표현이 말해주듯 일종의 진취적 열기가 부산 춤계 일각에서 새롭게 감돌고 있다는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다소 가라앉은 듯해 보이던 부산 춤계에서 이러한 열기는 짐작과 달리 참신한 바가 적지 않으며, 이 같은 기운이 향후 부산 지역에서 어떻게 다져지고 춤으로 개화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어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날 인터뷰는 다수의 사람이 주말에 진행한 터에 일시에 모이기 힘든 사정을 고려하여 참석하는 대로 의견을 개진하는 자유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되었다.


일시 : 2011. 5. 14. 오후 3:30~5:30 
장소 : 필하모니(부산, 대연동) 
사회 진행: 김채현 
참석자: 김옥련, 신은주, 임현미, 변지연, 신승민, 한수정, 박재현




사회: 부산 춤계의 흐름을 소개하는 집단 인터뷰를 가졌으면 한다. 춤의 위기라는 진단이 흔한 속에서 부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춤 전공자 감소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곤 하는데, 이는 춤 공연의 인기 저하와도 맥이 닿으므로 중시해볼 현상이다. 한편으론 몇 해 전부터 부산에서 전국적인 춤 행사들이 더러 열리고 부산 춤꾼들의 서울 진출이나 교류전도 꾸준히 지속되면서 부산 춤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근자에는 지난 4월 부산 엘아이지아트홀이 개관되어 부산 춤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류들을 배경으로 하면서 부산 춤계의 흐름을 어려운 중에서도 춤 창작 작업을 하는 현장의 젊은 시각에서 소개하고 전망하는 의견을 나누고 나름 진단도 곁들였으면 한다.

신승민(엠노트 대표): 제가 현대무용 입장에서 말씀드리게 되어 장르의 한계는 있을 것 같은데, 인디 춤꾼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해 보겠다. 현재 부산 춤계에서는 같은 대학 출신의 동문 활동과 그와는 거리를 둔 인디 활동이 공존한다. 최근에 인디 활동을 의식적으로 펼치는 마인드가 생겨나고, 또 다행스런 일로서 부산문화재단 지원금이 인디 쪽으로도 늘어나는 편이다. 스튜디오 형태 춤 공간도 늘어나서 자기 작품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 대해 외부의 관심도 늘어난다. 부산국제무용제 같은 큰 행사들이 이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부산 이외 외부 지역 무용인을 참여시키는 부산 춤 행사의 경우 서울처럼 수도권 지역에서 온 사람을 더 우대하는 듯해서 서운하며 심지어 부산 춤꾼들이 배제된다는 느낌도 든다. 전반적으로는 부산 춤계의 새로운 흐름을 긍정적으로 느끼며, 지원금이 더 늘었으면 한다. 일단 지원금은 느는 추세이다. 이전에 최저 300만원 수준이다가 지금은 최저 500만원 수준으로 늘었고 올해는 800만원 남짓까지 받는다. 평균 지원금이 1000만원 수준으로 늘면 보다 진취적으로 작업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인디 춤꾼들에게 배려가 더 커져야 할 것이고, 또 그렇게 커지리라 본다.

신은주(에스 스튜디오 대표): 춤 환경은 각 무용인의 추구 목적과 방향에 따라 가변적이라 본다. 지금은 과도기로 보이는데, 그간 고민도 고생도 적지 않았을 테고 이제는 바닥을 치고 오르는 때가 아닌가 한다. 젊은 무용인 사이에 열망도 감지되고 또 부산문화재단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대화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며 새롭게 기획하는 등으로 열정과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부산 무용인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서로의 작품을 보고 부추기는 활동이 적은 것이 사실인데, 이것이 부산 지역인의 성격 탓인지 기획력 부족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각자 공연에 대해 우편이나 전화 연락마저 잘 없다. 서로의 공연을 풍문이나 홍보지를 통해 아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발로 뛰며 작업을 알리고 초청하는 그런 모습은 꽤 오래 전 일인 것 같다.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고 관람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아무튼 이전과는 달라져 아쉬움이 있다. 서로 바쁘고 여건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탓도 상상되고, 또 부산이 개방적 특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남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작용하는 탓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젊은 춤꾼들이 서로 소통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나 역시 부족하지만, 공연 작품을 논하기 전에 서로의 작업에 대해 관심부터 갖는 분위기를 우리 세대가 일궈서 복원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부산 춤계가 기획력에서 취약하다는 진단에 이르게 된다.
 
신승민: 춤 단체의 여건 때문에 연락이나 기획이 더 어려운 것 아닐까.

신은주: 젊은 무용인들의 공연 소식을 홍보물에서 접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초기에는 사업 공고마저 제대로 미리 나오지 않았다. 연간 사업 공고가 미리 제시되지 않았다. 2010년 하반기부터 사업설명회를 갖는 식으로 나아지고 있다. 나 역시 전반적으로 부산 춤계를 긍정하는 편이다.

임현미(춤패 연분홍 대표): 나는 요즈음 부산 춤계가 들썩이고 있다는 말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다. 더러는 20대 후반 그리고 30대를 주축으로 작은 집단이라도 열정을 보이며 작업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안고 가면서 우리처럼 40을 전후한 세대가 보이지 않는 힘이 되며 작업을 해나가는 현상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부산 춤계는 사실 인원이 적은데, 춤꾼들도 여러 작업에 참여하다보니 매우 바쁜 형국이다. 그래서 장르 파괴 작업도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지원금 배분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들도 공연을 수시로 보며 나름 분명한 잣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부분이 고무적이며, 재단 관계자가 주목할 만한 춤꾼에 대해 나름 판단을 갖고 또 수도권 그리고 다른 예술 장르와 연계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온 줄로 안다. 그것이 실현되면 좋게 작용할 것이다. 지원금 배분에서 이전보다 최고 금액을 줄이고 그 여분을 집중 육성 그리고 상주 단체 육성처럼 가능성 있는 단체를 염두에 두는 식으로 생산적인 사업으로 돌리는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친 후 효과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습이 긍정적이고, 또 비교적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부산 이외 지역에서 부산 춤계를 위한 기획을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공연 기획은 자금도 중요하지만 기획을 맡겨볼 기획진부터 드문 실정이다. 기획이 비교적 탄탄해 보이는 미술 분야에 비해 부산 춤계 기획력은 더 발전해야 한다. 우리 노력으로 기획을 개선해야 하겠지만, 일반인이 오도록 하는 기획이 시급히 요청된다.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단체 스스로 홍보하는 노력들도 자금을 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오래 추진하면 언젠가 효과가 날 것이다. 제가 올해 부산국제연극제에서 했던 <칸타빌레>도 입소문이 나서 매진 사례를 보였는데, 춤 연관 행사에서 잘 없었던 현상이다. 관객 속으로 들어가서 관객을 유치하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한수정(프리랜서 무용가): 저는 부산시립, 울산시립, 창원시립 등 경남 지역 공립 무용단에는 다 속해 있었다. 이제는 공립 단체 생활을 접고 개인 활동을 시작한 경력이 아직 채 1년 미만으로 짧다. 그래서 긴 이야기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많이 느끼기로는 스탭진 인력 부족 현상이 뚜렷하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 학생들의 서울 선호 현상, 서울과 부산 간의 문화적 편차 아니면 교육 수준의 차이 등 어디서 연유하는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학생들이 부산에 애착을 갖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대학 입학생을 보면 춤을 1년 정도 준비해서 대학 입시에 임하고 또 합격하는 비율도 상당히 된다고 한다. 과거에 볼 수 없던 현상을 대하면서 저는 춤 지망자들이 대학 졸업 후에 얼마나 춤에 몰입하겠는지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국공립 직업무용단의 역할이 중요한데, 단원들이 진정 프로인지에 대해 나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직업무용단 단원들이 진취적이지 않고 생계를 위하는 등으로 단원 신분에 안주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고, 저도 이 지적에 공감하는 편이다.

변지연(시어터 원 대표): 직업무용단은 지역의 꽃이다. 나름 열심히 해서 단체에 입단하고 공공의 급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부산 춤계를 젊은 시각에서 보자면, 무엇보다도 개별 단체들 내부에서 내리 사랑 같은 결속력이 과도해 보이고 또 졸업 후 취업 혹은 생계 유지 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유 등으로 춤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런 속에서 춤이 위축되고 있으며, 춤 활성화를 위한 연구 활동도 그리 뚜렷하지 않다. 개별 단체들에서 내적 결속이 강하다보니 개개의 춤꾼들은 외부 동향에 둔감한 듯하고 그래서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상마저 갖게 된다. 게다가 새로운 춤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꺾는 일도 적지 않는 것 같고 또 춤꾼들의 자기 확신마저 적어 보인다. 평소 무용인의 춤을 신중하지 않은 태도로 초청하면 즉석에서 그에 응하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보아왔다. 그리고 수도권 무용인을 상대적으로 우대하는 풍토가 달라져야 하겠고 춤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지원금이 나아지는 가운데 그 나름대로 개선해야 할 점도 있겠으나, 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세대가 예술성을 지키려는 후배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지 싶어서 저는 작년에 스튜디오 형 극장 시어터 원을 금정구에서 열었다. 이번 5월에는 시어터 원에서 작가전을 주말마다 이틀씩 하면서 부산문화재단 지원금을 모두 개런티로 집행하였다. 그러자 춤꾼들이 최선을 다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식당가에 소재한 극장이라 포스터를 막 내걸었는데 이를 계기로 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나름 희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고 젊은 무용인들이 서로 힘이 되고 되었으면 한다. 생각의 차이도 있고 갈 길도 다양할 테지만, 젊은 세대는 조그만 데서부터 서로 믿음과 의지를 키워야 할 것 같다.
 
신승민: 인디 춤꾼들도 안일한 점이 없지 않다. 자기 노력이 먼저이고 지원금은 나중이다. 이전엔 생계 문제가 절박했는데, 이제는 시스템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동문 단체와 인디 단체를 막론하고 비예술적 실속에 연연하는 태도는 이해가지만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최근에 길거리로나 공연장으로나 관객을 발굴하는 노력, 옥내 공연장에 치중하는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현상 등으로 봐서 일단 긍정적인 전망을 내려도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광안리 등지에서 옥외 춤이 가능할 것이다.

박재현(현대무용단 자유 대표): 젊은 춤꾼들이 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스템이 얼마간 갖춰지는 것으로 느껴지겠지만, 현 여건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멘토 측면에서 솔직히 평가 질책하는 등의 관행이 크게 요청되는데, 서로 양해하는 분위기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대학에 있는 분들도 분발할 점이 없지 않고, 춤꾼들의 생계 측면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와중에 춤 기획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 역시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점으로 본다. 문서 작성에 치중하는 기획을 벗어나야 하겠는데, 기획력이 떨어지니 관객 마케팅력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기획 면에서는 선배들이 길을 뚫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신은주: 기획뿐 아니라 직업무용단, 동문무용단, 인디무용단, 대학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전문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대학도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기준으로 유지될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 대개의 여론이다. 공연의 격을 위해 더 부지런해야 하고 전문가가 인정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춤 입문 과정에서 대학에서의 학습이나 전공이 절대 요인은 아니지만, 대학에 대해 바라자면 문화예술 교육 부문에서 새로운 길을 주도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 교과도 대폭 손질되어야 전문성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 부문도 하다못해 대학 교과처럼 인력 양성 시스템이 부산 자체적으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일본에서 해마다 공연하는 제 경험에서 보면, 관객 확보는 목표 관객층이 뚜렷해야 한다. 참여 관객 수준을 생각하며 고민해보면, 우선 초대권으로 관객을 확보하는 관행도 손질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 하반기부터 운영하는 에스 스튜디오를 올해 하반기에 시내 쪽의 지상 건물을 옮겨서 지금보다는 더 적극 임할 생각이다. 이것을 운영하다보니 어려움도 적지 않았는데, 해외 연계 가능성도 커지고 또 젊은 무용인이 실험할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소화할 전용 공간을 마련한 데서 만족감이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소신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견제를 뒤로 하고, 격려가 앞서야 할 것이다. 

임현미: 기획진 양성에 대해서는 대학 교과도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고, 반면에 자생적으로 조성해볼 여지도 많다. 현실적으로 유능한 기획진이 부족한 것은 되돌려보면 기획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춤계에 더 원인이 있는 듯해서, 부산 춤계가 자초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작품 활동을 통해, 그리고 부산 춤계가 가마솥처럼 들끓어서 기획 욕구를 지피고 스탭진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작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무대 감독은 부산에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 방면의 인력은 최근 몇 해 사이 상당수 떠났다는 지적도 있다. 춤이 침체하다보니 충실한 무대감독 등 인력도 침체해지는 결과마저 빚어진 것이다. 조명, 무대감독, 기획 면에서 교육을 통한 개선은 요원한 일이라서 지금은 우선 젊은 무용인이 좋은 작품으로 적극 나설 때라 본다. 

변지연: 스탭진을 금전으로 해결하면 편하다. 그러나 잘 된 작품이 있으면 스탭이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좋은 춤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이 첫째이고,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작업 초점이나 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적용 공연이 아니라 예술성이나 대중적 호소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대하고 싶다. 부산은 꿈틀대고 있다. 공연하고 싶은 무용인이 있다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구도 작지 않다. 

한수정: 스탭 부분에서는 안무자와의 대화가 부족한 현상이 엿보인다. 당일치기 인스턴트 식으로 스탭이 참여하는 것이나 안무자와 큰 이견이 빚어지는 것이 그런 현상들이다. 

임현미: 탁월한 스탭이 참여하면 가장 좋겠으나, 스탭과 소통하는 첫 단계부터 분명한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오래 작업한 것을 한 순간의 실수로 날려버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유별날지 모르겠으나, 칼 같은 조정 작업이 앞설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가 지금 거론하는 부산의 문제점들이 사실 단시일에 해결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훨씬 필요한데, 그간에 긍정적 마인드부터 침체해 있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김옥련(김옥련발레단 대표): 부산 춤계는 동문단체, 인디단체, 직업무용단에서 두루 지향점이나 구심점이 약해 보이고, 이런 점에서는 심지어 절망적이다는 표현도 나올 만하다. 이슈를 끌어갈 층도 뚜렷하지 않으며 단체들 간의 교류전도 드물다. 일부 교수 무용가들이 부산 인디 권의 단체를 견제 세력으로 여긴다는 말도 들린다. 이를 간접적으로 말해 주는 사례로서, 무용수들은 눈치를 보고 또 작품 출연을 기피하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열린 상태에서 예술의 길을 가야 하는데, 그런 불합리를 당하면 서글프다는 느낌부터 들지 않을까. 무용수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는 것으로 그동안 지탱해왔다면 이제는 그마저도 희미해지지 않는지 하는 걱정도 든다. 올해 우리 단체는 해운대문화회관의 상주 단체가 되었는데, 부산 내의 발레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섭외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섭외에 응한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문제였다. 무용수들은 춤계 동향에 민감하기보다는 폐쇄적으로 닫혀 있다는 지적도 덧붙이고 싶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업 과정을 노출시켜 젊은 무용수들에게 함께 작업할 기회를 열어놓고 싶다. 또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서울과 연계하는 작업도 강화할 것이다. 생계유지 면에도 나는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는 쪽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공연 작업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게 그동안은 중요했고,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일 것이다.
 

사회: 부산 춤계 앞날을 위해 솔직히 토로하는 점들을 잘 들었고 또 새겨보아야 할 점이 많다. 부산 춤계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축적된 성과로서 긍정적인 점도 있을 테지만, 오늘 의견을 다시 짚어 보면 그간 퇴행으로 흐르며 잘못 굳어진 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를 털어내며 새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젊은 세대의 역할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중할 것이다. 또 지역의 원로 중진 세대와 춤계 신참들을 잇는 중간 다리 세대 역할도 언제나 명심하기 바란다. 서로 격려하며 새 관행을 만들자는 결의를 일부러 선언하지 않아도 오늘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딛고 그렇게 하려는 뜻들이 읽혀진다. 뒷걸음질 치지 않도록 정진하기를 새삼 부탁드리고, 바쁜 와중에 이뤄진 오늘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2011.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