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작업 일지
무브먼트 당당 – 100인의 목소리 <소외>
김민정



예술은 항상 모든 곳에서 비밀스런 고백인 동시에
그 시대의 불멸의 운동이다  - Karl Marx


2012년 어느 날.

내 머릿속의 욕망이 원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만들어 볼 순 없을까?
무대 위의 순간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누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여기.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2013. 3
소외(Alienation)의 개념에 관해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경험한 소외의 증거들을 발견하고 놀라다.
우리는 예술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소외의 개념과는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 감정과 경험들을 움직임으로 설명해 본다.
수차례에 걸쳐 그 몸짓이 춤이 되었고 우리의 절실한 말이 되었다.

2013.3.30
대한문 추모집회에 참석하다.
이십대는 겁이 나고, 삼십대는 놀라고, 사십대는 어색하다.
그러나 모두가 공유한 무엇은... 설명하기 힘든 분노였던가......


울지마 살아있다는 것이다.
오늘 이 아픔 속에 외로움 속에
푸르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 박노해


2013. 4

연주자들과 즉흥 잼
심장이 뜨거워지는 순간!
상상도 못했던 멋진 장면이 완성 되었다.

엄청난 즉흥극 들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몸을 던져 역사를 재현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연습실은 뜨거운 호흡으로 가득 차고
울고 웃으며 아주 조금씩 알게 되는 무엇들...

어떤 날은 너무 힘들다.
우리가 사는 이 작은 땅덩어리
역사의 무게가 너무 아프구나......


생활이여 생활이여
잊어버린 생활이여...
귀중한 생활들이여
말없는 생활들이여...
무감각하게 될 생활이여...
아아 아아 아아...
나는 쉴 사이 없이 가야 하는 몸이기에
구슬픈 육체여. -김수영


위대한 작가들과
몸과 마음으로 시대를 증언했던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윤동주 문익환 김수영 신동엽 김남주 박노해 ... 그리고 전태일.
또 익명이지만 역사를 빛나게 했던 선언문의 주인공들
41편의 텍스트로 구성이 겨우......, 끝났다.

2012년 5월.
삼선교로 남산으로 뚝섬으로 을지로로 은평구로 용산구로......
50여명의 공연자들이 연습실을 찾아 유랑한다.
100명이 다 만나지는 곳은 극장밖에는 없구나.....

어느 날 우리는 두 명이 되었고 또 다음에는 열두 명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백 명이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천명이 되고 만 명이 되고 세계에 가득 찬 희망이 될 것이다.

이제 무대 위 에는,
피로 쓴 세계인권선언문과 가장 오래된 프랑스 인권선언문이 현재의 세상을 비춰줄 테고,
100년 전 동학 정신이 50명의 박수와 함성으로 울려 퍼지고
150년 전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의 개념이 100명의 몸짓으로 꿈틀거릴 테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됩니다. (백장미 수기)
열사람만 남더라도... 우리 내부에 불을 지릅시다. (신동엽)
또 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장준하)


나 혼자 꿈꾸면 그것은 한갓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 Hundert Wasser



무브먼트 당당 – 100인의 목소리 <소외> - 2013. 5.9~11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김민정
무브먼트 당당 대표, 춤과 연극의 경계에서 다양한 형식의 다원예술 공연을 안무, 연출하고 있다.
2013. 06.
사진제공_가림토(김명집)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