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인천시립무용단 창단40주년 특별전 ‘지킴과 변화’
전시를 통한 춤 활동의 새로운 기록 작업
김영희_전통춤이론가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개막공연으로 7월 2일 ‘춤추는 도시들’, 야외특별공연으로 7월 10일에 ‘야회(夜會)’를 올렸고, 창단40주년 특별전 ‘지킴과 변화’를 7월 9일부터 1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개최했다. 부대행사로 인천터미널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플래시몹 ‘희망 백신’과 공연 전시의 참여인증 이벤트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상황임에도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기획되었고, 그중 특별전시 ‘지킴과 변화’가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국공립무용단 중 독자적으로 무용단의 활동을 되돌아본 전시가 거의 없었던 때문이다. 2005년 가을 ‘제10회 민족춤제전’ 기간에 아르코대극장 로비에서 민족춤제전 관련 전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전은 이따금 있었다. 근래 2020년 12월에 ‘현대무용단 탐 40주년 기념 사진전’이 있었고, 춤아카이브사진전 ‘찰나 동행’이 2018년 남원과 서울에서 있었다. 하지만 인천시립무용단의 활동 전반을 보여준 이번 전시는 사진전과는 접근부터 다른 기획이다.




인천시립무용단 창단40주년 특별전 '지킴과 변화' 전시장 입구 ⓒ인천시립무용단




 이번 전시 ‘지킴과 변화’는 타이틀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전통을 지키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던 인천시립무용단의 활동 여정을 보여주었다. 전시는 ‘역사존 1981~2021’, ‘메인 전시’ ‘시민과 함께 하는 인천시립무용단’ ‘무용 공연의 모든 것’ ‘체험 프로그램’의 5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우선 1981년 창단이래 이영희 초대 예술감독부터 현재 윤성주 예술감독까지 9명의 예술감독과 무용단 작품들의 연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40년간 공연된 작품들에 인천의 면면들이 드러나 있었다. 인천은 서해의 항구도시로서, 삼국시대에 미추홀, 조선시대에 제물진, 개항 이후에는 제물포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한국전쟁 시기에 인천상륙작전이 있었으며, 황해도 피란민들의 주요 정착지였다. 그래서 황해도 굿과 은율탈춤, 해주검무 등이 인천에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의 위성도시이며, 인천아시안게임, 송도경제자유구역도 인천의 내력과 이미지들을 연상(聯想)시킨다.
 이러한 인천의 역사가 반영된 작품들을 ‘지킴’과 ‘변화’라는 카테고리로 구분하였고, 각 예술감독의 대표작들을 코너별로 소개했다. 각 코너에 작품설명과 제작진, 작품의의 등을 정리했고, 공연의 포스터, 팸플릿, 사진 등도 전시했다. 1983년에 공연한 ‘갯마을’(안무 이영희 원작 오영수)의 코너에서 당시 자료들을 보니 인천의 특징을 모티브로 했던 고민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흑백사진 속 출연자들의 치마저고리와 바지저고리 색깔은 단조롭고, ‘갯마을’의 포스터는 참으로 소박하다. 그리고 9명의 예술감독을 거치며 창작춤뿐만 아니라 궁중무와 민속춤의 레퍼토리도 두루 갖추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래에는 작품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갯마을〉(1983)의 전시 코너 ⓒ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의 역대 작품 섹션이 끝나면, ‘시민과 함께 하는 인천시립무용단’이 라는 코너가 이어진다. 인천시민 대상으로 행한 문화학교, 교직원 직무연수, 공연 관람 전 백스테이지 투어(back-stage tour)와 춤 배우기 등의 사업이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연이 아니므로 부수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천시립무용단의 관객, 춤 매니아를 창출하는 또 다른 작업이니, 공연활동 못지않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조촐하게 전시되었으나, 빠질 수 없는 영역이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의 스케치 ⓒ인천시립무용단



의상과 소도구들 ⓒ인천시립무용단




 이윽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전통춤과 창작 작품에서 사용했던 공연 의상과 의물, 소도구 등이 전시되었고, 각 공연에서 제작된 무대 디자인, 의상 디자인, 조명 디자인 등의 스케치 자료들을 넘겨볼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체험공간이 있었는데, 오고무의 북 4벌이 주르륵 벌려 섰으며, 궁중무 포구락의 화려한 포구문(抛毬門)과 오색공도 놓여졌다. 춤의 도구들을 체험해보고 춤을 상상해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또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의상을 갖추어놓고서, 무대에서 춤을 추어보는 경험도 하도록 꾸며졌다. 인천시립무용단의 공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되었고, 주말에는 전시장 내에서 짧은 공연도 진행한다고 했다.




〈포구락〉의 포구문 체험존 ⓒ인천시립무용단




 춤 관련 전시는 3차원의 입체공간에서 진행되는 춤을 평면에 옮겨 다시 기록하는 작업이다. 더욱이 수년 또는 수십년 활동에 대한 전시는 자료의 수집정리와 사실 확인뿐만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의 방향과 구성이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전시 ‘지킴과 변화’ 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용단 내적으로 의미있는 작업이며, 또한 인천시립 예술단체인 무용단의 활동과 내력을 외적으로 공인(共認)‧공감(共感)시킬 수 있는 계기였다고 본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좀 더 입체적이고 기술적인 전시 기법을 이용했다면 풍부한 공감과 상상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또한 전시의 과정과 전시 자료들을 집약하고 인천시립무용단 40년의 의의를 정리할 수 있는 도록(圖錄)을 남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모처럼 준비한 전시를 인천시민이나 학생들이 충분히 관람하지 못하였다.




〈비가〉 (2018)의 전시 코너 ⓒ인천시립무용단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인천시립무용단의 40년간의 활동 성과와 참여했던 여러 예술가들의 고민이 후대에 되새김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춤은 추고 나면 사라지며 기억 속에만 남을 뿐이고, 전시 역시 폐막 후에는 철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기억하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시립무용단의 이번 전시는 이미 아카이브의 첫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자료를 수집하고 목록화하고 분류를 위해 기준을 세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그 의미와 성과를 공유하게 하는 작업은 공공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공연예술의 아카이브는 곧바로 경제적 자산을 늘리는 사업은 아니지만, 한 지역 또는 국가의 문화적 자산과 자긍심을 높이고, 그 예술적 성과와 텍스트들은 다음 세대에게 삶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시립무용단의 특별전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으며 근대 기생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춤의 무용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2021. 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