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우리

춤, 미디어를 만나다 11
누구든 크리에이터 되기를 원한다, 숏폼의 질주
이단비_방송작가, 춤칼럼니스트

드라마 한 편의 길이는 1시간 남짓. 미니시리즈든 대하드라마든 일일드라마든, 이 시간은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다. 그런데 이런 틀을 깨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웹드라마다. 10~20분의 짧은 길이로 제작해 모바일로 쉽게, 가볍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네이버TV와 플레이리스트가 손잡고 만든 웹드라마들은 연일 화제가 됐다.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 6억 회를 기록하며 웹드라마의 신화를 썼고, 〈에이틴〉은 10대들의 국민 드라마로 떠올랐다. 유튜브용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플레이리스트는 아예 지상파와 손잡고 웹드라마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플레이리스트와 MBC가 공동제작한 웹드라마 〈엑스엑스(XX)〉는 '서울드라마어워즈 2020'에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의 쾌거를 안았다. 지난 2015년 혜성처럼 나타난 ‘72초TV’는 이제 판도가 바뀌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신호탄이었다. 10분도 아니고 1분 겨우 넘는 72초TV의 웹콘텐츠는 기존 방송사에 편성되기에 이르렀고, 〈dxyz〉은 지난 해 국제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제 미디어 업계의 변화는 단순히 플랫폼의 다양화에 있지 않다. 이제 콘텐츠의 길이나 형식에서도 파격이 거듭되고 있다. 지금은 숏폼 콘텐츠가 시장을 장악하는 중이다.




누적 조회수 6억 뷰를 기록하며 시즌4까지 제작된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



서울드라마어워즈 2020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웹드라마 〈엑스엑스(XX)〉 @플레이리스트



72초TV 에피소드 1 타이틀 화면 @72초TV




15초로 세상을 지배하다, 숏폼 절대강자 틱톡

이제 방송사, OTT도 기존에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러닝타임을 버리고 숏폼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유튜브의 경우 10분 내외 동영상이 광고 유치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는 1020세대, 조금 더 넓게는 밀레니얼 세대(27~41세)와 Z세대(12~26세)를 합친 MZ세대를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 메조미디어의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동영상 1회 시청시간은 평균 15.5분, 20대는 15.0분이다. 그리고 절반이 넘는 56%의 10대가 10분 이하의 짧은 영상을 즐겨 본다고 답했다.




동영상 시청 시 연령별 선호 길이 @메조미디어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




 현재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절대강자는 누구일까. 바로 '틱톡(TikTok)'이다. 지난 2016년 중국 바이트댄스라는 기업이 출시한 틱톡은 출시 5년 만에 SNS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단 15초~60초의 콘텐츠. 그런데 그 힘은 막강했다. 이미 전 세계 150여 개 국에서 가입자 수 10억 명을 돌파했고, 틱톡 앱 다운로드 횟수는 누적횟수 20억 회를 넘었다. 국내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나마 한국시장에서의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2020년 1월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틱톡 @SensorTower




 우리는 여기서 틱톡의 성공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게 현재 미디어 업계의 흐름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공연 홍보 영상을 제작할 때도 이 성공요인을 주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지금까지 강조한 것처럼 짧은 길이에 있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양한 효과와 편집을 간편하게 영상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것이 틱톡이 출시 5년만에 SNS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숏확행’의 질주는 계속된다

최근 언택트가 생활이 되다보니 스마트폰을 갖고 비대면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즐기는 이런 숏폼 영상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기도 했다. '숏확행'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 번 숏확행을 느낀 사람들의 수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트렌드를 읽은 글로벌 업체들은 앞다투어 숏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구글은 '탄지(Tangi)'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았다. 60초짜리 동영상 강좌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트위터는 60초도 아니고 6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바이트(Byte)’를 내놓았고, 인스타그램은 음악 리믹스를 할 수 있는 15초짜리 비디오 클립 릴즈(Reels)를 내놓았다. 릴즈는 앞으로 AR 기능을 추가로 넣기 위해 개발 중이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푸드딜리버리 업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스로는 IT기업으로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로봇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테크놀로지 사업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숏폼 플랫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10초짜리 동영상 플랫폼 띠잉(Thiiing)을 내놓으면서 AR 전문기업과 손잡고 AR 영상효과를 접목시켰다. 유튜브도 짧은 길이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쇼트’ 기능을 넣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양한 숏폼 플랫폼들




 디즈니, 소니픽처스, 알리바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숏폼 동영상 앱 ‘퀴비’(Quibi)‘ 론칭에 투자해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 론칭한 퀴비는 10분 이내의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모바일로 제공하며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이용자가 가로로 보든 세로로 보든 화면이 잘리지 않는 기술을 탑재했다.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고 론칭 당일 앱 다운로드 수는 30만을 기록했고 첫 2주간 서비스앱의 다운로드는 270만 건을 기록한 퀴비.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그 이상 더 나아가질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질의 콘텐츠를 추구한 퀴비는 B급 스낵컬처 스타일의 틱톡이 갖는 가벼움을 넘어서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틱톡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올리며 공유와 소통이 가능하지만 퀴비의 경우 전문제작자들이 만들 영상이 올라오고 저작권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공유도 불가능하다. 전자는 놀이가 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영상과 콘텐츠 소비자는 더 이상 소비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손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틱톡을 시작한 79세 동갑내기 부부 틱톡커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랜파찬’(grandpach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찬재, 안경자 부부의 사례는 틱톡이 갖는 모든 특징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9세의 부부 크리에이터이자 틱톡커, 그랜파찬(grandpachan) @화면캡처




숏폼의 인기, 무엇을 배워야 하나

이제 숏폼은 MZ세대, 1020세대의 놀이문화를 넘어서서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숏폼 트렌드를 무시하고는 성과를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한 작품 안에는 안무가의 고뇌와 내공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무용작품과 숏폼은 어쩐지 상생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있고 숏폼으로 많은 대중들이 움직이고 있다면 무용계에서도 이 트렌드를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크다.
 우선, 짧지만 임팩트 있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게 숏폼의 생명이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핵심은 ‘임팩트’라고 업계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진 만큼 그 안에 집약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넣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들의 마케팅 동영상 평균 길이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전체 광고, 홍보용 동영상의 약 73%가 2분 이하로 제작된 숏폼 동영상 형태이다. 연도별 광고, 홍보용 영상 평균 길이 변화를 살펴보면, 2016년 13분 정도였지만 2017년에는 6분 분량, 2018년에는 4분 분량으로 빠르게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연도별 광고, 홍보 영상 길이 변화 @메조미디어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 




 즉, 광고와 홍보영상은 짧게 만들어야 어필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는 앞으로 공연 작품을 올리고 홍보할 때 숏폼 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댄스필름 제작, 아카이빙 작업 등 안무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하는 시도들은 많이 하고 있는데 그 방향 중에 숏폼에 대한 대처도 필요해 보인다. 안무가가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숏폼 콘텐츠 형태로 홍보영상이든 혹은 이벤트나 챌린지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방식과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숏폼 콘텐츠의 성공질주는 단순히 ‘길이’에만 있지 않다. 틱톡과 퀴비의 사례에서 봤듯이 그것을 공유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이나 영상을 공유했을 경우 사람들의 반응도는 낮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통해 서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틱톡의 성공은 ‘콘택트’가 강렬하기 때문이고 퀴비의 실패는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지만 우리는 모두 콘택트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또 하나, 이제까지 안무가와 무용수 같은 아티스트만이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그것을 소비하는 관객은 수용자로 앉아 있었다. 숏폼 콘텐츠 시대에는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알게 될 것이다.

이단비

KBS, SBS를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MBC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레와 무용 칼럼을 쓰면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 ​​ ​ 

2020. 10.
사진제공_플레이리스트, 72초TV, 메조미디어, SensorTower, TikTok@grandpachan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