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코로나19 사태 / 한국
날벼락의 재난과 내상, 극복도 힘겨울듯
김인아_〈춤웹진〉기자

조심조심 기지개 켠 춤·공연계

코로나19가 예술계에 입힌 내상은 예상보다 깊다. 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되었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의 공연장과 미술관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대부분 공연 일정은 취소 또는 연기됐다. 수입이 끊긴 예술인들은 깊은 시름에 잠긴 채 위기의 3~4월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4월 중순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명 내외로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지난 4월 20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의 진정세에 따라 그동안 위축됐던 공연계에 봄볕이 스미기 시작했다. 예약 관람제, 거리두기 좌석제 등으로 안전 조치를 갖춘 공연 재개 소식이 하나 둘 들려왔다.
 춤계에서는 제20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 한영숙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춤판야무〈포옹〉과 같은 축제와 공연이 4월 22일부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며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관객이 극장에서 춤을 직접 만나는 ‘콘택트(대면)’ 공연은 거의 2개월 만이다. 같은 날, 예술의전당도 연극〈흑백 다방〉의 상연으로 2개월간 휴관을 끝내고 공연장 문을 다시 열었다. 예술의전당 측은 순차적으로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모처럼의 관객맞이에 침체된 공연계에 활기가 돋았다.




제20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 ⓒ박상윤/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다만 제한적 공연 재개에 대해 ‘방심은 금물’이라며 철저한 방역체계를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작지 않다. 거리두기가 완화된 생활 방역 체제에서도 바이러스가 퍼지기 최적인 조건인 ‘사람들이 밀집한 밀폐 공간’에 해당되는 공연장에 대해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이에 공연장은 각별히 안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입장에 앞서 문진표를 작성한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객석 앞뒤, 옆으로 한 칸씩 띄워 앉는 방식으로 거리를 두었다. 이처럼 앞뒤 객석은 1열, 객석 간에도 옆 2~3석 간격을 두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시행하면 전체 가운데 약 20%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방침은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며 현장을 운영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연계는 5월 이후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들 것을 기대한다. 그간 슈퍼 전파자 없이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 만큼, 생활 방역 체제에서도 큰 사고 없이 운영되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피해를 광범위하게 입은 공연계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을 만나기까지 최소 수개월의 연습과 준비가 필요한 공연의 특성 때문이다. 그간 일시정지의 여파로 완전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조금씩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준비하는 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공연의 경우 문화시설이 문을 연다고 해서 당장 원상복구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 이후 정상화 시기까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초청·진출 공연의 잇단 취소

국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유럽과 미국은 바이러스가 매섭게 확산되고 있어 춤계 해외교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키부츠현대무용단, 네덜란드댄스씨어터(NDT2) 등 해외 유수의 무용단과 세계 현대무용의 흐름을 소개해온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는 올해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및 협업공연을 전면 취소하고 이례적으로 안애순, 정영두, 김설진, 이경은, 대구시립무용단 등 국내 안무가 및 단체만으로 축제를 구성했다.
 모다페2020 이해준 조직위원장은 “올해가 첫 임기인데 코로나19를 맞아 축제 준비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다. 모다페는 이에 ‘거리두기 객석제’와 ‘온라인 생중계’를 시행하고 방구석 관객까지 모두 찾아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지던 야외 행사 ‘모스’도 일상에서 신나는 춤을 추는 영상을 모다페 인스타그램(@modafekorea)에 올리며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캠페인 ‘모다페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전화위복으로 축제 운영의 묘를 보여줄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LG아트센터가 기획한 해외초청 춤 공연들도 취소 공지가 이어지고 있다. 5월로 예정돼있었던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안나 카레니나〉와 국내 첫 내한공연으로 기대를 모은 크리스탈 파이트의 무용극〈검찰관〉은 올해 공연을 취소하고 내년 무대를 협의 중이다. 매튜 본의 〈레드 슈즈〉 공연은 9월 내한이 예정됐으나 코로나19 탓에 일찌감치 공연계획을 취소하여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런던 더플레이스에서 개최예정이었던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이 취소되었다 ⓒwww.theplace.org.uk




 코로나19는 국내 무용인들의 해외무대 진출도 무산시켰다. 오는 6월 한국 현대무용을 집중적으로 영국에 소개하는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이 전면 취소됐다. 한국 현대무용의 해외진출을 목표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8년부터 시작한 축제는 유럽 현대무용의 허브이자 춤 전용극장인 런던의 ‘더플레이스’에서 매년 개최돼왔다. 특히 올해는 버밍엄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 더블린 페스티벌 등과 연계한 영국 내 순회공연도 기획되어 있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미국과 유럽 내 감염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예경이 맡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서울아트마켓(PAMS) 등 하반기 굵직한 해외교류 사업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올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20주년 기념사업을 개최하고, 서울아트마켓 기능 확대를 위해 공연예술 교류 기능에서 작품 제작·시연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었다. 예경은 불가피한 경우 해당 사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형식을 변경하고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랜선 공연, 거리두기의 위기를 기회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착한 일상에서 공연계는 언택트(비대면)의 돌파구로 랜선 공연을 확대시키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공연 영상화사업 ‘SAC On Screen’의 온라인 스트리밍을 시작으로 국공립단체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공식 유튜브 채널, 네이버TV 등에서 상영되면서 안방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4월3~10일〈묵향〉, 4월24일~5월1일〈향연〉의 전막 공연을 송출했다. 각각 일주일동안 상영으로〈묵향〉은 2만7천여 건,〈향연〉은 7만8천여 건의 조회를 기록했다. 동일한 공연을 짧게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7배에 달하는 조회수다.〈향연〉의 안방 관객들은 ‘아쉽게 놓쳤던 공연을 무료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코로나로 몇몇 공연이 취소되어 너무도 아쉬웠는데 이렇게 온라인 상영을 해주어 감사하다’며 제공된 영상에 만족하는 한편, ‘봄이라는 계절을 고요한 탄생의 계절로 표현한 듯한 느낌의 1막이 특히 아름답다’, ‘최애 장면인 오고무가 빠져 아쉽다’는 등 솔직한 관람평을 댓글로 남겼다. 우수 레퍼토리 공연 영상화 사업의 뜨거운 반응과 가능성을 확인한 국립극장 측은 영상화를 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공연생태계 상생안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립무용단 〈향연〉 유튜브채널 전막상영 ⓒwww.youtube.com/ntong2




 국립발레단은 지난 4월18일부터 5월 중순까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요 레퍼토리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강효형 안무의〈허난설헌-수월경화〉(4월18-19일), 크리스티안 슈푹 안무의〈안나 카레니나〉(4월24-26일)에 이어 5월에는〈호두까기인형〉(3, 5일)과 클래식 발레 대작 〈라 바야데르〉(16-17일)를 상영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8년 초연된 안성수 안무가의〈봄의 제전〉(4월20-21일)을 상영하는 한편 현대무용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하고 있다. ‘혼자 추는 춤’(4월13-28일)은 현대무용수 25명이 셀프로 촬영한 2분 남짓의 무용 영상을 매일 릴레이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각자의 공간에서 홀로 춤추는 영상은 무대 밖 무용수들의 자연스러운 몸짓을 담아냈다. 5월 13일부터 5주간 매주 수·금요일에 공개될 ‘유연한 하루’는 온라인 홈트레이닝 콘텐츠로 기대를 모은다. 남정호 예술감독과 2020년부터 연습감독으로 함께하는 현대무용가 안영준의 진행으로, 스트레칭부터 현대무용의 다양한 동작까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상으로 제공된다. 극장 너머 현대무용을 친밀하게 소개하는 기획콘텐츠 영상에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축제, 민간 무용단체, 공연장에서도 랜선 공연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극장 공연과 온라인 중계를 동시 진행한 데 이어 5월에 있을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도 일부 공연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한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앞서 ‘SAC On Screen’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심청〉,〈지젤〉,〈춘향〉을 상영했다. 세 편의 영상은 총 22만여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 발레 상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랜선 공연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응원 캠페인 영상,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세 편의 고강도 웃음유발 시리즈, 발레 홈트레이닝 영상도 소속 무용수들의 재능기부로 제작하여 공개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바이러스가 기존 생활방식을 바꿔버린다고 해도 문화예술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고, 3차원의 현장예술의 감동을 2차원의 디지털 매체가 쉽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공연예술계 역시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저희 역시 앞으로 현장예술 못지않게 온라인 예술에도 심혈을 기울여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LG아트센터는 앞서 초청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취소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대표작과 국내외 수준 높은 작품을 랜선 공연 'CoM On'(CoMPAS Online) 서비스로 소개한다. 매튜 본의〈백조의 호수〉(5월15일), 크리스탈 파이트가 안무하고 연출한 〈베트로펜하이트〉(6월26일)를 비롯해 알렉산더 에크만이 연출한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의〈백조의 호수〉(6월5일), 아크람 칸〈지젤〉(5월22일)과〈초토 데쉬〉(6월12일),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함부르크 발레단의 〈니진스키〉(7월3일) 등 걸출한 상영작들이 안방 관객을 기다린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향후 관객들이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영상으로 만나도록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서크 엘루아즈, 프렐조카쥬 발레 등 LG아트센터 무대에 선 해외 단체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속에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랜선 공연이 공연계에 새로운 콘텐츠 소비 행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공연예술이 예전처럼 오프라인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새로운 경향의 ‘언택트 서비스’가 점차 영향력을 키워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공연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공연장 관람 못지않게 안방에서 온라인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경향도 차츰 정착된다는 것은 ‘객석의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공연예술 대전제의 변동을 가리킨다.
 랜선 공연이라는 새로운 유통방식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는다. 그간 공연예술을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의 관람을 촉진해 신규 관객을 유치할 가능성을 갖는다. 예술 체험의 무대를 온라인으로까지 확장해서 예술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퍽 긍정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무대 영상화가 한번으로 사라지고 마는 공연에 아카이브가 된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소규모 창작 현장은 상대적으로 무대 영상화 사업으로 인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다.


문화예술 긴급지원책의 한계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도 마비됐다. 생계 보조 수단인 강사 활동마저 개학 연기 등으로 중단되면서 많은 예술인이 생계의 벼랑 끝에 몰렸다.
 피해의 입은 문화예술인을 위해 문체부는 지난 2월20일 가장 먼저 긴급 지원책을 발표했다. △30억 원 규모로 신설한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특별 융자’, △360억 원 규모로 창작준비금을 지원하는 ‘창작디딤돌’, △민간 소규모 공연장 방역물품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중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특별 융자’의 경우 기존 생활안정자금보다 낮은 1.2% 금리를 적용하고 지원한도는 1000만원, 상환기간은 2년, 거치기간도 1년 연장해 3년 상환 등 우대를 적용했다. 지난 3월 1차 접수에서 총 355건에 대해 30억 원을 모두 지원했다. 1차 접수 때 신청자가 몰려 40억 원을 증액해 추가로 4월 2차 접수에 나섰다. 2차 접수에는 평소 약 320건 대비 4배 이상(약 1300건) 많은 예술인이 신청하여 4월말, 5월 중하순에 40억 원의 대출금을 나눠 지급한다.
 경제적 이유로 예술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1인당 300만 원을 지원하는 ‘창작디딤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수혜자는 5500명으로 올해는 2배 이상 사업규모를 확대시켜 상·하반기에 각각 6000명, 총 1만2000명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외치기라도 하듯 3월20일 상반기 지원 마감일까지 6000명의 배수를 뛰어넘는 1만4800명이 신청했다. 한편, 창작지원금 사업에서 지적됐던 제도의 허점을 개선하여 접수마감일 이후 특별 추가신청을 받았다. 당초 2019년에 지원을 받은 사람은 올해 신청할 수 없었으나 격년제(2021년) 신청가능 대상자라도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예술인이라면 한시적으로 추가 신청할 수 있도록 확대시켰다. 현재 심의 중인 창작디딤돌 사업은 당초 6월초 발표를 한 달 앞당겨 5월 13일 지원금 교부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 4월6일 서울문화재단은 총 4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예술인 및 예술단체, 예술교육가, 기획자 등에게 5개 부문에 걸쳐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500여 건을 긴급 지원하는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접수 마감일인 20일을 기준으로 당초 선정 규모인 500여건의 10배에 해당하는 4999건이 접수됐다. 앞서 문체부의 지원사업의 신청자 급증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빠진 문화예술계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5개 접수 부문 중 가장 많은 신청이 들어온 부문은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공모’로 1770건이 접수됐다. 장르별로는 연극 527건, 음악 431건, 시각 281건, 무용 97건이 접수됐으며, 관객과 대면해서 발표 활동이 이뤄지는 공연예술 장르의 접수가 높은 편이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점을 재인식하고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조정해 더 많은 예술가에게 지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가재원을 확보해 선정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당초 계획인 45억원에서 15억4000만원의 추가 재원을 투입해 지원규모를 확대하며 이로써 이번 지원사업의 예산은 총 60억4000만원, 지원 건수는 총 500건에서 330건이 늘어난 830건이 된다. 각 부문별 지원사업의 선정자에게 5월11일부터 지원금이 배부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4월 초 선정이 끝난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 지원을 더하면 서울시의 이번 지원사업 예산은 총 65억4000만 원, 지원 건수는 총 842건이 된다. △힘내라 콘서트는 공연단체와 예술인 12팀을 선정해 세종문화회관 빈 공연장을 활용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제작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예술단체와 예술인에게 △공연장대관료지원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한다고 4월29일 밝혔다. 특히 이번 지원이 긴급하게 이뤄지는 만큼 한시적으로 지원범위는 최대한 넓히고, 신청부터 선정까지 절차를 간소화했다. 공연장대관료지원 1~2차 공모는 2019년 12월1일부터 2020년 4월30일까지 국내 등록공연장에서 진행했던 공연작품을 대상으로, 전년 대비 총 대관료의 최대 90%까지 상향 지급한다. 1개의 동일 혹은 유사한 공연작품에 대해서는 연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공연이 취소됐음에도 대관료를 환불받지 못한 예술단체와 예술인의 피해사례를 파악해 기존 지원 항목에 미환불 대관료까지 포함해 지원한다. 이번 공모에는 기존 지원심의회의 운영방식 대신 지원적격성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예술단체와 예술인은 오랜 기다림 없이 지원적합성과 제출한 증빙서류의 객관성이 확인되면 곧바로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5월7일부터 19일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밖에도 문예위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선정된 프로젝트의 목표 또는 최종모금액 중 50%,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코로나19 긴급 모금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체부는 어려움을 겪는 소극장에 1곳당 최대 6000만원씩 총 200곳을 지원하는 △‘소극장 공연기획 및 제작비 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예술인 및 예술단체에 2000만∼2억원의 공연 제작비를 160개 단체에 차등 지원하는 △‘예술인 및 예술단체에 공연 제작비 지원’도 준비 중이다. 1인당 8000원 상당의 관람 할인권을 지원하는 △‘공연예술 관람료 지원’의 경우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인 올 하반기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응해 문화예술인을 위한 긴급 지원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와 견주어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때보다 피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한 탓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창작지원 중심의 긴급지원책은 적합하지 않으며 재난위기에 예술가를 보호할 근본적인 생활안전망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월21일 문화예술 관련 사회단체들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문화예술 분야 긴급지원정책 평가 토론회’에서는 예술인에 대한 긴급지원을 늘리고 21대 국회에서 예술인고용보험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우선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 영상: https://youtu.be/u26Tf71jvn0, 발제문: http://culturalaction.org/archives/9815)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문화예술계 지원책과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존의 보조금사업, 지원사업 등을 변형한 ‘창작지원’ 형태의 공모사업이 코로나 지원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중 문화예술인에 대한 직접적인 생계지원은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특별 융자’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 대출을 받으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예술활동증명’을 해야 하며 ‘지난 5년간의 공개적 활동’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미 대출이 있거나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은 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활동증명의 더딘 심의기간도 융자 신청에 차질을 빚게 한다. 이에 코로나19 기간 중 취소된 공연도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고 심의 인력을 보강하는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예술인의 생존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과감한 직접지원으로 붕괴되는 예술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2018년 예술인 실태 조사」를 보면, 전체 예술인의 57%를 차지하는 전업예술인 가운데 프리랜서가 76%에 이른다. 겸업예술인들도 임시직이나 계약직이 다수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때마다 문화예술인은 가장 취약한 직업군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예술인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예술인고용보험’ 도입과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시급하다. 코로나19는 창작을 위한 고민보다 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예술인들의 상황을 전면에 드러내며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하지만 새 문화복지 차원에서 예술인의 생활안전망 구축에 대한 여론을 ‘운집’시키고 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2020. 5.
사진제공_박상윤/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춤웹진